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탐색조 활동은 좋은 기류를 탄 듯 문제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처음에 어리바리한 태도를 보여주던 용팔이도 이제 의젓하게 우리 뒤를 잘 따라왔고 두식이는 언제나 그렇듯 밥값을 두 배로 해주는 남자였다.
점점 손발이 맞는 기분이 들 때쯤 우리는 더 이상 그놈들을 피해가지 않게 되었다. 장족의 발전이지만 결코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우리 중에 제일 겁이 많던 용팔이조차 그놈들 숨통을 끊는 것에 거부감이 사라졌으니까. 무심하게 피를 닦는 용팔이를 발견했을 때 난 미묘한 감정과 한참을 씨름해야했다.
12시가 되기도 전에 식량이 모여 있는 스팟을 두 개나 발견했다. 물론 주위에 그놈들이 몰려있어 접근을 하지는 못했지만 일단 지도에 표기는 해놓았다. 서서히 몸이 지치고 공복이 몰려올 때쯤 주위에 있는 오피스텔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했다.
나는 오피스텔 계단에 앉아서 지도를 펼쳐들었고 용팔이와 두식이는 복도에 대자로 뻗어 누웠다. 그리고 노인은 밖을 경계하며 챙겨온 연양갱을 열심히 오물거렸다. 덕분에 난 안심하고 식사와 중간점검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우리들의 진행방향은 꽤나 규칙적이었다. 처음부터 방향을 잡고 움직인 것도 있고 에덴에서 제공한 지도에는 임의로 나눈 구역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속도로 움직인다면 에덴에서 예측하는 구역들을 일주일이면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런 생각에 빠져 열심히 초콜릿을 씹는데 가방에 넣어둔 무전기가 조용히 울리기 시작했다. 탐색조 활동을 하면서 처음 오는 무전이었다.
난 무전기를 꺼내 천천히 볼륨을 키웠다.
[팀 채연, 팀 채연! 들려요?]
김혜정이였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지 굉장히 다급해 보이는 목소리였는데 난 볼륨을 조금 줄이며 속삭이듯 대답했다.
‘들립니다.’
그러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더니 다시 다급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무전 가능한 지역이죠? 아니, 지금 어디세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다급한 그녀와는 다르게 난 침착한 모습을 유지하며 살며시 지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우리가 있는 지역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그녀가 요구하는 것을 조용히 대답해주었다.
‘H구역입니다.’
그러자 무전기에선 짙은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한참을 잡음만 내뱉던 무전기는 다시 한 번 울리기 시작하더니 그녀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같은 구역 탐색조에서 구조신호가 왔어요. 혹시 지원이 가능할까요?]
무전내용을 듣고 있던 노인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크로스 보우를 챙기며 남은 연양갱을 입안에 욱여넣는다. 누워서 꼼짝하지 않던 용팔이 형제도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무기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난 그녀에게 물었다.
‘우리뿐입니까?’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들 무전기를 꺼버렸어요.]
‘제대로 콩가루네?’
옆에서 듣고 있던 노인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작은 목소리가 아니었기에 무전기 너머에 있는 그녀도 충분히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노인을 탓하지 않았다. 대략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내 예상보다 더 심한 콩가루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아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노인은 조용히 혀를 찼고 용팔이 형제는 말을 아낀다. 일단 나는 지원할 의사가 있었다. 다만 상황정도는 알아야했는데 혹 그놈들에게 당한 거면 나도 손쓸 도리가 없었다.
‘누구한테 당한 겁니까?’
[일단 사람인 것 같아요.]
사람을 공격하는 사람이라. 물론 생존자끼리의 분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생존자가 총까지 들고 있는 탐색조 무리를 공격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모든 전제를 바닥에 깔자 용의선상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난 하나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난 무전기를 잠시 꺼버린다.
‘부랑자 새끼들인 거 같은데.’
