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아직 살아있다-50화 (50/313)

[50]

물건을 정리하는 일행들을 불러다가 잠시 휴식을 권유했다. 아이들은 과자를 쥐어주며 잠시 놀라고 하자 신나게 웃으며 휴게실로 향했다. 여성들은 무언가 급해 보이는 나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녀들에겐 설명이 필요했다.

하지만 설명할 수 없었다. 나체의 남자가 토끼뜀을 뛰고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말해야 하나? 난 곤란함을 느끼며 한숨을 푹 내쉬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수련이 무언가 눈치를 챈 건지 여성들을 다독이며 말했다.

‘물티슈가 많던데, 우리 간단하게 좀 씻을까요?’

그러자 여성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추운날씨와 부족한 식수 때문에 한동안 씻지 못했다. 한동안? 아니 장시간 씻지 못했다. 그렇기에 여성들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강수련은 나와 눈을 마주치며 여성들을 데리고 휴게실로 걸어갔다.

난 눈을 깜빡이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리고 짙은 한숨을 내뱉으며 탄창과 대검을 확인했다. 입에서는 격한 욕설이 흘러 나왔다. 미친 새끼!

내가 탄창과 대검을 확인하며 마트 정문으로 향하자 저 뒤에서는 노인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노인도 짜증과 어이없음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일단 주위에 저놈 말고는 아무도 없어. 기어코 토끼뜀으로 정문까지 왔더군.’

난 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 또라이중에 상 또라이다. 이 유리문을 여는 순간 방범창 너머로 털이 숭숭한 나체가 보일거란 생각에 소름이 끼쳐왔다. 한참을 생각하던 나는 노인을 바라보며 넌지시 말했다.

‘뒷문이 하나 있던데 그곳으로 오라고 할까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인다. 저런 놈을 마트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건 좀 거부감이 생긴다. 그리고 분쟁을 대비해서 소음도 신경을 써야한다. 우리는 방범창 앞에 가만히 서서 나체의 사내가 오길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뒤 방범창을 조심히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난 앞으로 다가가 방범창을 살짝만 들고 대답했다.

‘뒷문으로 와.’

그리고 서둘러 방범창을 닫아버렸다. 방범창을 든 순간 털이 수북한 맨다리와 그곳을 봤기 때문이다. 난 몸서리를 치며 눈을 꾹 감아버렸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담요를 양손에 꾹 쥔 상태로 천천히 뒷문을 향해 걸어갔다.

휴게실에서 아이들 웃는 소리가 들린다. 난 일행들이 한동안 이곳으로 오지 않기를 빌며 천천히 뒷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뒷문 골목은 몹시 좁았고 옆은 높은 담으로 가려져 있었다. 노인은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엽총을 앞으로 겨누며 사방을 경계했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자 저곳에서 황급하게 뛰어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나는 그 남자가 이곳으로 접근하자마자 담요를 휙 던졌다. 그 남자는 담요가 자기한테 날아오자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담요를 받아들고 허겁지겁 몸에 둘렀다. 그리고 바들바들 떨며 나를 바라봤다.

정말 얍삽하고 야비하게도 생겼다. 머리는 노랗게 물들이고 귀에는 피어싱이 가득하다. 그리고 얼굴에선 깐족거림이 묻어 나오는 게 말 그대로 첫인상은 빵점이었다. 노인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 남자를 보자마자 엽총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물었다.

‘뭐야?’

말 한마디에 많은 의문을 달았다. 정체가 무엇이고 우리랑 접선한 이유가 무엇이며 꼭 이렇게 만나서 해야 할 이야기가 무엇인지. 못 다한 말에는 많은 뜻이 담겨 있었지만 그 남성도 내 뜻을 대략 눈치 챈 듯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입술을 우물거린다.

그러더니 갑작스레 무릎을 꿇고 싹싹 빌기 시작했다.

‘형님들! 좀 살려주십쇼.’

이러고 다짜고짜 빌기 시작하니 우리도 난감해졌다. 내가 어찌할 바를 몰라서 남자만을 바라보고 있자 노인은 짜증이 어린 얼굴로 바닥에 침을 퉤 뱉는다. 그러고는 그 남자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내뱉는다.

‘개소리 하지 말고 본론부터 말해.’

