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
빈 건물로 들어가 복도 위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온몸을 강타하는 근육통과 함께 입에선 저절로 곡소리가 튀어나온다. 나는 어정쩡한 자세로 앉아 가방을 끌어안았고, 곧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대며 주머니에 넣어둔 지역지도를 펼쳐 든다. 꾸준하게 걸어온 보람이 있는지, 볼펜으로 설정한 경로에 상당수는 지워져 있었다. 앞으로 내가 걸어갈 길은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완만한 지대이자 도로. 멀게만 느껴지던 에덴이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 몸이 힘들구나. 난 한탄 섞인 읊조림을 입김과 내뱉었다. 그러자 고독으로 만들어진 아지랑이는 눈앞을 어지럽혔으며, 나는 오랜만에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지친 입에서는 씁쓸한 단내가 풍겨왔다. 그리고 잠깐 앉아있었을 뿐인데, 허벅지와 장딴지 근육은 단단하게 굳었고 노곤해지는 몸은 한시라도 빨리 휴식을 취하라고 윽박지른다.
그래, 내 실수다. 에덴으로 도착해 노인과 강수련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내 발걸음을 재촉했었다. 쉬고, 걷고. 쉬고 걷고. 노인이 거듭 강조했던 그 짧은 규칙마저 어긴 결과는 체력관리의 실패와 바닥으로 떨어지는 컨디션을 가져오고 만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지친 몸을 이끌며 빈 건물을 찾아 안으로 들어왔고, 다시 움직일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몸을 웅크리며 숨을 내쉬었다.
뭐라도 먹고 자야 할까? 하지만 강유미가 챙겨 준 가방 안에는 병실에서 먹었던 애견식품들이 다양하게 담겨 있었다. 물론 칼로리와 영양가는 있겠지만, 그 특유의 향을 맛봤던 나로서는 괜히 꺼리게 되는 게 사실. 나는 망설임 없이 가방을 닫아 버린다. 물론 구하고자 하면 못 구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입맛이 바닥을 치는 지금, 괜히 입안에 무언가를 넣었다고 다 토해낼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수분만 섭취하기로 타협하고 남은 물통에 있는 물을 전부 비웠다.
눈을 감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계단 아래로 건물을 파고드는 찬바람이 쌩쌩 불어오기 시작한다. 몰려오는 추위, 나는 구석으로 파고들며 가방을 꼭 끌어안았고, 지독한 고독과 함께 외로움을 절실히 느꼈다. 사실 힘들다. 많이 힘들어서 펑펑 울고 싶었다. 노인과 강수련이 괜찮은지 불안했고, 채연이가 있는 에덴은 문제없이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모든 일을 해결하고 이제는 에덴으로 갈 일만 남았건만, 난 그 2시간을 참지 못해서 이렇게 전전긍긍 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가 한심하면서도……. 스스로가 이해된다.
잠을 자야 하는데, 상념이 그것을 방해한다. 무리하더라도 조금 빨리 걸어볼까? 아니야. 차라리 적당한 텐션을 유지하면서 길게 걷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나저나 내 몸은 어떤 상태인 걸까? 그리고 도대체 놈들은 왜 도망갔던 거지? 에덴에 도착하면 검진을 받고, 그 연구원 남자에게 찾아가 이 사실을 모두 말해 줘야겠다. 아, 생각이 끝나자 상념이 저 바다 아래로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아득하니 멀어짐을 느꼈다.
무의식. 저 검은 무의식 속으로 내가 빨려 들어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내 팔다리가 달려 있는 게 맞는 걸까? 아니, 내가 살아 있는 게 맞는 걸까? 모든 게 마치 꿈처럼 느껴졌었는데, 왜 이제 와서야 이토록 슬프고, 아픈 것일까. 나는 지독한 현실을 다시 한 번 핥아내며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다시 일어나면 보일 희망, 그리고 조금만 더 걸어가면 내 근원을 이루는 모든 것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난 그 생각을 품속에 안고 절대로 꺼지지 않을 촛불 하나를 활활 불태웠다.
시간이 엉금엉금 기어간다.
* * *
‘-----.’
