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
‘와, 근데 진짜 뭐 하시는 분인데, 그렇게 잘 싸우세요? 정말 군인 아니죠?’
자신들을 구조해 주겠다는 확답을 듣고 난 뒤라 그런지, 진순이는 나를 동네 밖으로 배웅하는 내내 표정이 밝았다. 그리고 입을 한시도 다물지 않으며,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이끄는 일행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엄청나게 크다고 설명한 에덴이란 곳을 도대체 어디인지. 오랜만에 맛본 희망은 활기찬 청년을 더 밝게 만들어 주었고, 나는 귀찮음과 동시에 오랜만에 느껴보는 순수함 앞에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농담처럼 대답했다.
‘비밀입니다.’
물론 비밀은 아니다. 그냥 평범한 일을 하다가 발악하며 살아온 사람일 뿐이니까. 하지만 진순이는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안 것처럼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었고, 이내 입술 위에 검지를 올렸다. 비장한 얼굴, 그리고 절대로 함구하겠다는 제스처. 그 모습을 보던 나는 그만 소리 내서 웃고 말았다. 험악하게 생겨서 그렇지 마음만큼은 두식이처럼 순진한 사람이었다.
그의 말대로 이 동네를 벗어나는 길은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웠다. 도로와 도로, 그리고 그것을 이어주는 골목 속의 골목. 도로는 차로 인해 꽉꽉 막혀 있었고, 간혹 보이는 낡은 바리케이드들은 파상풍에 걸릴 것 같은 낡은 못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하지만 진순이는 그 가시밭길을 자기 앞마당처럼 자연스럽게 넘나들었고, 덕분에 나는 수월한 행군을 지속할 수 있었다. 걸으면서 지역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행군 진로를 그려내기 시작했다.
‘저, 저……. 아저씨. 여기는 피해 가야겠는데요?’
내가 한동안 진순이에게 안내를 맡기며 지도를 보고 있는데, 옆에서 잔뜩 겁을 먹은 목소리가 내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진순이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들었고, 시야에서 어슬렁거리는 놈들 5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놈들은 벽을 멍하니 바라보며 골목을 가로막고 있다. 우리는 저 좁은 골목을 통과해야 하는 걸까? 나는 진순이가 겁먹은 얼굴로 나를 부른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이 주변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놈들의 출몰이 적은 곳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까지 걸어오는 동안 놈들을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었으며, 있다고 해도 진순이가 알아서 잘 피해 갔었다. 우리는 운 좋은 행군을 지속하며 한동안 경계태세 풀 수 있었지만, 그 행운은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았다. 놈들이 앞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막고 있다. 우리는 뺄 수도, 뚫을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 부딪히고 만 것이다.
‘원래는 여기에 없던 놈들인데…….’
놈들과 싸우지를 못해서 그렇지, 나만큼이나 괴물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는 진순이었다. 한곳에 정착하면, 절대 자리를 옮기지 않는 놈들은 오늘 무슨 바람이라도 불었는지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막는 돌발행동을 하고 있었다. 되돌아가자니 길이 하나라 장시간 이동이 필요했고, 뚫고 가자니 진순이는 무리라고 판단한 모양. 하지만 놈들을 바라보는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겁 많던 용팔이를 데리고 놈들과 마주한 때가 생각났다. 그래, 털보 아저씨와 만나기 전 철물점 앞에서 말이다. 그날의 용팔이도 겁에 질려 있는 진순이와 똑같은 얼굴을 하며 나에게 놈들을 피해가자고 말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날 이렇게 꼭 어깨를 잡아주며 무섭지 않다고, 괜찮다고 말해 주었던게 기억에 남았다. 내가 어깨를 꾹 잡아주자 진순이는 멍청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오른손으로는 진순이의 어깨를 잡고, 남은 왼손으로는 검집에서 날붙이를 꺼내 들었다.
‘잡고 갑시다.’
‘네, 네? 하지만 아까 3마리랑은…….’