엽총이 차가운 소리를 내며 남자를 겨눈다. 그러자 남자는 고개를 들어 올려 떨리는 눈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그리고 무언가 호소하는 애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남자는 침을 꿀꺽 삼키고 말을 내뱉는다.

‘3일을 굶었어요……. 동생도 있고 어린 조카도 있는데……. 이러다 다 굶어죽게 생겼습니다…….’

어쩌면 예상했던 레퍼토리다. 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고 노인도 눈살을 찌푸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남자를 향해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서 먹을걸 좀 나눠달라?’

남자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추위에 달달 떨었다. 하지만 노인의 대답에 희망을 얻은 듯 얼굴이 조금 환해졌다. 하지만 노인의 대답은 이 추위만큼 싸늘하고 차가웠다.

‘널 뭘 믿고?’

대답을 들은 남자는 눈사람처럼 그 자리에서 딱딱하게 굳었다.

널 뭘 믿고?

내가 하고 싶었던 대답이다. 우리는 이 도시를 떠돌고 있는 이들을 모두 경계하고 두려워한다. 그 경계대상이 그놈들이건 생존자들이건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그놈들과 생존자간에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았으니까.

종말이 다가온 세상에서 인간이 얼마나 악하게 변할 수 있는지는 여태 겪어온 경험으로 충분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세상을 딱 3가지로만 분류한다.

그놈, 생존자, 우리.

우리를 제외한 사람은 믿지 않는다. 이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었고 생존의 법칙이었다.

남성에게 식량을 나눠주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언제 다 먹을지도 모르는 식량들을 쌓여 있었고 유통기한이 짧은 음식을 나눠주는 건 그저 먹지 못할 음식물 쓰레기를 주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다음에는?

이 세상에서 호의만큼 독이 되는 요소는 없었다. 내가 그저 남을 돕기 위해 행했던 호의가 어느새 거꾸로 돌아 내 심장을 찌를지도 모른다.

식량을 받아먹던 이놈이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면? 혹은 우리가 가진 물품들을 탐내고 모종의 일을 벌인다면? 모든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를 뒤덮었고 그 생각 때문인지 몸은 자연스럽게 거부반응을 보였다.

난 총을 들며 딱 한마디를 내뱉었다.

‘돌아가.’

내 차가운 총구와 마주한 그 남자는 다리를 벌벌 떨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에게 왜 이러는지 모르겠단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 표정이 너무나 억울하고 애처로워 나도 모르게 한숨을 훅 내뱉었다.

하지만 여지는 없다. 난 이내 얼굴을 굳히고 그 남자를 딱딱하게 노려봤다. 그러자 남자도 포기한 듯 몸을 덜덜 떨며 담요를 꾹 감싼다. 그리고 고개를 꾸벅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한 남자는 뒤로 돌아 터덜터덜 걸어가기 시작한다. 난 그 모습을 총구로 겨누면서도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노인도 나와 똑같은 기분을 느끼는지 아까보단 풀어진 얼굴로 작은 숨을 훅 내뱉었다.

그리고 내가 천천히 총구를 내릴 무렵 갑자기 저곳에서 어눌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용팔이…….’

그곳에는 거구의 남성이 걸어오고 있었다. 키는 190cm가 넘어 보이고 온몸은 근육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리고 정육점에서 쓸법한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마른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처음에는 변종인줄 알고 깜짝 놀라 총구를 들어 올려 그를 겨누었다. 용팔이는 거구의 남성을 멍하니 보고 있다가 우리가 총구를 겨누자 깜짝 놀랐다. 그리고 우리에게 다급하게 달려와 싹싹 빌며 총구를 몸으로 막았다.

‘아이고……. 제 동생입니다……. 제발…….’

동생?

저 큰놈이?

분명히 그는 동생 하나와 조카 한명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생이라 말하는 사람이 저렇게 큰 사람일 줄은 몰랐다. 한 가족이 이렇게 언밸런스 할 수가 있나? 우리는 저 거대한 덩치 앞에 자동적으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덩치의 남성은 총구가 자기에게 겨눠지던 말든 소 같은 눈을 껌뻑이며 뒷머리를 긁었다. 그리고 멍청한 사람처럼 다시 ‘용팔이…….’ 라 읊조리며 우리 앞에 있는 이 남성을 바라본다.