불어오는 찬 바람이 내 몸을 덮친다. 그 순간 나는 전원이 들어온 기계처럼 모든 신경이 일어났고, 신발이 감싸고 있는 발끝이 움찔거린다. 나는 눈가를 떨며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 본능적인 움직임은 허리춤에 감겨 있는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려 두게 했다.
어? 잠이 들었었다. 그것을 자각한 순간 내 몸은 모든 공간에서 오는 낯선 불안감을 경계했다. 그리고 나는 천근만근 같은 눈을 뜨며 흐릿한 주변을 살핀다. 왜지? 왜 깬 거지? 분명 내 잠을 깨운 외부요소가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난 그것을 듣지 못한 채 무의식 속에서만 느꼈다는 것이다. 신경이 따끔거리고, 마음이 불안하다. 분명 뭔가 있는 게 분명했다.
고개를 재빨리 흔들고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눈을 마지막으로 감았던 시간은 오후 1시 12분. 그리고 지금은 20분이 지난 22분이었다. 잠깐뿐인 쪽잠이었지만, 몸 컨디션은 아까보다 훨씬 좋아져 있었고, 나는 뚜렷해진 정신으로 상황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었다.
내려가는 계단 아래를 살핀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올라가는 계단 위를 살핀다. 아무도 없었다. 나는 당장은 직면하지 않은 위험을 경계하며 천천히 창문을 향해 걸어갔고, 곧 머리만을 배꼼하고 내밀며 내가 지나온 길가를 살피기 시작했다. 이곳은 도로 사이에 있는 완만한 경사의 골목이었다. 위로 올라가면 주거단지가 있었고, 이곳은 그 초입인 오피스텔이었다. 말 그대로 길이 좁다는 것이다.
덕분에 나는 한눈에 들어오는 모든 지형을 살필 수 있었고, 내 잠을 방해한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시야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이곳으로 들어오기 전에 근방을 어슬렁거리던 놈들은 모두 처리하고, 거주하는 생존자가 없다는 것까지 확인했었다. 하지만 이 불안감은 무엇이란 말인가? 꼭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처럼 간접적인 위험이 내 신경을 찌르기 시작한다.
‘-----!’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방황하기를 1분. 나는 천천히 힘이 빠져가는 팔다리를 느끼며, 스스로가 착각했을 거라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 들려오는 작은 소리는 모든 평안과 불감증을 깨부수는 폭탄이 되어 나에게 다가왔다. 내 귀가 움찔거린다. 그리고 동시에 대검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나는 공간을 떠도는 모든 소리를 싸잡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
소리다! 분명 소리가 들렸다. 불이 붙은 도화선이 터지기라도 한 듯 길게 찢어지는 소음이 내 고막을 뚫고 지나갔다. 나는 그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조잡한 대검 집을 풀며 장작패기 칼을 꺼내 들었다. 인간이 평온함을 건들지 않는 한, 이 조용한 회색 도시는 절대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에 생존자나 제삼의 존재가 있을 거란 걸 직감했고, 동시에 그것을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꺄아악!’
역시 생존자다. 나는 방금 들려온 소음이 여자가 내는 비명이란 걸 알았고, 서둘러 가방을 들어 움직일 채비를 시작했다. 비명은 아까보다 가까워져 있다. 그렇다는 것은 놈들을 피해 도망치는 생존자는 이쪽을 향해 오고 있다는 소리였다. 난 장작패기 칼을 꾹 집으며,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바퀴벌레보다 더 은밀한 이동으로 은폐할 장소를 징검다리 삼아 이곳저곳 옮겨 다닌다.
그러자 연신 들려오는 비명은 더욱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꺅!! 꺄아악!!’
그래, 일단 강수련과 노인은 아니다. 내가 위험을 자초하면서까지 나온 이유는 혹시 이 비명이 강수련이 내는 소리가 아닐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지금 들려오는 비명은 절대 강수련일 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 도시에서 비명을 지른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는 노련한 생존자라면, 차라리 입을 다물고 한걸음이라도 더 뛰기 위해 노력했을 테니까. 나는 소리가 들려오는 거리가 50m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재빨리 근처 건물로 들어갔다.
