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가 너무 강함-58화 (58/111)

< 부길드장 강윤식 (1) >

영국에 방문한 슈퍼맨은 결국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떠나게 되었다.

아니, 성과는 커녕 잃은 것만 많았다.

대마법사 레베카를 포섭하고자 한 최초의 목적은 달성치 못했으며 대동했던 각성자 군단은 싸그리 전멸했다. 게다가 그 괘씸한 네크로맨서에게 부상을 입기까지 했다.

죽여도 시원찮을 동양인 사형수에게······.

로버트 데이비스는 크게 분노했다. 그리고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 분노란 다른 인물을 향했다. 이십 미터 고질라들의 습격에도 건재했던 협회 본부가 엉망진창이 되어있었다. 수십 년만에 나타난 중국인 초인 하나에 의하여.

"FUC - K!"

슈퍼맨이 가감없이 분노를 쏟아내는 가운데 비서가 적에 관한 보고를 전했다. 단신으로 협회를 습격한 왕웨이의 능력은 시들긴 커녕, 수십 년 전보다 훨씬 발전했다는 사실이었다. 몰아치는 상황에 로버트 데이비스는 이성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때 협회 본부 주변에 모여있던 사람들 중 누군가가 소리쳤다.

"명예를 걸고 안전을 보장한다면서? 테러리스트가 날뛰는 상황에 영국에 가서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정말이지 과감한 외침이었다.

모두 만류하는 가운데 중년 여성은 기죽지 않고 계속 악쓰며 소리질렀다. 자식 잃은 어머니였다. 이번 사건에 휘말려 목숨을 잃은 아들의 어머니.

자식 잃은 여인은 로버트 데이비스가 대단한 슈퍼맨이건, 세계를 주름잡는 집단의 수장이건 조금도 상관하지 않았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토해낼 뿐이다.

'구인류······스스로 지킬 힘 하나 없던 놈 하나 죽었다고 더럽게 난리······.'

로버트는 시끄럽게 소리치는 여인은 물론이요, 만류하는 그 군중들마저 죽여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참아야만 했다. 그러곤 수십 년간 정상에 군림하며 능숙해진 표정 연기를 시작했다. 정말 유감이라는 듯한 눈빛으로 기꺼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전부 저의 잘못입니다. 책임지고 충분한 보상을······."

정중한 사과를 건넸음에도 여인은 진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협회 소속의 각성자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가운데 비서가 로버트의 옆구리를 찔렀다.

"분위기 파악 못하나? 왜······."

"잠깐 이것 좀 보셔야······."

조심스레 건넨 스마트폰 화면엔 자극적인 문구로 쓰인 기사가 보였다.

그 기사를 확인한 로버트는 이제 이성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분노했다.

「로버트 데이비스. 슈퍼맨의 실체······.」

***

"뒤통수를 제대로 때렸군. 그 네크로맨서가 언론전에도 능할 줄이야."

"녀석이 벌인 일이 아닐겁니다. 아마 감방 동기 중에 있던 말 많은 놈이 한 게 분명······."

"그래? 꽤 노련한 놈인데. 협회장, 지금쯤 열 좀 받았겠어."

"멍청한 선택 아닙니까? 협회가 우리처럼 한창 세력 모으며 몸집 키우는 것도 아니고, 이미 완성된 집단을 건드려봤자 적을 키울뿐인데······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정치적 올바름이나 법규 준수, 도덕을 따지는 이들이 남아있긴 합니까?"

"어떤 상황이건 사람들은 약점이 보이면 사소한 것이라도 큰 잘못으로 몰아가며 물어뜯기 마련이지. 아마 이슈가 있다면, 네티즌들은 지구가 멸망하기 10분 전까지도 악플을 달고 그 악플에 답글을 달아가며 싸워댈걸."

"그래도 전 놈들이 멍청한 짓을 했다고만 생각되는군요. 욕 좀 먹을 뿐이지, 실질적인 타격은 없을텐데 그런 일을 벌이는 건······."

