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
참방-.
세상을 가리는 어둠은 기척을 내지 않고 찾아온다. 모든 것을 잡아먹는 깊은 조류는 소리를 내지 않고 흐른다. 우리도 그래야 했다. 나는 조용히 손을 뻗어 부두 위로 올라왔고, 그 작은 첨벙거림은 곧 바람 소리에 묻혀 사라진다. 몸이 덜덜 떨린다. 차가운 물들이 내 피부를 타고 흘러내리고, 그와 반대인 심장은 짙은 존재감을 남기며 온몸에 뜨거운 열기를 불어넣는다.
하아-.
입을 벌려 속 안에 남아 있는 모든 한기를 내뱉었다. 어두컴컴한 부두, 두 마리의 짐승이 죽은 그 공간에는 이제 입김과 바닥에 떨어지는 물방울밖에 남지 않았다. 난 재빨리 몸을 털어내고 비닐에 쌓아 둔 소총과 권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홀더에 권총을 넣는 것을 마지막으로 노인 쪽으로 천천히 다가가 레스토랑 뒤쪽을 살폈다.
‘찢어지자. 찾으면 바로 여기로 와.’
노인이 총을 들며 내 귀에 속삭인다. 아무리 놈들을 소리 없이 처리했다고 해도, 인선의 빈자리가 생기면 다른 놈들이 눈치채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 그녀를 무사히 구하기 위해선 우리가 이곳에 들어왔다는 사실조차 들켜선 안 된다. 노인은 조용히 왼쪽에 있는 문 하나를 가리켰고, 나에게는 그 반대쪽으로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같은 의견을 확인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발걸음을 옮겼고, 어둠 속으로 모습을 숨겼다.
레스토랑 정문 쪽에선 밝은 빛들과 함께 사람 여럿이 떠드는 소리가 왁자지껄 울린다. 난 그쪽을 잠깐 바라보다가 이내 뒷문을 열고 조용히 안쪽으로 들어갔다. 복도는 아무런 빛도 없는 암흑이었다. 하지만 간간이 느껴지는 인기척은 건물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레스토랑은 총 3층, 난 1층부터 시작해 3층까지 전부 확인하는 먼 여정을 시작해야 했다. 눈가가 천천히 떨려온다.
한걸음, 한걸음에 모든 것을 집중한다. 차갑게 식은 몸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그 차가움 속에서 난 모든 감각을 집중시켰다. 방아쇠 위에 올린 검지는 연신 꿈틀거렸고, 어둠을 보고 있는 눈동자는 쉼 없이 흔들린다. 긴장과 살의가 동시에 끓어오른다. 난 지금 이 순간에도 이 건물을 돌아다니고 있을 놈들의 숨통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저 복도 끝에서 손전등 불빛으로 보이는 것이 점멸했다.
번쩍.
나는 황급히 몸을 숨겼고, 그 빛 근처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발……. 아니, 저 새끼들 뻗대는 꼴 계속 봐야 되냐고’
‘조용히 해 새끼야! 들으면 어쩌려고……. 뭐, 덕분에 잘 시간 생겨서 좋지.’
난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저 두 놈이 잠을 자기 위해 건물로 들어온 것이란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그냥 지나갈까? 아니다. 난 지금 운 좋게 기회를 잡았고, 그녀를 구할 시간을 단축한 방법이 생각났다. 이쪽을 향해 걸어오던 놈들은 내가 있는 복도 끝까지는 오지 않았고, 그 중간에 걸음을 멈춰 선다. 그리고 정확히 왼쪽에 있는 방문을 열며,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쿵.
문을 닫는 소리가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난 소총을 뒤로 멨다. 그리고 허벅지에 꽂아둔 대검을 조용히 뽑아 들었고 놈들이 들어간 방문을 향해 천천히 다가간다. 심장이 조소를 흘린다. 긴장은 눈 녹듯 사라지고, 이 문을 열자마자 터질 붉은 피들이 내 차가운 피부를 핥는 것 같았다. 나는 문손잡이를 조용히 돌렸다. 다행히 안쪽에서 잠그지는 않았는지 문은 너무나 부드럽게 열린다.
