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가 너무 강함-57화 (57/111)

< 협회장 로버트 데이비스 (2) >

1세대 각성자나 다름없는 슈퍼맨은 강산이 일곱 번 바뀔 세월 동안 정상에 군림했다. 괴수와 초인이 등장하며 혼란은 거듭 찾아왔고, 로버트 데이비스는 그것들을 모두 직접 마주하고 체감한 역사의 산증인이었다.

그 슈퍼맨은 학교에서나 가르치는 과거의 일들을 젊은 시절의 사건으로 기억한다.이를테면, 미군을 돌파하여 백악관에 들어가 대통령 앞에 섰던 영광스러운 순간을.

과학의 산물로 빚은 무기를 든 현대식 군대와 이십 미터로 몸집을 불린 괴수들은 여전히 슈퍼맨에게 적이 되지 못했다. 이 초인을 물리적으로 살해할 수 있는 방식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절대로 상처 입지 않는 무적의 초인은 신처럼 행세할 수 있다.

세월의 흐름이 그 미국인을 덮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위대한 힘은 정체되지 않고 매순간 발전했으나, 그 힘을 담은 그릇인 육체는 그렇지 못했다. 로버트 데이비스는 외계인 출신이 아니요, 농장에 떨어진 미국인도 아니다.

그 초월적인 힘을 담은 껍데기는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이따금씩 거울을 보며 주름진 얼굴과 피어오른 기미나 검버섯을 보며 그 미국인은 자신이 완벽한 슈퍼맨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늙은 슈퍼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결코.

진행되기 시작한 노화가 언제 이 몸뚱이를 병들게 하며 약하게 만들지 모른다.

시간의 흐름이란 그가 쌓아올린 자본과 명예, 놀라운 힘으로도 막을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었다. 덮쳐오는 세월에 로버트는 각성한 이래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이럴수는 없었다. 자신은 로버트다.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는 슈퍼맨······.

다행히도 이번에도 신께서는 그를 버리지 않았다. 낙원에서 왕으로 군림하시라며 기회를 주셨다. 신인류의 꼭대기에 서서 영원토록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그 과정에서 강력하고 충성스런 부하들은 언제나 환영이다. 그러나 자신을 따라잡는 것을 넘어, 이 위대한 기회를 빼앗으려는 괘씸한 녀석은 도저히 환영할 수 없다.

출신부터가 고귀하지 않은 그 네크로맨서라면 더더욱.

***

성연의 머릿속에선 요란하게 경종이 울리고 있다. 다케다의 초감각은 슈퍼맨과 마주한 이 상황 자체를 위험으로 인식했다.

하기야 당연한 것이다.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생물체이며 뭐든 가리지 않고 녹여버릴 수 있는 레이저를 눈에서 뿜는 초인을 상대로 이 거리는 지나치게 가깝다.

그러나 성연은 로버트 데이비스와 마주하게 된 돌발 상황만큼이나, 실존하는 슈퍼맨의 추악한 실체가 기껍지 않다.

'정의의 상징? 인류 평화를 지키는 영웅?'

모든 게 거짓이었다. 결국 인류를 위해 헌신한다던 영웅들은 전부 결함을 가진 미치광이들밖에 없었다. 화가 나긴 커녕 할 말이 없어질 지경이다.

어린 아이들이 동경하며 미국 범죄율을 현저히 떨어뜨린 개인에게 정의감은 존재하지 않았다. 뒤틀린 신념을 갖게 된 미국인을 보며 성연은 복잡한 감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오래된 코스튬을 입은 로버트 데이비스가 움직였다.

단순한 뜀박질에 불과한 동작은 어마어마한 힘이 더해지자 여러 현상을 동반했다. 마하를 넘어서는 속력으로 달리는 인간이란 스치기만 해도 성연의 몸뚱이를 무너뜨릴 것이다. 저건 사람이 아니라 2m 27cm 크기의 탄환이요, 미사일과 같았다.

