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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가 너무 강함-51화 (51/111)

< 회장 이현우 (1) >

"귀족이라고 떠받들어 줄 때는 언제고 이 지랄이야?"

"적폐 새끼는 원래 뚝심 있게 우리한테 지랄하지 않았습니까? 말도 안 되는 통계 들고 와서 까내린 거 일상인데요, 뭐."

"그래, 그 새낀 원래 병신이니까 이해한다고 치자. 근데 네크로맨서 개쩐다고 빨다가 물타기해서 테세전환하는 놈들은 역겹지 않니?"

"뭐, 물타기도 일상······."

"팩트말고 공감을 하라고!"

지나치게 솔직하게 말하던 남성, B급 네크로맨서 제임스는 찔끔하며 입을 다물었다.

네크로맨서 연합이라 명명된 이 집단의 수장을 맡고 있는 저 여인이란 감정기복이 참으로 심각했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몰랐다.

네크로맨서 연합장, 나탈리가 씩씩댔다.

"안 그래도 던전 나오면서 퇴물 취급받은 거 짜증나는데 왜 자꾸 팩트로 긁어대?"

"전에는 입에 발린 말 말고 팩트만 말해달라면서요······."

"그 눈치로 여자친구 어떻게 사귈래? 상황 좀 맞춰가면서 하라고!"

"저 여자친구 있는데요. 여기 바로 옆에서 다 듣고 있는데······어, 자기야. 괜찮아."

제임스는 '그어어'거리는 여성형 좀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지었다.

나탈리는 그 모습을 보며 열불이 터질 것 같았다.

"진짜 나가서는 그 지랄 하지마라. 너 같은 새끼들 때문에 네크로필리아라고 싸잡아 욕먹는거야."

"네크로필리아라뇨? 우리 자기한테도 생명이 있어요."

"닥쳐. 당장 시속 900km로 달리는 니 여친 데리고 꺼져."

"······예. 자기야, 상처받았어? 너무 기죽지마. 연합장님 그날이신가봐······."

"씨 - 발! 나가!"

쏟아지는 고함에 제임스는 여성형 좀비를 끌고 밖으로 천천히 나갔다. 나탈리는 그 모습이 기껍지 않았다. 다행이라면, 암울한 정신병자가 가득한 네크로맨서들 중에서도 이번에 빛나는 인재가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유성연. 무려 두 명의 S급 헌터를 심판한 영웅.

공식적으로 그 인물에 대한 지지를 발표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나탈리는 이게 네크로맨서들의 이미지를 제대로 개선할 기회라고 생각했다.

다들 사회성이 결여되었으며 네크로필리아인 집단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외관상 안 좋을뿐, 네크로맨서도 평범한 각성자들이란 말이다.

이번에 그 영웅적인 위업을 세운 네크로맨서에게 힘을 실어주며 나탈리는 줄을 제대로 타볼 작정이었다. 안 그래도 협회가 벌이는 짓거리는 물론이요, 차별적인 현실에 불만이 많았던 까닭이다. 게다가 상품으로 소원이 걸린 이 본게임에서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네크로맨서라면, 소원을 빌어서 변하게 될 세상에서 한 자리 하게 될 수도 있었다.

나탈리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유성연이라는 인물에 대해 적힌 모니터를 보았다.

그 와중, 테이블 아래에서 괴상망측한 무언가가 꿈틀댔다.

나탈리는 그 무언가를 보며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많이 심심했니? 미안. 언니 일 때문에 바쁜 거 알잖아. 산책은 좀 이따 저녁에······."

하나씩 나사가 빠진 그 초인 집단의 존재는 일부 각성자들만이 알고 있다.

일인군단이 될 수 있는 군주들이 모인 네크로맨서 연합이란 여러 각성자 단체들 중에서도 아주 위험하다고 평가되었다. 그리고 성연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네크로맨서 연합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단체들도 우승 후보로 달리는 네크로맨서를 주목했다.

이를테면, 옛날부터 인식이 좋지 않았으며 고정관념이 박혀있던 각성자 집단들.

차별적인 발언이 조명받으며 과거부터 불만을 갖고 있던 여러 초인들은 미국의 슈퍼맨을 지지하는 대신, 그 네크로맨서에게 힘을 실어주겠노라 말했다.

사회적으로 인식이 좋지 않으며 차별받은 각성자들이 가진 힘이란 대부분 아주 위험한 능력에 속한다. 그리고 위험한 능력이란 망가진 세상에서 강력한 무기라는 단어로 바꾸어 말할 수 있다.

