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
‘- - - - - 끼이이이이!!!!’
근육이 팽창한다. 멈춰진 시간 속에서 내 신경과 판단은 가속화한다. 그리고 이때쯤이라고 판단된 순간, 나는 앞을 향해 몸을 날렸고, 골목에서 튀어나와 아이를 덮치려고 한 변종의 머리채와 목을 잡을 수 있었다.
가죽장갑 너머로 차가운 놈의 피부와 더러운 생명이 느껴진다. 녀석은 소녀를 먹을 생각에 더러운 침을 질질 흘리다가 갑자기 머리와 목에서 전해지는 저항감에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광기와 흐릿함이 묻어나오는 회색 눈은 벼려진 칼날보다 더 날카로운 내 눈동자와 마주한다.
나에게 망설임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 반대쪽 손은 그대로 허리춤으로 향했고, 잠이 오지 않던 시간 동안 갈아 둔 대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0.5초의 불과한 그 짧은 순간. 나는 천둥 전에 오는 번개처럼 대검으로 놈에 머리통을 내려찍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파괴의 감촉. 손끝 신경은 파르르 떨리고, 파괴에서 오는 폭발은 그대로 내 감정을 폭발시킨다. 그리고 두개골이 쩍 하고 갈라지는 감촉과 함께 놈은 몸을 빳빳하게 경직시킨다.
‘은서야!!!!’
후우-.
나는 한순간 폭발시켰던 본능의 여운을 시원하게 내뱉었다. 그러자 웅성거리며 아이를 챙기는 어른들 사이로 습격받을 뻔한 소녀의 부모로 보이는 남녀가 다급하게 이쪽을 뛰어왔다. 그들의 손에는 우리가 방금 배급해 준 식량이 들려 있었는데, 아마 저것을 받아오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워 둔 모양이다.
나는 놈의 머리통에서 대검을 뽑아 들고 피를 천천히 털어 내었다. 그리고 은서라고 불리던 아이를 끌어안는 가족에게 조용히 시선을 던졌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엄마는 눈물을 터트리며 아이를 끌어안았고, 그 옆에서 아빠는 나에게 고개를 연신 숙이며 감사 인사를 건네 왔다. 괜찮다, 아이가 무사해서 다행이다. 나는 그 짧은 대답만을 해 보이고 아직도 몸을 꿈틀거리는 변종의 머리채를 잡아 사람들이 더 이상 겁을 먹지 않게 자리를 피해주었다.
지금은 한참 동안 행군을 하다 잠깐 주어진 식사시간. 보호해야 하는 인원이 많은 만큼 내가 가만히 앉아 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그리고 내가 변종 시체를 이끌고 선두로 돌아오자 그 근처에서 총을 들고 있던 노인이 말을 걸어온다.
‘귀신같은 놈, 그건 또 어떻게 찾았냐? 거기 근방에 경비만 10명인데 단 한 명도 못 봤다고 하더라. 이쯤 되면 변종들보다 네가 더 무서워, 이놈아.’
나는 농담으로 하는 노인의 말을 듣고 웃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딱딱하게 굳은 내 표정을 보면 노인이 걱정이라도 할까 봐, 어쩔 수 없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나는 황급히 달려오는 경비들에게 시체처리를 맡기고 놈의 머리를 꿰뚫었던 대검 날을 깨끗한 천으로 닦아 내었다. 그리고 내 근처에서 급하게 에너지 바를 씹어 먹는 노인에게 말했다.
‘자신의 눈하고 귀를 믿지 말라고 전달해 줘요. 여태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이니, 이 말만 해 주면 금방 알아들을 거예요.’
놈들은 인간이 가지는 시각과 청각을 속인다. 지구상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타고난 사냥꾼이자 살인 기계들. 그런 악독한 놈들을 처리하기 위해선 근원 속에 파묻혀 있는 생존본능을 끄집어내야 한다.
물론 그래 줬으면 하는 거지, 잘난 체하며 강요를 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검은색 피가 묻은 내 손을 조용히 쳐다보며 내가 변하고 있다는 불쾌한 기분을 삼켜 낸다. 잠시 후, 잠깐의 휴식을 끝으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노인에게 물었다.
