소설리스트

나는 아직 살아있다-202화 (202/313)

제202화(외전 4)

꿀꺽.

최 부장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여기까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나는 그 침 삼키는 소리를 시작으로 바닥을 향하고 있던 활을 앞으로 들어 올린다.

내 눈동자는 눈앞에 바퀴벌레처럼 모여 있는 검은 녀석들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림자를 지붕 삼아 길가를 빼곡하게 채운 검은 녀석들, 우리가 길가를 걸으면 걸을수록 빈자리는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 - - -끼이이이…….”

몇백 번이고 싸워본 놈들이지만, 매번 만날 때마다 몰려오는 이 더러운 기분과 감정은 가시지 않았다.

꼭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구정물을 밟은 듯한 감각.

물론 나와 마주한 놈들도 마찬가지인지 텅 빈 눈동자에서 피부를 짜릿하게 울리는 살의를 쏘아댄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가만히 있을 때일 뿐, 앞을 향해 한 걸음 접근하자 놈들은 파도를 맞은 갯강구처럼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조용히 자전거를 끌던 김중원이 중얼거린다.

“숫자가 저렇게 많은데도 도망가네요…….”

리어카가 연결된 자전거를 끄는 최 부장과 김중원.

그 둘은 에덴의 장벽을 빠져나와 여기까지 오는 내내 총 3번 넘어졌다.

물론 그 넘어짐은 놈들의 공격으로 인한 것이 아닌, 단순히 주변에 보이는 검은 녀석들을 보고 놀라 제풀에 쓰러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쭉 지켜보며 잔소리를 일삼던 노인은 이번에도 작은 역정과 함께 김중원을 나무란다.

“몇 번을 말해, 이놈아! 하여튼 겁은 많아가지고…….”

당연히 반신반의할 것이다.

인간이라고 한다면 나이, 성별 막론하고 죽일 듯이 몰려오는 놈들이, 단순히 나 하나 있다고 해서 본능을 억누르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나는 그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이 뭔지 알고 있다.

하지만 이 회색 정글이 포식자의 피라미드를 유지하고 있는 한, 여태껏 구성원이 지켜왔던 도시의 법칙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추켜들었던 활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노인에게 말했다.

“냄새가 나요. 아마 20분 정도만 더 걸어가면 구덩이가 보일 거예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4년간 공들여 키운 달콤한 과육이 저 앞에 있다.

나와 노인은 지금 이 순간만을 위해 그 길고 긴 고독의 시간을 곱씹었다.

위기의 순간이 오더라도 마지막까지 아껴두고 또 아껴두었던 여벌의 탄창과 총들.

그리고 최 부장과 김중원이 리어카에 담아 끌고 오고 있는 필사적인 수색의 결실.

우리는 드디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재회의 순간이 코앞까지 온 지금,

봉쇄지역 밖을 틈틈이 노리는 놈들의 검은 구덩이를 파괴하기 위해 이곳까지 도달한 것이다.

“동윤이 발목 잡지 말고, 잘 숨어 있어. 당신들도 가족들 보러 가야지.”

준비되었다는 내 말과 함께 노인은 오토바이 헬멧을 고쳐 쓰며 두 명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노인은 주머니에 소중하게 모셔둔 바이크 열쇠를 꺼내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열쇠 구멍에 꽂아 넣는다.

그러자 엔진이 힘차게 돌아가며 오토바이에 시동이 걸리기 시작한다.

묵직한 엔진 소리와 모든 걸 짓누르는 듯한 중후한 배기음.

그 소리들은 시나브로 다가와 이 여정의 끝을 알리는 시발점이 되어 주었다.

“동윤아, 무전기 볼륨 줄이지 말고 항상 잘 듣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실패해도 되니까……. 절대 무리하지 말고, 조심해.”

노인은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하며 내 팔을 툭 툭 쳐주었다.

어느새 자글자글해진 노인의 눈주름.

하지만 변함없이 밝은 노인의 웃음은 잠깐 내포되어 있던 내 두려움을 전부 가시게 해 준다.

내 심장은 마치 차를 우려내기 시작한 뜨거운 물처럼 잔잔한 용기를 머금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노인의 헬멧 가림막을 내려 주며 가슴속에 심은 강철을 땡하고 울렸다.

부아아아앙-!

유대감의 신호탄은 이미 발사되었다.

노인이 힘차게 엑셀을 당기자, 바이크는 꾹 참고 있었던 포효를 힘차게 내뱉는다.