귀족 취급을 받게 된 네크로맨서와 달리 음지에서 은밀하게 활동하던 이들이 하나씩 유성연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숨은 강자들이 말이다.

***

"어떻게 알고 찾아왔습니까?"

"여기저기 거창하게 때려부수고 오셨으니까 알았죠.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면 다 알죠, 저는."

"아······."

김유현을 일으킨 뒤 돌아다니던 성연은 갑작스레 찾아온 익숙한 인물 둘을 맞이하게 되었다. 인상이 꽤 펴진 이현우와 이제 갑옷 대신 정장 차림을 하게 된 안혜지였다.

"오랜만이네요."

"그러게요, 3주만인가? 아프리카 여행은 잘 다녀왔어요? 친구들도 생긴 거 같은데."

"친구는 무슨······미친놈들입니다. 무작정 저 따라다니는 스토커들."

"그래요? 그럼 거기 한국분은 누구에요?"

"아, 임시 통역사입니다."

그 소개에 스티븐 최가 인사했다.

"스티븐 최입니다."

"오, 미드에 나오는 한국 배우들 같은 이름······."

안혜지가 감탄했다.

짧은 안부 인사가 오고간 가운데 이현우가 물었다.

"근데 다시 오신 특별한 이유 있어요? 괴수들 잡고 포인트 버신다고 떠나셨던 거 같은데."

"아······챙길 게 있었습니다. 저기에."

"······오우."

뒤를 가리키는 손짓에 이현우와 안혜지는 그제서야 100m 높이 언데드의 양 어깨에 과거 S급 헌터들의 시체가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광경이란 참으로 비현실적인 것이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성연이 뒤이어 말했다.

"챙길 거 챙겼으니 곧 떠날 생각입니다. 받아야 할 물건도 있고."

"그래요? 아쉽네. 여기 계속 있으실 줄 알았는데······."

"이틀 정도는 머무를 겁니다. 협회가 마음 제대로 먹었으니 포인트 투자나 장비 점검도 슬슬 들어가야죠."

"그렇군요. 이틀······."

이틀 간의 점검이 끝나면 성연은 레베카가 브라더후드에게서 뜯어낸 김유현의 무기를 받으러 가야한다. 총량을 더럽게 많이 잡아먹는 이 언데드를 제대로 써먹기 위해선 장비가 필요했다. 이현우가 말했다.

"유성연 씨. 혹시 일행 한 명 더 필요없어요?"

"예?"

"앞으로 협회랑 뜨게되면 더러운 꼴 많이 볼텐데 도와줄 사람 필요할 거에요. 머리 쓸 줄 알면서 정치질 가능한 사람."

"······이현우 씨가 도와준다는 겁니까? 조직은 어쩌고?"

"여기 저 없어도 돌아갈만큼 커졌어요. 그리고 유성연 씨가 도와준 게 얼만데 이 정도 은혜는 갚을 수 있죠. 어때요? 저 있으면 훨씬 편할거에요."

"확실히 도움은 되겠네요. 근데 협회랑 본격적으로 맞붙으면 이현우 씨 지켜드리긴 힘듭니다. 제 능력은 완전 제 위주로 돌아가서, 누구 지키는 건 젬병······."

"저도 이제 한사람 몫 가능합니다."

그리 말하며 이현우가 웃었다. 성연은 그 미소를 마주하며 이현우에게서 느껴지는 파장이 전보다 훨씬 강력해졌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 각성 능력이 성대모사의 달인에서, 전투에서도 아주 유용할만한 활용성 높은 능력으로 발전했다는 사실도 알아챘다.

이 사람 잘 홀리는 사기범이란 일행으로 받아들이기에 부족함 없는 인물이다.

성연은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럽시다."

이현우는 그 승낙에 웃었다.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시절부터 이 사형수에겐 많은 은혜를 입었다. 꼼짝없이 죽을뻔한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해주었으며, 자신이 꾸린 생존자 집단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힘을 키워주기도 했다. 본디 은혜란 받기만 해서는 안 되는 법이다.

이현우는 드디어 이 은혜를 갚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던전이라 명명된 지하미궁에서 온라인 게임처럼 괴수만 연신 사냥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바깥에서 벌어지는 다툼에서 이현우의 능력과 언변이란 강력한 무기로 급부상한다.

