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미 왕 아이작 (3) >
소란스레 벌어진 전투의 소음에 이끌린 건 성연만이 아니었다.
김성철과 같은 연락망을 구성하고 있던 인근 암살자들이 죄다 몰려들었다.
성연은 그 위치 좌표들을 찬찬히 모두 파악했다. 생명 반응 감지 능력은 위치뿐 아니라, 대상의 대략적인 정보도 전해오도록 일찍이 발전했다. 어떤 이들이 위협적이며, 어떤 이들을 우선 제거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암살자 셋이 표적을 노려 달려들었다. 성연은 그 접근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았다. 전장을 폭넓게 살필 수 있도록 인근 건물 옥상에 배치해둔 언데드 하나에게 명령을 내렸다. 거리를 무시한 채 뭐든 참살할 수 있는 검객에게.
"억······."
머리통 세 개가 공중을 날았다. 뒤따르던 이들이 눈을 크게 떴다. 개중 여럿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후퇴하려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목이 잘린 시체들은 그 순간 부글거리는 소리를 내며 생체 폭탄이 되었다. 수류탄보다 훨씬 위협적인 폭탄.
그 성대한 폭발은 주변에서 덮쳐오던 이들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폭발과 함께 굉음이 발생했다. 그리고 굉음은 곧, 성연이 부리는 또 다른 언데드가 써먹기 아주 좋은 무기이다.
요란한 소리는 충격파가 되어 인근으로 퍼져나갔다. 퍼져나간 음파는 인근 초인들의 몸을 두드리고 진동시켜 부수었다. 거리에 핏물이 난자하게 되었다.
피비린내가 훅 풍기는 가운데 아이작의 얼굴이 하얗게 굳었다. 살아남은 경호원들이 몇 남았다. 남미의 왕이 악쓰듯 소리쳤다.
"막아! 도망칠 시간 벌어!"
왕이 내리는 절대적 명령은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을 초월했다. 남미에서도 가장 우수한 인원들로 선별된 경호원들이 달렸다. 그리고 두 걸음도 채 내딛지 못하고 쓰러져 죽었다. 그들은 끝까지 자기들이 어찌 죽는지도 모르고 죽었다. 수 킬로미터 밖에서 거리를 무시하고 베어내는 좀비나, 소리를 무기로 삼아 무형의 폭발을 일으키는 좀비란 지나치게 강력한 전력이었다. 얼마 전 초인이 되어 능력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비각성자 출신을 제압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찌 접근한다 한들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죽음의 군주 능력으로 일으킨 언데드의 근력과 전투 감각은 우월하다. 내지르는 주먹 한 번이 포탄을 웃도는 위력을 뿜는 가운데 초인들은 픽픽 쓰러졌다. 죽어나가는 초인들의 숫자만큼 언데드 군단의 숫자는 늘어갔다.
쏴 갈기는 총알들은 언데드에게 상처를 새기지 못했고, 상처를 새기더라도 일초안에 회복되었다. 애초부터 성립될 수 없는 전투였다. 요란하던 소음은 곧 고요해졌다.
결국 아이작은 혼자 남게 되었다.
그가 말했다.
"······원하는 것이 대체 뭐요? 뭘 원하길래 날 여기까지 몰아붙여! 왜!"
"처음부터 계속 같은 걸 말하지 않았나? 항복."
"그놈의 항복! 뭐든 준다고 하지 않았소! 왜 그것에만 집착하냐는 말이야!"
"나는 세 번째 이벤트의 우승을 원한다."
"그만! 지금 내가 어떤 이들과 일하는지 아나? 마음 먹으면 당신쯤은 가벼이 죽일 수 있는 세계의 권력자들과 일한다고. 대체 선을 얼마나 넘을 셈이요?"
"그런 건 관심없고, 항복할 건가?"
"항복하느니 죽음을 택하겠다!"
그 말에 성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저 고집 센 남미의 왕은 궁지에 몰렸음에도 목숨을 부지하기보다 차라리 권력을 끌어안고 죽기를 택했다. 성연이 자기를 죽이는 것을 꺼린다는 걸 내심 눈치채고 있는 까닭이다.
아이작은 남미 대부분 국가의 목숨을 짊어지고 있는 자신의 목숨으로 강력한 협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정말이지 아주 잘 알았다.
이 곤란한 상황에서 성연은 눈살을 찌푸린 채 뒤를 돌아보았다.
"그래? 그렇게 나온다면 실험이나 하나 해봐야겠군."
"실험?"