놈들이 수면을 취하는 방이다. 방 한쪽에는 간이침대 두 개가 가지런히 널려 있었고, 바닥에는 맥주 캔을 비롯한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다. 사람이 내는 각종 악취와 술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시선을 앞으로 돌리자 한 놈은 침대 위에 누워 있었고, 다른 한 놈은 상의를 벗고 있었다. 방안에는 어둠이 가득했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놈은 피곤에 찌든 목소리로 말했다.
‘영식이냐?’
찰칵.
대답한 것은 내가 아닌, 문을 잠그는 묵직한 소리였다. 그 소리는 내 심장에 강철을 심는 조용한 시발점이었고, 끓어오르기 직전의 99도를 알리는 알람 음이 되었다.
상의를 벗던 놈은 멍청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 놈은 문을 잠그는 소리에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그 순간 대검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이 파르르 진동했고, 팔 근육은 꿈틀거렸다. 날카롭게 갈린 신경은 허공에 궤적을 그려 주었고, 난 그 궤적을 따라 대검을 앞으로 투척했다. 날아간 칼날은 상의를 벗고 있던 놈의 목으로 향한다.
컥-.
칼날이 고기를 가르고 들어가는 소리가 여과 없이 울려 퍼진다.
추주죽-.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고, 바닥은 암흑과 구분이 가지 않는 검붉은 피들이 강을 이룬다. 목에 대검이 처박힌 놈은 넋이 빠진 얼굴로 대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하지만 흐르는 피는 양손으로 막을 수 없을 만큼 흘러내리고 있었다. 꿈인가? 놈은 그 생각을 끝으로 바닥에 쓰러진다. 죽음보다 짙은 암흑은 주마등조차 가려버리는 두꺼운 커튼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뭐, 뭐…….’
침대 위에 누워 있던 놈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놈의 반응보다 빠르게 움직인 내 몸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대검을 뽑아 들었고, 그대로 놈을 덮친다. 소리를 내서는 곤란했다. 난 그대로 놈의 입을 막으며 버둥거리는 몸을 찍어 누른다. 작은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옅은 한 줄기의 빛. 그 빛을 받은 대검은 반짝이며, 그대로 허벅지에 꽂혔다.
끄으으으…….
놈이 눈을 부릅뜨고 고통과 두려움에 발버둥 친다. 하지만 난 공포에 질린 눈을 조용히 바라보며 허벅지에 꽂은 대검 손잡이를 비틀었다. 뜨거운 피가 손 너머로 느껴진다. 안쪽에 박힌 대검은 근육과 살점을 뜯어내었고, 고통이 익숙하지 않은 놈에게 극심한 데미지를 주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
놈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부르르 떤다.
‘잡아 온 사람들, 어디 있어.’
난 놈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하지만 공포에 질린 놈은 대답하지 못했고, 파르르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입안에서 한기가 섞인 숨이 훅 튀어나온다. 너무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놈을 기다려줄 생각이 없었다. 손을 뒤로 당겨 허벅지에 꽂힌 대검을 빼내자, 손에선 놈이 흘린 피가 흐르고 다시 읍읍 거리며 비명을 들려온다. 난 찰나의 순간도 주지 않고 그대로 팔을 뻗어 다시 한 번 안쪽 허벅지를 찔렀다.
끄으으으으!!!
번쩍 떠진 눈이 피로 물들 듯 붉어진다. 근육과 살, 그리고 뼈까지 헤집는 날카로운 대검은 놈에게 연신 대답을 강요했다. 난 더는 똑같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저 무감각한 눈빛으로 놈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죽음이 찾아온다. 피가 빠져나간 몸은 물에 담가진 고기처럼 하얀색 빛으로 창백하게 질릴 것이다. 놈은 자신의 입을 막고 있는 내 손을 잡으며 눈물과 울음을 뚝뚝 흘렸다. 손에서 힘을 빼자 그제야 대답이 들려온다.
‘3, 3층……. 3층!!!’
아마 그 뒤에 나올 말은 ‘살려 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듣기도 전에 내 대검은 움직였고, 그대로 놈의 목을 갈라 버렸다.
