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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가 너무 강함-104화 (외전) (104/111)

< 외전. 김유현 (1) >

김유현은 환영받지 못하는 아들이었다.

그가 태어난 가정은 빈곤층이었다. 스스로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어머니는 그가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도망쳤고, 아버지는 심각한 알코올 중독자였다.

김유현이 기억하는 아버지는 늘 취해있었다. 늘 지폐 몇 장을 쥐여주며 술을 사오라 시켰으며, 폭력과 폭언을 일삼았다. 가끔 깨어있을 땐 남은 돈으로 과자나 먹을 것을 사먹으라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유현은 순수히 웃을 수 없었다.

나름 자상함이라 베푸는 그 행위 뒤엔 언제나 폭력이 뒤따랐다. 술병으로 후려치거나, 뼈마디가 아리도록 두들겨 패는 행동들은 몸이 다 자라지 않은 소년이 감당하기에 지나치게 버거웠다. 그리하여 김유현의 머릿속에 새겨진 사상은 단순했다.

자신이 폭력 속에서 자랐으니 행복한 가정을 만들겠느니, 올바르게 자라야겠느니하는 결심 따위는 하지 않았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요, 후천적인 환경이 중요시되는 동물이다.

그러니까, 김유현은 제 아버지와 천천히 닮아갔다.

사소한 다툼에서도 폭력을 행사했다. 그 폭력엔 적당선이 없었다. 어린 소년들의 몸싸움에 불과할 다툼에서 김유현은 벽돌을 들고 뒤통수를 후려치거나, 눈알을 찌르는 행위도 서슴없이 했다. 김유현은 빈곤층 또래의 아이들 중 단연 대장으로 올라섰다.

중학생 나이대에 누군가를 강간하고, 때려눕혀 불구로 만들었다는 사건들은 그에게 오점이 되기보다 자랑거리가 되었다. 처벌도 솜방망이에 불과했다.

빈곤층의 악동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날뛰었다. 그 소년이 벌이는 일들과 발상은 다 자란 어른과 비교해도 참으로 악독했다. 촉법소년이요,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눈감아 주기엔 지나칠 정도로.

그렇게 짐승처럼 살던 소년은 어느날 건드리지 말아야 할 인물을 건드렸다.

"유현아. 그, 네가 저번에 말했던 여자애 있잖아······영상 찍었다고 자랑하던······."

"지현이? 왜. 신고라도 한대? 씨발, 서로 좋아서 했다니까? 영상 봤잖아. 그 새끼도 아주 좋아 죽더만······신고하라 그래. 얼마 살지도 않는데 다녀와서 확 죽여버리지."

"그게, 걔······우리보다 네 살 많은 오빠가 있는데, 꽤 잘 나가는 헌터래. 좆나 센······."

"헌터? 어쩌라고. 전에 제꼈던 놈들 중에도 각성자 있었잖아. 별 거 아니던데? 원래 싸움은 깡이라니까. 능력이니, 힘이니 그게 뭐가 중요해? 한 대 맞으면 빌빌 길텐데······."

그 시절의 소년은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하늘을 찌를듯한 자신감. 김유현이 기억하기로 각성자라 뻗대는 것들은 대부분 싸움에 소질이 없었다. 신기한 힘을 쓰긴 하지만, 그런 놈들도 제대로 맞으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김유현은 이번에도 굽히지 않았다. 그 네 살 많은 오빠가 직접 찾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김유현?"

"누구?"

"네가 내 동생이랑 부적절한 관계 맺고 영상물까지 남겼다던데.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영상 지우면 그냥 넘어가지. 더해서, 앞으로 자랑거리처럼 내 동생이랑 했느니, 어땠느니 하는 소리는 하지 말았으면 한다."

"씨발, 네가 뭔데?"

김유현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곤 짐승처럼 달려들었다.

싸움의 결과는 참혹했다.

기본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김유현은 헌터가 어떤 존재들인지 몰랐다.

그래서 헌터가 출중한 능력이 뒷받침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의 격투기를 능숙하게 익히고 신체 단련을 매일 같이하는 군인과 다름없는 직업이란 걸 몰랐다.

