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아직 살아있다-140화 (140/313)

[140]

사람들이 겪었던 악몽이 다시 한 번 도래한다. 주민들은 울음과 함께 두려움을 삼켰고, 아이들은 발작하듯 몸을 떨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구석으로 숨어든다. 벗어나지 못하는 공포이자 끝없는 심연. 압도적인 공포에 질린 그들은 저항하기를 포기했다. 하지만 우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 불꽃을 태우며 그 어둠 앞에 저항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

노인의 흔들림 없는 목소리는 미친 듯이 뛰는 심장에 제동을 걸었고, 분주하게 움직이며 일행들의 어깨를 어루만져 주는 내 손길은 뭉친 긴장감을 털어내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 마리 유기체처럼 몸을 잔뜩 부풀리고 공포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함께라면 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고, 벼랑에서 뛰어나오는 날갯짓과 비슷했다. 우리가 죽인 놈들의 숫자를 기억해라. 브리핑하던 날 노인이 해주었던 이야기가 고막을 스치고 지나간다.

아-. 아아아-.

바람 소리 같기도 하고, 동물의 울음소리 같기도 했다. 가만히 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리고, 소름이 돋는 귀곡성. 놈은 분명 실체 하는 생물임에도 우리에겐 귀신처럼 느껴지기만 한다. 놈은 우리가 보이는 건물 앞 베란다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림자처럼 모든 방을 뒤져보던 놈은 이제 그곳에 아무도 없음을 눈치챈 모양이다.

당황? 분노? 자신이 오늘 먹어야 하는 생존자를 찾지 못했음에도 놈은 그 어떤 감정도 내보이지 않았다. 동그란 입은 연신 뻐끔거렸고, 기괴할 정도로 길쭉한 몸은 갈대처럼 흔들린다. 이쪽으로 오나? 어디로 갈 생각이지? 난 싸울 준비를 하면서도 우리를 향해 오지 말았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 하지만 놈은 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순간 주변에선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고, 나도 방아쇠 위에 올려둔 손가락을 치웠다. 마치 그림자가 다른 그림자 속에 들어간 것 같았다. 그만큼 은밀했으며 흔한 발소리. 아니, 그곳에 무언가 있다는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능력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만, 적어도 어둠 속에 있는 저 녀석은 타고난 살인 기계이자 밤의 도시를 지배하는 제왕일 것이다.

1분 만에 모든 분석을 마친 나는 저 녀석을 사냥한다는 생각을 깔끔하게 접었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아닌 이상 저 변종을 잡을 수단은 아무것도 없었고, 적어도 이곳 주변을 밝힐 환한 빛과 화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충분한 탄약이 필요했다. 난 방어를 최우선의 목표로 잡으며 이곳에서 아침을 기다리기로 했다.

내가 수신호를 보내자 일행들은 포지션을 풀고, 저리는 몸을 주물렀다. 용팔이는 황급히 물을 마셨고, 노인은 틈틈이 음식을 섭취하며 몸을 움직일 상황을 대비한다. 하지만 건물 안에 있는 누구 하나 입을 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놈이 나타난 이상 수면을 취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긴장을 유지하고 경계를 풀지 않는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변종을 대비해 일행들 모두가 붉게 충혈된 눈동자로 사방을 살폈다.

하지만 변종이 출몰한 이후로 경로당 분위기는 안 좋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졌으며 사방에서 들려오는 훌쩍거림은 우리의 견고한 정신을 천천히 갉아먹었다. 물론 최악의 상황을 많이 겪어 본 일행들은 이 시간을 어떻게든 견디고 있었지만, 서로의 두려움을 공명시키고 있는 주민들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공포와 두려움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몸을 본능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게 한다. 혹여나 패닉상태에 빠진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거나 건물을 뛰쳐나가는 돌발행동을 한다며? 뛰쳐나간 본인은 물론이고 경로당 안에 있는 전부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발자국 땔 수 없는 이 분위기는 내 발목을 붙잡았으며 섣불리 주민들 쪽으로 시선을 분산시킬 수 없게 만들었다.