"실질적인 타격이 왜 없나? 절망적인 상황일수록 집단에 소속된 이들은 서로를 끊임없이 의심하기 마련이야. 자기네들 대장이 영광스런 슈퍼맨이라는 사실을 자랑으로 여기던 양키들이 얼마나 충격받았겠나? 결정적인 순간에 돌아서는 이들, 혹은 배신감을 느끼고 협회를 떠나려는 이들이 분명히 발생할걸세."

"하지만······."

"윤식이. 자네도 알지 않나? 고질라들 몇 잡아서 포인트란 거 좀 투자하면 평범한 사람도 인간병기로 거듭나면서 사람 머릿수가 엄청 중요해졌다는 사실. 다들 사람 모으려고 혈안이 된 상황 아닌가? 우리도 중국인들 모으려고 쓰잘데기 없는 이미지 메이킹에 돈 쏟아붓는 중이고."

"······."

"오늘따라 부정적이군. 혹시 옛날 일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나? 이번 일 벌인 놈이 네크로맨서라는 이유로 어떻게든 꼬투리 잡아보려는 거야? 그건 좋지 않군. 누누이 말하지만 일할때는 감정 없이 이성적으로 바라보라고······."

"아닙니다. 그것 때문에 그러는 거 아닙니다."

"그럼 다행이군. 걱정했는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 어쨌든 슈퍼맨이건 네크로맨서건, 둘이 싸우는 상황은 경사 아닌가? 한쪽이 궤멸되던가 둘이 공멸하던가 우린 가만히 보고 즐기면 되는거야. 이참에 그 영국인 대마법사도 함께 죽었으면 좋겠군. S급이니 뭐니 하는 것들만 없으면 결국 머릿수 싸움이 될텐데, 그럼 우리가 다 집어삼킬 수 있겠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칠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상처 하나 입은 적 없는 괴물 아닙니까. 그리고, 그 둘이 싸우는데 레베카 블런트가 휘말릴 것 같지도 않고."

"그건 모르지! 원숭이들이 고질라들이 되면서 세상은 꽤 순식간에 바뀌지 않았나. 우리 조직이 한 나라를 주름잡게 되기도 했고, 그 오만하신 S급이 벌써 둘이나 죽어서 이젠 셋밖에 안 남았어.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르는거야."

"······."

"이제 곧 세 번째 이벤트가 시작되나? 이번에도 한몫 챙길 수 있었으면 좋겠군. 저번엔 꽤 쏠쏠했는데 말이야."

"예,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슬슬 준비해야겠군. 아, 알아보라고 한 건에 관해선 어찌 됐나? 이번에 협회를 습격한 인물이 왕웨이라는 말이 있던데······."

"정확히 파악된 건 없습니다. 하지만 거의 확실한 듯 보입니다. 시체들 대부분이 약물중독자처럼 거품을 문 채 죽었고, 현장에 연기가 자욱했다는 정보를 전해받았습니다."

"늙었다고 퇴물이 되진 않았나보군. 예전에 그랬듯 이번에도 협회에 엿을 제대로 먹여줬어. 이걸로 슈퍼맨이 열 받았을테니 당분간은 미국에 박혀서 꼼짝도 못하겠어.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논란에 대해 해명이나 열심히 하겠지. 되도 않는 해명들. 물론, 머리 깨진 군중들은 충분히 이해해 줄 변명을······."

"상황에 맞춰 저희도 움직여야겠군요. 혹시 여론이 심각해지면 저희도 슬슬 꼬리 자르는 게 좋을테니까."

"그래. 혹시 그 네크로맨서한테도 줄을 이어둘 방법이 있는지도 생각해둬."

"형님. 그건 좀······."

"왜? 옛날 일 다 잊었다며? 강윤식이, 방금 전에도 말했잖아. 일에 감정 섞지 말라고. 원래 죽일만큼 미운 놈도 당장 이용할 수 있으면 고개 숙이고 들어가는 거야. 협회 곤란해졌을 때 네크로맨서 쪽에도 점수 좀 따놔야지. 원래 줄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거야."