당연하게도 성연은 가만히 당해주지 않았다. 초감각의 경종으로 하여금 미리 그 접근을 예상했던 성연은 그 돌격에 올바르게 대처했다.

발 아래를 헤엄치던 언데드가 몸을 일으켰다. 성연은 지반의 붕괴와 함께 지하로 떨어져 몸을 숨겼다. 로버트 데이비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WHAT?"

그 미국인의 눈엔 마치 성연이 어디론가 빨려들어간 듯 보였다. 로버트가 잠깐 멈칫한 순간 몸을 일으킨 이십 미터 언데드가 주먹을 휘둘렀다. 그 기습은 성공적이었다. 아니, 성공적인 듯 보였다.

힘차게 휘두른 주먹은 분명 그 몸을 덮쳤다. 그러나 로버트 데이비스는 저 멀리로 나가떨어지거나 몸에 상처를 입지 않았다. 망토를 휘날리며 공중에 정지해 있을 뿐이다.

타격과 함께 울려퍼진 소리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 간의 전투에서 발생했다고 믿기 힘든 것이었다. 종을 두드리는 듯한, 금속끼리 부딪혔을 때나 울릴 소리가 들렸다.

정면에서 공격을 받아낸 로버트 데이비스가 몸을 구부렸다. 푸른 눈동자가 서서히 붉어지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뜨거운 열기가 일렁였다. 직후, 초고열 광선이 언데드를 덮쳤다.

미니건도 우습게 방어하는 괴수 특유의 껍질은 활약하지 못했다. 용광로에 넣은 금속처럼 언데드가 녹아내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로버트는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OH······."

머리는 물론 상반신까지 통째로 녹여버린 언데드의 몸이 재구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상식적인 네크로맨서들은 할 수 없는 일이다. 로버트는 이것이 격변 이후 세상에 등장한 '포인트'를 사용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했다. 개인 능력 강화나, 상세 능력 강화와 같은 것.

몸을 다시 일으키는 언데드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가운데 성연이 움직였다.

지하에서 대기하고 있던 언데드의 위장 속에 들어온 네크로맨서는 본격적으로 숨겨둔 제 군단을 일으켰다.

'괴물 같은 놈이군. 혹시나 해서 언데드들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큰일날 뻔······.'

성연은 언제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 그 준비는 과할 정도로 철저하다.

100M에 달하는 글러트니는 은밀히 숨길 수 없는 까닭에 데려오지 못했지만, 이번에 얻은 가장 강력한 언데드들 둘은 당연히 데려왔다. 저 슈퍼맨을 기준으로 한 시험을 통과한 초인들. 이젠 좀비가 된 두 S급 헌터가 움직였다.

일본인이 간결하게 검을 휘둘렀다. 고층 빌딩을 무베듯 자르는 무형의 공격은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모든 전쟁과 싸움에서 한 번도 상처 입은 적 없는 슈퍼맨은 휘두르는 검에 피 흘리지 않았다. 그 대신, 다케다 유이치 언데드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 뒤 그 방향으로 초고열 광선을 쏴댈 뿐이다.

정말로 신과 다를 바 없는 미국인의 무력을 보며 성연은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완벽한 인간이란 없다. 약점이 있을 것이다. 분명히.

'역시 지금 싸우기엔 지나치게 이르다. 로버트 데이비스를 상대하는 건 최소 마운틴을 손에 넣은 뒤가 되어야······.'

영웅적인 업적을 쌓길 누구보다 원하는 슈퍼맨은 지상 최강의 괴수라 명명된 녀석을 직접 죽이겠노라 발언하지 않았다. 공략 불가라는 평을 내리고 접근 금지라 말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하다. 대한민국에 머무르는 그 괴수는 저 슈퍼맨도 막을 수 없다.

그러니까, 확실한 승리를 따내기 위해서는 마운틴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성연에겐 지상 최강의 괴수도, 성장을 거듭하며 100m를 넘어선 거대 괴수 언데드도 없다. 지금 가지지 못한 것을 달라고 기도할 순 없는 노릇이다. 당장 보유한 전력으로 저 슈퍼맨을 상대해야 한다.