죽음, 생각보다 건조한 단어다. 나는 찰나의 여운을 피와 함께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명, 3층이라고 했다. 나는 두 마리가 죽은 방문을 재빠르게 열며 다시 복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노인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곳곳에 보이는 핏자국과 저 멀리서 들려오는 둔탁한 소음은 노인이 건물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게 해 주었다. 비릿한 피 내음이 코끝을 찌른다. 노인이 건물 안에 있는 놈들을 처리해 준 덕에 난 수월하게 걸음을 옮길 수 있었고, 재빨리 긴 복도를 지나 3층으로 올라갈 계단을 찾아내었다. 나는 계단을 밟으며 2층, 그리고 3층을 향해 거침없이 걸음을 옮긴다.
창문을 보이는 밖은 많은 놈들이 진을 이루고 있었다.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경계와 교대 인원의 간격이 생각보다 촘촘했다. 시체와 핏자국, 그리고 비어 버린 인선이 발각된 순간이 곧 멀지 않았음을 알게 된 나는 그때부터 사방을 살피며 조용히 다니기보단, 그녀가 있는 위치를 알아내는 것을 우선으로 두었다. 그리고 나는 계단을 반 칸 남기고 3층으로 올라가는 문을 하나 발견했다.
뛰기 시작했다. 조급함이 머리를 찔렀고, 혹시나 하는 장면이 눈앞에 벌어질까 미칠 것 같았다. 나는 챙겨 온 손전등을 재빨리 들었다. 그리고 복도를 밝히며 8개쯤 되는 방문을 하나하나 열기 시작했다. 자재창고, 쓰레기가 쌓여 있는 곳, 놈들이 숙소로 사용하는 방. 그리고 역한 피 냄새가 풍기는 방까지. 강수련은 어디 있지? 문손잡이를 잡을 때마다 내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고, 불안한 미래가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 순간 반대쪽 복도 끝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게 들려왔다.
‘넌 뭐야? 여기 오지 말라니까, 왜 있어?’
젠장, 난 순간 몸이 돌처럼 굳어 버리는 것을 느꼈다. 복도 끝에서 나를 부른 놈은 처음에는 의아한 얼굴로 다가오더니, 이쪽에서 대답이 없자 슬금슬금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거리가 꽤 멀다. 대검을 던지더라도 놈을 맞춘다는 보장이 없었다. 혹여나 놈이 도망가거나 싸우면서 소리라도 지르기라도 한다면 모든 상황이 나쁜 쪽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
난 이곳으로 온 이후로 처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총을 뽑아야 하나? 하지만 소음기 소리가 들릴 텐데? 온갖 고민과 변수가 내 머리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10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 난 권총 손잡이를 향해 천천히 손을 옮겼다.
‘너……, 너 누구야.’
내가 허리춤을 향해 손을 옮기자 놈은 몸을 움찔거리며 당장에라도 뛰쳐나갈 준비를 했다. 놈도 눈치를 챈 것이다. 내가 자신의 동료가 아니라는 것을. 잔뜩 갈라진 목구멍으로 침 한줄기가 흘러 들어갔고, 손끝에는 식은땀이 고이기 시작했다. 기다릴까? 쏴 버릴까? 하지만 내가 고민을 끝내기도 전에 놈은 뒤로 돌아 뛰어갔다. 아니, 뛰어가려고 했다.
우두득.
목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손은 그대로 놈의 머리와 목을 잡았고, 돌아갈 수 없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버린다.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는 즉사. 놈은 너무나 손쉽게 삶의 줄을 놓고 말았다. 그리고 죽어 버린 놈의 시체를 바닥에 내려놓은 그 손의 주인은 어둠 속에서 스르르 빠져나온 노인이었다. 노인은 어둠 속에서 맹수 같은 눈을 빛낸다.
‘빨리 찾아라, 동윤아. 놈들이 눈치챈 거 같아.’
난 노인의 말에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여 재빨리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긴장으로 막혔던 청각이 탁 풀리자 창문 너머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수다 소리가 아니다, 조금씩 급박해지는 발걸음과 크게 들려오는 웅성거림은 안쪽에서 무슨 변고가 생겼다는 걸 눈치챈 놈들이 내는 소리였다.
‘-------!’
‘-----!’
‘동윤아, 빨리!’