난 말을 흐리며 일행들을 살펴봤다. 근 이틀간 우리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중에 하나는 바로 실전 경험에서 오는 결단력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긴장감과 투쟁심에 적절한 조화였다. 이 변화는 탐색 활동에서 굉장한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노인은 언제나 적절한 작전지시를 내린다. 그리고 그 지시를 받는 3명의 호흡은 절대 어긋나는 일이 없었다. 이것은 자만이 아니라 거듭된 팀워크에서 온 자신감이다. 그렇기에 난 지원을 거부하는 것이 아닌 일행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고 있는 것이다.
‘나!’
갑자기 두식이가 내 옆으로 다가와 외쳤다. 두식이는 우리와 지내면서 단 한 번도 자기의사를 내보인 적이 없었다. 언제나 묵묵하게 궂은일을 맡아하는 두식이가 갑자기 나서자 나도 노인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노인 옆에 있던 용팔이는 기겁하며 두식이를 잡아끌었다.
‘얌마! 갑자기 왜 그래!’
하지만 두식이의 표정을 조용히 지켜보던 노인이 용팔이를 제지했다. 그리고 진지한 얼굴로 한참을 바라보더니 이내 두식이를 향해 진지하게 물었다.
‘두식아, 가고 싶다고 말하는 거냐?’
그러자 두식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외친다.
‘나!’
아무래도 가고 싶다는 소리가 맞는 것 같았다. 난 갑작스럽게 변한 반응에 놀라면서도 그동안 두식이가 보여줬던 행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식인의 현장을 발견하고 할머니의 시체를 수습할 때 보여줬던 두식이의 얼굴이 기억 속에 스치듯 지나간다.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두식이는 그때만큼은 두 눈 가득 슬픔을 안고 있었다. 특히 할머니의 시체를 들어 올릴 때는 모자란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경건하고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난 살며시 짐작이 들었지만 섣부르게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그리고 순간 용팔이가 나를 향해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저 형님 그……. 두식이가요…….’
난 말없이 용팔이의 머리를 만지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없이 노인을 바라보며 무언의 부탁을 보냈다. 그러자 노인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두식이의 등을 팡팡 쳐주었다.
아무래도 용팔이 형제에겐 말 못할 과거가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아픈 과거를 성급하게 추궁할 생각이 없었다. 그냥 항상 고생하는 두식이를 위해 부탁 하나쯤 말없이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난 무전기를 다시 켰다.
‘정확한 위치가 어딥니까?’
[네?]
그녀는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다른 탐색조 처럼 무전기를 꺼버리자 희망을 잃은 모양이었다. 난 그녀의 입장이 이해가 갔다. 끝없는 알력다툼에 없다시피 한 팀워크. 그리고 속출하는 희생자 앞에 그녀는 절망했을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첫 번째 방법은 문제가 무엇인지를 인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를 인지했다면 망설임 없이 움직여야 했다.
악순환을 끊어야한다.
‘갈게요.’
* * * * * *
그들과 우리의 거리는 굉장히 가까운 편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가깝게 있음에도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콩가루 팀워크답게 서로를 경쟁자로 바라보는 인식이 결국 소통의 부재를 가져왔고 이런 비효율적인 행동을 지속하게 하는 것이다.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한 골목을 지나가자 그들이 구조신호를 보냈다는 2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긴장감을 놓아서는 안됐다.
걸으면 걸을수록 사람이 남긴 흔적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골목 구석에 한두 마리씩 발견되는 그놈들의 시체는 이곳으로 탐색조가 지나갔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노인은 귀신같이 흔적을 찾아내며 그들의 위치를 향해 우리를 안내했다.
그리고 5분정도가 흘렀을까, 내 귀에는 누군가 싸우고 있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난 소리가 들려오자마자 황급하게 자세를 숙였고 조심히 얼굴을 내밀어 커브길 바로 앞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이 그놈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김혜정, 그녀가 분명히 사람이라고 했었는데 이상하게 탐색조의 적은 그놈들이었다. 그녀의 단순한 착오였을까?
난 이내 의문을 빠르게 지우고 상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그놈들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탐색조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는데, 아마 우리가 참전한다면 빠르게 상황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일행들을 돌아보며 빠르게 정보를 전달했고 이내 결단보다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우리는 커브길을 벗어나 순식간에 앞으로 뛰쳐나갔다.