"······저는 못합니다. 그 사악하고 간악한 것들과 어떻게······."

"그딴 소리는 정신과 의사한테나 해라. 네가 못하겠으면 내가 하지. 대신 부길드장 자리는 다른 놈에게 넘겨줄거다. 높은 자리 지키고 싶으면 까랄 때 제대로 까. 지난 일 가지고 궁시렁대지 말고······."

강윤식의 표정이 눈에 띄게 찌푸려졌다.

네크로맨서에 대한 트라우마에 그는 여전히 괜찮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증오심은 쌓이고 쌓여서 고여있다.

요즘 네크로맨서에 관한 찬사가 들려오며 마치 그 끔찍한 부류를 신의 사자라도 되는 양 평가하는 것도 기껍지 않은데, 이젠 고개까지 숙이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정말이지 아주.

그러나 강윤식은 '큰형님'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 정확히는 브라더후드에 속한 모든 인원들이 그렇다.

S급 판정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 문턱까지 다다른 바 있었던 인물. 로버트 데이비스의 능력 총량 80%는 충족했으나 두 번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네 명.

과거, 'A+'로 판정받은 그 인물의 능력이란 한 번 '형제'가 된 이들에게 거스를 수 없는 강제력을 행사한다. 입술을 다물고 있던 강윤식은 이번에도 그 강제력을 이기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

성연이 있는 곳에 도착한 이현우는 사람들이 모인 폐허 현장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별 고민 없이 작업을 시작했다. 로버트 데이비스를 공격할 거라는 작업이란 그 슈퍼맨의 사회적 이미지를 엉망진창으로 깎아먹는 것이었다.

로버트는 지나치게 철저했다. 그 미국인이 시체에 새긴 상처들은 네크로맨서가 다른 시체에 새긴 것들과 비슷했고, 협회를 이끄는 수장이 미친놈이라는 증언을 해줄 생존자도 남아있지 않았다. 증거와 증인이 모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초고열 광선이 휩쓸고 간 이 현장을 증거로 내세울 수도 없었다. 그런 주장은 저 네크로맨서를 잡으려는 과정에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쉽게 변명할 수 있었다.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현우는 이런 식의 싸움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는 부류의 인간이었다. 살아있는 사람은 물론이요, 시체들의 생체 정보까지 동일하게 복사할 수 있는 각성 능력은 증거와 증언을 입맛대로 조작해 내놓을 수 있다.

죽은 영국인들의 목소리를 흉내내 녹음하고 로버트 데이비스의 목소리 또한 흉내내서 녹취로 남겼다. 그 과정에서 죽은 여인들 몇의 얼굴을 모방해 마치 소신 발언을 하는 듯한 영상도 몇 개 찍었다. 성연은 본격적으로 선동과 날조를 벌이려는 이현우를 보며 말했다.

"이게 통하겠습니까? 그쪽에서 이현우 씨 능력도 당연히 알고 있을텐데, 그럼 그쪽에서 조작한 거라고 말하면······."

"언론전에서는요, 먼저 해명을 한 쪽이 지는 거에요. 물어뜯을 구실을 주면 그 다음부턴 군중이 움직이기 시작하거든요. 거짓말쟁이들이 제보하고 일부 진실된 폭로가 섞이면서 이미지가 엉망진창이 되죠. 열심히 해명을 해서 오해를 풀더라도 결국 그때쯤엔 협회 이미지는 바닥까지 추락했을걸요."

"그럴까요?"

"예. 마법의 문장도 있잖아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 구실만 던져주면 협회 병신 만드는 건 사람들이 할걸요?"

"음······."

매스컴은 물론이요, 언론전 따위엔 별 관심이 없던 성연은 이 방법이 맞는지 몰랐다.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바라보았고 결국 '슈퍼맨의 실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가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과연 이 사기 전과 화려한 감방 동기의 말이 맞았음을 알게 되었다.