"정신 계통 능력이 작용해서 항복을 받아낸다면 과연 시스템은 항복으로 인정해줄지······아니면 부정한 방법이라고 인정해주지 않을지······."
여전히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는 이경민이 보였다.
성연은 '멕시코인'의 범주에 속하는 그 한국인 이민자를 똑바로 응시하며 명령을 내렸다.
"언령을 써라. 나에게 항복하도록."
왕의 절대적 명령은 곧 실행되었다.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던 이경민은 곧 그 명령을 충실히 실행했다. 입에서 언령이 쏟아졌고, 곧 발악하던 아이작은 눈에 초점을 잃은 채 뭐라 중얼거렸다. 지금 지배하고 있는 나라들을 모두 넘길 것이요, 이제 남미의 왕은 유성연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말을 가만히 듣던 성연은 곧 눈 앞에 떠오른 창을 보았다.
시스템은 정신 세뇌에 의한 항복도 인정했다. 성연은 멕시코와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에 더불어 남미 대부분을 지배하는 왕이 되었다. 그러니까, 명백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를 점령한 왕'이 된 것이다. 세 번째 이벤트의 우승이 유력한.
"되는군."
성연은 투덜거리면서도 이 상황에 썩 만족했다. 이경민은 우뚝 선 채로 표정에서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강제로 명령을 따른 이 상황이건, 자신이 이 네크로맨서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건. 모두 끔찍하기 그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성연은 이 한국인 이민자가 어찌 생각하든 크게 상관쓰지 않았다.
한 가지 사실에만 주목할 뿐이었다.
"넌 앞으로 나랑 같이 다니지. 협박할 필요도 없고 설득할 필요도 없으니 쓸만하군. 저 통역사보다 훨씬 쓸만한 것 같기도······."
이경민이 아주 쓸만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
***
아프리카 대다수 국가는 물론이요, 멕시코를 더불어 남미까지 점령한 네크로맨서의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해당 진영에 소속된 이들은 자진해서든 억지로든 그 소식에 환호성을 보냈다. 그러나 가만히 중립만 지키고 있어도 우승이 유력했을 중국과 인도 측 인물들은 순수히 기뻐하지 못했다. 중국을 지배하고 있는 세력, 브라더후드는 특히 그랬다.
얼마 전 저 네크로맨서와 평화협정을 맺은 바 있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나마 같은 편이 된 그 인물이 승승장구한다는 소식은 기껍지 않았다.
"남미 왕 죽이는 거 실패했고······그 네크로맨서가 왕 자리 차지하는 것도 막지 못했다. 그럼 대체 뭘 한거지? 구경이라도 했나? 거기서 목숨 보존하면 여기선 멀쩡할 줄 알았나?"
"죄송합니다. 제 능력을 벗어나는······."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네가 내세울 건 능력뿐인데, 능력을 벗어나는 일들이 자꾸 생기면 나는 뭘 믿고 너를 써야하지?"
"······."
중국으로 돌아온 김성철은 그 말에 선뜻 답하지 못했다.
브라더후드 부길마, 강윤식의 눈빛은 야수와 비슷했다.
그 네크로맨서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던 것도 기껍지 않은데, 이젠 브라더후드의 이름을 단 인물이 도움까지 준 마당이다. 강윤식은 마음 같아선 당장 이 쓸모짝에 없는 부하를 토막내 죽이고 싶었다. 각성자의 인육을 먹으면 몸에 좋다는 사실이 중국에 퍼지고 있는 가운데, 김성철의 시체는 꽤 비싼 고기로 팔려나갈 것이 분명했다.
살벌한 눈빛을 마주한 김성철은 입을 다문 채 부르르 떨었다.
그러던 와중, 강윤식의 옆에 서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거기까지 하지. 어쩔 수 없었다잖나."
"하지만······."
"성철이놈이 그 동안 해 준 일이 얼마야? 한 번 용서해주면 우릴 위해 더 충성을 바쳐 일할텐데, 이런 부하를 쳐내면 우리만 손해지."
"맞습니다! 큰형님! 한 번만 기회를 주십쇼!"
기회라고 생각한 김성철이 소리쳤다.
그 말에 큰형님이 옅게 웃었다. 그러곤 말했다.
"아무리 강하건 그쪽은 혼자 아닌가? 본격적으로 점령전 시작하면 숫자 많은 쪽이 훨씬 유리해. 우리 군대 일으키면 소규모 국가들 쑥대밭 만드는 거 식은 죽 먹기 아닌가?"
"예?"