항상 조용하기만 회색 도시는 노인이 내지르는 4년간의 설움을 한 몸 가득 품었고,

정처 없이 허공을 떠다니던 기류는 순식간에 엔진 소리를 따라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바이크를 탄 노인은 한줄기 연장선이 되어 우리 앞에 놓은 회색 도시를 향해 질주한다.

때가 왔다, 가슴의 떨림이 잔잔히 가라앉는다.

“제 등만 보고 따라와요!”

나는 그 외침과 함께 리어카에 넣어둔 소총과 화살통을 등에 멨다.

그리고 아직도 넋 놓고 있는 최 부장과 김중원에게 호신용 무기를 하나씩 들려주며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등을 한 대씩 쳐준다.

이제 그들은 자전거 없이 리어카만을 끌게 될 것이다.

나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그 둘에게 내 등을 보며 속도를 맞추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고, 내가 들고 있는 소총을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넉넉한 화살과 탄창.

아마 그 곳까지 도달하는데 아무 문제는 없을 것이다.

[됐다! 대부분 따라오고 있어!]

그리고 앞섬에 꽂아둔 무전기에서 힘찬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를 이곳에 내버려 두고 먼저 출발한 노인.

빠른 바이크를 고집한 노인의 목적은 저 앞길에 안개처럼 포진하고 있는 검은 녀석들을 유인하는 것에 있었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최대한 배기량이 큰 오토바이와 요란한 소리가 나는 깡통을 끝에 매달아 둔 것이다.

“갑시다!”

나는 기다렸던 순간이 왔음을 직감하고 뒤에 있는 둘을 향해 힘차게 외쳤다.

그리고 발을 박차자 시야가 순식간에 좁아진다.

활을 꾹 잡고 있는 손에는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나는 고개를 들어 우리가 뛰어가야 할 길을 정면으로 직시한다.

시선이 너무나 익숙한 도시를 가로지르며 삶과 죽음을 양분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상황에 100%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 - -.”

공간을 차지한 이명 소리와 내 뒤를 다급하게 따라오는 남자들의 거친 숨소리가 예민한 귓가를 간지럽힌다.

너무나 익숙한 공간과 시간은 이미 느려진 지 오래.

내 손과 피부를 적신 감각은 울창한 숲처럼 뻗어 나가 모든 요소를 핥고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길게만 느껴지는 시선을 앞으로 뻗으며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구덩이’를 향해 더욱더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450m, 400m.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억겁의 순간.

저 앞에 우리가 돌아가야 하는 코너가 보인다.

하지만 금방 도달할 것 같던 그 거리는 엿가락처럼 쭈욱 늘어지기 시작했고,

온몸에는 바늘처럼 쿡쿡 찌르는 적당한 긴장감과 비장함이 엄습한다.

나는 뒤통수를 따끔하게 울리는 그 감각에 고개를 추켜올렸다.

“- - - - -끼이이익!!!!!”

회색 도시가 놈들의 울부짖음에 맞춰 공명하기 시작한다.

파르르 떨리는 대기와 피부로 느껴지는 살기.

아까 벌어진 노인의 행동은 벌집을 이루던 놈들의 신경을 건든 지 오래였고,

놈들의 영역으로 걸어 들어온 나의 존재는 잠자코 어둠에 숨어 있던 놈들에게 위협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나는 그 위협을 참고 또 참으며, 4년간 계획해 두었던 장소를 향해 필사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내 숨이 한순간 멈춘다.

“옆, 옆에! 옆에!! 아아악!!”

숨이 멈춘 그 순간 열심히 내 등만을 보고 따라오던 최 부장과 김중원이 갑자기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그들이 비명을 지르기에 앞서 이미 놈들의 공격을 알아차린 나는 재빨리 화살을 뽑아 들고 뒤를 향해 몸을 돌렸다.

끼기긱-.

한계까지 당겨지는 활시위와 너무나 정확하게 목표을 향하고 있는 화살촉.

나는 그 짧은 순간 수백 가지의 장면을 머리에 떠올리며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검은 녀석을 조준했다.

그리고 손가락을 풀자, 번개와 같은 화살이 퉁 하고 빠져나간다.

“- - - -끄르륵.”

화살이 놈의 턱을 꿰뚫고, 그대로 머리를 관통한다.

예리한 관통력보다는 부수는 파괴력에 중점을 둔 화살촉.

놈은 그대로 턱뼈와 두개골이 결딴나며 피와 뇌수를 질질 흘렸고, 살벌한 기색이 무색하게 형편없이 바닥에 떨어져 버린다.