2층 복도에 몸을 처박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살며시 고개를 들어 복도 창문을 열었고. 아직도 비명이 들려오는 길을 향해 시선을 옮긴다. 좋다, 방향을 정확하게 잡았다. 나는 도망가는 생존자 두 명을 시야에 담을 수 있었다.
정확하게 5마리에게 쫓기는 그들은 여자와 남자로 이루어진 소수의 생존자들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내가 봐 왔던 생존자들과는 다른 묘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일단 그들을 구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움직일 준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눈을 가늘게 뜬다. 그리고 시선을 도려 도망가는 두 명을 자세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별생각이 없었다. 그들을 쫓아오는 놈들은 전부 5마리. 이제는 고작이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싱거운 상대였기에 난 기꺼이 칼을 들고 그들을 구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한순간 시야에 들어온 광경은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움직이려던 내 몸이 딱딱하게 굳었고, 내 표정은 경악과 충격으로 물들어 버린다.
잠깐만, 지금 저 남자가 들고 있는 거 카메라야?
유난히 걸음이 느리기에 그냥 체력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남자가 들고 있는 것은 작은 캠코더나 조잡한 카메라가 아닌, 방송국에서 사용하는 검은색 카메라였다. 선명하게 찍혀 있는 방송국 로고, 그것은 종말 전 내가 수없이 봤던 방송국의 로고였고, 이제는 볼 수 없는 물건이기도 했다.
근데, 근데! 근데……. 저게 왜 여기 있어!
저런 무거운 것을 들고 있으니 당연히 뜀박질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곳이 소중한 물건이라도 된다는 듯 애지중지 챙겼고, 자신이 죽을 위기까지 와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저 남자 그냥 카메라를 들고 뛰는 게 아니었다. 이러고 이유가 있었고, 이상한 집착을 가지는 목적이 있어 보였다.
머리가 아프다. 뒤통수를 강하게 맞은 듯 멍하기까지 하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고, 왜 카메라 따위를 들고 있냐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내 몸은 상념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단을 밟고 있었으며, 어느새 시야는 빠르게 건물을 나와 도로를 비추고 있었다. 나는 다리를 움직여 코너를 돌았다. 그리고 그들이 쫓기고 있는 근방까지 뛰어가 미친 듯이 몰려오는 놈들을 향해 거친 고함을 내뱉었다.
‘어이!!!’
순간 매우 급하게 흐르던 흐름이 멈춘다. 한곳을 향해 미친 듯이 몰려가 모든 걸 깨부수던 조류는 물살보다 더 강한 바위에 틀어 막혔고, 그 바위는 매섭기만 하던 조류의 흐름을 바꾸기 시작했다. 맨 뒤에 있던 카메라맨을 쫓던 놈들의 시선과 몸이 움직인다. 그리고 회색 눈은 동시에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장작패기 칼을 꺼내 들며 바닥에 쓴 내음이 섞인 침을 뱉었다.
‘------!!!’
아까 도망가던 놈들과 똑같은 반응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놈들도 처음에는 앞뒤 구분 없이 나에게 달려들기 바빴으니까. 나는 방심을 버리고, 완벽하게 싸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자 놈들은 기다렸다는 듯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고, 살의와 포식이 내 몸과 팔을 뜯어내기 위해 무형의 기운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나는 그 기운 앞에 윽박지르며 뜀박질을 시작했다. 시간이 느려진다. 그리고 내 몸은 자연스럽게 놈들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내 팔을 물려는 놈의 대가리를 칼로 내려찍고, 뇌수를 곤죽으로 만든다.
쩌억-. 까각.
칼을 내려찍고 들어 올리는 소리가 살벌하게 주변을 울렸고, 연쇄적으로 날아오는 공격을 피해 나는 미친 듯이 몸을 움직이고 공격했다. 볼에 더러운 피가 튀긴다. 아까 깨끗하게 닦아두었던 장작패기 칼은 이미 검은색 피로 흠뻑 젖은 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공간에서 외마디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오지마! 오지마아아!!!’
