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
오래된 낙엽 위에 아직 녹지 않은 눈을 살며시 밟으며,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꾹 잡고 있는 대검 손잡이는 마치 내 손가락처럼 익숙했고, 그 앞에 달려 있는 차가운 칼날은 내 몸의 연장선처럼 느껴진다.
정면을 직시한다. 불어오는 찬 바람, 나와 용팔이 형제는 마치 그곳에 묻혀 가기라도 하듯 기척 없이 앞을 향해 천천히 전진하고 있었다. 그리고 웅성거림이 뚜렷한 말소리로 바뀔 때쯤, 나는 손을 들어 우리의 발걸음을 막았다.
‘처음이랑 말이 틀리지 않습니까!!’
‘장사가 잘되면 당연히 가격도 올라가는 게 당연한 거지. 싫으면 그냥 가시던가.’
나무 사이에 숨어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바라보자 5명 정도 되는 인원이 모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서 언성을 높이고 있는 중년 남성의 주변에는 가족들로 보이는 구성원이 모여 있었고, 그 반대편에서 한껏 야비함을 담을 얼굴로 귀를 후비는 양아치 두 명이 이죽거리고 있었다. 왜 아지트에서 떨어져 나와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용팔이 형제는 뜻하지 않는 기회를 얻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재빨리 수신호를 보내자 용팔이 형제가 양쪽으로 찢어져 놈들을 둘러싸는 포지션을 취한다. 그리고 나는 정면을 향해 천천히 접근하며 대검을 얼굴 아래로 들어 올렸다.
바삭바삭-.
다행히 발에 밟혀 부서지는 낙엽 소리들이 언성을 높이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에 파묻혀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보이지 도깨비처럼 다가가 놈들을 덮칠 준비를 했고, 발소리를 숨겨 준 중년 남성은 이죽거림에 화가 난 듯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쳤다.
‘그 많은 돈을 갑자기 어디서 구합니까! 지금 안쪽 상황 다 아시잖아요!’
밀수업자와 같은 일은 하는 중개인이라고, 어째 하는 짓도 똑같다. 놈들은 분명 막판에 가서 거래내용을 바꾸는 밀수업자와 같은 짓을 벌인 것 같다. 내가 앞으로 펼쳐질 대화를 예상하며 천천히 다가가는 사이에 중년 남성과 가족들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놈에게 매달렸다. 그러나 놈은 간이라도 보는 건지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가 한순간 표정을 싹 바꾸며 게슴츠레 눈을 뜬다.
‘뭐……, 방법이 없는 건 아니고.’
놈의 음흉한 눈빛이 멈춘 곳은 바로, 중년 남성의 딸과 부인을 향해 있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의도를 알법한 말과 시선. 그 시선 앞에 중년 남성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고, 부인과 갓 고등학교로 올라갔을 법한 딸은 얼굴을 붉게 붉힌다.
하지만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주변에 놈들이 없다는 것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숨어 봤자 의미가 없었다. 난 그대로 숨어 있던 자리에서 일어났고, 저쪽에 대기하고 있을 용팔이 형제를 부르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용팔아. 뒤에 있는 노란 티셔츠는 잡아만 놔.’
운 좋게도, 아지트를 습격하기에 앞서 한 놈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콩고물을 얻어먹으려는 끄나풀에 불과해 보였지만, 어떻게 이용하냐에 따라 일이 더 수월하게 풀릴지 모른다. 그리고 갑자기 튀어나온 나를 보며 그곳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멍하니 넋을 놓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중년 남성과 언쟁을 버리던 놈은 그나마 빨리 정신을 차리며 몸속에 숨겨 두었던 무기를 재빨리 꺼내 든다.
‘뭐, 뭐야! 시발, 너희가 불렀어?! 미친놈들이 꼬리를 매달고 여기까지 와? 죽고 싶어!’
‘아, 아닙니다! 모르는 사람입니다! 믿어 주세요!’
놈은 내가 이 가족들과 한패인 거로 착각했는지 몹시 흥분했다. 그리고 욕설이 섞인 다그침에 중년 남성은 깜짝 놀라며 손과 고개를 흔들었고, 놈이 무기를 꺼내 들자마자 자신들의 가족을 등 뒤로 숨긴다.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상황, 하지만 나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 대화 내용을 무시하며 현 상황에 집중했다.