내가 있음에도 놈들이 공격했다.

그렇다는 것은 정말 구덩이가 지척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리어카 내려놓고 따라와요!”

노인이 많은 녀석들을 유인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일부가 근처에 남아 있었다.

나는 여기까지가 이곳으로 따라온 그들의 한계인 것을 눈치챘고,

겁을 잔뜩 먹은 외부인들을 다그치며 서둘러 되돌아왔던 길을 뛰어가기 시작했다.

노인과 내가 미리 정해 두었던 임시 은신처.

그 둘을 그곳에 숨겨두고 나는 끝장을 볼 다짐을 한다.

리어카가 없으니 뜀박질은 더 빨라졌다.

하지만 뒤에서 불어오기 시작한 이질적인 기류와 모든 부정적인 기운을 뭉쳐놓은 것 같은 바람이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 숨 가쁘게 뛰고 있던 둘의 걸음은 느려지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냄새……. 우웨에엑!”

코끝을 찌르는 불쾌한 냄새.

마치 유황과 썩은 시체를 진창에 처박아 둔 것만 같은 냄새가 이 길가에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그리고 그 냄새를 맡은 최 부장은 잠깐 당황하더니 결국 토악질을 시작했고, 얼굴이 창백해진 최중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뒤에서 강렬하게 느껴지는 이질적인 기류.

이 느낌과 두려움은 누구에게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생명을 가지고 숨을 쉬는 인간이기에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죽는다, 죽을지도 모른다.

모든 죽음이 모여드는 저곳에 나와 두명의 남자는 자연스러운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버텨낸 나는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둘을 부축하고, 재빨리 달려온 방향을 향해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동윤아, 상황은!!]

내가 힘없이 비틀거리는 두 명을 반쯤 끌고 가다시피 길을 걷고 있는데, 앞섬에 꽂아둔 무전기가 또다시 울리며 커다란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도 울리고 있는 배기 소리와 분명 쫓기고 있는 게 분명한 노인의 다급한 목소리.

나는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음을 느끼며 온몸에 힘을 주고 뜀박질을 시작했다.

그리고 저 멀리 미리 락카로 표시해 둔 맨홀이 보이는 순간 노인을 향해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지금부터 시작해요!!”

[오케이!!!]

내가 신호하면 노인은 유인하던 놈들을 데리고 외곽을 뺑뺑 돌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으로 맨홀 뚜껑을 황급히 열며 역겨운 구덩이 냄새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그 둘을 내려보냈다.

이 도시와 아무런 연관도 없는 외부인의 역할을 이것으로 끝이다.

이제부터는 이 투쟁을 끝없이 이어갔던 우리의 몫이다.

“- - - - - - -!!!”

저 멀리서 노인이 외곽을 뱅뱅 돌고 있는 배기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증오의 장관을 이루고 있던 검은 녀석들은 흥분하며 미쳐 날뛰기 시작했고,

몸에서 거부반응을 보내고 있는 냄새와 이질감은 더더욱 짙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몸이 충실하게 따라주는 전의를 불태우며 등에 메고 있던 총을 앞으로 꺼내 들었다.

순식간에 몸이 앞으로 쏟아져 나간다.

내 몸은 4년간 억누르고 있던 울분을 토해내기라도 하듯 온몸에 있는 근육과 신경을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게 만든다.

저 멀리 폭탄이 실린 리어카가 보인다.

하지만 그 먼 거리는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가왔고, 나는 리어카 손잡이를 한 손으로 끌며 냄새가 진하게 풍겨오는 코너를 돌았다.

“- - - - - - -!!!”

“- - - - - - -끼이이이!!!”

그 순간 지옥의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차가운 죽음으로 물들어 있던 건물 벽에는 검은색과 회색으로 이루어진 놈들이 벌레들처럼 우르르 기어 다녔고,

인간이 만들어 낸 문명의 길은 놈들의 더러운 살점과 체액으로 범벅이 된 지 오래였다.

그리고 오래된 균열로 이루어진 길의 끝은 완전히 무너져 저 멀리 보이는 싱크홀의 근원을 이루고 있었다.

완전히 무너진 지반과 사방에서 들려오는 적의와 살육.

나는 그 거대한 원인과 마주하며 총을 빼들었다.

탕-! 탕! 타앙!

속이 끓어오른다.

놈들이 우리의 것을 탐내지 못하도록 했던 생명의 근원이 어김없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며 내 눈앞을 어지럽혔다.