‘사상자는요?’
‘1명 중상, 2명 경상. 다행히 사망자는 없어.’
많은 놈이 봉쇄지역으로 몰려갔다고는 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무리나 변종들이 도시 곳곳에 포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보호해야 할 반경이 넓어져 놈들의 공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10분 간격으로 들려오는 비상 신호와 무전기 소리. 수시로 멈췄다가 움직이며 놈들을 처리하느라, 사람들도 우리도 체력이 빠르게 빠져나갔다. 그래도 바쁘게 뛰어다닌 보람은 있는지, 그 험난한 행군에도 사망자는 없었다.
‘봉쇄지역 밖으로 나가는 건 어두워진 다음이 좋겠죠?’
‘물론이지. 도착하면 근처에 베이스캠프부터 만들자.’
내 물음에 노인은 말해 봐야 뭐하냐는 듯 시원시원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벗어 두었던 가죽장갑을 끼었고, 곧 시간을 확인하며 천천히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
지금 시각은 한참 해가 떠 있는 시간인 오후 3시, 아침부터 꾸준하게 걸어왔지만, 생각보다 걸어갈 거리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나는 피곤함이 묻어 나오는 한숨을 푹 내쉬며 바닥에 내려 두었던 모자를 주워들고서 머리에 쓴다.
따뜻한 봄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 * *
앞에 보이는 나뭇가지를 걷어내자 산 한가운데 걸린 황혼이 주황빛 인사를 건네 온다. 하지만 나는 위를 가리고 있는 모자를 꾹 눌러쓰며 그 인사를 무시했고, 우리가 자리를 잡을 위치를 정신없이 스캔한다. 그리고 인기척과 우리에게 위험이 될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자 조용히 휘파람을 불며 내 뒤에 있을 사람들을 호출한다.
‘- - - - - -.’
이제는 척하면 척이다. 일행과 주민들은 내가 안전하다는 신호를 보내자마자 죽이고 있던 기척을 풀며 풀숲 밖으로 한 명씩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한 명, 두 명, 세 명. 소수였던 그 인원은 몰려오는 밀물처럼 늘어나기 시작했고, 곧 내가 발견한 넓은 공터에는 수많은 사람이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곳은 봉쇄지역과 대략 5km 떨어진 산에 한 귀퉁이.
주변에 많은 나무가 이 공터를 가려주고 있었기에 하룻밤을 보낼 장소로는 충분했다. 나는 근처에 놈들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긴장감이 빠져나가는 숨을 내뱉으며 등을 꼿꼿하게 세운다.
‘단체장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형님! 조금 쉬세요.’
1차 고비를 넘은 느낌이다. 그리고 다른 일행들도 나와 같이 생각하는지 조금 안심이 된 얼굴로 내 주위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공터에 도착한 주민들은 당장 앉아서 쉬는 것이 아닌, 각자 할 일을 하며 빠르게 캠프를 만들기 시작했다.
불을 피울 수 없기에, 추운 밤을 보낼 텐트를 치고 조잡하지만, 심리적으로 안심이 되는 바리케이드를 만든다. 그것은 마치 잘 만들어진 시계처럼 딱딱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모습 같았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우리는 사람들과 조금 동떨어진 곳에 앉아서 작은 회의를 시작한다.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는 일. 하지만 우리는 안심하기에 앞서 회의실에서 끝내 결정하지 못했던 시행일의 날짜를 잡기 위해 머리를 모았다. 그리고 이틀 전 다친 부위에 붕대를 감고 있던 강 형사가 미간을 천천히 긁으며 우리에게 물어온다.
‘오늘 밤은 무리겠죠?’
어찌 되었든 봉쇄지역 밖으로 움직이는 시간은 어둠이 우리를 가려 주는 야심한 밤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오늘 밤이냐, 내일 밤이냐에 대한 고민. 원래는 오늘 밤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지쳐 있었다.
서두름이냐, 안전이냐. 그것을 고려하고 있던 우리는 한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시간을 오래 끌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한 노인이 결국 대표로 입을 열어 의견을 밝힌다.
‘적어도 하루는 쉬어야지. 오늘 밤은 정찰을 미리 다녀오자.’
