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아직 살아있다-156화 (156/313)

[156]

‘아저씨.’

나를 깨우는 소리에 비몽사몽 하며 눈을 비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격한 움직임의 여파는 모든 일이 마무리돼서야 찾아왔고, 난 욱신거리는 상처와 근육을 느끼며 반나절 동안 잠에 빠져있었다. 꿈에서는 나를 향해 달려오는 일행들과 아이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쪽으로 달려가지 못했고, 간격과 그리움이라는 어둠에 허우적거렸다. 그리고 저 깊은 심연으로 빨려 들어갈 때쯤, 너무나 타이밍 좋게 누군가 나를 깨워 준 것이다.

‘식사는 하고 주무셔야죠.’

눈을 완전히 뜨자 누군가 나에게 통조림 하나를 내밀고 있었다. 통조림을 눈앞에 마주한 시선은 자연스럽게 위로 향했고, 그 통조림을 내민 누군가가 아직도 분홍색 털모자를 쓰고 있는 진순이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피곤과 아픔이 뒤늦게 몰려와서일까? 나는 힘겹게 상반신을 일으키며 신음을 흘렸고, 곧 그가 내미는 통조림을 받아들었다. 손바닥 반만 한 보라색 통조림. 워낙 주변이 어두웠기에 상표는 읽을 수 없었지만, 몸을 회복하기 위해선 뭐라도 목구멍으로 넘겨야 했다. 나는 통조림을 따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조금 시장했는데.’

내 감사 인사에 진순이는 후덕하게 웃었고, 어서 먹어보라는 듯 친근한 제스처를 취한다. 그리고 나는 침대 옆에 앉는 그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어 주었다. 식량이다, 동시에 호의다. 난 음식이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입을 억지로 벌려 통조림 내부에 있는 음식을 쓸어 넣었다. 피곤함 때문일까? 맛이라는 감각보다는 혀를 적시는 기름만이 느껴진다.

특이한 향이다. 꼭 인도 음식 같은 이질감이 있달까? 나는 이 음식이 뭘까 싶어 조용히 달빛에 통조림 상표를 비춰 보았는데, 그곳에는 개 한 마리가 아주 환하게 웃고 있었다. 작은 글자가 흐릿하게 보인다. 친환경, 유기농 소재로 만든 음식을 반려견에게 먹여 보세요! 난 그 문구를 조용히 읊조렸고, 순간 튀어나오는 기침을 참지 못했다.

쿨럭쿨럭.

내 옆에서 통조림을 까먹던 진순이가 깜짝 놀라 나를 바라본다.

‘어? 입에 안 맞으시나?’

개 먹이를 사람이 먹었으니 당연히 입에 안 맞겠지. 하지만 나는 그가 먹고 있는 고양이 통조림을 보며 머리 한구석에 품고 있던 불쾌함을 깡그리 날려 버렸다. 그래, 그 짧으면서도 긴 시간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바꾸기에는 충분했다. 당장 배가 고파 죽겠는데, 맛과 품질이 무슨 상관일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이 종말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 개 먹이를 먹었다는 것에 불쾌함을 느낀 나 자신이 한심해졌다.

‘다들 똑같은 거 먹고 계신 건가요?’

나는 병실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해가 지자마자 침묵으로 휩싸인 이곳은 아까보다 더 많아진 사람들이 뭉쳐 잠이 들거나 소곤소곤 수다를 떠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쪽으로 시선을 주거나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까 낮의 일 때문인 걸까? 왠지 나를 보는 시선에는 짙은 경계와 함께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내 질문을 받은 진순이는 깜짝 놀라며 입술 위에 검지를 올린다.

‘쉿, 쉿! 이거 다른 사람들이 알면 큰일 나요!’

‘……네? 왜요?’

‘딱 두 개 남은 거 가져왔거든요. 손님 오셨으니 특식 드려야지.’

‘아…….’

