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아직 살아있다-139화 (139/313)

[139]

그동안 먹은 게 변변치 않았던 주민들은 딱딱한 건조식품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했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찾아야 했으며, 가장 먼저 조리가 가능할 법한 식재료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가 챙겨 온 식품 중에 그런 것이 있기나 할까? 있는 거라곤 높은 칼로리를 가지고 있는 에너지 바와 비적비적 씹어 먹어야 하는 건조식품이 전부였다.

우리는 한동안 머리를 맞대며 고민했고, 결국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해 적어도 호호 불어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것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 남자들의 요리 실력은 최악 중의 최악. 그렇다고 유일한 여자들인 김혜정과 박다혜의 요리 실력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요리는 정성이라고, 그나마 머리를 맞대고 탄생한 음식이 바로 에덴표 건빵 죽이었다.

뜨거운 물에 풀어진 건빵과 달콤한 별사탕의 조합. 그 기괴한 음식은 그릇에 담기자마자 일행들의 야유를 들어야 했지만, 주민들은 그마저도 맛있게 먹어 주었다. 달콤한 시리얼을 뜨겁게 먹는 맛? 마침 식사도 거른 상태였던 우리 일행들은 주민들과 함께 앉아 건빵 죽을 나눠 먹었다. 침울한 칠흑 속에 따뜻한 불 하나가 켜진 기분이었다. 당장 죽을상을 하고 있던 주민들은 오랜만에 웃음을 머금고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우리는 아파트 단지에서 밤을 보낼 준비를 했다. 왜냐하면, 노인과 내가 한참을 생각해 내린 결론이 ‘당장은 이동하지 못한다.’ 였기 때문이다. 물론 숙달된 일행들만 데리고 행군한다면 금세 에덴까지 도착할 수 있겠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주민들은 조금 힘들었다. 아니, 아마 구출은커녕 길 위에 고립되어 버릴 게 분명하다.

그리고 가장 큰 변수는 아파트 단지에 출몰한다고 하는 변종이었다. 원래 표면적인 목표였던 그놈은 다행히 해가 지고 나서 나타난다는 증언이 있었지만, 변수에 절대라는 단어는 결코 있을 수 없었다. 만약 이동 중에 놈을 만나기라도 한다면?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득하다. 적어도 한곳에 주민들을 모아 둘 은신처를 만들고, 놈이 공격할 것을 대비해 방어 준비를 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이었다.

겸사겸사 주민들이 에덴까지 이동할 체력도 비축하고 말이다.

우리 2팀은 뛰어난 사냥꾼임과 동시에 뭐든지 잘 만드는 재주꾼들이기도 했다. 시설 제작이라는 지시가 내려지자마자 박대박 팀은 한순간에 흩어지더니 어디서 발견했는지 모를 가로수를 잘라왔고, 이내 순식간에 분해해 튼튼한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버렸다. 나 목공에는 자신 있소! 하던 용팔이는 구석에 앉아 손가락을 빨 수밖에 없었다. 어때? 대충 만들었는데, 쓸 만하지? 나와 노인은 박대박의 농담을 듣고 한동안 어이없는 웃음을 지어야 했다.

우리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돌아다녔고, 이내 관리사무소 근처에 있는 경로당에 자리를 잡았다. 경로당에는 종말 이후로 드나든 사람은 없었는지 먼지와 쓰레기들이 가득했지만, 일단 아쉬운 대로 대충 치우고 주민들을 그곳에 들어가게 했다. 주민들의 난방은 불이 아닌 챙겨온 핫팩들로 대신했으며, 우리는 쥐 죽은 듯이 있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바리케이드로 입구와 창문을 막고, 사냥을 위해 챙겨온 날개 함정도 곳곳에 설치해 두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모든 준비를 끝마친 시간은 오후 5시. 이 정도면 변종이 공격해 온다고 해도 안심이었다. 시선을 돌려 밖을 바라보자 지나가기 직전의 황혼이 아파트 사이에 걸려 있었다. 아마 30분 정도가 지나면 해가 질 것이다.