"HEY!"

로버트 데이비스가 일갈을 내질렀다.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를 보며 성연은 김유현 언데드를 조작했다. 입 속에서 울려퍼지며 쏟아진 음파는 곧 충격파가 되었다. 입에 물고 있던 수류탄이 터진 것과 같은 현상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부상은 없다.

어떻게 되어먹은 몸뚱이인지 핏방울 하나 흐르지 않았다. 다만, 그 표정에 맴도는 분노가 점점 짙어지고 있을 뿐이다.

성연은 다케다와 김유현, 두 언데드와 감각을 공유하며 명령을 내렸다.

부상을 입히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움직임을 방해하고 봉쇄하는 것은 가능하다.

주변 모든 음파를 지배하는 힘과 미래시에 가깝게 움직임을 예측하는 초감각, 원근감을 무시하는 검격이 합쳐지자 로버트는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경계하는군.'

다케다 유이치의 검은 슈퍼맨을 상처 입힐 수 없다. 그 몸은 날붙이 따위가 침범할 수 있을 정도로 무르지 않다.

그러나 김유현의 힘이라면?

저 슈퍼맨의 총량에 99.8%에 달하는 능력을 가진 좀비라면 말이 다르다.

김유현이 낼 수 있는 충격의 최대치는 아직 측정된 바가 없다. 그 까닭은 단순하다.

음파를 거듭 증폭하여 극대화시킨 충격량은 측정하기엔 지나치게 강력하기 때문이다. 서너번 증폭으로 수류탄이나 폭격에 가까운 위력을 내는 능력. 한 전문가가 측정하기로, 김유현의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낸다면 이론적으로 달을 부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이미지와 안전을 극도로 신경쓰는 저 철저한 미국인은, 슈퍼맨의 육체가 행성을 파괴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충격량에도 멀쩡할 지 시험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

눈이 돌아서 정면에서 돌격한다면 김유현의 능력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릴 틈을 만들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무작정 돌진하는 것만 아니라면 슈퍼맨을 상처 입힐 지 모르는 공격은 가할 수 없다. 저 교활한 초인이 모를 리 없다.

로버트 데이비스는 혹시 모를 상황에 도전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음속을 넘어서는 속력으로 움직이며 초고열 광선만 쏴댈 뿐이다.

초고속으로 비행하는 탓에 날벌레 언데드는 주변에 접근할 수도 없었다. 가까이 가는 순간 가루처럼 바스러졌다. 길게 뻗어낸 언데드들의 촉수도 마찬가지였다. 음속 비행하는 생물체가 만드는 충격파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모든 것을 녹이는 초고열 광선이 성연이 숨은 일대를 완전히 태우고 있었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네크로맨서는 유리하지만, 그것은 저 슈퍼맨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영원히 지치지 않는 초인이란 전투하는 기계와 같다.

'좋지 않다.'

감각을 공유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로감이 가중되는 특성상, 이런 방식의 전투는 성연에게 불리했다. 하지만 감각을 공유하지 않으면 일반인과 비슷한 성연으로썬 저 슈퍼맨의 움직임을 쫓는 것이 불가능하다. 결국,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수단이 필요하다.

불길이 연신 치솟는 가운데 성연은 한 가지 발상을 해냈다.

로버트가 예상하지 못할 아주 파격적인 기습을.

'S급 헌터들을 신격화하는 놈이라면 분명 통할거다······.'

성연은 언데드 둘을 추가로 일으켜 변이시켰다. 대포와 비슷한 모습으로.

지하미궁, 던전을 공략했을 때 한 번 써먹은 방식이다.

일회성 폭발을 일으켜 포탄을 발사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언데드.

그 포탄이 될 언데드는 간단했다.

성연은 김유현 언데드를 변이시켰다. 팔, 다리를 모두 사라지게 만들고 머리와 몸통만 남도록. 그리고 대포 형태의 언데드 안쪽으로 들어가게 했다.

직후 폭음이 울렸다.