내 입에서는 한탄 같은 숨이 빠져나왔다. 그래, 이게 특식이었단 말이지. 그렇다면 평소에는 어떤 음식을 먹고 있는지 예상이 가기 시작했다. 깊게 생각할수록 입안만 씁쓸해진다. 저 잘했죠? 하고 웃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쓰게 웃었고, 곧 그가 아끼고 또 아꼈을 강아지 통조림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비린 맛과 함께 특이한 향이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입을 꾹 다물고 그것을 모두 목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잘 먹었어요.’

‘에이, 뭘요. 아! 그리고 다 먹은 통은 저한테 주세요. 쓸데가 아직 있어요.’

그는 빈 통조림까지 살뜰하게 챙기려 했다. 그의 말을 들은 나는 내용물이 전부 사라진 통조림을 건넸고, 다시 잠을 자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그 모습에 진순이도 내가 더 쉬어야 한다는 걸 아는지, 빈 통조림을 치우며 얌전히 몸을 움직였다.

그가 나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그것은 나에게 쉬라는 인사이기도 했고, 오늘 낮에 자신을 구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이기도 했다. 나 또한 그에게 마주 보며 고개를 숙였고, 천천히 누우며 냄새나는 이불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모든 게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한 그 순간, 병실을 나가려는 그가 걸음을 멈추며 나에게 물었다.

‘저기……. 죄송한데,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나는 막 감으려는 눈을 살며시 뜨며 병실 문손잡이를 잡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진순이는 아까와는 달리 무언가 불안하고, 초조한 낯빛으로 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런 생소한 모습 앞에 나는 잠시 의아함을 느꼈지만, 곧 편하게 하라는 말과 함께 다시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러자 문에 시선을 고정한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혹시, 정부에서 오신 분이세요? 아니면, 경찰? 군인?’

그가 정부라는 단어를 두둔하자마자 방 안의 공기는 싸늘하게 식었고, 아까까지만 해도 조용히 수다를 떨던 사람들이 입을 꾹 다물었다. 사방에선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고, 그 시선에는 분명 일상으로의 복귀라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치열하게 살아남았고, 처절하게 살고 있다. 간혹 찾아오는 위기 때문에 미래라는 희망을 잃기는 했지만, 그 간절함이 절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나는 건조한 숨을 내뱉으며 그에게 물었다.

‘그게 중요한가요?’

아무런 생각 없이 듣는 사람은 단순히 그를 떠보는 질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한 질문은 병실 문 앞에 서 있는 진순이와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모든 사람을 향하는 물음이기도 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동안 이 개와 돼지들이 해 왔던 의존이란 게 무엇인지를 묻는 경종이었다. 이 사람들은 아직도 자신을 일상으로 되돌려줄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내 물음에 진순이가 입술을 떨며 대답한다.

‘오늘 아저씨가 상대하신 놈들 있잖아요? 그 괴물 3마리요.’

주변의 정적이 이어진다. 아마 낮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며, 두려움을 곱씹는 중인 것 같았다. 나는 아무런 표정 없는 얼굴로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고, 나에게 시선을 고정하는 사람들에게서 다른 날의 기억을 읽었다. 그리고 그 기억을 떠올린 진순이는 무언가 넋이 빠진 사람처럼 나를 향해 중얼중얼 말을 읊조린다.

‘예전에 그 3마리를 죽이려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거든요? 아저씨는 굉장히 쉽게 죽이던데……. 왜 우리는 못 했을까요?’

인간은 스스로를 묶을 족쇄를 만들 줄 안다. 그 족쇄는 이성을 마비시키는 공포였고, 때로는 현실에서 도피할 길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놈들은 죽는다. 머리를 부수면 분명히 죽는다. 두개골을 부술 힘이 없으면 눈 쪽으로 찔러 넣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공포는 사람들에게 착각을 심어 줬고, 놈들을 더더욱 커 보이게 했다. 두려움이 진짜 싸움을 하기도 전에 이들의 발을 걸어 버리고 만 것이다. 진순이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 일이 있었던 후로부터 이렇게 된 거 같아요. 분명 이전에는 다들 이렇지 않았거든요? 사이도 좋았고, 누군가 위급하면 다 도와주려고 나섰고……. 근데, 근데요. 아저씨.’