천천히 시선을 내리자 놈이 들고 있는 회칼이 보인다. 날이 날카롭게 벼려져, 딱 한 번 찌르는 것만으로 몸 안의 뜨거운 피가 솟구칠 것 같았다.
회칼을 든 익숙한 모습에 그들이 그것을 어떤 용도로 썼을지가 짐작이 갔다. 내가 대검을 앞으로 들어 올림과 동시에 저 뒤쪽에서 뼈가 부서지는 살벌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
척하면 척이다. 뒤에서 나타난 용팔이 형제는 놈과 같이 있는 또 다른 끄나풀을 단숨에 제압했고, 다리뼈를 부숴 놓는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입을 막아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오지 않게 조치를 취해놓았다.
간결하면서도 살벌한 장면. 내 근처에 있는 가족들은 비명을 삼켰고, 이제 혼자 남겨진 놈은 어쩔 줄 몰라 사방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적어도 가능성이 보이는 이쪽을 돌파하려는지 놈은 나를 향해 회칼을 들이밀며 발을 굴렀다. 신경이 일어나고 대검을 잡은 손끝이 찌릿하다. 나는 그 찰나의 틈조차 주지 않으며 놈을 향해 대검을 투척했다.
꺼억-.
단말마가 솟아오르는 피에 막혀 제소리를 내지 못했다. 놈은 그대로 뚫려 버린 목을 움켜잡았고, 흐릿한 눈동자에서 주마등을 읽는다. 떨어지는 피와 회칼, 그리고 이제는 시체가 돼 버린 놈.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작은 비명을 따라 고개를 돌리며 검지로 입술을 막았다. 내 작은 손짓에서 나온 것은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가족들을 향한 경고였다.
‘소리 내지 마십쇼.’
둥글게 뭉쳐 나를 경계하는 그들. 하지만 경고는 제대로 먹혔는지 울음이 터진 여자들은 황급히 입을 막았고, 중년 남성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지켜본 나는 바닥에서 꿈틀거리던 시체를 그대로 지나쳐 용팔이 형제가 제압한 노란색 티셔츠를 향해 걸어갔다.
그곳에는 두식이가 제압한 놈이 다리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이기지 못했는지, 눈알을 뒤집고 기절해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용팔이 형제는 자연스럽게 주변을 경계한다.
‘혹, 혹시 군인이십니까?’
내가 바닥에 쪼그려 앉으며 등에 메고 있던 총을 내려놓자, 저 뒤에서 숨을 죽이고 있던 중년 남성이 물어왔다. 그런데 군인이냐는 질문에는 살았다는 기쁨보단 아니었으면 하는 두려움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중년 남자는 장벽 밖의 상황이 어떤지 대략이나마 알고 있는 눈치였다. 나는 가방에서 생수 한 병을 꺼내 들며 고개를 흔들었고, 다시 한 번 남자를 향해 경고했다.
‘아닙니다. 잠시 조용히 하고 계세요.’
그들이 우리가 구조해야 할 생존자일지는 몰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선 구구절절 설명해 줄 수가 없었다. 나는 일단 떨고 있는 그들을 배제해 두고 가방에서 꺼낸 생수를 기절한 놈의 얼굴에 그대로 뿌렸다. 차가운 날씨에 한기를 가득 품고 있는 생수. 그리고 그 차가운 물을 얼굴에 맞은 놈은 온몸을 버둥거리다가 뒤집어진 눈알을 똑바로 떴다. 하지만 뼈가 으스러진 다리에서 오는 고통은 뒤늦게 몰려오며 놈의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묻는 말에만 대답해.’
그러나 놈은 용팔이가 입에 구겨 넣은 천 때문에 말은커녕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그리고 온몸은 질긴 노끈으로 묶여 있었고, 기형적으로 꺾인 다리에서는 격한 고통이 밀려온다. 두려움과 고통에 찌든 얼굴, 나는 놈의 볼을 잡고 그대로 내 눈을 쳐다보게 했다. 압도적인 공포는 죽는다는 소름 끼치는 예감을 가져온다. 그 노도와 같은 여파를 처음 마주한 녀석은 붉게 충혈된 눈동자를 떨며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런 놈에게 입을 열어 물었다.