다르다. 그가 삼킨 뒷말처럼 3마리랑 5마리는 근접전에 있어 차원이 다른 숫자였다. 당연히 시간이 걸리더라도 도망간다는 판단이 맞았고,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나는 그날 용팔이에게 해 줬던 것처럼 사람 좋고, 순수한 진순이에게 세상이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 단 한 가지를 각인시킬 기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르륵, 천으로 만든 검집이 풀어지며 내 몸은 어느새 싸울 준비를 시작했다. 목을 움직이자 딱딱하게 굳은 근육이 준비되었다고 말했고, 그 옆에서는 진순이는 준비가 안 됐다고 말한다.
정말요? 진짜요? 농담이죠? 전부 5마리라고요! 그는 저 앞에 놈들이 있다는 것조차 까먹었는지 애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가만히 지켜보라는 듯 그의 어깨를 꾹 잡았다. 오른손에 쥐고 있는 조잡한 칼 손잡이가 끼긱 소리를 내며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역동적으로 비틀어지는 내 근육도 싸우기 직전 고함을 내지른다.
‘---.’
놈들을 부르는 자극적인 행동은 사치였다. 나는 그저 골목을 향해 조용히 걸으며 놈들에게 들릴 만큼의 작은 휘파람을 불뿐이었다.
휘이~.
휘파람 소리가 고요하게 울려 퍼지고,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던 5마리는 동시에 나를 바라본다. 놈들이 회색 눈동자를 붉게 물들였고, 동시에 회색 피부 위에는 검은색 핏줄이 돋아난다. 흐느적거리던 놈들은 긴 방황을 마치고 마침내 이곳을 향한 미친 뜀박질을 시작했다.
눈이 쌓인 흰 바닥은 놈들의 뜀박질로 더러워진다. 조용했던 골목은 놈들이 내지르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차고 말았다. 뒤에서 진순이가 내는 숨죽인 공포가 들려왔으며, 익숙한 공기가 내 피부를 핥고 지나갔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절대 잊지 말라는 듯 날붙이를 앞으로 천천히 내밀었다. 그리고 놈들과 마주하며 앞을 향해 미친 듯이 뛰어가기 시작했다.
낭떠러지 뒤로는 더 이상 도망갈 길이 없다.
언젠간 그런 상황을 마주할 그가,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놈들은 이성이 없기에 급소를 공격하는 영리한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보이는 살점에만 집중하는 놈들은 이상하게도 온몸을 던지며 공격할 때가 제일 빈틈이 많았다. 놈은 시야에서 들어오지 않는 공격에 반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모습에 익숙한 나는 내 팔을 물어뜯으려 입을 벌리는 놈의 대가리에 장작패기 칼을 힘차게 내려찍었다.
쩌억!
수박을 반으로 가르는 듯한 시원한 소리가 통쾌하게 울려 퍼졌다.
두쿵, 두쿵.
검은색 피와 뇌수를 본 시야는 그 장면을 고스란히 뇌로 가져간다. 그리고 찌릿한 감각을 맛본 뇌는 자연스럽게 심장을 압박하며, 내 근육과 뼈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칼날이 깊숙하게 파고 들어가 놈의 두개골을 완전히 박살 내놓았다. 나는 능숙하게 장작패기 칼을 끌어올렸고, 머리가 쪼개진 놈을 그대로 발로 차 밀어 버린다.
좁은 골목이다. 아무리 5마리가 우루루 몰려와 봤자, 좁은 간격은 나를 포위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내가 발로 차 밀어 버린 놈은 마지막 경련을 일으키며 뒤에서 달려오는 놈들과 부딪힌다. 그리고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있던 놈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바닥에 넘어졌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한 번 앞으로 달려갔다. 팔 근육이 꿈틀거린다. 이제 고통마저 내 친한 친구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를 악물고, 넘어진 놈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퍽 소리와 함께 장작패기 칼이 관자놀이를 파고 들어갔다. 그것은 자른다는 행위가 아니라 머리를 파괴하는 폭력의 근원 같았다. 뭉툭한 칼날은 관자놀이를 그대로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통조림 뚜껑을 따듯이 칼날을 비틀어 그대로 놈의 머리를 개 박살 내었다. 살벌한 소리가 우두둑 울리고, 내 입에선 증기 같은 입김이 새어 나온다.
1초.
그 짧지만 긴 시간은 내가 장작패기 칼을 다시 빼 들어 머리가 박살 난 놈을 끝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아저씨!! 밑에요!!!’