난 달리면서 크로스 보우를 견착했다. 하지만 그놈들과 사람들이 뒤엉켜 있었기에 함부로 볼트를 발사 할 수 없었다. 하는 수없이 후방사격은 노인에게 맡기고 난 허벅지에 숨겨둔 대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용팔이 형제와 함께 그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탐색조는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여자 한명은 이미 리타이어 직전이었고 그 옆에 어려보이는 남자는 겨우 한 마리를 밀어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싸움이란 걸 하고 있는 사람은 성인남성 한 명뿐이었는데 그조차도 결정타를 날리지 못하고 시간만 끌고 있었다.
난 일부로 발소리를 내며 뛰어갔다. 그러자 사람과 그놈들의 시선이 우리를 향해 쏠렸고 이내 싸움이 시작되었다. 가장먼저 두식이가 쿵쾅 소리를 내며 뛰어가더니 그대로 그놈 대가리에 쇠파이프를 꽂아 넣었다. 뼈를 부시는 살벌한 소리와 함께 용팔이가 몸을 날린다.
난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동시에 침을 흘리며 뛰어오는 그놈 한 마리를 발견하고 근육에 힘을 가하기 시작했다. 대검은 리치가 짧은 무기다. 절대 거리를 내주거나 내 몸이 잡혀서는 안됐다. 난 달려오는 놈을 빠르게 피하고 그대로 다리를 걸어버렸다.
그놈은 무게중심을 잃더니 앞으로 꼬꾸라졌고 이내 자동차 보넷에 대가리를 박으며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난 그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달려가 그놈의 등을 발로 밟으며 뒤통수에 대검을 찔러 넣었다. 강한 저항감이 느껴졌지만 난 이를 악물고 대검을 돌려 내부를 후벼 팠다.
까드득 거리는 소리와 함께 손이 저려왔다. 하지만 움직임을 멈추는 그놈을 바라보며 나는 힘차게 대검을 빼냈다. 숨이 거칠다. 시야가 좁아지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난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빠르게 다음 상대를 찾았다.
‘-!’
그리고 그 순간 내 옆에서 그놈이 내뱉는 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차, 하는 순간 한 놈이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다. 그리고 내 몸이 반응하기도 동시에 그놈이 이빨을 갈며 나에게 몸을 날렸다. 그 모습을 발견한 나는 깜짝 놀라며 대검을 들었고 날아오는 그놈에게 대응하기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달려오는 그놈의 머리에 무언가가 날아와 꽂혔고 그놈은 나에게 닿기도 전에 저 멀리 나가떨어져 버렸다.
노인이 발사한 볼트였다.
‘정신 차려!’
뒤를 바라보자 노인이 크로스 보우를 들고 차 밑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내 뒤통수를 툭 치면서 다시 크로스 보우를 견착한다. 흥분 때문에 시야가 좁아졌었다. 하마터면 옆을 내주고 목이 물어뜯길 뻔했다.
용팔이 형제는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며 그놈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난 상황을 정리하기위해 숨을 들이켰고 곧 앞으로 뛰쳐나갔다.
* * * * * *
허억허억.
난 거친 숨을 내뱉으며 마지막으로 남은 놈의 대가리를 깨부쉈다. 겨우 3마리를 상대했을 뿐인데 근육이 한계까지 도달해버렸다. 숨은 터질듯이 치솟았고 머리는 흥분으로 핑핑 돌았다. 난 얼굴에 묻은 더러운 피를 닦아내며 바닥에 침을 뱉었다.
‘아이고 죽겠네…….’
그리고 내 옆에선 용팔이가 앓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주저앉는다.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을 보니 한계까지 몸을 움직인 모양이었다. 멀쩡한 사람은 두식이와 노인이 유일했는데 정신이 없는 나를 대신해 노인이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여자와 어린 남자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다가오는 죽음 앞에 정신을 놓기로 결정한 여자는 흐릿한 눈동자로 넋을 빼고 있었으며 어려보이는 남자는 덜덜 떨며 불안한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유일하게 싸우던 그 남자.
