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가 너무 강함-81화 (81/111)

< 대마법사 레베카 (1) >

『돌발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몬스터 웨이브』

『모든 각성자 분들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해당 이벤트는 30일간 진행됩니다.』

『30일이 지나거나, 적이 전멸하거나, 각성자 여러분이 모두 전멸하면 이벤트는 종료됩니다!』

.

.

【균열의 크기가 원래의 것보다 다섯 배 커집니다!】

【균열 발생 빈도가 열 배 증가합니다!】

【괴수들의 능력이 다시 한 번 대폭 상향됩니다.】

【괴수들을 이끄는 보스 몬스터, 군주가 출현합니다!】

.

.

『강력해진 괴수들은 다수와 맞설 때 힘이 약화됩니다. 반대로 적은 숫자의 인간을 상대할 땐 그 힘이 무척 강화됩니다. 각성자 여러분은 이 외계의 침략자들을 막아내기 위해 힘을 모으고 합쳐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마침내 패배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앞선 이벤트로 사이가 나빠진 아군과 화해하고 힘을 합쳐 괴수들을 막아내세요!』

.

.

【더하여, 우리의 예상을 넘어 지나치게 선두에 서 있는 두 인물이 견제받길 원합니다.】

【유력한 우승 후보 둘.】

【미국인 로버트 데이비스, 한국인 유성연. 둘 중 하나를 살해한 각성자에게 30만 포인트를 보상으로 드립니다.】

【오, 어쩌면 보유 포인트를 빼앗고 30만 포인트마저 받으면 단숨에 우승자가 될 지도 모르겠군요! 모든 각성자분들은 언제나 우승의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길 바랍니다!】

.

.

『돌발 이벤트의 우승 조건은 간단합니다.』

『이벤트가 끝난 시점에서 가장 많은 괴수를 사냥한 각성자가 우승합니다!』

『해당 이벤트의 우승자는 상품으로 70만 포인트를 지급받습니다!』

『즐거운 이벤트 되시길 바랍니다!』

『우리는 언제나 선택받은 각성자 분들을 응원합니다.』

네 번째 이벤트는 세 번째 이벤트의 문구만큼 충격적이진 않았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괴수들의 능력 상향폭이 어느정도인지 정확한 수치로 표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어진 포인트를 투자함으로써 이제 이십 미터 고질라들을 능히 상대할 수 있게 된 각성자들은 이번에도 어쨌건 괴수들은 상대할만한 적이라고 생각했다.

늘 그랬듯 이번에도 진정한 적은 같은 인류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적이 얼마나 위협적이건 인간들이 한데 뭉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각국과 그 나라들에 소속된 집단들의 갈등은 유례 없을 정도로 심화되었다.

본 게임을 개최한 측의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서로 싸울 수밖에 없는 이벤트를 발생시킨 후, 화해하고 협력하라는 이벤트를 주는 건 일종의 엿먹이기와 같았다.

점령하고 국가에 소속된 국민들을 싸그리 죽이도록 시켜놓고 이제와서 협력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와 집단은 힘을 합치는 대신 저들만의 저력으로 네 번째 이벤트의 시작과 함께 능력이 상향된 괴수들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인류는 이 「본 게임」의 장르가 아포칼립스였다는 것을 떠올렸다.

꿈도 희망도 없는 아포칼립스 장르.

***

괴수들은 '두 번째 진화'를 거치며 오히려 그 몸집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오 미터 가량으로 축소된 괴수들은 이제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될만큼 거대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 몸뚱이에서 넘치는 힘은 사라진 게 아니라, 그 오 미터 육체에 압축되어 있었다.

강화된 괴수들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강력해졌다.

물론 그게 끝이었다면 각국의 방어선이 쉽사리 뚫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뻥 뚫린 균열에서 깃발을 휘날리며 행진하는 특수한 개체. 네 번재 이벤트에서 '군주'라 명명된 개체는 존재하는 것만으로 괴수들에게 괴이한 힘을 선사했다. 그 모습은 마치 온라인 게임의 보스 몬스터가 하위 몬스터들에게 버프를 내리는 것과 같았다.

그 버프는 단순히 육체 능력, 재생 능력 강화 따위가 아니었다.

군주들은 각기 다른 버프를 적재적소에 내릴 수 있었다. 그것들 하나 하나가 인류를 상대하기에 특화된 것이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

「군주, 헤르칼이 출현했습니다!」

「헤르칼은 진보된 문명의 지성체이며 화염을 지배하는 원소술사입니다!」

.

.

