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아직 살아있다-141화 (141/313)

[141]

눈앞에서 불꽃이 춤을 춘다.

총알이 비명을 지르며 소음기를 뚫고 나왔고, 그 억센 납덩어리는 차가운 대기를 가로지른다. 흥분과 반동이 아드레날린을 끌어낸다. 가속화한다, 세상이 느려지기 시작하고 모든 신경과 정신이 방아쇠를 당기는 검지로 향한다. 그리고 스프링처럼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눈앞이 번쩍 뜨여온다. 나는 지금 상황을 100% 자각하고 있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온몸을 조류에 던진다. 난 지금 놈을 향해 총을 발사하고 있었다.

끼이이익! 끼이익!!

인간이 들고 있는 불을 처음 마주한 맹수. 놈은 당황이라는 감정을 보이며,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망에 표적이 되고 있었다. 어차피 머리를 뚫어 봤자 죽지 않는다. 두개골을 완전히 곤죽으로 만들 자신이 없다면, 납덩어리가 선사하는 화망으로 놈의 몸을 걸레짝으로 만들어 버려야 했다. 그리고 그 약속된 행동들은 놈에게 우리가 사냥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었다.

‘왼쪽!!!!!!!’

노인이 거친 목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총구 방향을 변경하라는 선두의 지시. 일행들은 복창하며 필사적으로 총구를 돌린다. 놈은 우리가 쏘아 보낸 화망에 갇혀 이쪽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놈에게 치명타를 주지 못하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 빛이 없는 야간사격은 그만큼 힘든 일이었고, 앞에 있는 노인이 아니었다면 표적을 확인할 수도 없는 극한의 상황이었다. 점점 조여 오는 밧줄처럼, 난 긴장감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작한다.

놈에게 어둠이란 단순한 환경이 아닌, 치명적인 무기이기도 했다. 영리하고, 생각을 하는 생물체. 나는 그간의 경험으로 놈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가속화된 머리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 주고 있었고, 몸은 그 명령을 충실하게 따른다. 날숨이 폭탄처럼 터지며 근육이 밟기 시작하는 엔진처럼 한순간 가열된다.

쨍그랑!

옆쪽 창문이 깨지며 바리케이드 사이로 놈의 팔이 쑤욱 들어온다. 완벽한 사각지대에서 들어오는 치명적인 공격. 하지만 한 발짝 먼저 움직이고 있던 나는 사정권 안에 있는 강 형사를 낚아채 재빨리 바닥에 엎드렸다. 길쭉한 손이 내 머리 위 허공을 가른다. 원하던 목표를 놓친 녀석은 격한 괴음을 내지르며 길쭉한 팔을 이리저리 흔들기 시작한다.

꺄아악!!!

주민들이 흩날리는 유리 파편 사이에서 찢어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고막을 울리는 울음소리, 그리고 경로당 벽을 끼긱거리며 긁는 놈의 이상행동. 전염된 공포는 주변 기류를 순식간에 바꾸기 시작했고, 일행들은 그만 사격을 멈추고 말았다. 모든 눈동자에 주저와 당황이 어린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만 있을 노인이 아니었다.

‘엄호해!’

단순히 건물 안으로 들어온 팔을 공격하는 게 아니다. 노인은 이 급박한 상황에서도 냉철하게 생각하고, 놈이 예상하지 못할 한수를 놓을 줄 알았다.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난 노인은 능숙하게 움직여 불규칙한 공격을 피해 냈다. 그리고 곡예를 하듯 달려가 옆쪽 창문 밖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언뜻 보면 자살행위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 과감한 움직임은 전세를 뒤집기 위한 하나의 시발점이었다.

엄호하라는 노인의 고함, 난 그 고함을 충실하게 따르며 그놈이 이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도록 부산스러운 움직임을 취했다. 자, 나를 봐라! 난 놈이 날리는 공격을 형편없이 구르고 기어가며 피해 냈다.

그렇게 그놈이 나를 잡기 위해 신경을 한곳에 쏟아붓고 있을 때, 노인은 건물에 붙어 있는 몸체를 향해 사격을 가했다. 따다닥, 따닥! 창문 밖으로 화염이 튀기고 둔탁한 소음기 소리가 건물 안에 쩌렁쩌렁 울린다. 됐다! 공격이 들어갔다. 난 그렇게 확신하고 기쁨의 고함을 속으로 삼켰다. 등줄기를 타고 오묘한 쾌감과 함께 전의가 들끓는다.