‘xx동에서 장사하는 밀수업자 놈들 알지? 그놈들이랑 통화하던 여자, 어디 있어?’
그 여자가 이 단체를 이끄는 대장일지도, 혹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 쪽과 통화한 건 그 여자고, 나는 그쪽으로 가겠다고 미리 통보까지 했다. 놈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통에서 오는 눈물과 콧물을 여과 없이 흘려내며 울부짖는다. 나는 조용히 입술 위에 검지를 올리며 놈의 입에 박혀있는 천을 빼주었다. 살벌하게 빛나는 대검의 날, 만약 소리를 지른다면 앞으로 어찌 될지는 녀석도 알고 있었다.
‘마, 마을회관……, 마을 중앙에 파란 지붕…….’
놈은 어찌나 떨고 있는지 나에게 말해 줄 한 문장조차 완성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충분한 대답을 들은 나는 중국 방언이 터지기 시작한 놈의 입에 다시 천을 욱여넣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을 탁탁 털자, 두식이가 약속이라도 한 듯 내 쪽을 향해 다가온다. 시간이 넉넉하더라도 빈둥빈둥하는 건 내 방식이 아니다. 재빨리 상황을 끝내고 다음 임무를 진행하자는 생각에 떨고 있는 난민 가족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저, 저희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입니다. 제발……. 제발, 살려 주십쇼.’
역시나 물어온 질문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고, 중년 남성은 사정하며 목숨을 구걸했다. 나는 그 모습에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손에 묻은 피를 바짓단에 닦아 내린다. 저들이 나를 어떤 모습을 볼까 궁금했지만, 할 일이 많았기에 긴 상념은 접어두기로 했다. 일단 나는 가장 안전하게 숨어 있을 수 있는 장소를 가리키며 그들에게 말했다.
‘저희는 군인도 브로커도 아닙니다. 하지만 가족분들과 같이 사실 수 있는 안전한 거처가 있는 곳을 아니까, 혹시 원하시면 이곳에 숨어계십쇼. 나중에 데리러 오겠습니다.’
사실 그들 입장에선 굉장히 믿기 힘든 말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어디로 향하든 위험한 것은 똑같았기에, 나는 가방에서 탐색조들이 쓰던 팸플릿을 그들 앞에 내려놓으며 약속했다. 그리고 동시에 총을 앞으로 돌려 맨다.
하아-.
숨을 내뱉자 쌀쌀한 산골날씨의 여운이 입김을 타고 솟아오른다. 그리고 나는 식어가는 피와 시체를 밟으며 앞을 향해 걸어갔다. 오늘부로 이곳은 폐업이다. 자리에서 벗어나며 저 가족들이 환불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시답지 않은 농담을 작게 중얼거렸다.
* * *
이곳은 서울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음에도, 전체적으로 회색 도시와는 다른 생소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개나리골이라는 이름과 굉장히 어울리는 조용한 시골 마을. 나는 짙은 회색으로 포장된 작은 골목을 용팔이 형제와 지나치며 중앙을 향해 천천히 파고들었다.
위치를 확보한 것을 시작으로 사방에서 대기하고 있는 일행들에게 무전을 보냈다. 나름 우리의 공격을 대비해 마을 전체를 경계했던 것 같은데, 부랑자들과 몇 달을 굴러다닌 일행들에게는 어린아이의 장난처럼 보였다.
목표는 정해졌다. 포위망을 형성한 채 움직이기 시작한 일행들은 천천히 중앙을 향해 간격을 좁혔고, 마을 곳곳에서는 소리 없는 비명이 낯선 기류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저희 먼저 진입하겠습니다. 2팀은 상황 끝나면 바로 들어와 주세요.’
[그러마.]
나는 임시로 찢어진 1, 2팀과의 무전을 마지막으로 통신을 종료했다. 그리고 날카롭게 갈린 신경과 긴장감을 속으로 삼키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파란 지붕을 향해 시선을 던진다. 파란 지붕이라기에 작은 규모의 기와집을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눈앞에 보이는 마을회관은 멋들어지게 지어진 3층 회색 건물이었다.