그 순간에 맞춰 일본인 언데드가 검을 휘둘렀다. 그 검격은 강철과 같은 육체를 향하지 않았다. 옛 미국 코믹스의 히어로가 입은 것과 닮은 코스튬을 베어냈다. 휘날리는 망토, 벨트와 쫄쫄이를 찢어냈다. 로버트를 분노하게 만들기 충분한 공격이다.

자신이 존경받는 히어로이며 정의의 상징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레 여기는 미국인은 히어로를 상징하는 복장이 손상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알몸을 드러낸 채 공중을 나는 초인은 조금도 멋지지 않다.

"SHIT!"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쓰는 늙은이는 노성을 내지르며 초고열 광선을 쏴갈길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관심이 다른 곳으로 돌려졌던 그때 빠른 속도로 무언가 접근했다.

포격? 아니다. 초인적인 시력이 그 물체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김유현이다. 과거 대한민국의 S급 헌터······.

로버트 데이비스는 다시 한 번 분노했다. 정말이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분노했다.

저 네크로맨서는 지금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드려는 것은 물론이요, 마땅히 숭배받아야 할 S급 헌터들을 살해하고 고인모독을 저지르고 있었다.

이 미국인은 김유현의 시체를 초고열 광선으로 녹여버리는 대신 팔을 뻗어 받아냈다.

자신과 같은 자리에 섰던 S급 헌터의 시체를 무참히 훼손하고 싶지 않았으며 이 망가진 시체를 이용할 시, 저 네크로맨서의 실체를 공개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영웅적인 행보를 더 알릴 수 있을거라 생각한 까닭이다.

하지만 그 판단은 잘못된 것이었다. 성연의 노림수에 완전히 걸려들었다.

'비각성자에 피해자인 여자는 거슬린단 이유로 죽이고, 과거 S급 각성자는 이미 죽어서 시체가 되었음에도 훼손하지 않고 안전히 받아낸다······그럴 줄 알았지. 저 차별주의자라면 절대 피하거나 태워버리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성연은 그 동안 자주 써먹은 방식으로 그 시체를 폭탄으로 써먹지 않았다.

마운틴의 것을 흉내낸 껍질 파편이 로버트에게 피해를 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다.

게다가, 그보다 더 강력하고 확실한 기습 방법이 있었다.

김유현 좀비의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일정한 간격으로 울리는 심장 박동 소리가 순식간에 천둥에 가깝게 커져갔다. 그 시체를 받아들었던 로버트가 표정을 찌푸렸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김유현을 내려놓으려던 그때였다.

"WHAT THE······."

그 시체는 가슴과 어깨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액체와 고체 사이에 위치하도록 끈적히 변이된 좀비는 머리카락에 붙은 껌처럼 질기다. 그 과정에서 심장 박동을 매개로 한 음파가 거듭하며 증폭되었다. 남의 심장 박동은 조작할 수 없으나, 자신의 심장 박동은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활용한다면 최고의 자살 테러를 벌일 수 있다.

거듭 증폭된 소리가 곧 충격파로 변환되었다. 로버트는 그때까지도 김유현을 떼내지 못했다. 성대한 폭음이 울렸다. 매개체가 된 심장이 조각나 흩어졌고 그 충격파를 정면에서 맞이한 슈퍼맨은 이번엔 가만히 버텨내지 못했다. 그 미국인이 머나먼 곳으로 날아갔다.

그 과정에서 처음으로 핏물이 튀어올랐다.

그러니까, 역사상 처음으로 로버트 데이비스가 상처입었다.

"······일어나라."

자살 테러를 감행한 탓에 가루에 가깝게 무너진 김유현의 몸뚱이는 네크로맨서의 부름을 받들어 다시금 육체를 회복하며 언데드로 일어났다. 죽음의 군주라 명명된 능력은 화장된 시체조차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여전히 방심하지 않은 채, 지하에서 몸을 숨긴 성연은 생명 반응 감지 능력을 넓게 퍼뜨렸다. 그러곤 그 슈퍼맨을 탐색했다.