「씨발. 차별주의자 새끼 그럴 줄 알았지.」

「전부터 뭔가 쎄했다니까? 나이 쳐먹고 코스튬 입을 때부터 정신병자인거 확정······.」

「ㅋㅋㅋ소름이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협회 빨던 사람들 태도 싹 바꾸고 욕하노. 대단하다, 물타기!」

「물타기? 뭔 소리임. 잘못했으면 욕 먹는 거 당연한건데? 물론 사람들 남기는 댓글 강도가 좀 심하긴 함. 다들 비난말고 비판을 해줬으면······.」

군중이란 이현우의 예상대로 구실을 던져주면 피라냐처럼 달려들어 물어뜯는 것을 즐기는 이들이었다. 성연은 이 광경을 바라보며 사이다를 마신 듯 시원함을 느끼거나, 크게 웃음을 터뜨리지도 못했다. 이 사실을 알렸다는 사실에 다소 만족하면서도 한켠에 과거가 떠올라 씁쓸함도 있었다. 미묘한 감정 속에서 결국 성연은 매스컴에 관련한 부분은 이현우에게 모두 맡겨두기로 했다.

언제나 생각하지만, 자신은 정치 싸움이나 사회적으로 누군가를 죽이는 것에 익숙치 않다. 정말로.

"잠깐 어디 좀 다녀올게요."

넷상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성연은 참여하지 않았다. 다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뛰어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포인트를 벌어들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이현우가 네크로맨서 연합뿐만 아니라 다른 집단들도 실질적인 지원을 보냈다, 각 지부에서 초대하길 원한다는 말들을 전해왔다. 좋은 현상이었다. 그러나 유쾌하진 않았다.

성연은 괴수들을 죽이고 또 죽였다. 대한민국이나 아프리카와 달리 영국엔 헌터가 많았다. 괴수 잡는 자존심 센 전문가들.

"더럽게 쿵쾅대네, 씨발 누구······."

"뭐?"

"······오, 네크로맨서께 예의를 갖춥니다."

격변 이후 툭하면 시비를 걸어오고 귀족이라도 된 양 군다는 그 부류는 성연 앞에서 더없이 공손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전장을 가득 채우는 언데드 군단은 시각적인 폭력이었으며, 그 군단이 발휘하는 힘은 실제로도 아주 강력했다.

게다가, 두 번째 이벤트의 우승 상품으로 얻은 장비가 부여하는 '상태이상'은 인간들뿐 아니라 괴수들에게도 적용되었다. 이십 미터 고질라들이 군단을 마주하고 도망치는 모습이란 정말이지 신선한 것이었다. 성연이 등장하면 적은 도망치고 다른 이들은 겁에 질려 무릎 꿇고 고개 숙였다.

이 네크로맨서는 이제 일종의 마왕과 같았다. 존재만으로도 압도적인 마왕.

그 마왕의 옆에 앉은 통역사. 스티븐 최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유성연 님, 진짜 로버트 데이비스랑 붙었어요?"

"어."

"아니. 슈퍼맨이랑 붙었는데 어떻게 상처 하나 없습니까? 진짜 이제 유성연 님, S급 헌터랑 붙어도 충분히 이길만한 거 맞다니까요······."

"한 대 맞으면 즉사니까 상처가 없지. 옆에 스치기만 해도 머리통 통째로 터질텐데."

이 한국계 미국인은 미국에 오랫동안 거주한 덕에 로버트 데이비스의 대단함을 잘 알았다. 그 위대함 또한 알았다. 천조국에서 로버트란 실존하는 할리우드 히어로요, 대기업들의 회장이며 아주 강력한 초인 군단을 이끄는 수장이었다.

미국 안에서 그 슈퍼맨은 대통령보다도 존경받고 지지받았으며, 어떤 톱스타들보다 인기가 많았다. 로버트를 모티브로 만든 상품. 자서전이나 코스튬, 그를 본따 만든 피규어 따위가 불티나게 팔려나갈 정도였다. 그래서 스티븐 최는 성연을 칭찬하면서도 한 편으론 언론에서 쏟아지는 그 파격적인 기사를 믿을 수 없었다.

"그 기사 거짓말이죠? 로버트 데이비스 엿 먹이려고 거짓말 하신거죠?"