피를 닦은 대검에서는 아직도 검붉은 향기가 남아 있었다. 나는 총을 쏠 것도 없이 회관 입구를 지키고 있는 놈을 향해 대검을 던졌고, 옆에서 슬금슬금 접근하던 용팔이 형제 또한 깔끔하게 나머지 두 놈을 무력화시켰다. 노도와 같은 전진, 하지만 소리 없는 죽음은 조용하기만 하던 마을을 천천히 잠식했다.
우리는 바닥에 고인 피를 밟고 지나갔다는 흔적을 남긴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미용실이 딸린 1층은 클리어, 그대로 계단을 밟고 2층으로 향하자 씻지 않아 퀴퀴한 사람의 냄새와 함께 도수 높은 고량주 냄새가 천천히 풍겨왔다. 하지만 전체 인원이 밖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지 침낭이 널린 2층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한층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우리는 동시에 반응하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
‘하하---.’
부랑자 놈들이고 이놈들이고 고층을 왜 이리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오늘 하루 열심히 움직여 준 무릎을 콩콩 두드리며, 미어캣처럼 고개를 들고 있는 용팔이 형제에게 수신호를 보내며 총을 장전한다.
지나가는 시선으로 창밖을 보니 주변 상황은 대충 정리된 것 같았고, 이제 남은 것은 나에게 시원한 욕을 내뱉은 여자와 일부 놈들뿐이었다. 정확하게 1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지체할 것 없어 계단을 밟았다.
‘-----.’
3층으로 가까워질수록 웃음소리와 웅성거림이 더 짙어진다. 곧 나를 만나게 될 놈들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건물이 윙윙 울릴 정도로 즐겁게 놀고 있었다. 우리는 일렬로 계단을 밟으며 빠르게 소리가 들려오는 문 옆에 도착했다.
그리고 놈들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곳은 마을 경로당으로 쓰이는 3층의 큰 회관. 문 앞을 지키는 경비는 없었기에 우리는 맘 놓고 자세를 숙여 투명한 유리문을 통해 안쪽을 살필 수가 있었다.
‘하하-! 요즘 최 여사 덕분에, 내가 아주 사는 낙이 있어!’
‘어머, 제가 뭐 해드린 게 있나요? 다 김 과장님 덕분이죠.’
그래, 이 목소리다. 김 과장이라는 사람을 부르며 애교가 가득한 웃음을 머금는 중년 여성. 분명 전화 너머로 나에게 시원한 욕설을 내뱉던 그 여자의 목소리였다. 봉쇄지역 안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피코트와 짙은 화장, 그리고 욕심과 부덕이라는 살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그 여자는 단란주점과 같은 분위기 한가운데에서 어떤 남자들에게 대접을 진행 중이었다.
가벼운 옷을 입고 있는 여자들의 교성과 계속해서 오가는 비싼 양주. 나는 이질적인 그 광경을 시야에 담으며 내가 해야 할 일을 빠르게 수행하기 시작했다.
눈동자가 쉼 없이 굴러간다. 안쪽에 있는 놈들의 숫자를 대충 가늠해 보니, 제압해야 하는 사람은 총 15명. 생각보다 많은 숫자 앞에 어디로 진입할까, 이 유리한 상황을 어떻게 이용할까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하지만 그 순간 모든 생각과 고민을 일축해 버리는 소리가 내 옆에서 들려왔다.
[아~ 이 용팔이 새끼. 내가 가방에 이름표 달아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또 내꺼 들고 홀라당 가 버렸네. 박대박이! 그쪽 상황 끝났으면 노끈 하나만 가져다줘.]
[네, 어르신.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무전기 너머로 아주 크게 들려오는 찰진 노인의 욕설과 굵직한 박대박의 목소리. 그 큰 무전 내용이 울리자마자 우당탕거리는 소리와 함께, 한쪽에서 숨죽이고 있던 용팔이가 허겁지겁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가방에 꽂혀 있는 무전기를 두 손으로 꼭 쥐며 재빨리 전원을 꺼 버린다.
내가 무전기 볼륨 꼭 줄여놓으라고 했더니, 실수로 반대쪽으로 돌려놓은 모양. 나는 헉하는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는 용팔이를 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뱉었다.
‘형, 바보다.’
다 들켜 버린 마당에 두식이는 할 말을 해야겠다는 듯 용팔이를 나무랐고, 나는 조용히 노리쇠를 당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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