처음으로 들어가는 유효타. 놈은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재빨리 팔을 빼냈다. 깨진 유리 조각이 흩날리며 창문에 걸려 있는 바리케이드가 격한 소리를 내며 덜컹거린다. 노인은 주위 일행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몸을 빼냈고, 곧 놈의 울음소리가 건물에서 들리지 않기 시작했다. 인기척이 느껴지나? 소리가 사라졌으니 놈이 도망간 건 아닐까? 온갖 잡생각들이 나와 일행들 머리를 가득 채웠다.

난 일단 탄약을 절약하기 위해 사격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일행들을 하나하나 끌어모아 서로가 등을 맡기며 한자리에 대형을 이루게 한다. 사방에 나 있는 창문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건물과 어둠은 시야를 한정적으로 만들었고, 놈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게 했다. 오직 4개밖에 안 되는 창문을 통해 주변을 살펴야 하니, 시야가 답답한 만큼 끓어오른 속도 답답해진다. 난 마른 입술을 핥으며 거친 목구멍에 침을 밀어 넣었다.

1분이 지나고 용팔이가 속삭인다.

‘갔나?’

그 말은 모두의 생각을 대변했다. 우리가 쉽사리 잡힐 사냥감이 아니라는 건 노인의 공격을 통해 잘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 어쩌면 놈이 사냥을 포기하고 도망갔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적인 생각이 일행들에게 퍼져 나갔다. 주민들은 몰래 눈물을 삼켰고, 꼿꼿하게 서 있는 총구는 서서히 내려간다. 시침은 하염없이 움직인다. 그리고 시간은 당연하다는 듯 흘러갔다.

그리고 10분 정도가 지났을 때, 노인이 손가락을 까닥이며 조용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강 형사! 두식아! 따라와.’

놈이 정말 갔는지 안 갔는지 확인할 차례였다. 눈썰미가 좋은 노인이 자진해서 나섰고, 완력과 경험이 뛰어난 그 둘을 호명한다.

타박, 타박타박.

노인의 발이 찢어진 장판을 밟는다. 사방에 흩뿌려진 탄피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굴러다녔고, 그 뒤로는 강 형사와 두식이의 발소리가 울려 퍼진다. 건물 안에는 짙은 긴장감이 대기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

왜지?

‘--------.’

도대체 왜?

현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분명 침묵이었다. 그것은 나만이 아닌 모든 일행들이 느끼는 당연한 현실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감각이 나를 속이고 진실을 파묻은 것만 같았다. 내 머리에 수없이 의문을 띄어보고 다시 한 번 정답이 맞냐고 물어보지만, 모든 감각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전하다고 말한다. 근데 왜, 근데 왜!

삐이이이이-.

근데 이명이 끊이지 않는다. 안전하다 말하고 있는데도 손 떨림이 잦아들지 않았다. 내 몸은 아직도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고, 안전하다고 판단한 나를 향해 거친 윽박을 내지른다. 아니다, 말이 되지 않는다. 나는 이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 모든 감각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내 귀에 속삭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둠이 우리를 속이고 있다.

커헉-.

날숨이 튀어나오다가 말고, 무형의 무언가와 부딪혀 흩어지고 만다. 난 헛숨을 내뱉으며 아득하니 멀어지는 시야를 붙잡았다. 온다, 뭔가가 오고 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지만 분명 무언가가 오고 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모든 곳에 있는 소리가 뚜렷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노인의 발소리, 용팔이가 침을 삼키는 소리, 김혜정이 숨을 쉬는 소리, 탄피가 바닥을 구르는 소리. 그리고 어둠을 가르고 두려움이 형체가 되는 소리.

용팔이의 입이 뻐끔거렸지만, 난 그것을 듣지 못하고 순식간에 지나쳤다. 무어라 나를 부른 게 분명했다. 하지만 내 귀는 모든 말소리를 차단하고, 경주용 말처럼 정면에 시선을 꽂아 넣었다.

뭐지? 시야가 바뀐다.

내 발이 움직이고 있는 건지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짧은 거리는 마치 긴 복도처럼 늘어나기 시작했고 난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난 달리고 있었고 모든 게 느리게 보인다. 앞서 걸어가던 일행들이 나를 돌아보지만, 그 움직임마저도 느리게 보였다. 매번 나를 구해 주었던 공간이 다시 한 번 발현된다.