남자 목소리, 카메라맨? 나는 전의와 흥분으로 물든 이성을 붙잡으며, 그 비명을 빠르게 캐치해 내었다. 그리고 즉사하며 나에게 쓰러지는 놈을 발로 차 밀어내고, 재빨리 남자와 여자가 도망간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나와 싸우기를 포기한 그놈 한 마리가 바닥에 넘어진 카메라맨에게 올라타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남자는 애지중지 아끼던 카메라를 그제야 포기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지 오래였다. 놈은 지독한 집착과 살의를 보이며 남자 위로 올라탔고, 살을 으적으적 씹으며 배 위를 양손으로 헤집기 시작한다. 남자는 죽는다는 공포, 그리고 두려움에 찌들어 비명밖에 내지르지 못했고, 곧 피와 함께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다.
젠장, 젠장! 놈들이 나에 대한 공격을 포기할 줄 안다는 걸 잊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욕과 함께 거친 숨을 훅 내뱉었고, 나에게 달려드는 놈을 또 한 번 묵사발을 내버렸다.
겨우 5초. 그 5초는 한 놈을 죽이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2마리는 나와 회색 눈을 마주치더니, 아까 전 진순이와 같이 있을 때처럼 뒤를 돌아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 영역과 피라미드의 관계는 한순간 벌어진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넋 놓고 있을 틈이 없다. 재빨리 몸을 돌린 나는 남자의 배를 헤집고 있는 놈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피부와 살이 강제로 찢어지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돼지 내장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사람의 속 안을 본 적이 있는가? 나 역겨우면서도 처절한 그 장면을 시야 한가득 담았고, 죽어가는 사람이 내는 단말마를 귀 안 가득 담았다.
퍽!
날이 완전히 상해 버린 칼은 그대로 생살을 씹고 있는 놈의 관자놀이를 박살 내 버린다.
놈이 옆으로 넘어졌다.
한 번, 두 번, 세 번!
나는 놈의 목을 밟은 상태로 쉴 새 없이 칼을 내려찍었다. 칼날이 상해서 단단한 두개골을 가르지 못했지만, 내 칼에 실린 힘은 놈의 머리를 호두처럼 차근차근 깨부수게 해주긴 충분한 상태였다.
퍼석거리는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고, 놈은 곧 연약한 움직임을 멈추었다.
허억 허억.
입에서는 거친 숨과 함께 자책과 피곤이 몰려온다. 이명이 사라지고, 흥분은 불을 끈 냄비처럼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옆에서 피가 끓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칼을 바닥에 황급히 버리고 남자를 향해 다가갔다. 남자의 주변은 이미 많은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고, 배 안에 있는 내장들은 놈의 공격으로 인해 다 드러난 지 오래였다. 참담하다. 차마 똑바로 보지 못할 광경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장면을 정확하게 직시하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고, 피를 꺽 꺽 내뱉는 남자와 눈을 마주쳤다. 틀렸다. 그래, 이미 죽음이 예정된 상태였다. 나는 쇼크사로 죽어 버린 남자의 눈을 조용히 감겨주었다.
그리고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바닥에 떨어진 카메라로 향했다. 남자는 카메라를 촬영하는 중에 놈들에게 쫓기기 시작했는지 카메라는 전원조차 끄지 못했었다. 렌즈 옆으로 들어오는 붉은빛, 그것은 촬영을 계속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했고, 바닥에 고인 피를 쳐다보는 무형의 시선과 같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남자의 몸을 뒤졌고, 곧 목에 걸려 있는 파란색 줄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머리가 아프다. 정신이 혼란스럽다. 내 머리만큼이나 떨리고 있는 손은 그 파란 줄을 천천히 따라갔고, 그 끝에 사원증이 달려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검은색 피가 가득 묻어있는 손을 닦을 생각도 못 했다. 그리고 그대로 남자가 메고 있던 사원증을 빼낸다. 사원증을 읽는다.
이름, 배지원. xxx 방송국 소속, 그리고……. 그리고 갱신날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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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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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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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닥에 떨어진 칼을 잡고 저 멀리 도망가고 있는 여자를 추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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