그러자 용팔이는 작은 소리로 역정을 내며 저 거구의 남성을 나무란다.

‘내가 나오지 말랬잖아……! 뭐하는 거야 빨리 들어가!’

그렇게 말한 용팔이는 다시 한 번 우리에게 매달리며 총구를 손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그 얍삽한 얼굴을 울상으로 찡그리며 말했다.

‘제 동생인데 좀 모자라요. 얌전히 갈 테니까 제발 쏘지 마세요.’

용팔이가 우리를 향해 애원하는 와중에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촌…….’

우리는 들려오는 소리를 쫓아 거구의 남성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의 등에서 무언가 작은 것이 바닥에 내려왔다. 등에 누군가를 업고 있던 모양인데 덩치가 워낙 크다보니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바닥에 내려온 것은 한 아이었다. 그 아이는 깡말라 있었고 얼굴도 창백했다. 그리고 추위 때문인지 몸도 덜덜 떨며 거구의 남성 옆에 꼭 붙어 있었다. 용팔이란 사내가 말했던 동생과 조카, 이 둘은 용팔이를 찾아 여기까지 따라온 것이다.

용팔이는 조카를 발견하자 입술을 달달 떨었다. 그리고 거듭 우리에게 쏘지 말라고 애원하며 뒤로 돌아 뛰어갔다. 그리고 마치 자신의 약점을 보이기라도 했는지 조카와 큰 동생을 챙기며 빨리 이곳을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조카는 자신을 재촉하는 삼촌을 바라보며 조용히 칭얼거렸다.

‘삼촌 나 배고파…….’

용팔이는 조카의 말을 듣고 흠칫 멈췄다. 그리고 작은 한숨을 내뱉으며 조카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분들도 먹을 게 없다 하시네? 삼촌이 다른 곳 빨리 찾아볼게. 응?’

그리고 칭얼거리는 조카와 멀뚱하게 자기를 바라보는 동생을 챙기고 이곳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했다. 작은 남성의 뒷모습은 유난히 더 작아보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노인은 천천히 총구를 내리며 나에게 말했다.

‘이래서야……. 우리만 나쁜 놈이군,’

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사실 첫인상 때문에 그를 나쁘게 봤던 건 맞았다. 사실 동생과 조카가 있다는 것도 믿음이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렇게 보란 듯이 등장해주니 노인도 나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정말 노인이 말 한대로, 우리만 나쁜 놈이었다.

노인은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마주친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 입 꼬리를 올려 피식 웃더니 나에게 말했다.

‘싹수가 좀 있어 보이지?’

나도 조용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또라이 아까는 얍삽이. 하지만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가족들을 아끼고 책임지는 한 사람의 가장이었다. 어쩌면 우리랑 가장 비슷한 모습. 나는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총구를 바닥에 완전히 내렸다.

그리고 노인은 조용히 용팔이를 불러 세웠다.

‘이봐.’

그러자 용팔이는 흠칫 놀라며 멈춰 섰다. 그리고 경계심이 묻어나는 얼굴로 조카를 자신의 뒤로 숨기며 우리를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본 노인은 일부로 그러는 건지 껄렁껄렁한 태도를 취하며 바닥에 침을 뱉었다.

‘조카가 배고파 보이네.’

노인의 물음에 용팔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3일을 굶었다 했다. 어른들도 힘들어 나자빠지는 와중에 아이가 무슨 힘으로 그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 노인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어린것이 무슨 죄야. 그치?’

아이는 죄가 없다. 어린것이 갑자기 찾아온 종말 앞에 무슨 생각으로 어른들을 바라볼까? 용팔이는 노인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다. 조카는 용팔이 옆에 찰싹 붙어 우리를 경계어린 눈으로 쳐다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노인은 엄지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가 마트로 들어가는 거 다 보고 있었지?’

용팔이는 마치 죄를 지었다는 듯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작게 ‘네…….’ 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노인은 다 알고 있었다는 듯 다시 한 번 나를 가리키며 말한다.

‘그럼 애들도 있는 거 다 봤겠네? 사실 이놈 장래희망이 고아원 원장이야. 그래서 애들을 바리바리 챙기고 다녀.’

난 뜬금없이 무슨 개소리를 하냐는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봤다. 하지만 노인은 나에게 잠시 입 다물고 있으라는 듯 작은 제스처를 취하며 눈을 깜빡인다. 난 작게 한숨 쉬며 일단 입을 다물고 용팔이를 바라봤다.

