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아직 살아있다-148화 (148/313)

[148]

근육과 체력을 쥐어짠다. 몸은 이미 한계가 왔다고 비명을 지르지만, 정신은 지쳐가는 나를 욕하고 채찍질한다. 나의 근원이 땀으로 변해 콧잔등에 고인다. 이성과 본능의 구분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무엇이 내 시선인지, 무엇이 내 몸인지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하고 있지 않음에도 팔다리는 움직인다. 눈이 나를 옭매고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정신을 좀먹는다. 하지만 죽기 직전 타오르는 촛불처럼 내 증오는 오르지 흔적을 향하고 있었다.

놈들과 우리의 간격은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비록 내리는 눈들이 놈들의 흔적을 가리고 이 도시에서 도망갈 기회를 줬지만, 노인의 필사적인 추격은 그 모든 기회와 우연을 뒤집는 집요한 분노였다. 차와 차 사이를 미친 듯이 가로지르고 쌓인 눈을 밟고 또 밟는다. 눈보라가 우리 시야를 막았지만, 우리는 절대 멈출 수가 없다. 성도 터널을 지나고 더 넓은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나 남았지? 따라잡고 있는 걸까? 내 시선은 오로지 노인의 등으로 향했다.

억겁의 시간이 지난다. 쫓아야 한다는 조급함과 움직이지 않는 팔다리는 내 숨을 틀어막고, 심장을 거세게 뛰게 했다.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냥 미친 듯이 달려가서 몸이 부서지도록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를 움켜잡는 노인은 차가움 속에 분노를 담으며 기다리고 또 기다릴 것을 명심했다. 내재된 분노, 절제된 증오. 내가 쏟아내야 할 것은 뜨거워 보이는 불꽃이 아닌 전부를 집어삼킬 화마와 같아야 했다.

조용한 전진,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는 추격. 우리는 눈보다 더 고요하게, 바람보다 더 은밀하게 놈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저 멀리 한강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한강 옆으로 길이 있다는 것을 가리키는 표지판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순간 노인은 걸음을 멈췄고, 천천히 자세를 숙여 바닥에 나 있는 흔적을 손으로 만졌다. 노인의 입에서……. 그동안 참고 참았던 숨과 함께 쉬어버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에는 희열과 지독한 증오가 뒤섞여 있었다.

‘따라잡았다.’

그 말은 내 신경을 진동시켰다. 발끝에서 시작한 진동은 혈관을 타고 온몸 곳곳에 흐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내 손끝.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한 손가락은 총 손잡이와 방아쇠를 잡았고, 차가운 바람에 얼어 버린 금속의 감촉을 온전히 느끼게 해 주었다. 노인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우리 사이에 바람이 분다. 하지만 꺼지기 직전의 촛불은 때를 기다리며 계속해서 일렁였다.

* * *

노인이 나에게 망원경을 넘겨준다. 나는 차 사이로 몸을 숨기며 망원경을 받았고, 노인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우리가 있는 이곳은 한강 공원 주차장. 급하게 빠져나가려고 출구에 밀집되고 텅 빈 차들이 주차장의 길을 틀어막은 덕분에 은폐할 공간은 많았다. 우리는 그 차들과 눈 사이로 몸을 숨기며 놈들이 모여 있는 한 장소를 조용히 관찰했다.

놈들의 흔적이 끊긴 곳은 저 멀리 보이는 한강 건물이었다. 자전거길 옆, 물 위에 떠 있는 한강 레스토랑은 ier 라는 간판만을 남긴 체 부랑자들의 아지트로 변해 있었다. 그 레스토랑은 사방이 한강 물로 가로막혀 있는 천혜의 요새였다. 저 건물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는 오로지 하나. 그리고 부랑자들은 그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튼튼한 바리케이드를 이용해 건물 들어갈 수 있는 입구를 완전히 틀어막아 버렸다.

하지만 노인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놈들의 예상을 깨부숴 버린다.

‘해가 지면 이동하자. 우리가 헤엄쳐서 올 줄은 꿈에도 모를 거다.’