그리고 내가 예상했던 상황이 찰나의 순간 벌어지고 만다. 비록 좁은 골목이지만, 놈들의 집착은 지구상에 그 어떤 생물을 초월하는 악랄함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한 놈을 상대하며 길을 틀어막자, 저 뒤에 있던 놈이 자세를 숙이며 그 좁은 사이를 기어와 내 다리를 물려고 했다. 꼭 좁은 강물 사이를 파고드는 악어 한 마리 같은 모습은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진순이까지 뛰쳐나오게 만들었고, 상황은 안 좋게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내 신경은 반응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이 모든 공간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듯 본능은 기계적인 움직임을 취하게 만들어 줬으니까. 나는 공격을 피해 재빨리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렸고, 그대로 놈의 턱과 머리를 차 버렸다.
덜컥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 뒤, 놈의 대가리는 그대로 골목 벽에 부딪혀 뼈가 박살 나는 살벌한 소리를 낸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나는 놈의 목을 밟고 장작을 패듯 머리를 내려찍어 목숨을 끊어 놓았다.
놈의 머리를 걷어찬 발의 신경이 짜르르 진동하고, 두개골을 박살 낸 칼에서는 내 심장 소리가 공명한다. 거기에 내 이성이 찢어지는 소리가 더해지는 순간, 나는 앞을 향해 칼날을 휘둘러 검은색 피를 털어 낸다. 온몸에서 고양과 함께 전의가 끓어오른다.
후욱-, 후욱-.
가슴속에서 끓어오른 증기가 차갑게 식은 머리와 만난다. 내 눈동자로 증기가 고인다. 그리고 그 고인 증기는 응축된 근원을 만들어 내었다. 무언가에 취한다. 무언가에 홀렸다. 나는 그 감각에 온전히 몸을 맡기며, 이 상황에 100% 집중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어떠한 고통과 번뇌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 정신을 괴롭히던 망설임과 두려움은 저 한강 물에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나는 온종일 싸움만 할 수 있는 기계처럼 온몸에 기름칠을 더하기 시작한다.
‘끼----.’
‘끼이이----.’
어?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건 거대한 고함이나 비명이 아닌, 허무함에서 오는 외마디 탄성이었다. 바람이 빠지는 풍선처럼 온몸을 가득 채우고 있던 흥분과 살의가 한순간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차지한 것은 허무함과 쇼크에서 오는 의문이었다.
아?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빠르게 다음 공격을 해 올 다른 놈들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내 시야에는 시체 3구와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괴물 2마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잠깐, 떨어져 있다고?
칼날에서 흐른 검은색 피가 손잡이에 고였다가 내 손을 한가득 적신다. 하지만 나는 그 감촉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큰 충격에 빠져 있었다. 지금 놈들은 처음 들어오는 소리를 내며 나에게 향하는 살의를 치운 것이다.
끼? 끼이이? 꼭 개나 새가 내는 소리 같기도 하고, 바람이 빠지는 풍선 소리 같기도 했다. 맙소사, 놈들이 살금살금 물러나기 시작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나와의 전투를 피하고 있는 것이다.
겁을 먹었다. 그래, 놈들이 겁을 먹었다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놈들은 꼭 변종을 만났을 때처럼 나의 영역에서 물러나고 있었고, 저 회색 눈으로 공격을 경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왜? 왜 여태 보여 주지 않던 모습을 지금 보여 주는 거지? 놈들은 결코 물러나지 않는다. 절대 후퇴하지 않는다.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있는 놈들은 누군가의 명령과 지시 없이도 인간을 죽고 먹이는 억겁의 살육이었다.
하지만 지금 모습은……, 꼭 꼬리를 내린 개새끼와 같았다.
‘뭐, 뭡니까? 네? 재들 왜 저래요?’
나를 황급히 뒤따라온 진순이가 내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리고 진순이는 이런 장면은 처음 보는지 너무나 생소한 모습 앞에 불안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나는 앞으로 추켜들고 있는 장작패기 칼을 천천히 내렸다. 그리고 내가 따라오기라도 할까, 슬금슬금 도망가기 시작하는 놈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는 황급히 옷 냄새를 맡으며 진순이에게 물었다.