이 네크로맨서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개인이 집단과 맞서는 건 무척 어려운 일에 속한다. 그리고 무척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개인에게 매료되는 이들이란 다수 존재하기 마련이다.

여기까지 걸어오며 인터넷을 뒤진 결과 성연을 지지하는 단체들은 많았다. 시간이 갈수록 더 많아지고 있었다.

이 집단을 잘 이용한다면 성연은 아주 든든하고 강력한 세력을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을 다루어 충성하게 만드는 것은 이현우의 특기 중 하나였다.

"아, 그리고 저도 통역할 수 있어요. 임시 통역사분 돈 주고 고용하신 거면 보내주셔도 되는데······."

"몇 개 국어 하시는데?"

스티븐 최는 난데없이 출현한 통역사 경쟁자에 유치한 질문을 던졌다.

휴일 없고 보수도 없는 부려먹는 직업에 불과하나 스티븐 최는 뭔가 지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솟았다. 이현우는 어깨를 들썩이며 말했다.

"몇 개 국어? 그냥 다 할 줄 아는데요."

물론 인간 백과사전과 평범한 한국계 미국인 통역사는 비교할 수 없는 성능을 갖추었다.

다행히도 이 네크로맨서는 크게 상관하지 않고 스티븐 최를 그냥 두었다.

자기도 모르게 안심하던 스티븐 최는 뭔가 깨달은 듯 속으로 생각했다.

'왜 안심하지? 이게 다행인 상황인가? 쉬는 날도 없고 돈도 안 주면서 부려먹기만 하는데, 해고 안 당하려고 발악하는 건 뭔 병신 같은······.'

***

여러 곳을 떠돌며 최근엔 대한민국까지 오게 된 늙은 남성도 뜨겁게 논란이 타오르는 이 소식을 받았다. 뉴스를 보지 않은 지 오래 되었으나, 「회사」라 명명된 이 집단에서 하도 말해대는 통에 그도 찾아보게 되었다.

그리하여 미국의 슈퍼맨이 한 말들을 그도 전해들었다.

'여전히 미치광이로군. 자기가 신의 대리인이 되는 줄 아는 오만하고 멍청한······.'

늙은 남성은 이 생존자 집단에서 나누어지는 열렬한 대화를 들었다.

다른 한쪽에서 벌어지는 장면도 함께.

"앞으로!"

폐건물이 즐비한 가운데 공터에서는 군훈련을 방불케하는 훈련이 벌어지고 있었다.

얼마 전 합류하게 된 생존자들과 그들을 훈련시키는 역할을 맡은 교관들이 소리질렀다.

사격 훈련, 폐허가 된 도심에서 싸우는 훈련이나 괴수를 상대로 대처하는 방법.

미치광이가 된 정신이상자들을 효과적으로 사살하는 방법······.

각자 다른 꿈을 갖고 있었을 현대인들은 망가진 세상에서 살아남고자 노력했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늙은 남성, 과거 중국의 S급 헌터 왕웨이는 그 광경을 우울하게 바라보았다.

"진짜 뭔 사연 있나보네······."

이 생존자 집단의 일원들은 그 늙은이가 아주 대단한 거물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로버트 데이비스에게 큰 엿을 먹여준 바 있으며, 최강자의 반열에 든 초인 중 하나라는 사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악인들을 처단하며 대한민국까지 이르게 된 이 인물을 보며 회사의 일원은 대충 조선족 정도로 생각할 뿐이었다.

그때였다.

"회장님 오신다!"

"회장님?"

"어. 저기 손님도 데려오시는데······."

그 외침과 함께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땅이 울리는 것이다.

지진에 가까운 흔들림과 함께 모두 다가오는 무리에 주목했다.

멀리서도 아주 커다랗게 보이는 100m짜리 언데드와 그를 이끄는 네크로맨서.

그 옆에서 친근하게 웃는 그들의 회장과 안혜지.

이 난리통에서도 남들을 돕는 모습에 이 집단을 썩 마음에 들어하던 왕웨이도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괴랄한 크기를 가진 언데드나 네크로맨서보단 다른 것에 주목했다.

그 커다란 언데드의 왼쪽과 오른쪽에 앉아있는 좀비들.

아주 익숙한 생김새를 가진······.

'저게 뭔.'

좌 김유현, 우 다케다 유이치를 거느린 네크로맨서가 걸어오고 있었다.

< 회장 이현우 (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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