위기다, 위기가 왔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다. 나는 스스로가 만든 그 공간에서 놈을 찾기 위해 눈동자를 굴렸다. 첫 번째 창문, 아니. 두 번째 창문, 아니! 그럼 나머지 창문들? 아니! 그 어느 곳에도 놈은 없다. 사방이 막혀 있는 공간, 놈이 벽을 부수고 올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생각한다. 내가 놈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놈이 우리에게서 몸을 숨겼기 때문이다. 놈이 멍청이가 아닌 이상 내 시야가 잡히는 곳에 숨어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내 시선이 경로당으로 들어오는 현관에 꽂혔다. 우리가 지니고 있지만, 놈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는 그것. 과연 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예상하지 못하는 의외의 통로.

저기다,

하지만 닫혀 있어,

아니야! 그럼에도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라.

0.01초.

눈알이 빠질 듯이 아파져 왔고 뒷골은 당겨온다. 오직 내 본능만이 저 문 뒤에 놈이 있을 거라 말하고 있었다. 노인이 놀란 얼굴로 나를 돌아보고, 강 형사와 두식이는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춘다. 난 아마 고함을 내지르고 있었던 것 같다. 위험해! 아니면 피해! 하지만 귀에는 내 고함조차 들리지 않았다. 이명이 울리고, 다리 근육은 한계를 넘어선다. 그리고 문을 막고 있는 바리케이드가 덜컹거리며 뜯겨 버린다.

끼아아아아악!!!!!!!!

놈이 기괴한 비명을 내지르며 건물 안으로 기어들어 온다. 그 순간 장면이 멈추고, 난 멈춘 시간 속에 동떨어져 있었다. 모든 게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게 보인다.

비산하는 나무 조각들과 형편없이 떨어져 나가는 문, 그리고 놈과 함께 건물 안으로 불어오는 차가운 밤바람. 그 짧은 순간 식은땀이 이마에서 굴러 콧잔등에 떨어진다.

놈의 손이 가장 앞에 있는 노인을 노린다. 하지만 노인은 나를 보고 있었기에 뒤에서 오는 공격을 인지 못 하고 있었다. 저 날카로운 손이 노인의 머리를 가격한다면, 뼈가 부러지고 살점을 튀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예견한 미래가 아니었다.

다시 한 번, 찰나!

앞으로 뛰쳐 날아간 내 몸은 노인의 허리를 붙잡았고, 그대로 바닥에 넘어지게 만든다. 살벌한 소리를 내며 날아오던 손은 어쩔 수 없이 허공을 가른다. 그렇게 그저 날카로운 예기가 노인의 머릿결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그 짧은 시간과 공간에서 다시 한 번 일행을 살려낼 수가 있었다. 짜릿한 전기가 등골을 타고 올라가고 머리를 쭈삣 서게 만들었다.

놈이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을 나에게 돌린다. 또 너야! 또 너라고! 두 번이나 사냥감을 놓쳤다는 분노가 붉은 눈가에서 일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새까만 증오는 오직 나를 향하게 되었다. 두 번이나 허탕을 치게 만든 장본인. 상황을 이 지경까지 만든 모든 원흉! 놈은 더는 웃지 않았고, 다른 일행들을 노리지 않았다.

마치 낫과 같은 손톱이 내 목을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놈의 눈동자와 모든 기색을 훔쳐보고 있던 나는 넋 놓고 당해 주지 않았다. 재빨리 노인을 밀고 필사적으로 몸을 비튼다. 놈의 손톱이 옆에 있는 장판에 꽂히고, 내 손은 본능적으로 홀더를 향했다. 묵직하고 차가운 권총 손잡이가 잡힌다. 매서운 칼바람이 우리 사이를 지나가고, 비릿한 죽음의 냄새가 코끝을 찡하게 때렸다. 터진다, 터진다. 몸 안에 내재되어 있던 야성이 지금에서야 찢어진다.