「진보 문명!」

「헤르칼이 이끄는 괴수들은 미래 기술이 적용된 무장을 갖춥니다.」

「화염 군주!」

「헤르칼이 이끄는 괴수들은 모든 열병기와 화염 공격에 면역됩니다. 이 용맹한 군단은 폭격이나 탄환 세례에 굴하지 않을 것입니다. 절대로요!」

게임 몬스터 정보를 설명하듯 떠오른 알림창엔 터무니 없는 내용들이 잔뜩 적혀있었다. 오 미터 가량의 괴수들은 전진하는 와중에 그 몸에 철덩이를 두르기 시작했다. SF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복과 비슷한 형태의 장비. 그 장비에 더해 적들은 총과 비슷하게 생긴 현대화기들을 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군의 사령관이 사격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열병기에 면역을 가진 괴수들은 탄환 무더기가 쏟아짐에도 꿈쩍않았다.

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광경에 모두 절망했다. 절망한 이들에게 알림창이 떠올랐다.

「강력해진 괴수들과 맞서기 위해선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합니다!」

「십만 명이 모여 맞선다면 두 가지의 버프를 지울 수 있습니다.」

「백만 명이 모여 맞선다면 적들에게 약화 효과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어서 어제의 적과 화해하고 관계를 돈독히 다진 후 힘을 합치시길 바랍니다!」

그 알림창을 보며 몇몇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제의 적과 화해하라? 안타깝게도 지금껏 살아남은 이들은 대부분 적은 물론이요, 적이 될만한 이들을 미리 제거하고 생존한 자들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며 여러 복잡한 사정이 얽힌 가운데 이제 와서 화해하고 협력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서로를 용서하느니 죽음과 멸망을 택할 자들밖에 남지 않았다.

게다가 많은 나라들이 점령전이라는 이벤트로 싸그리 멸망했다. 백만 명이나 십만 명이 아니라 각성자 만 명을 모으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본 게임을 개최했을 초월적인 존재들이 그 사실을 모를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이벤트는 인류를 기만하며 비웃는 것과 같았다. 정말로······.

"정신 차리고, 싸워!"

각자 능력을 집중해서 표적 하나를 노리면 어쨌건 죽이는 건 가능했다. 하지만 그리 자잘하게 숫자를 줄여가며 상대하기에는, 몰려오는 괴수들이 지나치게 많았다.

균열 발생 빈도가 열 배 증가했다는 것은 곧 전체적인 괴수들의 개체수가 열 배 증가했다는 말과 같았다. 열심히 맞서 싸우면서도 병사들 대부분은 이 전투가 패배로 끝날 것임을 직감했다. 이 전투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가 저 끔찍한 놈들에게 패배할 것이라고도 말이다.

***

영국은 강대국 반열에 든 국가 중 하나이다. 그리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한 가지였다. 레베카 블런트라는 이름의 완벽한 전략적 병기요, 전술적 병기. 반경 41Km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은 정말이지 강력했다. 영국 국민들에게 평화의 여신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별명이 아니라 순수한 그 의미로 통했다. 대다수 영국인들은 레베카 블런트를 정말 종교의 여신처럼 숭배했다. 단순한 국민들뿐 아니라, 정권을 잡은 정치인들과 여왕도 그랬다. 그래서 이번에도 여신께서 이 나라를 지켜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레베카 스스로도 그랬을 것이다. 적이 얼마나 강력하든 자기가 나서면 어쨌건 영국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진짜 경계해야 할 건 런던을 불태우겠노라 경고했던 슈퍼맨이라고.

게다가, 세 번째 이벤트와 더불어 그들은 유성연과 로버트의 목에 현상금을 걸었다.

사람들은 당연히 표적으로 유성연을 삼을 것이다. 존재하는 어떤 무기에도 상처 입지 않는 슈퍼맨을 기습하는 것보단, 암살에 아주 취약하다고 알려진 네크로맨서를 노리는 게 훨씬 현실적이리라. 그러니까, 어서 이 일을 마치고 자신이 도와주러 가야한다.

어서 끝마치고······.

「군주, 페리안이 출현했습니다!」

「페리안은 무척 강력하며 정정당당한 결투를 사랑하는 군주입니다.」

.

.

「강대한 힘!」

「페리안이 이끄는 괴수들은 극도로 상향된 육체 능력을 가집니다.」

「결투 영역!」

「페리안이 이끄는 괴수들은 20m 반경 내에서 가해진 공격에만 피해를 입습니다. 20m 밖에서 행해지는 공격들은 그의 군단에 상처를 새길 수 없습니다. 절대로요!」

41Km라는 최대 거리에서 난사한 마법이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요, 애써 세워놓은 장벽이 주먹질과 발길질 몇 번에 무너지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역사상 나타난 생명체들 중 가장 강력한 육체 능력과 근접 전투력을 가진 초생물들에게 20m란 거리는 지나치게 가까웠다. 레베카도 저 괴물들 상대로 그 정도 거리를 내줄 생각은 없었다.

반응하기도 전에 단숨에 붙잡혀 죽을 것이다. 분명히.

"살려줘······살려······."