"세 번째 이벤트. 기회잖아. 점령한 국가가 같다고 따졌을 때 우리보다 인구수 많을 수 있는 나라는 없어. 힘도 있고, 총알도 충분한데 끼어들지 않을 이유가 있나?"
"하지만······가장 중요한 명분이 없는데요."
"윤식이. 늘 말하지 않나? 명분은 마지막에 만드는 거야. 정의로운 쪽이 승자가 되는 게 아니라, 승자가 정의롭게 되는 거라고. 역사에서 패배한 군주가 영웅으로 적히고, 승리한 군주가 살인광이라고 기록된 적이 있던가? 게다가 여론이란 언제나 다수의 편이고, 중국은 세계에서 무척이나 다수에 속하는 나라인데······꿀릴 이유가 있나?"
그 말에 강윤식은 순간 소름이 돋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까 세 번째 이벤트 우승하려고 주변 소규모 국가들 다 먹겠다는 겁니까?"
"그런 건 아니고. 기회가 왔는데 가만히 앉아있으면 재미가 없잖나."
"······큰 형님. 대체 큰 형님의 목적은 뭡니까? 소원을 이루는 것? 애초에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으시긴 합니까?"
"거창한 소원이라기보단 소소하게 바라는 건 있다네. 지금 이 세상이 영원히 이어지는 것."
"······."
"세계 평화니 뭐니 지껄이고, 인권이나 정치적 올바름을 따지던 시대보다 훨씬 즐겁지 않나? 초인과 괴수들의 세상이라면 이래야지. 하루 하루가 치열하니 정말 살아가는 것 같잖아. 따분하게 계획 짜서 중요 건물들 폭파하고, 고위층 인물들 암살하며 테러리스트 소리 듣던 그때보다······난 지금이 너무 행복하네. 정말이지 너무나도."
스스로를 큰형님이라 칭하는 사내가 웃었다. 그 점령으로 인해 사람들이 몇이 죽어나가든, 이 인물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 사고 방식은 지나치게 비틀려 있다. 강윤식은 물론이고 김성철까지도 그 괴이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들은 벗어날 수 없었다.
정신병자니 뭐니 비난할 수도 없었고, 인류를 위협할 그 계획을 중지하라고 경고할 수도 없었다. 브라더후드. 형제라는 이름으로 묶인 이상 그들은 한 인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절대로.
그때 새로운 소식이 전해져왔다.
「이란의 왕, 사망.」
「이란에 소속되어 있던 모든 국민들의 죽음 확인······.」
「슈퍼맨의 심판인가? 아니면 다른 세력의 수작인가······.」
붕괴는 이미 시작되었다. 세계 최강국들의 반열에 당당히 발을 올려놓은 중국을 지배하는 인물은 그 붕괴를 멈출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거기에 기꺼이 뛰어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 소식을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강윤식을 비웃듯, 큰형님이 중얼거렸다.
"라오스, 태국, 베트남, 싹 다 밀어버리지. 며칠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게임 유닛을 부르듯 말하는 모습에 강윤식은 이제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독일과 프랑스가 서로에게 전쟁을 선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상은 이제 완전히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정말로.
***
이란이 이스라엘을 멸망시키고, 미국이 선전포고를 내렸다.
그 뒤 이란이 멸망하고 중국은 선전포고 없이 주변국들을 침략해 멸망시켰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 시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 전쟁이란 과거 세계 1차 대전이나 2차 대전 따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 패배한 국가는 국민이 모조리 사망했으며, 그 시체들은 거리에 널브러져 방치되었다. 안타까운 죽음을 위로하고 장례를 치뤄줄 이들마저 일순간에 목숨을 잃었다.
종말이 도래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슬픔을 노래하기보다 분노를 노래했다. 상황이 극한까지 치닫기 전에 그만두자가 아닌, 저런 일을 벌인 놈들을 심판하자! 복수하자! 따위가 되었다. 한 번 드러난 폭력성은 감추어질 생각이 없었다.
격변이 일어난 이래 최초로 괴수가 인간을 죽인 숫자보다, 인간이 인간을 죽인 숫자가 많게 되었다. 이제 인터넷 글의 리젠율은 눈에 띄게 줄었다. 언론도 일을 제대로 하지 않게 되었다. 두 번째 이벤트 이후 나름 안정되었던 거리에선 폭동이 벌어졌고, 종말론을 외치는 이들마저 나타났다.
초인이라 평가되며 출현한 신인류들은 문명 이전의 원숭이들처럼 폭력성만 가진 야만인들로 변했다. 싸우고 죽이고, 그에 열광하며 서로를 헐뜯었다.