젠장, 내 입에서는 저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 욕설을 들은 노인 또한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견고하게 쌓은 댐에 손가락만 한 구멍이 뚫렸다. 그 작은 구멍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댐 전부를 무너트리고 말 것이다. 지시를 내려야 하나? 지시를 내린다면 누구한테 내려야 하지? 전방에 쏠린 신경 때문인지 머리에 과부하가 오기 시작했다. 난 인상을 찡그리며 거친 숨을 훅훅 내뱉었다.

‘두식아, 다혜야.’

하지만 내 입보다 먼저 움직인 사람은 노인도 박대박도 아닌 바로 용팔이었다. 용팔이는 조용히 속삭이며 적절한 인선을 주민들에게 투입시켰고, 나를 대신하여 경로당 내부를 열심히 휘젓고 다녔다. 부산스럽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은 다람쥐 한 마리. 겁 많고 엉성하던 용팔이는 어느새 내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꾀주머니로 변해 있었다.

‘괜찮아요.’, ‘안전해요.’. 별거 아닌 말들이지만, 그동안 홀대받고 살던 주민들에게는 크게 와 닿는 말이었다. 순진하고 착하게 생긴 두식이, 그리고 아직은 앳되지만 야무진 박다혜. 이 둘은 효과적으로 주민들을 안정시켰고, 조용히 해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덕분에 밖을 경계하는 일행들의 집중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폭풍전야 같은 기류는 차분해졌고, 가슴을 뜨겁게 만들던 열기도 가라앉는다. 난 가만히 앉아 차가워진 마음을 숨과 함께 굴렸다. 이 상황에 100% 집중하기 위해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가다듬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눈동자는 마치 팽이처럼 핑핑 돌아가기 시작한다. 눈앞에 시야가 트이고, 내 감각은 더욱 가속화된다.

이제부턴 시간과 침묵의 싸움이었다. 우리는 언제 올지 모르는 놈을 기다리며 어둠과 대치했다. 10분이 흐르고, 20분이 흐르고. 우리는 쥐어짜지는 빨래처럼 긴장감을 짜낸다. 저 어둠에 뭐가 있는 거지? 넌 아무것도 없다고 확신할 수 있어? 혹시 다른 게 있는 건 아닐까?

사르륵.

‘전방 오른쪽.’

내 입에선 거친 읊조림이 튀어나왔다. 방금 지나간 저것이 과연 그림자인지, 아니면 휘날리는 쓰레기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정면을 보고 있는 눈은 모른다고 대답하며, 소리를 듣고 있는 귀 또한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나는 눈과 귀를 끝없이 의심했지만, 피부를 핥는 기류와 감각은 저 앞에 무언가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의심은 확신이 되고, 그림자는 형체가 된다. 내 소곤거림을 들은 일행들은 망설임 없이 시선을 돌렸고, 노리쇠를 당기며 딱딱한 근육을 팽창시킨다. 놈은 주민들이 있던 아파트를 모두 돌아보고 왔는지 처음 왔었던 1층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어? 이상하네? 아무것도 없네? 놈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복도를 지나가는 몸체는 어떠한 요동도 없었으며, 흔한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놈은 마치 지나가는 바람처럼 복도를 소리 없이 흘러갔고, 아파트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차박, 차박, 차박.

아파트 현관 계단을 밟는 진득한 발소리가 울려온다. 마치 펄이라도 밟고 온 듯한 그 진득함은 이마 위에 흘러내리는 식은땀조차 끈적끈적하게 만들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갈대처럼 팔과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동그란 입은 어느새 닫혀 있었고, 놈은 살며시 고개를 돌려 한쪽을 바라본다.

흡, 일행들 중 누군가가 헛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그것은 놈이 우리 쪽을 바라보지 않는 것에 대한 안도였고, 방아쇠를 당길 뻔한 본능적인 반응이기도 했다. 난 식은땀으로 젖은 검지를 내려놓으며 놈이 시야를 돌린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시선이 닿은 그곳에는 파벌들이 모여 있는 관리 사무소가 있었다.