능력을 굳이 쓸 것도 없었다. 그 여자애의 오빠는 다툼이 시작되고 맨손으로 김유현을 완전히 농락했다. 애초에 능력이 없었더라도 30cm에 달하는 키 차이를 극복하긴 힘들었다.

김유현은 머리채가 한 손에 붙잡힌 채로 코가 부러지고, 입술이 죄다 터지도록 맞았다.

헌터는 강했다. 김유현은 사람이 사람을 한 손으로 들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리고 내지르는 주먹이 술병으로 맞았을 때보다 아플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결국 소년은 자존심을 접어야만 했다. 살기 위해서.

"죄, 성, 합니다······죄송······."

김유현은 울먹거리며 말했다. 오빠라고 한 남자는 몇 마디를 덧붙이곤 돌아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유현은 힘 없이 집으로 갔다.

처절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무력감, 저리 강한 사람도 있다는 신기함, 두들겨 맞고 사과하는 꼴을 모두가 보았다는 생각에 솟아오르는 치욕스러움······.

여러 감정이 뒤얽혔다. 다시 붙으면 이겼을까? 아니,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도착했는데 김유현의 얼굴로 술병이 날아왔다.

땡그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안쪽에서 갈라진 음성으로 누군가 소리쳤다. 아버지다.

"이, 새끼가, 왜 이리 늦게······."

그 순간 김유현의 속에서 뒤얽혔던 감정은 곧 타오르는 분노로 화했다.

모든 화살이 아버지에게 돌려졌다.

이런 지겨운 가정이 아니라 유복한 곳에서 태어났더라면. 병신 같은 아버지와 자신을 버리고 도망친 어머니가 아니라, 오직 자신만을 위해주는 부모님이 있었다면.

그럼 이런 처절한 꼴을 당하게 되진 않았을텐데.

'헌터가 되었다면 당연히 집에 돈도 많고 인맥도 많겠······.'

돈도 많은 놈들이 힘도 독점한다니? 지나치게 불공평했다.

김유현은 부글거리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술을 사오라며 꽥꽥대는 아버지를 보고 있자면 더욱 더. 이 환경이 자신을 망쳐버렸다. 대단한 아버지가 있었다면 그 오빠라는 작자가 자신을 이렇게 두들겨 팼을까? 아니, 건드리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여자애가 도리어 와서 말렸을지도 모른다. 물론 저런 아버지를 갖고있으므로, 지금쯤 그 여자애는 집에서 아주 좋아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SNS에 피떡이 된 자신의 얼굴을 올리곤 참교육이니, 븅이니 하는 댓글을 남기고 서로를 태그하며 웃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게 저 작자 때문이다. 일자리도 없이, 술만 퍼질러 마시는 쓸모없는······.

"뭐해!"

다시 한 번 술병이 날아들었다. 이마에 맞았고, 핏줄기가 흘렀다.

김유현은 말없이 지폐를 들고 마트에 갔다. 그리고 술 대신 다른 걸 샀다. 칼. 고기도 무자르듯 베어낼 수 있는 날이 아주 잘 드는 칼.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거나하게 취해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김유현은 서늘한 칼을 든 채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그러곤 망설임 없이 찔렀다. 이 지긋지긋한 가정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그 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와서 뭐라 묻곤 자신을 데려갔다.

그 과정에서의 기억은 아무것도 나지 않았다. 정말 자신의 손으로 누군가를 죽였다는 생각, 그 누군가가 피가 이어진 아버지였다는 사실에 머릿속이 복잡해져 있었다.

귀가 멀어버린 듯 삐이-하는 이명만 울렸다. 하얗게 물든 시야 속에서 어른들은 멋대로 이 사건을 해석했다.

꾸준히 학대 당해오던 자식, 아직 지나치게 어린 나이······.

별 같잖은 이유들을 붙여가며 입을 떼지도 않은 소년의 죄를 멋대로 덜어냈다. 그 덜어내지는 과정에서 김유현은 웃음을 참아야만 했다.

끔찍한 죄를 저지르고 나서야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우습게도.

'진작 이렇게 할 걸.'