그리고 나는 이 지옥을 가로지르는 하나의 절단면이 되어 기계처럼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말벌처럼 미친 듯이 싸돌아다니던 놈들은 이곳까지 걸어 들어온 천적을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는지 하나둘 벌레들의 대열에서 이탈하며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꾸물거리는 벌레들을 살충제로 지워 버리듯 덤벼드는 놈들을 하나씩 쓸어 내 버린다.

한 발, 한 놈.

두 발, 두 놈.

총구에서 불꽃이 쉼 없이 점멸하고 내 눈동자는 궤적에 선을 쫓는다.

“- - - - - - -끼이이이- 끄륵!”

나에게 달려드는 놈들의 숫자가 점점 많아진다.

하지만 그만큼 내 총구와 방아쇠에 속도도 빨라지기 시작했고, 보이지 않는 공간조차 내 영역에 닿는다.

한쪽 눈은 방아쇠, 또 다른 한쪽 눈은 착검된 대검이 눈앞에서 정신없이 뛰어논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닐 때, 내 정신이 오직 무기로 향할 때.

너무나 익숙하다는 듯 현재의 몸을 맡긴다.

그리고 나는 사각지대에서 날아오는 놈의 머리통을 박살 내는 것을 마지막으로 리어카를 잡아끌었다.

덜컹, 덜컹, 덜컹.

200m. 150m. 멀리서밖에 볼 수 밖에 없었던 구덩이가 드디어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고, 그 역겨움의 진창은 서서히 실체를 드러낸다.

마치 선명한 불똥이 튀는 지옥을 마주한 기분.

온몸에 깃든 신경과 숨결은 저 앞에 존재하는 구덩이를 향해 어김없이 거부반응을 보내왔지만,

나는 가야만 하는 철혈의 본능을 씹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l00m 앞까지 다가왔을 때, 주위를 정신없이 맴돌던 놈들이 기괴한 울부짖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 - - - - - -!!”

[동윤아, 느낌이 조금 이상하다. 빨리 서둘러.]

내가 눈치챈 걸 노인이 모를 리 없다.

놈들은 내가 자기들 목 앞까지 칼날을 들이민 걸 눈치챘는지, 큰 소음을 따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이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인 또한 자신을 따라오기 시작한 녀석들의 숫자가 적어졌다는 걸 알고 재빨리 무전을 보내온다.

하지만 나는 이미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그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 - - - - - -.”

100m. 시간이 느려지고, 공간이 좁아지기 시작한다.

나는 온몸에 힘을 주고 앞으로 나가면서 쉴새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걷어낸다, 걷어낸다, 그리고 또 걷어낸다.

내가 그동안 느꼈던 감각을 초월하는 무언가가 최적의 경로와 궤적을 안내했다.

하지만 구덩이로 접근하면 접근할수록 나를 끌어내려는 놈들의 저항은 강해지기 시작한다.

“- - - -부아아아앙-!”

그리고 때마침 가까운 거리에서 노인이 타고 오는 바이크 배기음이 강하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마 놈들이 더 이상 자신을 따라 오지 않자, 구덩이로 접근하는 나를 도와주기 위해 돌아온 모양.

서로가 말하지 않아도 단번에 알아챈 의도 앞에 나는 빈 탄창을 던지고 허리춤에서 밤새 갈아둔 대검을 꺼내 들었다.

온몸이 폭발하는 기분이 든다.

“- - - -끼이이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날아오던 검은 녀석의 대가리가 그대로 박살 난다.

내 발을 노리고 기어오는 놈의 머리통이 그대로 터트린다.

모든 것을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반복되는 죽음이 일어난다.

나는 진창 한가운데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갈대처럼 찍고, 차고, 죽이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l00m 안으로 줄어든 간격은 놈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가까워 지기 시작했고,

이제 싱크홀의 완전히 무너진 지반이 보일 때쯤, 나는 리어카를 힘차게 앞으로 밀었다.

“영감님, 이제 준비됐어요!”

이제 리어카를 30m 앞에 존재하는 싱크홀에 밀어 넣으면 된다.

나는 서둘러 리어카에서 기폭장치를 꺼내고, 나를 태우고 나가줄 노인의 바이크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 순간 무전기에서는 노인의 오케이 사인이 아닌,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윤아!!! 앞에 저 새끼 뭐야!!]

앞에?

순간 싸해지는 머리와 오랜만에 고개를 드는 위험본능이 저절로 고개를 추켜올리게 했다.

그리고 나는 더러운 말벌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보는 또 다른 존재가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마른 입술을 핥으며 대검 손잡이를 꾹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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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직 살아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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