용팔이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노인을 바라봤고 노인은 혀를 쯔쯔 차면서 손가락으로 용팔이의 조카를 가리켰다.

‘밥도 먹이고 교육도 시키고, 안전하게 살게 해준다고.’

노인의 말을 듣고 용팔이의 얼굴이 환해지기 시작한다.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용팔이는 노인을 바라보며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노인은 그 흐름을 끊듯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

‘대신.’

그리고 손가락으로 용팔이와 그의 동생을 가리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둘은 안 돼. 여기를 떠나.'

그 소리에 조카는 '싫어요!' 라고 작게 외치며 삼촌 허리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용팔이는 그 자세 그대로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어쩌면 매정하다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현실만큼 더 매정한 것은 없었다.

난 노인의 의도를 눈치 채고 눈을 꼭 감았다. 노인은 이들을 시험하고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다 착해 보이고 싶어 한다. 그것이 주위의 평판이든 혹은 묶여진 윤리든 사회 속에 속해있는 인간은 누구나 착해 보이길 원한다.

그렇기에 사람은 누구나 그럴싸한 포장지를 달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 더러운 위선이 있을지 혹은 진정으로 깨끗한 도덕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노인은 그 속 내용을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원초적인 시험. 그 시험 앞에 용팔이라 불리는 사내는 딱딱하게 굳고 말았다. 그리고 끊임없이 떨리는 눈으로 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그의 선택을 침착한 자세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용팔이는 결심을 끝낸 듯 입술을 꾹 깨물고 조카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조카와 눈을 마주치며 양손으로 조카의 손을 꾹 잡는다. 용팔이는 조카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경욱아, 삼촌이 경욱이 좋아하는 거 알지?'

조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용팔이는 환하게 웃으며 조카가 흘리는 눈물을 담요로 닦고 또 닦아줬다. 그리고 다시 손을 꾹 잡으며 말했다.

'저기 할아버지랑 아저씨 보이지? 저분들이랑 잠깐만 같이 있으면 삼촌이 먹을 거 가지고 꼭 데리러 올게. 응?'

어쩌면 기약 없는 약속이었다. 이 근방 물품들은 모두 털린 지 오래다. 그놈들은 돌아다니고 날씨는 더욱 추워져간다. 저 둘이 이 험난한 도시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한없이 0%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용팔이, 그는 조카를 살릴 수 있다는 말에 희망으로 가득찬 눈으로 연신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싫다고 고개를 흔드는 조카를 설득하며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말을 조곤조곤 설명해준다.

그리고 순간 우리를 향해 몸을 돌리고는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몸을 푹 숙이며 작게 말했다.

'형님, 영감님. 이 은혜 절대로 잊지 않을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용팔이는 조카의 등을 떠밀며 천천히 일어났다. 조카는 멀어지는 삼촌을 끊임없이 바라보며 힘없이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내가 노인은 바라보자 노인은 진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속삭였다.

'보초서기 힘들었는데, 그치?'

'그러게요.'

나도 흐뭇하게 웃으며 천천히 총을 둘러멨다. 그리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조카를 향해 걸어가 손을 꼭 잡고 끌었다.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마트 뒷문으로 향하면서 노인을 향해 작게 속삭였다.

'먼저 가있을게요. 천천히 따라오세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뒷걸음질 치면서 멀어지는 용팔이. 그리고 그의 동생도 용팔이를 따라 연신 고개를 꾸벅이며 우리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었다. 내가 아이의 손을 잡고 뒷문을 열자 용팔이와 그의 동생은 뒤로 돌아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노인이 그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난 문을 열고 아이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훈풍이 그의 따뜻한 마음처럼 훅 불어왔다. 그리고 문을 닫을 때쯤 문 사이로 노인의 목소리가 바람처럼 들려왔다.

'밥이나 같이 먹자고.'

난 문을 닫았다. 강수련과 아이들이 소리를 듣고 왔는지 문 앞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난 그들을 말없이 바라보다 내 손을 꼭 잡고있는 아이의 손을 놓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좋은 삼촌을 두고 있네.

난 강수련을 보고 말했다.

‘김치찌개 또 끓일 수 있어요?’

강수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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