저녁밥은 간단하게 먹고 어두운 밤을 지낼 준비를 하자. 나는 일행들을 모아 밤사이 진행될 불침번에 대해 브리핑을 시작했다. 변종이 공격해 온다는 걸 확신하고 있는 상황, 평소보다 많은 인원을 배치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마무리되어 간다고 생각하는 그때, 내 상념을 끊은 것은 저 멀리서 경로당을 향해 걸어오는 파벌 무리였다.

경로당이 파벌 무리들이 있는 곳과 가까워서 잠시 우려를 했었다. 하지만 꿀릴 게 없는 우리는 재빠르게 총을 챙겨와 창문 사이로 총구를 내밀었다. 이미 그들과의 관계는 단절되었고, 동정이라는 감정조차 어긋나 버렸다. 만약 아까와 같은 태도를 보이거나 이쪽 주민들을 공격한다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겨 줄 생각이 있었다.

‘자,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황급히 손을 들며 대화를 시도하는 남자는 아까 만났던 통장이었다. 그는 자신이 싸울 의사가 없다고 말하고 싶은지 양손을 들며 걸어왔고, 그 뒤로는 처음 보는 남자 3명이 따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4명이 전부가 아니었다. 황혼이 보내는 빛이 한 여자의 그림자가 투영시켰고, 눈을 가늘게 뜨자 남자들 사이에 껴있는 김지영이 시야에 들어왔다.

해가 지기 직전, 나와 일행들이 가장 예민해질 시간이었다. 일행들의 분위기는 살벌해졌고, 주민들은 눈치를 보며 구석으로 숨어든다. 그리고 이제는 사라지기 시작하는 황혼 사이로 튀어나오는 총구의 숫자는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다. 만약 놈들이 허튼수작을 벌이다면 1초도 지나지 않아 벌집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난 그 경고를 찬바람 속에 쏘아 보냈다.

총과 함께 불어오는 칼바람을 마주한 남자들이 침을 꿀꺽 삼킨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김지영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 뒷걸음질을 치기 바빴다. 짜증이 난다. 왔으면 말을 해라. 난 불쾌함이 깃든 몸짓으로 창문을 가리고 있는 커튼을 확 치워 버렸다.

‘곧 해가 집니다. 빨리 돌아가세요.’

난 정중하게 축객령을 내렸다. 길게 말하기 싫다는 경고이기도 했고, 괜히 이곳에 서서 위험을 자초하지 말라는 비아냥거림이기도 했다. 저들도 해가 진다는 의미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주황빛은 몰려오는 어둠 사이로 흩어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바로 앞에 보이는 사람들조차 그림자 사이에 가려지고 만다.

내 축객령에 통장은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선생님. 잠깐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저희 쪽으로 오셔서 식사라도…….’

통장은 허리와 고개를 숙이며 나에게 말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비굴해 보이는지 속에서는 가식을 마주한 역겨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당장 변종이라는 위험이 코앞에 있으니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기는 한 모양이지. 하지만 그 와중에도 모든 자존심을 팔기는 싫었는지, ‘오해’와 ‘대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오해요? 그쪽이 잘못한 거 아닙니까?’

난 찬바람에 갈라진 입술을 핥으며 그에게 대답했다. 오해란 양쪽이 서로의 행동이나 말을 그릇되게 해석했을 때나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박다혜는 피해자고, 당신네들이 데리고 있는 남자는 가해자다. 이건 오해가 아니라 분명히 한쪽에서 가한 잘못이었다. 하지만 놈은 꼭 합의라도 하고 싶다는 말투로 나에게 비즈니스식 대화를 시도한다.

‘하하. 그게 또 사정이란 게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쪽 단체장님 입장도 고려해 주셔야죠. 예전부터 합류합시다, 합류합시다. 노래를 부르셨는데……. 저희랑 이렇게 가시면 조금 난처하시지 않을까요? 그죠?’