그리고 내가 노인의 말에 동의하자 우리의 의견은 순식간에 하나로 모였다. 물론 하루라는 정체 기간이 주는 위험이 있겠지만, 무리하게 사람들을 다그치다가 사망자가 나오는 것보다는 나았다.
나는 일행들에게 베이스캠프 건설과 관련된 이야기를 몇 번 더 해 주고 천천히 회의 종료를 알렸다. 앞으로 2시간 정도 쉰 다음에 봉쇄지역으로 정찰을 떠날 것이다. 나는 일행들에게 쉬라는 소리와 함께 모자를 눌러쓰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 * *
사람들은 최소한의 불과 최소한의 소음으로 밤을 보내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해가 완전히 지고 불빛 한 점 없는 베이스캠프는 마치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침묵으로 휩싸였고, 가끔 들려오는 웅성거림과 기침 소리만이 이곳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나는 그 거대한 규모의 텐트촌을 조용히 가로질러, 우리 일행들이 모여 있다는 지역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다른 텐트와 하등 다를 게 없는 조잡한 천을 옆으로 치우며 그 안에 있는 강수련과 채연이를 조용히 불렀다.
‘수련 씨.’
내 부름에 강수련은 대답 대신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든다. 텐트 중앙에는 정말 작은 촛불이 타오르고 있었고, 채연이는 귀여운 캐릭터 담요를 덮은 채 강수련 품속에 안겨 있었다. 그리고 강수련은 그 작은 불빛에 의지해 무언가를 바느질하고 있었는데, 눈을 뜨고 잘 보니 전부 내 옷과 장비들이었다. 항상 찢어지고 뜯겨도 하루 만에 본모습을 찾았던 내 옷들. 그것들은 전부 알게 모르게 내 옷들을 수선해 주는 강수련의 덕이었다.
‘밥은 드셨어요?’
내가 조용히 다가와 옆에 앉자, 강수련은 은은한 웃음을 머금고 물었다. 물론 나에게 다정하게 묻는 것과 동시에 장비를 수선해 주는 손만큼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이 어두운 곳에서 어찌나 야무지게 잘하는지, 그녀의 손은 거침이 없었고, 시간이 갈수록 내 옷은 본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난 그녀의 물음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이 들어 있는 아이를 향해 조용히 손을 뻗어 흐트러진 앞머리를 넘겨준다.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텐트 너머로는 사람들이 조용히 속삭이는 웅성거림과 연신 주변을 돌아다니는 경비들의 발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20분. 나는 그녀와 아이를 볼 수 있는 이 시간이 찰나와 같이 너무나 짧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바느질이 마무리되어 갈 때쯤 강수련은 먹먹한 얼굴로 촛불을 바라보며 나에게 물었다.
‘또 나가야 하는 거죠?’
오늘 밤 정찰이 있다는 것은 일행들 외에 아무에게도 알려 주지 않았다. 하지만 강수련은 내 행동과 얼굴을 통해 또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눈치챈 건지 슬픈 얼굴로 물어 왔다.
나는 그저 먹먹한 얼굴로 그녀의 촉촉하게 젖어 있는 눈동자를 마주하며 입안에 고여 있는 쓴 물을 천천히 삼킬 수밖에 없었다. 촛불이 내가 마음속에 흘리고 있는 물처럼 조용히 일렁인다. 그녀는 결국 하고 있던 바느질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숨죽여 훌쩍인다.
‘나 있잖아요, 사실 너무 무서워요. 그날 처음으로 눈을 뜨고 당신이 죽었다는 말이 들렸을 때, 너무 무서워서 밤새 울었어요.’
고통을 이겨내고, 항상 웃는 모습을 보여 줬다. 무슨 일이 있어도 꿋꿋하게 견뎌내며 남들에게 화사한 얼굴을 보여 주던 그녀였다. 하지만 지금 나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강수련은 보통의 여자와 다른 바가 없는 평범한 인간이었다.
내 속에 거머리 붙어있는 공포, 소중한 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그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히 나뿐만이 아니었다. 꿋꿋하게 고통을 참아 오던 그녀는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순간에 참고 참았던 슬픔이 결국 터졌는지, 나에게 안겨 오며 눈물을 터트린다. 그리고 고해성사를 하듯 가슴속에 꼭꼭 숨겨 둔 말을 망설임 없이 내뱉었다.