"사실이야."

"에이, 미국에 평생 헌신한 애국자이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어떻게 그런 끔찍한 짓을 해요. 그럴리가 없어요. 슈퍼맨이 설마······."

"맘대로 생각해. 전부 사실이니까."

스티븐 최는 성연의 성격을 잘 알았다. 저 네크로맨서가 굳이 거짓말 할 이유도 없으며, 지나치게 솔직한 성격이란 것도 알았다. 결국 미국계 한국인은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아마도, 다른 미국인들이나 협회에 소속된 각성자들도 그럴 것이다. 벌써 협회의 일원들 몇이 배신감을 느끼고 이탈하고 있는 마당이다.

물론 성연은 절망한 스티븐 최에게 위로를 건네거나 하지 않았다. 벌어지는 전투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미 막강한 언데드들은 나날이 솜씨가 좋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한 인물이 그들을 일제히 지휘하는 가운데 기술의 향상이란 곧 군단 전체 전력의 상승을 의미했다. 성연은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했다. 꾸준하게.

이 네크로맨서가 벌어들인 포인트는 이제 독보적인 수준까지 올라왔다. 힘은 충분한 이상 더 이상 포인트를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바, 성연은 본격적으로 본 게임의 우승을 위해 포인트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 움직이던 와중 누군가 찾아왔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외모, 레베카 블런트다.

"아니, 모바일 게임 자동사냥도 아니고 하루종일 이러고 있었던거야?"

"왜 찾아왔나?"

"세 번째 이벤트 시작까지 하루 남았잖아! 같이 다니기로 한 거 잊었어?"

"아, 그랬지······."

심드렁하게 중얼거리는 성연을 보며 레베카가 심통난 표정을 지었다.

이 대마법사의 방문에 성연 일행은 괴수 사냥을 그만두고 돌아가게 되었다.

세 번째 이벤트를 하루 남기고 휴식이란 성연에게도 썩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몇 포인트 더 벌겠다고 무리하는 것보다 충분히 쉬어두는 게 더 좋을 것이다.

성연은 언데드 군단을 끌고 돌아왔다. 돌아온 직후 안쪽에서 이현우가 나왔다.

"유성연 씨? 왜 문자를 안 봐요."

"무음이라."

"제발······."

"왜요? 급한 일 있었어요?"

성연이 던진 질문에 답한 것은 이현우가 아니었다. 그의 뒤에서 한 사내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성연은 그 얼굴을 아직 잊지 않았다. 감방 동기 3인 중 마지막 인물, 덩치 크고 인상 사나운 폭력범. 강태혁.

"급한 일 있었지······요."

브라더후드 소속 강태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며 등장했다.

그 옆에도 익숙한 얼굴이 하나 더 있었다. 커피 우유를 마시고 있는, 여전히 찌질한 인상의 남자. 김성철. 그가 머쓱하게 웃었다.

"반갑습니다. 오랜만이죠? 저번에도 봤었는데, 헤헤······."

"뭐, 명령 받고 둘이서 습격하러 왔나?"

"설마 그럴리가요! 부탁하러 왔습니다. 응해주시면 유성연 님께도 꽤 도움 될······."

"싫은데?"

"자, 잠깐만요. 제발! 부탁 안 들어주시면 저희 죽어요. 둘 다 장기 다 팔리고 시장바닥에 고기로 버려집니다! 한 번만요!"

"······무슨 부탁인데?"

그 간절한 외침에 성연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말해보라고 했다.

그 짧은 답에 살았다는 듯 안도하는 표정을 지은 김성철이 열심히 설명을 시작했다. 옆에서 강태혁도 종종 거들었다. 열변에 가까운 설명을 듣게 된 성연은 그 말들을 귀 기울여 들은 뒤, 그 부탁의 내용이 흥미롭다는 듯 되물었다.

"그러니까, 브라더후드 부길드장 강윤식이 나를 중국으로 초대했다고? 네크로맨서 질색한다는 그 양반이?"

< 부길드장 강윤식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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