진순이는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다. 총대를 메며 희생도 했고, 오늘 낮에는 죽기 직전의 주마등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보답은 자신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 버리는 냉정한 바리케이드.

허탈하고, 허무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공간에 있는 것조차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려오는 진순이의 물음은 내가 아닌,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묻는 것 같았다.

‘우리는 왜 이렇게 변했을까요?’

내가 그걸 왜 모르겠는가? 저 물음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생존자들이라면 누구나 답해 줄 수 있는 물음이었다. 다 안다,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숨을 쉬고 있는 저들도 스스로가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변했을까? 살고 싶을 뿐인데, 왜 우리는 이렇게 변해야 했을까?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대답해 주지 않았고, 조용히 눈을 감으며 자리에 몸을 뉠 뿐이었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뻑뻑했던 눈이 가라앉는다.

도와주세요, 우리를 살려 주세요.

수없이 들었던 비명이었다. 어떨 때는 그 비명에 답하기도 했고, 또 어떨 때는 스스로가 저울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어떠한 대답도 해 줄 수가 없었다. 나는 그저 내일 에덴으로 출발할 고된 행군을 위해서 한 줌의 체력을 아낄 뿐이었다.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저 앞에서 진순이의 중얼거림이 들려온다.

‘……쉬세요.’

* * *

또 악몽이다. 나는 잠을 자는 내내 악몽에 시달리다가 해가 뜨기 직전인 새벽에 잠에서 깨어났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병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깨지 않게 슬금슬금 밖으로 나왔고, 옅은 촛불이 켜져 있는 데스크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병원 데스크 뒤에는 의자 위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강유미가 보였다. 나는 그녀를 향해 다가가 조용히 어깨를 흔든다.

‘강유미 씨.’

어제는 그녀의 얼굴과 코에서 나오는 물을 봤다. 그리고 이번에는 입에서 나오는 물까지 적나라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 침을 줄줄 흘리며 자고 있던 강유미는 내가 어깨를 흔들자 깜짝 놀라며 눈을 뜨더니, 곧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새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이란 것을 눈치챘는지 황급히 입을 막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자는데 깨워서 죄송합니다. 혹시 지역 지도랑 제 옷들을 받을 수 있을까요?’

‘네, 네? 지금 가시게요?’

‘갈 길이 멀어 서요. 천천히 준비해야죠.’

‘더 쉬셔야 하는데…….’

그녀는 마지막 말을 조용히 삼키며 침울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얼굴에는 아쉬움과 함께 무언가 진한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착한 심정을 가진 사람답게 빠르게 그 표정을 털어 냈고, 곧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는 내 옷을 가져다주기 위해 데스크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녀가 내 옷을 찾아줄 동안 급조해서 만든 검집을 허리에 둘렀고, 진순이가 건네준 낡은 검을 검집에 넣었다. 이렇게 꽉 묶어 두면 아무리 빨리 달려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장비를 점검하는 그 순간, 데스크 옆쪽에 문이 벌컥 열리더니 머리에 까치집을 하고 있는 진순이가 황급하게 양말을 신으며 나를 향해 말했다.

‘저! 저, 저! 여기 지형이 많이 복잡해요! 제가 배웅해드릴게요.’

내가 지역 지도를 찾는다는 것은 곧 이곳을 떠나겠다는 소리와 같았다. 그것을 알고 있던 진순이는 어젯밤 무언가를 부탁하기 위해 나를 찾아 왔었고, ‘우리를 도와주세요.’, ‘여기에 남아 주세요.’ 끝내 이 짧은 두 문장을 내뱉지 못한 채 병실을 나가고 말았다. 착한 사람이다. 아마 내게 다른 일행들이 있다는 걸 알고는 자신들의 짐마저 지울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어젯밤 내내 생각을 깔끔하게 정리했는지, 얼굴이 많이 개운해 보였다.