그 과정에서 성연이 지배하에 두고 있는 나라들은 엄청난 자원을 벌여들었다.
전쟁 시대에서 마약은 물이나 빵보다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는 것들이다. 굶주린 자들은 배를 채우기보다 약을 통해 굶주림을 잊은 채 편히 죽기를 바랬다. 아이를 안은 부모도 핏줄에 주사를 꽂았고, 아이도 고통스럽지 않길 바라며 바늘을 꽂아넣었다.
약에 취한 채 죽어있는 부모 자식들의 모습은 이제 드물지 않게 되었다. 과거, 버려진 국가인 대한민국에서나 볼 수 있던 절망스런 광경들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볼 수 있었다.
초강대국이 된 미국과 중국, 인도와 영국, 일본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런 와중에도 한 네크로맨서는 쉬지 않고 움직였다.
물밀듯 움직이는 군대들보다 빠르며 강력한 힘을 가진 개인은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
"출신."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입국 심사를 위한 의무적인 질문이다. 그러나 후드를 뒤집어 쓴 남자는 답하지 않았다.
"출신!"
다시 한 번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대답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총구를 들이댔다.
인도인. 입국 심사관 아미르는 한 번 더 입을 다문다면 당장 방아쇠를 당길 작정이었다.
그제서야 남자가 반응했다. 후드를 쓴 남자들은 총 셋이었고, 가장 앞에 선 이가 뒤편에서 따라오는 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외국인인가? 통역사라도 되나?
그리 생각하던 아미르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때, 그의 입에서 외국어가 쏟아졌다. 분명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인데 뭔가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우리는 귀인이다. 입국 절차를 거칠 필요도 없고, 마땅히 대접받아야 하는 VIP······."
아미르는 놀랍게도 또렷하게 쏟아진 이 외국어의 의미를 모조리 알아들었다. 그러곤 자기도 모르게 허리를 꾸벅 숙이며 그 세 명의 사내를 대접했다. 다른 입국 심사관들은 그 모습을 보며 뭔가 대단한 손님이 찾아왔겠거니 생각했다. 가장 오랫동안 여기서 일한 아미르가 저런 모습을 보이는 VIP는 지금껏 한 명도 없었다. 아마도, 어딘가의 왕이거나 대단히 강한 각성자인것이 분명했다. 그리하여 셋은 아주 편안하게 인도로 입국할 수 있었다.
"뭔가 불편한 것이 있으면 부르십시오! 제 능력이 닿는 한에서라면 뭐든······."
아미르는 팔을 크게 흔들며 말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남자, 성연이 중얼거렸다.
"역시 너보다 훨씬 낫네. 내용 뒤죽박죽으로 통역하는 것보다 훨씬 편해."
"뒤죽박죽 아니라 자연스러운 느낌 주게 통역하는 건데······."
그 중얼거림을 무시하며 성연은 인도의 거리를 보았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평화로운 모습이다. 그러나 한켠엔 비각성자들이 족쇄를 찬 채 노예처럼 부려지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격변 이전부터 이어지던 풍습이다.
인도 정권을 독재자처럼 지배하고 있는 인물 탓에 생겨난, 괴상하게 비틀린 카스트 제도.
비각성자는 불가촉천민으로 대우하고 각성자들은 등급에 따라 나누어 대접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경민이 애써 감정을 누르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불쾌한 곳은 왜 왔습니까?"
그 물음에 성연은 오래 걸리지 않아 대답했다.
"쐐기를 박으려고."
성연은 거리를 걷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격변이 일어난 이후에도 이 나라엔 인구가 지나치게 많다.
중국은 괴수들의 침략에 방어선이 뚫리고, 브라더후드라는 테러조직이 정권을 삼키며 인구수가 급감했다.
그러나 여긴 다르다. 스스로를 간디의 환생이라 부르는 인물은 정치적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무력적 면에서도 뛰어났다. 더하여 격변 이전부터 인도의 정권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그러니까, 혼란에 거의 휩쓸리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는 이 나라의 인구는 크게 줄지 않았다.
인도는 격변 이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를 자랑하는 나라이다.
그래서 성연은 이곳을 목적지로 삼았다.
"점령한 국가 수에, 점령한 인구 수까지 최대치를 찍어야 우승할지도 모르니까."
세 번째 이벤트의 완벽한 우승을 위해서.
< 남미 왕 아이작 (3) > 끝
(68)
작가의 말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