놈들은 유일한 입구에 모든 인원을 동원했다. 적어도 10명이 넘는 인원들이 저 근방을 돌아다니고 있었고, 그보다 배는 많은 인원이 입구와 바리케이드 사이를 철통 방어하고 있었다. 물론 노인과 나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저곳을 뚫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구해야 할 사람들은 인질로 변하여 우리를 겁박하게 될 것이다.

밤이 되면 어둠이 우리의 모습을 숨겨준다. 그리고 그 어둠을 이용해 이 거칠고 차가운 한강 물을 길로 삼을 것이다. 앞쪽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놈들의 뒤통수를 노려라. 우리는 한줄기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놈들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을 찔러 들어간다.

우리는 최대한 놈들에게 들키지 않고……, 그녀를 구해내야 했다.

모든 것이 시간과의 싸움이었지만, 절대 조급함을 느껴서는 안 된다. 실수는 곧 죽음, 난 그 묵직한 각인을 가슴에 새기며 망원경을 내려놓았다. 지금 시각은 오후 3시다. 2시간만 대기하면 아마 해가 지기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2시간을 넋 놓고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재빨리 자리에 앉아 입안에 에너지 바와 물을 욱여넣었다. 물론 몸은 음식을 거부하며 구역질을 연발했지만, 난 손과 입을 멈추지 않았다. 억지로라도 먹어야 한다. 움직이기 위해선 억지로라도 먹어야 했다. 입안에 무언가가 들어왔지만, 아무런 맛도 어떠한 감촉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씹고 삼키고, 씹고 삼키며 필사적으로 체력을 보충할 뿐이었다.

‘일단 급하게 챙겨왔다.’

노인은 그런 내 옆에 앉아 조용히 가방을 뒤적였고, 넉넉한 탄창과 날카롭게 갈아 둔 대검을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며 거칠게 숨을 내뱉고 있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항상 꿋꿋하고 영원히 내 등을 지켜줄 것 같았던 노인은 어느새 많이 늙어있었다. 무성한 백발과 주름진 얼굴. 그리고 그 주름 사이로 보이는 창백한 얼굴과 계속해서 떨려오는 발과 다리. 나는 눈가가 뻑뻑해짐을 느끼며 먹먹한 가슴 위에 손을 올려두었다.

근육은 이미 한계가 찾아왔고, 체력이란 단어는 이미 바닥났다. 아마 이곳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굳건한 정신이 우리의 근원을 쥐어짜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포 하나하나, 내가 낼 수 있는 힘을 전부 동원했다. 하지만 한계는 찾아왔고……. 우리는 그 한계를 뛰어넘어 더 아득한 무언가에 접근하고 있었다. 화광반조, 우리는 타오르는 공간에 앉아 있었다.

‘미안해요.’

내 입에서는 읊조림과 같은 자책이 흘러나왔다. 말 한마디 꺼냈을 뿐인데, 찢어진 입술에서는 통증이 찾아왔고, 떨리는 팔다리에서 미세한 진동이 전해져 온다. 그리고 그보다 더 아픈 것은 천천히 뛰고 있는 내 가슴이었다. 무엇이 미안한지는 다 말할 수가 없었다. 항상 내 등을 지켜 준 노인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든든함. 그런데도 비정한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는 미안함이 물밀 듯 몰려온다. 그저 할 수 있는 말이 이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인의 얼굴에는 슬픔과 절망보다는 그 어떤 빛보다 안심이 되는 미소가 담겨 있었다. 노인의 입에서는 그동안 겪었던 역경과 고통을 무시하는 삶의 숨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듣기를 원했을지도 모르는 대답이 주위에 메아리쳤다.

‘할 수 있다, 동윤아.’

할 수 있다. 그래, 할 수 있다. 너무나 짧은 말이었지만, 내가 너무나 간절히 원하던 대답이기도 했다. 모든 게 확실치 않았다. 과연 내가 그녀를 구해낼 수 있을까? 이미 그녀가 죽어있으면 어쩌지? 그렇다면 내가 과연 그 현실을 버텨낼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불안함이었고, 이제는 살아 있는 것조차 지치기 시작했다.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느껴야 하는지, 왜 이런 시련을 나에게 주는지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난 고통과 두려움, 그 한가운데에 있었다.