‘혹시 제 옷 세탁했습니까?’
레스토랑에서 탈출하기 전 분명 변종의 시체에서 피를 꺼내 내 옷과 피부에 묻혔었다. 하지만 피부에 묻은 피는 한강 물을 타고 흐르다 다 지워졌을 것이고, 혹시 옷에 묻은 피는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내 코끝을 찌르는 것은 역겹고 비릿한 변종의 피 냄새가 아닌 너무나 상쾌하면서도 친숙한 치약 냄새였다. 그리고 동시에 내 옷깃을 잡은 진순이가 대답했다.
‘아, 유미 누나가 옷에서 이상한 냄새 난다고 세탁했는데…….’
참 자상하고 친절한 여자다. 내가 기절해 있는 사이에 옷을 벗겨다가 그새 세탁까지 해 준 모양이다. 나는 허무함을 느끼며 내 옷에서 코를 때었고, 복잡한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내가 묻히고 왔던 변종의 체취는 이미 사라졌다.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던 놈들도 처음에는 나에게 망설임 없이 달려들어 공격을 가하기도 했었다.
근데 왜? 왜 지금은 도망을 가는 거지? 내가 좁아진 시야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고 있는데, 내 옆에 서 있던 진순이가 다급하게 외쳤다.
‘어! 어어!! 도망간다, 도망가!’
눈치를 보며 뒷걸음질만 치던 놈들이다. 하지만 내가 공격할 의사를 버리고 혼자 생각에 빠지자 놈들은 기다렸다는 듯 뒤로 돌아 도망가기 시작했다. 물론 인간의 도망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꼭 내가 그은 선 밖으로 밀려나는 모습이랄까?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침음성을 내뱉었고, 진순이 또한 믿지 못하겠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싸움은 나에게 짙은 혼란을 남겨주고, 허무하게 끝나 버리고 말았다. 살아생전 놈들이 나를 피해 도망가는 장면을 볼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기쁘냐고? 아니, 나는 이런 일이 생겨서 기쁘기보다는 너무나 생소한 반응 앞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일기를 쓰는 지금도……. 이유를 알지 못할 만큼 너무나 기이한 현상이었다. 그리고 놈들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침을 꼴깍 삼킨 진순이는 나에게서 슬금슬금 떨어지며 물었다.
‘저……. 아저씨. 괴물 아니죠?’
* * *
단순히 싸움이라는 걸 보여 주기 위해 시작한 일이 뜻밖의 괴리감과 허무함을 남기고 떠나갔다. 아까 일이 있었던 이후로 한동안 말이 없던 진순이었지만, 나와 헤어질 때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시끄럽게 떠들며 나를 추켜세워줬고, 나는 그 칭찬을 귓등으로 흘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저 멀리 도로가 끝나는 지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난 아직도 가시지 않는 여운을 가지고 걷다가 곧 동네가 끝나는 도로에서 진순이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내가 진순이네를 구조하러 갈 시간을 간략하게 정했고, 짧은 악수를 나누며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을 달랬다. 심정이 참 복잡하다. 하지만 나는 그 여운을 빠르게 털어 내며 흐흐 웃고 있는 진순이와 대화를 나누었다.
‘나중에 동료분들도 꼭 소개시켜 주세요.’
‘네. 아마 저희 일행들도 좋아할 겁니다. 그리고 한동안 식량 구하는 건 자제하시고, 최대한 병원 안에 있으세요.’
빠르면 3일, 늦어도 4일이면 될 것이다. 나는 그동안 이 순진한 사내가 꼭 살아 있기를 기원했고, 진순이도 내 손을 흔들어 주며 에덴까지 무사히 도착할 것을 빌어 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자리에서 헤어지며, 각자의 위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고개를 들자 도로가 보인다. 그 도로는 온통 차로 막혀 있었고, 그 뒤로는 회색 도시가 장대하게 펼쳐져 있었다. 나는 찬바람으로 말라 버린 입술을 핥았고, 곧 그 도로를 따라 빠르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에덴은 멀지만, 눈앞에 에덴이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등대를 발견한 한 척의 돛단배가 되어 넘실거리는 그리움을 타고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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