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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가 너무 강함-88화 (88/111)

< 공략 불가 「마운틴」 (1) >

"마운틴은 지금까지 맞섰던 어떤 적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강력한 적일겁니다. 게임으로 따지면 쪼렙들이 모여서 최종보스 잡겠다고 까부는 꼴······그러니까 모두가 마땅히 제 몫을 할 수 있어야 해요. 강윤식 씨건, 레베카 블런트건, 완벽하게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번 건은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요."

성연의 말은 여기 모인 토벌대의 긴장을 다시금 일깨웠다.

출발 전 마지막으로 다시 브리핑이 이어졌다.

강윤식의 말과 레베카의 말을 토대로 분석한 것들로 써내려간 것이었다. 몇 번이나 들었던 내용임에도 전원 브리핑에 경청했다. 이백 미터. 그 크기가 마천루에 달하는 전대미문의 괴수를 상대하러 가는 것이다. 철저히 대비해서 나쁠 건 조금도 없었다······.

"초거대 괴수. 마운틴은 출현한 이래 한 번도 이동한 적 없는 괴수에요. 녀석이 주로 쓰는 무기는 포효에요. 단순히 시끄러운 걸 넘어서 뇌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하는 음파 공격. 제대로 당하면 각성 능력 무용지물되는 건 물론이고, 서 있는 것도 불가능하죠. 예전 협회에서 보낸 부대에서 몇몇 수준 이하 인물들은 그 포효 정면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머리 터져서 뒈졌댑니다. 물론 신경써야할 건 그것뿐이 아니에요. 일단 놈의 몸 덮고 있는 껍질은 좆나 단단한 걸로 유명하거든요? 방어 뚫으려면 여기 강윤식 씨 역할이 굉장히 중요해요. 겉을 벗기고 난 뒤에 본격적인 화력 집중이 시작될거에요. 우린 강윤식 씨가 벗기실 때까지 보호하는 역할입니다. 게다가, 녀석이 건물 하나 던져서 중국 도시 죄다 박살낸 거 봤죠? 허공 밟으면서 무림 고수마냥 뛰는 것도 보셨겠고. 그러니까 놈은 뭐 던져서 다른 나라 초토화시킬만큼 강하면서 여차하면 공중 걸으면서 움직일수도 있는 녀석입니다. 입 벌려서 핵무기 흡수한 것보면 충격 흡수하는 방어 수단 같은 것도 숨겨놨을수도 있고. 일종의 2페이즈나, 히든 패턴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밝혀진 게 워낙 적은 녀석이니 모든 상황을 머릿속에 미리 상상해두셔야 해요. 로버트 데이비스 능력 총량도 소수점 단위로 측정하는 기계가 절대치를 잡아내지 못한 힘을 품고 있는 괴물이라고요. 다행히 확실한 건 무차별적으로 공격당해도 제자리에선 움직이지 않는단 특성이니까, 돌발상황뜨면 바로 뒤로 도망치실 준비하시고······."

브리핑이라기보단 그 동안 알아낸 것들을 나열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 나열은 전의를 불타오르게 한다기보단, 전의를 상실케 만들었다.

지금부터 잡으러 가는 놈은 그야말로 상식을 아득히 초월한 괴물이었다. 외계에서 여기로 침략해 온 존재들 중에서도 정점에 서 있는 진정한 초거대 괴수. 그 슈퍼맨조차 두려워한 최상위 포식자. 그 말들을 듣던 레베카가 말했다.

"듣기만 해도 숨 턱턱 막히네. 이거 희망 있는 거 맞아? 차라리 로버트 데이비스가 낫지 않나. 그래도 놈은 스펙 저 정도로 개사기는 아닌데······."

그 투덜거림에 가까운 말에 성연이 답했다.

"잡을 수 있어. 분명히."

지금껏 실패한 적 없던 그 네크로맨서의 한 마디는 위로나 막연한 화이팅보다 훨씬 희망찼다. 그리하여 표정이 비교적 밝아진 토벌대가 출발하게 되었다.

가는 길목엔 당연하게도 괴수들이 몇 있었는데, 그 틈엔 네 번째 이벤트와 함께 출현하게 된 군주들도 끼어있었다.

그리고 이 토벌대엔 세계적 차원에서 봐도 강자인 인물들이 다수 끼어있었다. 최강의 네크로맨서와 영국인 대마법사의 조합은 참으로 든든했다. 맥없이 쓰러지고 죽어가는 괴수들을 보며 몇몇 인물들이 옅게 웃었다.

적으로 돌리면 한없이 두려운 조합이겠지만 아군일 땐 이만큼 사랑스러운 조합이 없었다. 이 토벌대가 실패할 거란 그림이 보이지 않았다. 마법사와 네크로맨서는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시너지를 발휘했다. 덕분에 다른 이들도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마운틴의 영역 근처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하나 있었다. 네 번째 이벤트가 어느정도 진행된 뒤, '대군주'라 명명된 네크로맨서와 비슷한 힘을 가진 오버 스펙의 괴수가 출현했다는 것.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그 괴수는 마운틴의 영역 내에 침범하는 것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

"괴수들, 뒤에서 다시 일어난다, 군주들도 같이!"