흥미?
난 순간 그 남자의 눈동자에서 흥미를 읽었다. 하지만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금세 표정을 바꿔버렸다. 너무나 빠른 변화에 내가 착각을 한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순간 찝찝함이 몰려왔고 난 차분히 그 남자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그 남자는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보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웃어?
그 남자는 웃음을 머금고 나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웃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웃는다는 게 말이 안 될 뿐이다. 노인이 발견한 시체는 무려 두 명이었다. 한명은 내장이 다 파 먹혀 있었고 다른 한명은 사지가 다 뜯겨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웃는다? 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심지어 이질감까지 느껴졌다. 다른 일행들도 이상한 남성의 행동을 느꼈는지 연신 눈치를 살피며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다고 해서 그를 추궁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이 엄습해오는 불안감, 그리고 찝찝함을 어찌할 도리가 없었을 뿐이다. 차라리 여자와 어린 남자가 설명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지만 둘 다 상태가 미치기 직전이었다.
난 무전기로 피해상황과 근황을 보고했다. 그러자 김혜정은 굉장히 기뻐하며 고맙다는 인사만 수십 번을 해왔다. 이대로 있다간 무전기에 뽀뽀까지 할 기세여서 난 빠르게 무전기를 꺼버렸다. 그리고 무전을 나누는 나를 바라보던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뭡니까?’
난 까칠하게 말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다시 한 번 웃더니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어버렸다.
* * * * * *
우리는 이른 복귀를 결정했다. 일단 이동조차 힘들어 보이는 두 명 때문이었다. 이른 복귀지만 김혜정도 허락한 부분이기에 우리는 지체 없이 방향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내가 선두 노인이 후방, 그리고 용팔이 형제 사이에 구출한 그들을 일렬로 세웠다.
우리는 걷는 내내 말이 없었다. 아니, 말이야 원래 없었지만 분위기 자체가 좋지 않았다.
처음 이동할 때부터 남자가 계속해서 신경 쓰였다. 마치 사람거죽을 뒤집어쓴 괴물 같은 느낌? 심지어 눈치도 없는 건지 자기혼자 중얼거리다가도 결국엔 콧노래까지 불러댔다. 물론 노인이 으름장을 놓으며 지랄하긴 했지만 태도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 길 잘 찾으시네요?’
난 인상을 찡그리고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그 남자가 여자 어깨위에 손을 올리며 히죽 웃고 있었다. 여자는 미세하게 어깨를 떨며 시선을 한곳에 두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바라보자 어린 남자또한 손톱을 무서운 기세로 뜯어먹고 있었다.
역시 이상하다. 생각을 틀어막는 이질감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난 다시 고개를 돌리고 앞을 바라봤다. 그리고 주변을 살피며 생각에 빠져들었다. 분명 깨끗한 옷에 에덴에서 제공하는 장비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김혜정이 알려줬던 장소에서 발견한 탐색조였다.
이상한점이 없었을까? 하지만 내 머리는 끊임없이 경종을 울린다. 마치 내 목뒤로 칼이 겨눠진 것처럼 손끝 신경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복잡한 심경을 안고 천천히 걷고 있는데 저 뒤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밥들은 먹었어? 점심시간 훌쩍 지났는데.’
갑작스런 목소리의 변화였다. 노인은 아까 으름장을 놓았던 게 다 거짓말인 것처럼 너무나 친근하게 말을 걸고 있었다. 물론 여자와 어린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고 유일하게 그 남자만이 대답을 해왔다.
‘아이고, 못 먹었죠. 배고파 죽겠습니다.’
노인이 하하 웃는다. 그러면서 넉살좋게 대화를 이어간다.
‘그치? 아침에 고구마 한 개 주던데. 좀 너무한 거 아니야?’
‘맞습니다! 고구마 하나를 누구 코에 붙입니까?’
동시에 내 손이 대검 손잡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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