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랭커 유성연 (3) >
"그러니까 저를 빌미로 거래를 하겠다고요? 큰형님과?"
"왜, 싫나?"
"어우. 그럴리가요. 너무 좋죠······."
김성철은 전해받은 내용을 곱씹다말고 억지 웃음을 지었다.
뒤이어 벌어질 후폭풍 따위는 상관없이 당장의 위기를 해결하는 것이 급했다. 이 초월적인 마법사와 네크로맨서에게서 살아남는 것.
"브라더후드 연락처 알지? 그 동안 은밀한 임무 받았을테니 직통 번호 있을 거 아냐."
"있죠. 근데 연락 받은 적은 있어도 제가 건 적은 없어서······."
"그랬구나. 걸어본 적은 없구나. 근데 지금 내가 그 말을 듣고 싶은 거 같니? 아니면 우리 성철이가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내 성질을 긁는걸까?"
"갑자기 전화가 너무 하고 싶네요."
이 금발의 미녀가 뱉는 문장들이란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시키는데 아주 탁월한 힘을 갖고 있었다. 그리하여 김성철은 연락처를 뒤지다 한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거리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심장이 박동쳤다. 받아도 문제였고 받지 않아도 문제였다.
"아, 형님께서 일이 바쁘신가. 왜 안 받으시지······."
"받을 때까지 성철이는 재미난 시간을 보내게 되겠네."
아름답게 웃는 레베카의 미소에 이제 김성철은 땀으로 흠뻑 젖게 되었다.
이 영국인은 애초에 그 교활한 중국의 실질적 권력자가 한 번에 전화를 받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최소 스무 번은 걸어야 귀찮은 목소리로 받을 것이다.
그 동안 레베카는 김성철을 편리하게 말 잘 듣는 노예로 만들어 둘 생각이었다. 모든 원소를 다룰 수 있는 마법사란 인간의 몸에 많은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전기 자극이나 물고문 따위보다 훨씬 고통스럽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더욱이 여긴 인간의 신체 구조를 훤히 꿰뚫고 있는 네크로맨서까지 있다. 의지박약한 전과범 하나 반병신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때였다.
「용건.」
뚜르르 소리가 끊기고 중후한 중년의 목소리가 깔렸다.
예상이 빗나갔다. 중국의 실질적 권력자란 난데없이 걸려온 전화를 곧장 받았다.
전화연결이 성공한 즉시 김성철이 빠르게 말을 뒤이었다. 혹시나 전화가 끊어졌을 때 제 숨통도 함께 끊어질 것을 우려한 까닭이다.
"아, 형님 죄송합니다. 저 성철입니다. 아시죠? 그 잡일 맡아서 몇 번 처리했던 성철이. 훌륭히 해냈다고 보너스 주시고, 다음에 술 한 잔 같이 먹자고도 하셨는데 기억하실지······."
그러나 당황한 인간이란 조리있게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마련이다.
김성철의 약삭빠르고 잘 돌아가는 두뇌는 삐걱이며 횡설수설한 소리를 뱉었다. 그 모습을 보다못한 레베카가 휴대폰을 낚아챘다. 유창한 영국식 발음으로 말했다.
"브라더후드 길마? 니네 애들 중 하나가 총 들고 우리 위협하면서 통행세 내라고 했거든? 그에 관해서 보상을 좀 받아야겠어. 안 그래도 요즘 대가리 깨진 중국인들 모아서 머릿수 늘리는 거 보이는데, 그 길마가 살인청부나 이쁜이들 몰카 주선했다는 사실 알려지면 중국인들 끌어모으는 거에 타격 좀 갈텐데······엿 좀 먹을걸?"
「······누구?」
"나 레베카."
잘 정리하여 설명한 말들보다 마지막 네 글자가 더 임팩트 있었다.
휴대폰 너머로 긴 한숨 소리가 들렸다.
브라더후드는 혼란 속에서 사람 머릿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힘이 세진다는 걸 알았다. 중국이란 국가에선 이미지가 조금만 세탁되어도 사람을 끌어모으기 아주 쉬웠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이미지에 타격을 받으면 사람이 빠져나가는 속도도 빨랐다.
중국 내 언론이라면 통제할 수 있으나 그 협박을 하는 대상이 엄청난 팔로워를 보유했으며, 숭배에 가까운 칭송을 받는 영국의 대마법사라면 통제가 불가능하다.
인원수로 밀어붙여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길 노리는 브라더후드의 길드장, 소위 '큰형님'은 이 협박을 무시할 수 없었다.
더욱이 그는 오래 전 들었던 이 영국인의 목소리를 기억했다. 감히 레베카 블런트를 사칭하여 자신을 협박하는 존재는 없을 것이요, 그 존재가 목소리까지 판박이일 가능성은 아주 희박했다. 그러니까, 이 대상은 레베카 블런트가 확실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곧바로 태세전환이 이루어졌다.