이 토벌대의 전진은 죽이고 죽이는 것을 반복하며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마주치는 괴수들의 군주는 많아봤자 둘이었다. 그리고 하나에서 둘의 군주를 죽이길 거듭하며 여기까지 도달한 결과, 그들이 죽인 군주의 숫자는 열을 넘었다.

네크로맨서처럼 죽은 이를 일으키는 권능을 가진 '대군주'의 힘은 웬만한 네크로맨서를 아득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덜컥이는 소리와 함께 열을 넘는 언데드 군주가 단번에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하나의 군주가 두 개의 버프를 내리므로, 총 스물을 넘는 버프가 이 괴수 무리에 일순간 내려졌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것은 이 강력한 토벌대로 감당하기 힘든 군단의 탄생이었다.

상대할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희생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후퇴하는 것이 과연 정답인가?

성연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문가들의 분석대로면 괴수들은 야생동물과 비슷한 습성을 가진다. 괴수들끼리에도 서열과 먹이사슬이 존재한다. 그러니까, 여기서 날뛰어도 마운틴과 지나치게 가까워진다면 그 채취와 영역표시를 보고 기겁해 도망칠 것이다······.

그리고 성연이 경험해 본 바, 마운틴은 인간들이 아무리 가까이 접근한다 해도 먼저 치지 않으면 공격해오지 않는다. 판단은 짧았다. 성연이 힘껏 소리쳤다.

"마운틴 영역 안쪽으로! 몰려오는 건 내가 막습니다. 다들 뛰어요!"

물론 뛸 필요는 없었다. 괴수들의 발소리가 순식간에 멀어졌다.

능력 범위 41Km를 아우르는 대마법사가 토벌대를 텔레포트 주문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저 믿음직한 네크로맨서의 오더에 따라 초거대 괴수가 머무르고 있는 영역의 깊은 안쪽으로.

대군주는 그 비현실적인 광경을 느릿하게 쳐다보았다. 그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끈질기게······.

【먹잇감······놓치기 싫은 먹잇감······쫓아······.】

***

"그러니까 놈들이 마운틴 쪽으로 움직였다는 건가? 왜? 그놈 쓰러뜨려서 언데드로 일으키기라도 하면 이 로버트 데이비스를 상대할 무기가 될 수 있을 줄 알고? 아니면, 게임에서 보스 몬스터 잡으면 보상 나오듯 뭔가 대단한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정확한 의도는 모릅니다. 어쨌건 그쪽으로 향했다는 것밖엔······."

"그래?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겠군. 냅둬."

"그냥 두라고요? 혹여라도 놈들이 거기서 뭔가 얻기라도 한다면······."

"얻는다? 모조리 잃지 않으면 다행일걸. 자네는 직접 가본 적 없지? 그러니 그런 소리가 나오지. 놈은 인간이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야. 신께서 안배해두신 초월적인 무언가라고. 절대자에 가까운 그런 존재······."

"하지만 그 네크로맨서가 일으킬 수 있는 변수가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해내게 만드는 가능성. D급 능력으로 대한민국의 킴을 죽인 전적도 있잖아요. 그 일과 비교하면 이번 일도 어쩌면 해낼지도······."

"웃기는군. 기어다니는 개미가 요행으로 하늘을 나는 말벌을 잡을 수 있을 진 몰라도, 저보다 훨씬 큰 거인을 잡는 건 불가능해. 그 어리석은 네크로맨서는 신의 분노만 경험하고 도망치게 될 게 분명하다. 그러니 쓸데없는 걱정말고 각성자들이나 충분히 준비시키도록. 내 양분이 될 수 있게······."

각성자들. 양분.

그 단어를 들은 비서의 표정이 한껏 찌그러졌다.

언제부터였을까. 로버트가 자신만 믿고 따르는 이들을 도구 취급하기 시작한 것은.

노아의 방주 운운하며 언젠가 대의를 위한 일이 될거란 말에 설득당한 바 있었지만, 직접 눈 앞에서 끔찍한 사태들을 목격하고 난 뒤로는 마음 한켠이 찝찝했다.

과연 이게 옳은 일인가?

슈퍼맨의 형상을 한 초인은 정말 세상에 이로운 결과를 불러올 것인가. 이 조력이 어쩌면 세상의 파멸을 불러오는 과정이 되진 않을까······.

"알겠어요. 로버트, 연락 넣을게요."

"그래. 방금 전 불미스러운 일, 기억에 담아둔 건 아니겠지? 사과했잖나. 알다시피 요즘 녀석들이 날뛰는 통에 내 정신상태가 온전치 않아. 심각한 부상은 없었으니 대충 술버릇 정도로 이해해주면 좋겠군. 우리 사이가 그런 작은 해프닝으로 악화될만큼 얄팍하지도 않았떤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연하죠. 이미 잊은지 오래에요."

"역시 자네는 내 마음에 쏙 들어. 어디서나 내 사람이라고 내세우기 자랑스러울 정도로."