해가 지자마자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 관리사무소는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생존자들의 은신처였다. 그들도 분명 변종이 내는 귀곡성 소리를 들었겠지? 우리가 숨을 죽이고 상황을 살피듯, 그들도 입을 다물고 주변을 경계하고 있을 것이다. 놈을 발견했을까? 못했을까? 고요하고……. 어둡고……. 마치 폐가처럼 아무런 빛도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변종은 그곳에 무언가 있는걸 알기라도 하듯이 천천히 그쪽을 향해 몸체를 돌렸다.

놈이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고, 난 한순간 시야에서 놓치고 말았다.

안 돼!

피부가 찌릿하게 울리고 방아쇠 근처에 있던 검지가 움찔거린다. 눈을 연신 감고 뜨던 나는 본능이 이끄는 방향으로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관리 사무소를 향해 껑충껑충 뛰어가는 놈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쇳바람을 들이키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성대가 찢기기라도 했는지 바람이 새어나가는 듯한 그 소리는 놈이 무엇을 노리는지 짐작하게 해 주었다.

히-힉-히-힉힉, 히힉-힉-히히힉!

크고 둔탁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놈은 정말 귀신이라도 되는지 인기척과 소음을 내지 않았다. 난 다급하게 관리사무소로 시선을 돌렸고, 아직도 대응을 안 하는 그들에게 소리 없는 고함을 내질렀다. 하지만 어둠속에 스며든 놈은 마치 바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담벼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고, 너무나 손쉽게 창문을 막고 있는 가림막을 부숴 버린다.

‘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악!!!!!!!!!!!!!!’

놈이 좁은 창문에 몸을 구겨 넣자 관리 사무소에서는 고막을 찢는 비명이 울려 퍼졌다. 무언가 대응을 하기도 전에 가해지는 공격. 고기가 찢기는 소리와 가구들이 부서지는 소리가 아파트 단지를 쩌렁쩌렁 울리기 시작했다. 놈은 마치 양떼 속에 뛰어든 늑대처럼 관리 사무소 내부를 휘젓고 사람들을 도륙한다. 그동안 명을 유지해 주었던 행운이, 오늘 밤 그들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절대 익숙해질 수 없는 단말마 앞에 난 눈을 질끈 감았다. 일행들은 몸을 움찔거리며 애꿎은 총구만 흔들었고, 저 뒤에 숨어 있던 주민들은 비명을 손으로 막으며 구석으로 몰려들었다. 사람이 내지르는 비명이 조용하던 경로당 내부를 깨우고, 숨죽이고 있었던 도화선에 불을 붙인다.

제발 그냥 지나가라, 제발 만족하고 물러가라. 난 이기적이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상황을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서도 내 몸과 정신은 닥쳐올지도 모르는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다. 방아쇠 위에 올라간 검지가 따끔거리고 이마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에 콧잔등에 살포시 얹어진다. 그리고 그 땀이 마르기도 전에 섬뜩한 떨림이 온몸을 잠식한다.

10분이 지났다. 그 10분은 억겁의 굴레 속에 우리를 가둬놓듯 끝없는 공포가 지나서야 흐르고 말았다. 관리사무소 창문에는 피가 흩뿌려지고, 그 사이로 보이는 인영들은 토막이 나며 형체를 잃어버린다. 학살이다, 그리고 살육이다. 놈의 움직임에는 기쁨과 분노가 오묘하게 섞인 감정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육장이 없어졌다는 분노, 그런데도 사람을 죽인다는 기쁨. 놈은 정말 순수하면서 더러운 잿빛 괴물이었다.

‘으, 으아아아!!’

그리고 그 순간 관리사무소 옆에 있던 작은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다급하게 뛰쳐나왔다. 안쪽이 무슨 상황인지를 말해 주는 듯 그의 온몸은 피범벅이었으며, 배에서는 새빨간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니, 칠흑의 밤은 그 피조차 어두운 흑색으로 보이게 한다. 모든 장면이 흑백 영화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살, 살려 줘! 살려 줘! 살려 줘어어!!!’

그 남자는 미친 사람처럼 외치며 우리 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상황을 방관하고만 있던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본능적으로 손을 휘저어 수신호를 보냈다. 머리에선 경종이 미친 듯이 울려오며 내 심장을 미친 듯이 뛰게 한다.