난 발을 박차고 뛰기 시작했다. 이제 문을 조용히 열 필요도 없었다. 난 문들을 몸으로 밀며 재빨리 열었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손전등으로 내부를 비춰보았다. 여기도 없다, 저기도 없다. 그리고 이곳에도 아무것도 없었다. 난 순식간에 3개의 방을 살펴보고 복도 끝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방을 향해 뛰어갔다.
다급히 문손잡이에 손을 올려둔 그 순간.
찰칵.
이곳만 문이 잠겨 있다.
아-!
심장이 터질 듯이 쿵광 거린다. 눈알이 뻑뻑해지고, 기쁨과 슬픔으로 혼합된 감정이 신경을 짓누르고 팔다리를 떨리게 했다. 난 재빨리 소총을 들어 개머리판으로 문손잡이를 내려찍었다.
쾅! 쾅! 쾅!
이젠 소리가 나도 상관없었다. 그녀와 나 사이에 남아 있는 이 장벽을 서둘러 부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너덜거리는 문손잡이가 뜯겨나가고, 난 그대로 오른발을 들어 문짝을 발로 차 버렸다.
꿉꿉하고 역한 오물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그리고 머리를 띵하게 만드는 피 냄새를 맡기도 전에 난 손전등을 들어 앞을 밝혔다. 입술이 떨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난 쿵쾅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힐 여유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를 살아 있을 거야, 무조건 살아 있을 거야! 피눈물과 같은 물이 볼을 타고 주륵 주륵 흘러내렸다. 악물고 있는 이와 함께 손이 달달 떨렸다. 제발, 제발. 난 이때만큼은 신을 찾으며 정신없이 바닥을 기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돌린다, 시체다. 그리고 그 옆에 또 한 사람을 돌린다, 마네킹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는 시체다. 그리고 중앙에……. 중앙에 있는 사람을 향해 손전등을 밝히자 익숙한 옷과 함께 그녀의 머리카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난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저 앞에 있는 그녀가……. 그녀가 죽었을까 봐 손을 뻗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수, 수련아…….’
대답이 없었다. 억장이 무너졌다. 난 눈물로 흐려진 시야를 꾹 감고 천천히 그쪽을 향해 다가갔다. 그녀는 온몸이 멍투성이였다. 끌려가는 내내 놈들에게 반항했는지 손이고 얼굴이고 성한 구석이 없었다. 나는 그녀의 피부를 만진다. 하지만 너무나 차가웠다. 차가웠다……. 항상 나를 안아주며 따뜻한 피부를 가지고 있던 그녀는 차가웠다.
나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터져 나왔고 입에서는 짐승 같은 울음이 터져 나온다. 살점이 뜯겨 나가고 심장이 도려진 것 같았다. 머리가 아프다, 아니 모든 몸이 아팠다. 그동안 겪었던 고통들이 모두 후회와 사무치는 회한으로 변해 한순간 나를 덮쳐오기 시작했다. 나는 왜 살아왔을까. 나는 왜 이런 고통을 느껴야 할까.
난 지금만큼은 삶을 부정하고 싶었다.
‘---후…….’
그리고 그 순간 내 숨이 멈췄다.
후-.
난 숨죽인다.
후-.
내가 내는 소리가 아니다.
후-.
내 손이 떨려온다.
그녀의 얼굴을 잡고 있는 내 손가락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차가워진 내 몸은 그 온기에 반응했고, 죽어 있는 모든 신경들이 고개를 들며 내 심장을 옥죄여 온다. 내 검지는 그녀의 코끝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그 검지 끝에서는…… 그녀가 내뱉는 따뜻한 숨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제야 내 심장은 뛰기 시작했고, 품속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숨소리와 함께 공명한다.
떨리는 손을 뻗는다. 그리고 그녀의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에 손바닥을 올려두었다.
쿵, 쿵, 쿵, 쿵.
미약하지만 뛰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불꽃이었지만, 분명 그녀의 몸 안에는 한줄기 삶이 남아 있었다.
그래, 그녀는 아직 살아 있었다.
난 그녀를 끌어안고, 홀더에서 권총을 꺼내 들었다.
손의 떨림이 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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