그 말에 비서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목구멍 안쪽에서 방금 전의 일은 작은 해프닝 따위가 아니요, 참을 수 없는 치욕이나 두려움 따위를 느꼈다는 말은 꺼낼 수 없었다.

비서는 로버트를 보며 오래 전 보았던 지킬 앤 하이드라는 뮤지컬을 떠올렸다.

저 슈퍼맨의 광기는 거기 등장하던 미친 과학자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았다. 머지않아 로버트의 안에 잠든 하이드는 곧 그를 집어삼킬 것이다. 비서를 다치게 한 해프닝은 순간의 실수가 아니라 광기가 꿈틀대기 시작했다는 전조일 것이다.

연초를 물고 불을 붙이는 로버트가 보였다. 뿌옇게 방을 채우는 연기를 지켜보며 비서는 은밀하게 정신파를 보냈다. 이 협회를 지배하는 수장조차도 파악하지 못한, 지하 깊숙한 층에서 키워지고 있는 팀의 일원들에게.

「당신들이 움직일 때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요.」

***

토벌대는 쉬지 않고 전진했다. 경계를 넘어온 순간부터 그리 많던 괴수들은 일체 사라졌다. 당연했다. 그것들과 비교해 감각이 현저히 둔감한 자신들조차 공기의 무게가 달라졌음을 느끼고 있었다. 다른 행성에 발을 들인 기분이다. 중력, 주변을 감싼 대기, 햇빛의 온도마저도 전부 달라진 느낌이었다. 마운틴과 가까워졌단 뜻이다.

긴장감이 맴도는 가운데 저 멀리 거뭇한 무언가가 보였다.

세계에서 가장 큰 괴수. 그 몸집이 마천루에 가까운 이계의 생물이다.

이백 미터에 가까운 몸뚱이는 자신의 모습을 숨길 생각도 없었다. 나타난 이래 언제나 그랬듯이 같은 장소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그 위치를 파악한 성연이 말했다.

"모두 화력 집중할 준비하세요. 제대로 된 공격 입기 전엔 저놈, 이쪽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겁니다. 처음이 중요해요. 저 괴물이 날뛰기 시작하면 껍질 뚫을 틈은 없을지도 모르니까."

전에 합을 짜두었던 대로,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레베카였다.

마법사는 준비 시간이 길수록 강력해진다. 그 주문은 쌓고 쌓음으로써 단번에 쏟아낼 수 있는 화력이 증폭되길 마련이다. 0.02초 단위로 새로이 쌓이는 주문들은 주변에 선 이들조차도 느낄 수 있을만큼 독보적인 기세를 만들었다. 그와 함께 준비를 시작한 건 강윤식이었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그만의 장비가 설치되었다.

효율 따위는 개나 줘버린 오직 일격의 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설계된 무기. 이십 미터 고질라들의 가슴을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을만큼 강력한 무기다. 모든 방어력을 관통하는 힘이 담기는 순간, 지상 어떤 생명체도 무시할 수 없을 위력을 낼 무기.

"······."

부스스하고 먼지가 피어올랐다. 이쪽에서 뭔가 하려는 것을 눈치챈걸까. 마운틴의 얼굴이 이쪽을 향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끌어올리는 눈동자가 여길 응시했다. 눈에 띄게 큰 주둥이가 서서히 벌려졌다. 첫 번째 패턴. 각성자들을 단번에 무력화시키는 포효다.

그 타이밍에 맞춰 성연은 한 좀비와 감각을 공유했다. 김유현.

저 공격을 완벽히 카운터 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초인. 성대가 떨리며 굉음이 터져나오려는 순간, 그 음파는 일대에 쏟아지는 대신 충격파가 되었다.

폭격을 넘어서는 소리가 마운틴의 입속을 뒤흔들었다. 그것은 곧 약속된 신호였다.

마운틴 레이드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

강윤식이 방아쇠를 당겼다. 각성 능력을 한껏 담은 탄환이 공기를 날았다.

수십 가짓수가 뒤얽힌 레베카의 마법이 녀석의 머리 위로 떨어진 것도 동시였다. CG로나 등장할 법한 판타지적인 광경이 벌어졌다. 뿌옇게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연기 속에서 커다란 몸체가 어딘가로 기우뚱 움직였다.

충격파 공격이 이번에 제대로 들어간걸까, 아니면 강윤식의 탄환?

그것도 아니라면 영국인 대마법사의 마법이 잘 먹힌걸까?

연기 속 흐릿한 형체에서 무언가 우수수 떨어졌다. 껍질이다.

그 순간 성연은 새로이 개방한 능력을 발휘했다. 원하는 곳에 언데드를 떨굴 수 있는 힘. 아주 거대한 놈의 위로, 그보다 조금 못한 몸집을 가진 녀석이 등장했다.

일대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글러트니. 몸에 새로운 껍질을 두른 거대 괴수. 오로지 마운틴을 상대하기 위해 개조한 언데드가 육중한 팔을 휘둘렀다.

두 개의 산이 충돌했다. 벼락이 내리꽂히는 소리와 함께.

< 공략 불가 「마운틴」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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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사랑합니다! 하나 더 올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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