권총이 홀더를 벗어나는 소리가 귓가를 때리고, 난 놈을 정조준했다. 내 움직임은 놈의 움직임보다 빨랐다. 나는 마치 총의 한 부품이 된 듯 떨림을 멈춘다. 조준간 사이로 놈의 대가리와 몸체가 들어온다. 뜸을 들일 필요도 없는 완벽한 공격 기회. 난 검지에 힘을 줘 빠르게 방아쇠를 당겼다. 불꽃이 튀기고 묵직한 반동이 내 팔 근육과 몸을 밀친다.

딱! 딱! 딱!

날아간 3발의 총알. 한 발은 허공을 갈랐고, 다른 한 발은 놈의 목에 그대로 명중한다. 납덩이가 회전하고, 불꽃을 튕기며 총구에서 빠져나온다. 이상하게도 마지막으로 날아간 총알의 궤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죽음을 부르는 유성우처럼 납덩어리는 하늘로 역행했다. 그렇게 날아간 총알은 놈의 붉은 눈동자 하나를 터트리고, 검은색 피를 튀기게 만들었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악!!!!

놈의 입에서 처음으로 가축의 비명이 들려왔다. 자신보다 위에 있는 포식자는 없었다. 자신을 해할 맹수도 없었다. 이 회색 도시는 오로지 놈을 위한 곳이었고, 놈을 위해 만들어진 낙원이었다. 공포와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없었을 것이다. 사냥당한다는 원초적 본능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밤이 너무나 시린 오늘, 놈은 마치 아기가 바닥에 첫발을 내딛듯, 죽는다는 허무함을 자신이 태어난 요람에서 느끼게 될 것이다.

일행들이 방아쇠를 당긴다.

사방에서 화염이 튀기고, 조준 사격조차 필요 없는 매서운 공격들이 놈의 몸을 걸레짝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검은색 피가 튀기며, 인간을 조롱하던 놈의 몸체와 얼굴은 더는 웃지 못하게 된다. 놈은 불 속에 파고든 불나방처럼 손을 이리저리 휘저었지만, 그것은 무의미한 반항의 불과했다. 일행들은 총구에서 나오는 화염을 등불 삼아 열심히 방아쇠를 당긴다.

끼아아아아아!!!

죽기 싫다는 감정이 기괴한 비명에 실려 왔다. 마치 바늘로 종이를 찌르듯 구멍이 송송 뚫린 몸체는 조용히 허물어져 간다. 손을 뻗으면 손가락이 사라지고, 팔을 휘저으면 팔이 떨어져 나간다. 도망이라도 갈려 치면 노인의 집요한 사격으로 다리가 떨어져 나간다. 처음 우리에게 선사한 공포는 총알의 폭풍 속에 서서히 갈려 갔다.

‘사격중지! 사격중지!!!’

노인이 고함을 내지르며 일행들에게 사격중지를 명령했다. 놈의 몸체는 이미 허물어진 지 오래, 쓰러진 놈을 무작정 쏴 버린다면, 다른 일행들을 맞추는 아군사격이 나올 수도 있었다. 흥분과 전의를 적절하게 끊어 주는 노인의 판단은 현명했다. 일행들은 거친 숨을 삼키며 방아쇠에서 검지를 놓았고, 총구에서 나오는 화약 연기를 넋 놓고 바라본다.

끼이이이…….

우리 앞에선 고깃덩어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처음에 보여 주었던 그 기세는 어디 갔는지 놈은 가축이 죽어가는 소리를 내며 바닥을 긁고 있었다. 죽음이 놈을 찾아온다.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끝없는 심연이 놈에게 처음으로 찾아가고 있었다. 일행들은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봤고, 난 천천히 권총의 탄창을 갈았다.

놈은 일행들의 공격이 멈추자 서둘러 문밖으로 도망갔다. 아니, 서둘러? 그 서두르는 속도는 내가 천천히 걷는 발걸음과 비슷했다. 팔다리가 끊어진 놈은 바닥을 기며 문지방을 넘었고, 자신의 둥지이자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밤의 어둠을 미련이 남는 눈동자로 바라본다. 그리고 나는 검은색 피를 질질 흘리는 놈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놈이 너덜너덜한 팔을 뻗는다.

딱!

난 그 팔을 쏴 버렸다.

놈이 걸레짝 같은 다리를 움직여 기어간다.

딱! 딱!

난 그 다리를 쏴 버렸다.

놈이 고개를 돌려 텅 빈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그곳에는 어둠이 있었고, 난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한 줄기 빛이 반짝이다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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