그리고 남자가 내뱉는 비명이 더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살려 주세요!!! 살려 줘, 제발!’

젠장, 젠장! 악재와 악재가 겹치고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상황이 찾아오고 말았다. 놈은 어디 있지? 이쪽으로 도망 오는 남자를 발견했을까? 만약…… 만약 그렇다면,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을까? 남자는 넘어졌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오직 이곳을 향해 뛰어왔다. 찢긴 배에서는 끊임없이 흐르는 피는 놈을 부르는 그레텔의 과자와 같았다.

왜 하필 여기야! 왜 하필 여기냐고! 피를 뿌리며 뛰어오는 저 남자에게 고함이라도 내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것은 고함이 아니어야 했다. 내가 동요하면 일행들도 동요하고, 내가 무서워하면 일행들도 무서워한다. 이미 분위기는 급박하게 흘러갔으며 너무나 참혹한 현장 앞에 사기는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침착해!’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것은 고함이 아닌, 그들을 붙잡아 줄 단호한 명령이었다. 나는 일행들을 하나하나 밀며 약속된 포지션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이를 악문 나는 마지막으로 총을 점검하며, 혹시나 공격해 올 놈을 상대할 준비를 했다. 감당 못 할 공포와 두려움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것을 밀어내고 있는 건 나의 지시와 일행들의 전의였다.

히-힉-히-힉힉-!

놈은 남자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기괴하게 비틀린 웃음, 과연 저것이 기쁨을 표현하는 표정인지, 아니면 살육을 위한 준비 행동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놈은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그리고 마지막 사냥감을 잡으려는지 창문 밖으로 천천히 기어 나오고 있었다.

으아아아아! 남자가 울음기 섞인 비명을 내뱉으며 우리를 향해 끊임없이 손을 뻗는다. 하지만, 놈은 그것을 기다려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까각-.

뼈가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뇌수가 튄다. 분수처럼 솟아오른 피는 흰 눈 위에 쏟아져 내렸고, 남자의 몸은 옅은 경련과 함께 쓰러진다. 그리고 하필, 남자가 마지막으로 손을 뻗은 그곳에는 우리가 있는 경로당이 있었다. 그 손에는 짙은 미련과 함께 아직 살고 싶다는 마지막 욕망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놈은 그 욕망을 남김없이 핥아 먹었다.

놈이 이쪽을 본다.

그리고 목을 옆으로 꺾으며 가만히 서 있다.

놈이 말을 한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거기도 있었구나?’

사방에서 노리쇠를 당기고 총구를 드는 둔탁한 소리가 울린다.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나는 한쪽 손을 조용히 들어 올리며 터지기 직전의 분위기를 가로막았다. 내가 손을 내리면 총구에서 시작된 성난 말들은 저 변종 몸에 틀어박힐 것이다. 상상만 해도 전의가 끓어오르고, 당장 두려움에 대항하고 싶은 반발력이 스프링처럼 튀어 오른다. 하지만 나는 사격명령을 내리지 않았고 일행들이 내뱉는 거친 숨만을 조용히 느꼈다.

남자의 머리통을 잡은 놈이 이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온다. 우리의 저항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발걸음에는 여유마저 느껴진다.

차박-차박-차박.

맨발이 피와 눈이 섞인 늪을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그 소리와 맞춰 내 심장은 공명하기 시작했다. 허공에 올려진 손에는 찬바람과 함께 긴장감이 흘렀고, 내 코에서 떨어진 식은땀은 바닥에 떨어진다.

지금은 아니다. 기다려라, 그리고 또 기다려라. 난 그동안 경험과 본능이 남긴 최적의 시작점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놈의 몸체가 완전히 보일 그때, 그리고 우리가 준비시켜 둔 모든 것이 앞을 가리킬 때, 그때가 곧 올 것이다. 검지가 떨렸고, 조준점에 맞혀둔 허공이 정면을 응시한다.

후-.

숨을 길게 내뱉자 동시에 내 눈은 크게 떠진다.

아-아아아아-아아!!!

놈이 귀곡성을 내뱉자 내 입에선 참고 또 참았던 고함이 터져 나왔다.

‘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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