‘왜 하필 동윤 씨에요? 왜 동윤 씨만 그렇게 힘들어야 해요? 정말 잘못한 사람들은 밖에서 잘살고 있는데, 왜 그런 벌을 동윤 씨만 받아야 하는 건데요? 너무하잖아요. 정말……. 그건, 정말 아니잖아요…….’
누구를 탓하지? 누구를 저주하지? 우리를 이런 꼴로 만든 존재는 보이지 않는 증오의 형체였고, 우리를 고립시킨 사람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아무도 우리의 발버둥을 봐 주지 않는다.
이렇게 살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를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관심과 우리의 목을 노리는 총부리뿐이었다. 그리고 그 억울함과 실컷 외치지 못하는 비명은 숨죽여 우는 그녀의 눈물을 대변하고 있었다.
‘가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근데, 근데 그건 또 너무 이기적이잖아요. 당신만 보고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나밖에 없는 게 아닌데. 이렇게 말하면 동윤 씨가 힘들어할 거 알면서도 나는…….’
모든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다. 그녀는 고해성사하면서도 나를 향한 애정과 미안함이 부딪히는지 횡설수설, 말을 더듬는다. 하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모든 감정을 읽을 수 있었던 나는 울고 있는 그녀를 말없이 끌어안아 줬다.
눈앞에 촛불이 우리네 눈물처럼 일렁인다. 그리고 모든 생존자가 바라보고 있을 촛불을 나도 똑같이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저 작고, 미약하게 타오르는 불꽃이 언젠가는 꺼질지도 모르지만, 결코 그것이 지금은 아닐 것이다.
어둠이 깊어진다. 밤이 찾아온다. 이 숲과 도시는 물에 젖은 종이처럼 수많은 사람의 감정을 머금었다.
* * *
사사삭-.
어둠 속에선 칠흑보다 어두운 인영이 앞으로 뛰쳐나온다. 달은 우리가 움직이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구름 속에 모습을 감췄고, 피부를 감싸고 있는 살의는 우리가 나아갈 길을 조용히 제시해 준다. 나는 풀숲을 조용히 해치며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주위를 바람처럼 뛰쳐나온 일행들이 천천히 차지하기 시작했다. 침묵이 흐른다. 침묵 사이로 얼굴에 숯검정을 짙게 바른 노인이 조용히 속삭인다.
‘두식이는 더 쉬게 내버려 뒀다. 박대박이는 캠프를 지키라고 해 뒀고.’
오랜만에 구조대 원년 멤버들이 다시 뭉쳤다. 물론 두식이는 피곤함과 병 때문에 캠프에 남기는 했지만, 이 멤버가 최정예인 것은 바뀌지 않는 사실이다. 나는 내가 들고 있는 총에 노리쇠를 조용히 당겼고, 이제 몇 개 남지 않은 소음기를 조용히 어루만졌다.
그리고 노인은 가방에 챙겨 온 탄창들을 2개씩 배분해 주며 천천히 장비를 점검한다. 저 멀리 보이는 봉쇄지역에 대한 정찰. 사실 말이 정찰이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몰랐기에 불안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을 무사히 내보내기 위해선 현장 답습이 꼭 필요했다.
‘지시 전까지는 절대 사격하지 마세요. 최우선 목표는 무사히 복귀하는 겁니다.’
내 마지막 속삭임에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어둠 속에서 밝게 타오르는 눈동자를 돌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심장이 뛴다. 총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에는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나는 딱히 정해진 출발신호 없이 모자를 꾹 눌러쓰고 앞을 향해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나무, 숲, 풀, 나뭇가지.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요소가 순식간에 휙 휙 지나간다. 낙엽과 흙을 밟으며 나는 소리는 곧 내 일행들이 내뱉는 고요한 숨소리로 바뀌었고, 우리는 마친 한줄기의 바람처럼 봉쇄지역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뛰어가기를 1시간. 저 멀리서 전등이 만들어 낸 인위적인 불빛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