아주 멀리 날아간 건지, 아니면 일순간에 죽어버린 건지 로버트 데이비스의 반응은 잡히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한참을 숨어있던 성연은 날이 밝은 뒤에야 지상으로 돌아왔다.

슈퍼맨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남겨진 성연은 그 미국인이 쏴갈긴 초고열 광선으로 인해 초토화된 주변과 그 잔해에 깔려 엉망진창이 되어 죽은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폐허가 된 광경으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고 있었다. 모두 이 갑작스런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서 있는 영국인들을 바라보며 성연은 시간을 확인하려 휴대폰을 꺼냈다. 집중한 탓에 벨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부재중 전화가 수십 통 와 있었다.

그 부재중 전화의 주인공은 이현우였다.

무너진 폐허의 중심에서 성연은 전화를 걸었다.

「왜 안 받아요? 지금 무슨 난리 일어났는지 알아요? 엄청 걱정했네······.」

쏟아지는 말들에 성연은 천천히 새벽부터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단히 요약해 설명했다. 이현우는 맞장구도 치지 않고 그 말들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러곤 성연의 설명이 끝나자 그제서야 답했다.

「어디에요? 지금 갈게요.」

"여기 오시게요? 봐서 좋을 거 없는데."

「가야죠. 그 미치광이 슈퍼맨 엿 먹일 기회인데······들어보니까 대충 어떤 사람인지 알겠네요. 그런 놈들한텐 대가리에 총 갈기는 것보다 효과적인 타격 줄 방법 있어요. 신념 가진 또라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세계 종말 위기 닥친 상황에서도 자기 치부 드러날까봐 사람 죽이는 놈 제대로 정신 나가게 해줄.」

"그게 뭡니까?"

「로버트 데이비스란 인물이 사실 히어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밝히는 거요.」

***

"빌어먹을······."

얼마의 거리를 날려온 건지 추정할 수 없었다. 로버트 데이비스는 통증이 퍼지는 머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곧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수십 년 간 상처 입은 적 없던 무적의 육체가 다치다니?

'늙어서 그렇다. 드디어 약해지기 시작한거야. 나이를 쳐먹은 탓에······.'

그 하찮은 공격이 위대한 힘이 수호하는 육체보다 강력했을 리 없다. 절대로.

그리 자기 위안을 마친 로버트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통증보다 끓어오르는 분노가 더 컸다. 그 미국인은 씩씩대며 당장 다시 비행을 시작해 네크로맨서를 죽이고 싶었다.

「로버트? 로버트, 어디 계십니까?」

협회에 소속된 비서. 텔레파시 능력을 가진 그 인물의 연락이 없었다면 그랬을 것이다.

"왜? 지금 해결해야 할 급한 일이 있다. 나중에 연락하도록."

「어떤 일인지 몰라도 지금 그것보다 위중한 일이 있습니다. 당장 와주셔야······.」

"뭔데! 대체 무슨 일이길래 감히 내 의견을 거스르지? 내가 누군지 잊었나? 해결해야 할 급한 일이 있다니까······."

「그게······.」

"정말 급한 일이어야 할거야! 그렇지 않으면 찾아올 낙원에 너는 없을테니!"

격한 감정을 담아 내지르는 일갈에 비서는 겁에 질린 채 떨었다.

그러나 현재 협회의 본부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해야 한다는 의무만은 버리지 않았다. 겨우 공포를 이겨내고 재차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리고 로버트는 비서가 말한 급한 일이 정말로 그 네크로맨서를 처리하는 것보다 위중한 사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협회 본부가 습격받았습니다. 왕웨이, 그 중국인이 수십 년만에 다시 나타났······.」

< 협회장 로버트 데이비스 (2) > 끝

작가의 말

언제나 소설에 관해 남겨주신 댓글들 보며 행복합니다 :)

그중엔 저도 생각치 못했던 부분을 써주신 분들도 많아서 볼때마다 신기해요.

오늘도 사랑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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