통장은 나름 핵심을 집었다고 생각했는지 비굴한 웃음 사이로 옅은 비열함을 숨긴다. 그래, 어쩐지 좀 늦게 찾아온다 싶었다. 놈들은 관리사무소에서 열심히 머리를 굴렸는지 나름 우리의 약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명령체제를 걸고넘어졌다. 단체에 속해있는 평범한 팀이라면 누구나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 때로는 개인적인 감정과 생각보다는 단체에서 내리는 명령이 우선시 될 때가 많았다. 특히나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입에서는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좋다, 맞다. 놈들이 던진 회심의 공격은 정말 날카롭고 적절했다. 난 천천히 수신호를 보내 일행들에게 총구를 내리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통장은 자신들의 수가 통했다고 생각했는지 비열함과 함께 거만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하하, 그래, 진작 그랬어야지.’

태세전환이 빠른 사람답게 벌써 말투부터 반말로 바뀌어 있었다. 우리가 아무 말이 없자 자신들이 이겼고, 권력조차 더 위에 있다고 생각한 모양. 난 일행들과 함께 총구를 내리고 용팔이에게 내 가방을 가져오라는 지시를 했다. 그러자 용팔이는 다람쥐처럼 뛰쳐나가 내 가방을 순식간에 가져다주었고, 난 그 가방 안에 손을 넣었다.

칙-.

내가 꺼낸 무전기가 짧은 잡음을 내뱉었다. 단체장과 처음 만날 때 받았던 물건이자, 에덴에서 유일하게 나만이 가지고 있는 물건. 그 작은 잡음은 유지되고 있던 침묵을 깨트렸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이곳으로 모이게 했다. 통장은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의문을 표했으며 경로당 안에 있던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오직 우리 일행만이 평온한 웃음을 머금고 내가 지시한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단체장님, 구조팀입니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단체장과 직통으로 연결된 무전기. 그 무전기는 한동안 잡음을 내뱉다가 곧 내가 원하는 목소리를 송출시켜 주었다.

[방금 먹었습니다. 아, 그리고 내일 복귀한다는 무전은 조금 전에 받았습니다. 수련 씨에게는 제가 전달해두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친밀함과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였다. 그동안 겪었던 위험과 경험이 우리 일행들을 끈끈하게 만들어 주었다면, 그 상황에서 오는 결과물과 이상은 나와 단체장의 사이를 신뢰로 가득 채워 주었다.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에서, 이제는 인간으로서 인정하고 믿게 되는 관계. 단체장은 우리 팀에게 있어 그 누구보다 든든한 배경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임무 중에 불편함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저쪽 파벌에서 합류 의사를 보냈는데, 거부해도 되겠습니까?’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팀 입장에는 말도 안 되는 부탁이다. 투정? 아니, 이건 근거 없는 떼를 쓰는 것과 같았다. 나와 일행들도 그 점을 충분하게 알고 있었고, 경로당 안과 밖에 있는 사람들도 이것이 억지라는 것을 인지한다. 내 말도 안 되는 무전에 넋을 놓고 있던 통장의 얼굴이 어이없음과 분노로 일그러진다.

‘이, 이이! 지금 장난…….’

[그렇게 하세요.]

통장의 말을 끊은 건 내가 아닌 무전기 너머에 있는 단체장이었다. 그는 한순간 망설임도 없이 그리 하라고 대답했고, 왜 그런 것까지 물어보냐며 너스레를 떤다. 100% 신뢰와 믿음이 묻어나오는 대답 앞에 통장은 내뱉던 입을 다물고 눈동자를 떨기 시작했다. 나와 단체장은 한동안 덕담을 주고받고 웃으며 무전을 종료했다.

침묵이 주변을 감싸 안는다. 그리고 일행들은 내려놓고 있던 총구를 다시 들어 올렸다.

턱-.

나무 위에 철 덩어리를 올려두는 소리가 차가운 바람 위를 묵직하게 노크하며, 마치 선고하는 망치질처럼 울려 퍼진다. 난 바리케이드 사이로 통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또, 용건 있으십니까?’

내가 내뱉은 말은 그 어떤 곳에도 내려앉지 못하며 허공을 맴돌았다.

* * *

한 시간 간격으로 5명이 불침번을 선다. 좀 빡빡한 스케줄이지만, 변종을 대비한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이 최선의 배치였다. 일행들은 불만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경로당 안에 있던 모든 불들은 빠르게 모습을 감춘다. 완전한 어둠이 주변을 차지한 상황. 내부에는 사람이 내쉬는 입김과 별빛이 보내는 반짝임밖에 보이지 않았다.