***

청년이 된 김유현은 이제 큰 사건을 일으키면 자신에게 여러 책임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고 멋대로 구는 행위를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책임이란 곧 여러 갈래로 돌릴 수 있는 것이고, 자기 주변엔 돈 몇 푼에 대신 책임을 맡아줄 이들이 많았다. 그리하여 소년에서 조금도 철들지 않은 청년이 사회악처럼 살아가는 가운데, 놀랍게도 신은 그에게 기회를 주었다. 청년 김유현은 각성했다. 그것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S급 판정을 받았다.

「전과 4범, S급 판정받아······.」

「새로운 영웅의 탄생? 혹은 신께서 벌이신 실수?」

김유현은 그 논란들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우선 소년 시절에 자신을 때려눕혔던 헌터를 찾아갔다. 오랜만에 마주친 그는 전보다 꽤 늙어있었다. 가정을 꾸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김유현이 보기엔 못마땅했다.

자기를 때려눕혀서 아버지를 죽일 각오를 하게 해놓고 자신은 나이가 찼으니 결혼을 하고 아버지가 될 준비를 하겠다? 안 될 일이었다······.

김유현은 헌터가 되기 위한 시험을 치루지도, 신체 단련을 하지 않았음에도 강했다. 단순히 각성이라는 절차를 거친 것만으로 그는 인류의 정점에 해당하는 초인이 되어있었다.

손가락을 한 번 퉁겼다. 그 사소한 소음을 증폭시키고 충격파로 화하는 것으로 39평 집의 내부가 폭풍에 휩쓸린 듯 날았다. 그 충격파의 중심에 서 있던 헌터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김유현은 쓰러진 헌터의 몸을 짓밟고 두들겨 팼다. 건장했던 헌터가 불구요, 식물인간 신세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 헌터의 아내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국가는 일반인에 불과한 개인보단 최고의 전략적 병기요, 전술적 병기인 개인인 S급 각성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초강대국의 반열에 들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필요한 인재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단 말인가.

가까운 나라인 일본에서도 그 소아성애자의 일들을 암묵적으로 묵인해주는 마당이다. 대한민국이라고 못해줄 것 없었다.

아무 처벌도 받지 않게 된 김유현은 그야말로 날뛰었다.

S급 각성자기에 받을 수 있는 대출들을 마구 받았고, 매일같이 유흥주점을 다니고 여자를 끼고 다녔다. 차도 늘 바꿔탔으며 몸에 명품으로 도배했다. 로또 맞은 졸부가 돈을 펑펑 써대는 모습과 비슷했다. 정부에게서 받은 돈이 바닥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김유현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몸이 곧 최고의 자산이요, 이 힘은 일종의 면죄부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면죄부가 있는 한 돈을 벌 방법은 아주 많다.

김유현은 위험 지역을 돌며 일부러 사람들이 죽는 것을 방관했다. 괴수가 그들을 완전히 포식하고 나면 죽여서, 순도 높은 마석과 부산물들을 채취했다. 수익이 쏠쏠했다.

정부는 당연하게도 잘못을 묻지 않았다. 위험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은 대부분 배경 없는 빈곤층이었으며, 그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단 하루를 살아가는 것도 벅찬 이들이다.

애초에 거기 살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었다. 그러니까, 거기 산 것이 잘못이지. 헌터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구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 될 수 없다. 이게 그쪽의 의견이었다.

김유현은 그 대답에 썩 만족했다. 역시 모두가 그의 편이다.

옛날 빈곤층으로 살았던 김유현은 같은 가난한 이들을 보면 안쓰럽다거나, 동정심이 솟지 않았다. 오히려 혐오감이나 분노가 솟기 마련이었다. 과거의 자신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술에 취한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던 자신······헌터에게 두들겨 맞고 울면서 사과했던 처참했던 모습들······.

그런 생각을 하며 걷던 김유현은 문득 한 소년을 보게 되었다.

헌터 협회 대한민국 지부. 그 건물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눈이 죽은 소년.

『김유현 헌터의 만행을 고발합니다.』

유성연.

< 외전. 김유현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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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한편 더 올라옵니다! 근데 좀 걸릴 것 같아요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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