곳곳에서 비명이 터졌다.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다. 레베카는 자신이 나선 전장에서 이리도 많은 사람들이 죽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유례 없는 능력을 가진 괴수였다.

이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 레베카는 재빨리 판단을 내렸다. 이 강력한 버프를 내리는 것은 군주다. 그렇다면, 저 군주만 잡으면 저 괴수들을 단숨에 쓸어버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능력을 총동원한다면 41Km 반경의 땅을 통째로 불태우는 것도 가능하다.

저 군주만 없다면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다. 놈만 죽인다면······.

그리 생각하던 레베카가 문득 속으로 중얼거렸다.

'정말 끝인가? 저 놈을 죽인다고 해서?'

그렇지 않다. 저 군단은 선봉대에 불과할 것이다.

괴수들은 끊임없이 몰려올 것이다. 그때마다 이런 피해가 발생한다면 머지않아 영국은 무너질 것이다. 더하여, 인류가 세운 다른 나라들도 파도 앞의 모래성처럼 붕괴될 것이다.

선전포고를 했던 미국의 슈퍼맨이 언제 쳐들어 올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잠깐의 고민은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영국이 처한 상황은 막막했다. 낭떠러지에 내몰린 채 끝없이 뒷걸음질만 치는 기분이었다.

그때였다. 강렬한 충격이 레베카의 몸을 덮쳤다.

전투 상황에서 찰나의 순간이란 승패와 직결되는 부분이었고, 잠깐 다른 생각을 떠올린 레베카는 그 틈을 드러냈다. 적들은 그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다행히도 배리어를 상시 발동시켜둔 덕에 부상은 입지 않았다. 레베카는 투명한 방어막에 가로막힌 기다란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조잡하게 생긴 창이다. 아니, 창이라기엔 지나치게 거대하다. 이건 건물의 기둥 정도라고 평가해야 할 크기의······.

【결투를 위해서 왔나?】

그때 레베카의 머릿속으로 괴이한 음성이 파고들었다. 고개를 돌리니 유난히 몸집이 큰 괴수 하나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애매하게 20m를 벗어난 거리다. 레베카는 그 괴수가 알림창이 말한 '군주'임을 직감했다.

"왜? 원해?"

레베카는 군주를 노려보며 그리 말했다. 그러곤 놈이 20m 안쪽으로 들어오길 기다렸다. 신체 능력이 어떻건, 공격이 가능한 범위에만 들어온다면 단숨에 죽일 수 있다. 바람 마법을 사용해 산소를 모조리 날려 질식시킬수도 있고 몸뚱이 안쪽을 얼리거나 불태우고 폭파할 수도 있다. 범위에만 들어오면 죽이는 건 어렵지 않다. 각종 마법이 머릿속에서 준비되고 있었다. 그러나 군주는 정확히 20m 바깥쪽에 선 채로 들어오지 않았다.

【결투, 좋지.】

"그럼 들어와. 이 좆밥 새끼야······."

【하지만 난 마법쟁이들과는 정정당당한 결투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레베카는 이목구비가 비틀린 저 군주가 순간 자신을 비웃는다고 느꼈다.

표정 따위 없었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었다.

이 와중에도 아군은 처참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장렬한 전사 따위와는 거리가 먼, 고통스럽고도 처절한 죽음들. 레베카는 그 비명을 들으며 이를 악물었다.

먼저 걸어서 저 영역 안으로 들어갈까?

하지만 놈의 공격이 0.02초보다 빠르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다. 더해서, 다음 공격이 배리어를 뚫지 못할 거라는 보장도.

그러나 레베카는 선택을 해야할 때라고 느꼈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히 움직여야 할 순간들이 있다. 그 한국인. 유성연도 언제나 그랬다······.

레베카가 한걸음 내딛었다. 그때였다.

"······?"

군주의 머리 뒤쪽에 흉측한 생김새의 살덩이 하나가 나타났다.

아무런 전조 없이 갑자기.

공간의 일렁임이나 소리 따위 없이 출현한 살덩이에선 곧 부글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군주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땐 이미 늦었다.

성대한 폭발이 일었다. 이제 마운틴의 껍질과 거의 동일한 수준에 도달한 껍질의 파편은 군주의 몸을 헤집고 찢어냈다. 피와 뇌수가 튀어오르는 가운데 전장에 내려졌던 강렬한 버프가 사라졌다. 레베카가 멍하니 서 있는 가운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다.

"오랜만이네."

스티븐 최가 'Long time no see'라는 통역을 전해왔다. 그제서야 레베카는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확신하곤 환하게 웃었다. 처절한 전장 속에서도 기쁨은 감출 수 없었다.

유성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네크로맨서.

전장에서 힘을 발휘하는 또 다른 비대칭 전력이 등장했다.

< 대마법사 레베카 (1) > 끝

(81)

작가의 말

조금 이따 한편 더 올라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