‘여기 있어요! 먹을 것도 조금 넣었으니까, 가다가 꼭 챙겨 드세요.’

그리고 잠시 뒤 강유미가 무언가를 들고 데스크에서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내가 입고 온 옷과 함께 무언가 묵직한 게 들어있는 가방이 있었는데, 부족한 살림에도 내가 먹을 것을 함께 챙겨준 모양이다. 난 입가에 살며시 웃음을 머금으며 그것들을 받아들었고, 곧 어깨 위에 올려두며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인다. 그러자 내 옆에 서 있던 진순이가 그녀를 향해 말했다.

‘누나! 이분 배웅해드리고 금방 올게.’

참 순진무구한 웃음이다. 어젯밤 보여 줬던 우울한 모습은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강유미를 향해 웃는 천진난만함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웃음을 마주한 강유미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 속 안에 남아 있는 씁쓸함을 서둘러 감췄다.

진순이가 걸음을 옮긴다. 나도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가방은 그녀가 챙겨준 식량들로 묵직했고, 내 가슴도 그 무게만큼이나 든든해졌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걸음을 멈추며 멀어지는 그녀에게 물었다.

‘식량이 얼마나 남았어요?’

‘네?’

질문을 들은 그녀도, 그리고 나보다 앞서 걸어가던 진순이도 멍청하게 되물었다. 그들은 포기하고 있었다. 아니,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게 아니니 포기가 아니라 미련을 놓은 것이다. 누구나 해야 하는 거지만, 아무나 하지 못하는 그것. 양심과 인간성은 사람이라는 물체를 규정하는 유일한 요소였다. 그리고 내가 보고 있는 이들은……, 아주 소수만 남은 진짜 인간이었다. 그들이 나에게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았듯이, 나도 그들에게 보답을 해 주고 싶었다.

‘저랑 동행했으면 좋겠지만, 현재 무기가 없어서 많이 위험합니다. 일단 제가 도착하고 나서 정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하루, 그리고 여기까지 걸어서 오는 시간이 반나절일 겁니다. 이동하는 거리치고는 꽤 멀지만, 꼭 데리러 올게요. 밖에 절대로 나가지 마시고, 식량 아껴 드세요.’

나는 영웅이 아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남들을 구할 수 있다는 거로 잘난 척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들에게 대단한 사람인 척 연기하기도 싫었다. 그저 내가 당신들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전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여파는 잔잔한 호수 위에 거대한 바위를 던져놓는 것과 같았다. 순간 데스크에 있던 강유미가 눈물을 펑펑 터트렸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그 울음에는 그동안 쌓여왔던 불안감과 서러움이 섞여 있었다.

이해한다. 분명 힘들었을 것이다. 식량은 언제 떨어질지 몰랐고, 그놈들은 끝없이 도시를 맴돌며 자신들을 찾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종말이고 어둠이다.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죽음은 이토록 인간을 힘겹게 하는 것이다. 그녀는 서럽게 울다가 끝내 주저앉았고, 나는 어깨를 잠깐 으쓱하며 병원 밖으로 나가는 문손잡이를 잡았다. 하지만 그 순간 내 눈앞으로 분홍색 키티 털모자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걸걸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흐어어엉……, 아저씨…….’

내가 지나쳤던 진순이도 저기 있는 강유미처럼 울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와는 다르게 양손을 뻗으며 나를 안으려고 했고, 동시에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내 가슴팍에 비비려고 했다. 분위기상 그를 안아주고 위로해 줘야 했지만, 어제 강유미에게 당했던 콧물 테러가 생각나 조용히 정색하고 그를 밀어내었다.

‘붙지 말고.’

‘아, 네.’

말은 잘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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