하지만 나를 버티게 해 주는 것은 내가 아니었다. 내 심장에 숨을 불어준 것은 나 스스로가 아니었다. 내가 살아 있는 이유, 아직도 숨이라는 걸 쉬고 살아 있는 이유. 난 기나긴 방황과 고뇌 끝에 그 이유를 드디어 찾을 수 있었다. 그녀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이 심장 고동, 노인이 살며시 잡아 준 내 손에서 느껴지는 공명. 난, 난 모든 것에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내가 아직 살아 있는 이유, 그 모든 것은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말해 주는 희망이었다.

* * *

어둠이 도시를 감싼다. 그 어둠은 아무리 발악해 봐도 사라지지 않는 공포였고, 원초적인 두려움이었다. 미친 듯이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다. 아무리 울어도 해는 뜨지 않는다. 그리고 그 어둠은 또 다른 공포를 불러오고, 우리는 그 공포가 되어 놈들에게로 향한다. 오늘 밤은 어둠이 놈들을 죽일 것이다. 사방이 어둠으로 잠기고 내 옆에 엎어져 있던 노인이 풀숲에서 조용히 일어나 나에게 속삭였다.

‘수련이 발견할 때까지 총 절대 쏘지마, 알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인이 꺼내 주는 큰 비닐에 소총과 권총을 밀봉했다. 그리고 그것을 등에 메고 대검 3자루를 각각 허벅지와 허리춤, 그리고 한쪽 손에 쥐었다. 저 멀리서 보이는 입구에는 부랑자들이 피어둔 모닥불이 번쩍이고 있었다. 우리는 그 빛을 살며시 피해 오른쪽으로 우회했고, 이내 검은 물결이 일렁이는 한강 앞까지 도착했다.

‘소리 나니까, 절대 헤엄치지 마. 그냥 물살을 타고 천천히 접근해.’

나는 고개를 다시 한 번 끄덕였다. 그리고 노인은 따라 한강 근처로 간 뒤, 입고 온 옷들을 탈의하고 바지와 반팔티만을 입었다. 옷이 물을 먹으면 몸이 무거워진다. 그것까지 고려한 노인은 가장 먼저 물가에 몸을 담갔고, 조용히 나에게 눈짓했다. 검은색 바지와 검은색 티. 그리고 검은색으로 일렁이는 물결은 무엇이 어둠인지, 사람인지 분간조차 가지 않게 했다.

후우-후우-.

나는 숨을 길게 두 번 내쉬었다. 그리고 첨벙 소리조차 주의하며 천천히 물속에 몸을 담근다. 발에서부터 시작한 차가움은 어느새 허리까지 닿았고, 미친 듯이 뛰는 심장조차 얼려 버리는 한강 물은 내 체온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목 아래까지 물을 담갔다. 그리고 노인이 내미는 밧줄을 허리에 두르며 거칠게 흐르는 물살에 몸을 맡겼다.

물살이 흐르고 우리는 놈들이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천천히 접근한다. 노인은 은밀성과 고요함을 강조하며 코 아래까지 머리를 담그게 했다. 싸늘함, 차가움. 머리를 제외한 모든 곳이 얼어 버리고 감각이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난 인내하고, 또 인내하며 마치 떠다니는 부평초처럼 물살을 따라 흘러갔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차가운 물들이 피부를 찔러대기 시작했지만, 지금 나에게 그 고통조차 하찮게 느껴졌다.

인내, 또 인내. 손끝이 얼어붙고, 잠식한 차가움은 머리를 얼게 만든다. 입술이 사정없이 떨리고, 찾아오기 시작한 저체온증은 사고와 정신을 흐리게 했다. 하지만 난 그 흐릿함 속에서도 한 가지 목표는 잊지 않았다. 떨리는 시야, 얼어붙은 눈동자. 그 눈동자가 향하는 곳은 오직, 내가 죽여야 할 놈들이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흡-.