고요하다. 겨울이라 풀벌레 소리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바람이 건물과 건물 사이를 통과하는 소리가 휘잉 울리고,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과 쓰레기들이 허공을 긁고 지나간다. 2시간 뒤에 불침번을 서는 나는 일행들이 깔아 준 침낭 사이에 누웠고, 조심히 가방에서 일기장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은은하게 빛나는 밤하늘에 기대어 채연이가 그린 그림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며 시간을 축낸다. 밤하늘만큼이나 마음이 먹먹했다.

‘잠이 안 와?’

주변에는 오직 주민들과 일행들이 내뱉는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내 옆에 누워 있는 노인은 그 침묵이 심심하기라도 하는지 조용히 입을 열어 나에게 물어왔다. 난 그 물음에 숨을 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몸과 정신은 피곤했다. 하지만 카페인 같은 긴장감은 내 눈꺼풀을 부여잡았다. 난 조용히 요동치는 심장 위에 손을 올려두고, 어두운 경로당 천장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상하게 별이 보고 싶었다.

‘자라, 내일 또 이동해야지.’

‘네, 주무세요.’

노인은 그렇게 말하고 침낭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다들 이 긴장감 속에서도 잠이 오는지 은은하게 들려오던 숨소리가 고르게 변했다. 창문에서는 불침번 인원들이 하품을 하고 딱딱한 자세를 바꾸기 위해 총기를 절그럭거린다. 나 그 모든 소리를 자장가 삼아 묵직한 눈을 감았다. 한기가 온몸을 휘감고 불안함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인다.

잠을 자기 위해 누울 때면 두려움이 뒤늦게 찾아오고는 했다. 악몽도 꾸고, 영원히 계속되는 지옥을 본다. 하지만 어느 샌가부터 그 모든 것은 사라지고, 천장에 별들이 뜨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마치 채연이가 그린 그림처럼 천장을 수놓는 별들은 당장이라도 내 머리 위에 쏟아질 듯 환하게 반짝거렸다. 머리가 맑아지고 무거운 눈꺼풀은 박하사탕처럼 시원해진다.

채연이가 노래를 부르고, 귀여운 상어 가족과 고래들이 반짝이는 별들을 헤엄친다. 아, 채연이가 손을 흔들자 내 손도 저절로 올라가 흔들거린다.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지만, 난 애써 빠져나올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몽환의 숲과 같은 그 장면을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고요함 속에서 밤하늘이 시간이 흐름을 나타내듯 별들이 흘러갔다.

‘-’

그리고 별들이 흔들린다.

‘--.’

‘----!’

허억-.

누군가 나를 부르며 흔들고 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죽어 있던 사람처럼 황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내 손은 반사 반응처럼 주변에 놓아둔 총기를 찾기 시작했고, 잠결에 짓눌린 눈꺼풀이 번쩍하고 떠진다. 시야가 밝아오고 용팔이의 심각해진 얼굴이 들어온다.

‘……형님! 왔어요, 왔어.’

아! 난 외마디 감탄사를 내뱉으며 자리에서 황급히 일어났다. 그리고 잠을 쫓아내기 위해 격하게 얼굴을 흔들었고 눈을 비볐다. 방 안에 있던 모든 일행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난 그사이를 지나가 노인이 손짓하는 곳의 창문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쨍그랑!

고요했던 아파트 단지가 한순간 살벌한 얼음판으로 변해 버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야에선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난 재차 눈을 비비며 시야를 회복하기 위해 애썼다. 노인은 그런 나를 도와주며 놈이 있는 방향으로 정확히 고개를 돌려주었다. 그리고 나는 드디어 변종의 위치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놈은 주민들이 있던 아파트 2층에 있었다.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에 팔 척은 넘어 보이는 큰 키. 천장에 머리가 닿는지 기괴하게 옆으로 꺾은 머리는 정신없이 흔들리며, 이곳에 있어야 할 사람들을 찾고 있었다.

놈의 큰 입이 연신 뻐끔거렸고, 손과 팔은 경련이 일어난 듯 꿈틀거린다.

아 아아-아 아아-.

귀곡성 같은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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