노인이 작은 기합을 삼키며 내가 매달려 있는 밧줄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도착한 레스토랑 뒤쪽에 손을 뻗으며 물살에 끌려가는 자신과 나의 몸을 고정시킨다. 불과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지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드디어 도착했다는 기쁨보다 머리를 감싸고 있는 망각을 잊어내기 위해 머리를 흔들었다. 노인이 나와 자신을 레스토랑 부두에 고정시키며 천천히 손을 들었고, 한 방향을 가리킨다.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 손가락을 따라 부두 위로 향했다.

부두를 돌아다니는 그림자 2개가 보인다. 그놈들은 손전등을 들고 있는지 점멸하는 빛들은 이쪽을 밝히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는 물살이 흐르는 소리 속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한숨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수다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 이곳을 지키는 경비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좁은 반경이었다. 노인은 내 눈을 바라보며 조용히 한 놈을 가리킨다.

이곳을 지키는 경비는 둘이다. 하지만 한곳에서 경계를 취하는 건 아닌지, 연신 주변을 돌아다니며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기 바쁘다. 말 그대로 앞쪽과 비교하면 허술한 경계 상태. 나는 한순간 노인이 의도한 바를 정확히 캐치해 냈고, 재빨리 물살을 타고 흘러가 노인과 반대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손에 쥐고 있는 대검을 천천히 빼내었다. 물 밖으로 꺼낸 손에서 차가운 물과 함께 증오로 얼어붙은 칼날이 모습을 드러낸다.

‘------.’

‘----하하--.’

두 놈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기 바쁘다. 나는 추위와 분노에 덜덜 떨리는 손을 애써 부여잡고 언젠가는 올 기회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리고 1분이 지나자, 같이 주변을 경계하던 한 놈이 뭐라 뭐라 떠들기 시작하더니, 노인 쪽을 향해 혼자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놈은……, 정확히 이쪽을 향해 손전등을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쪼르륵-.

노인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간 놈은 그대로 바지를 내리고 한강 물을 향해 오줌을 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쪽으로 걸어오는 놈은 그것을 등지고 자신이 하던 경계를 지속한다. 드디어 두 놈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어둠 속에 숨기고 천천히 물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하아-. 하아-.

뜨거운 숨이 얼어 버린 입을 뚫고 튀어나온다.

그리고 그 순간 저 멀리서 오줌을 넣고 있던 놈의 인영이 어둠 속으로 훅 사라져 버린다. 외마디 비명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놈은 마치 물귀신에게 잡혀가기라도 한 듯 작은 첨벙거리는 소리와 함께 조용히 사라졌을 뿐이었다. 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내 쪽으로 가깝게 접근한 다른 한 놈이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재빨리 손을 뻗어 아킬레스건을 그어 버렸다.

서걱-.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소리다. 날카로운 칼날은 그대로 놈의 힘줄을 끊어 버렸다. 나는 놈이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다리를 잡았고 내가 있는 물 쪽으로 끌어당겼다. 놈이 넘어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첨벙거리는 소리가 고요하게 울려 퍼진다. 나는 재빨리 손을 뻗어 놈의 입을 쳐 막는다. 그리고 그대로 물속에 잠수하며 놈을 어둠 속으로 끌고 갔다.

단숨에 안 죽인다.

놈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모든 것을 감싸 안는 검은 물은 그 비명조차 틀어막았다. 뽀글뽀글, 놈이 내뱉는 숨들이 물방울이 되어 수면 밖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그 숨은 놈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유언의 불과했다. 난 그대로 대검을 들어 놈의 배와 가슴팍을 사정없이 찔렀다. 하지만 절대 심장을 노리지는 않았다.

꿈틀, 꿈틀. 내가 칼을 찌를 때마다 사라져가는 놈의 인생이 보인다. 하지만 난 그 주마등마저 쳐다볼 수 없도록 격한 고통과 두려움을 놈에게 선사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 짙은 어둠의 강물은 놈이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저 깊은 심연 속에 묻어 버리게 될 것이다.

마음이 이상하게 차분해진다.

난 죽어가는 놈을 느끼며 천천히 물속에서 눈을 뜬다.

이제 이곳에는 어둠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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