「제가 사람관리를 잘 못해 심려를 끼쳐드렸군요. 김성철 길드원은 강력히 처벌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속히 조치를 취하도록······.」
"내가 다치겠니? 그보다 보상이나 빨리 해줘. 이제 뒈진 페도 새끼 때문에 일본도 싫은 마당에 중국까지 싫어질지도 몰라."
「당연히 해드려야지요. 직접 만나뵙고 넉넉히 보상해드리겠습니다. 영국에 계시면 저희가 전용기를 보내지요.」
"순간이동 차원문 포탈 있는데 뭐하러 돈낭비를? 조만간 그쪽으로 갈테니까 준비나 해!"
「예, 철저히 준비를······.」
그 말을 끝으로 레베카는 통화를 뚝 끊었다.
격변 이전이든 이후든 S급 각성자는 모든 거래에서 슈퍼갑이 될 수 있다. 그 상대가 중국을 손아귀에 두고 있는 거대 집단의 수장이건, 레베카보다 나이가 곱절은 많은 어르신이건 가릴 것 없이.
그 모습을 보며 인간 좀비가 성연의 목소리를 전했다.
"참 편리하군. 이름값이란게."
"당연한 거 아냐? 알아서 기어야지. 태생부터가 다르다고. 마땅히 받들어 모셔야······."
한치의 망설임 없는 레베카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인간 좀비는 말했다.
씁쓸한 표정으로.
"그래, 다들 그렇게 생각하겠지. 신이라도 된 양 구는 건 마땅히 당연하다고······."
***
레베카 블런트는 아프리카에서 먼저 떠났다. 이 네크로맨서가 보면 아주 좋아할 물건을 보상으로 받아내기 위하여 김성철을 데리고 중국으로 향했다. 그 일방적인 거래의 현장에 성연은 합류하지 않았다.
대단한 상대가 쩔쩔매는 상황이건, 힘 센 이십대 여자 하나에게 휘둘리는 광경이건 유쾌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이런 일들이란 성연이 겪었던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였다.
이를테면, 정의로운 척 다가왔던 기자가 어느날부터 1인 시위를 이어가던 청소년을 비난하고 살인자를 옹호하는 기사를 쏟아내던 순간처럼.
이 불편한 과거에 잠긴 채 성연이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다.
여느때처럼 괴수를 사냥하는 것.
이 망가진 세상을 돌이키기 위하여 움직이고, 또 움직이는 것.
그리하여 초월적인 존재들이 세상에 벌인 게임이라 명명된 유희를 끝장내는 것.
그 과정에서 성연은 변화한 세상에서 당연하게 벌어지는 비극들을 거듭해 마주했다.
"뭐하는 짓거리지?"
"군주께 바치는 제물입니다. 식량이 부족하실까봐······."
"이건 사람이잖아."
사람이 사람을 먹는 건 드문 일이 아니요, 비인륜적인 죄로 취급받지 않게 되었다.
이웃과 가족이 서로를 식량 삼는 것은 이제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 되었다. 성연은 유쾌하게 이 일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안면 있는 이들이 서로를 삼키며 삶은 연명하는 현실이란 지옥에 가깝다. 어쩌면 이 현실은 이미 지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필요없다. 그리고 더 이상 사람을 먹는 건 그만두도록······."
"그럼 우린 어떻게 살아간단 말입니까? 가축을 키울 환경도 안 되고, 지원 보내주던 나라들은 이제 저들끼리 꽁꽁싸매고 있는데······."
"······."
그 처절한 소리에 성연은 답할 수 없었다.
여전히 인스타그램에는 아주 가끔씩 화려한 음식들을 먹는 상류층의 게시물이 올라온다. 나름대로의 능력을 가진 유명 길드의 철밥통들이다. 하루 백 포인트는 우스우며 음식들을 잔뜩 시켜놓고 남기는 것을 미덕으로 알게 된 자들.
성연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전진을 거듭하며 괴수를 사냥할 뿐이다.
그 뒤에서 들려오는 숭배와 찬양들은 기껍지 않다.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도 벅찬 생존자들은 100포인트를 지불하지 못하면 죽음을 맞이한다는 사실보다, 게임처럼 잿더미가 되어 사라지지 않고 그 시체를 남긴다는 사실을 다행스럽게 여겼다.
그런 것들이라도 먹지 않으면 이들은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 이십 미터에 달하는 괴수들의 살점은 음식이 될 수 없다. 고온에 데워도 열심히 씻겨내도 그 사체에 담긴 모종의 독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굶어죽는 사람들은 여전히 속출한다.
이 사회의 귀족이며 상류층이라 분류되는 나름 힘 센 각성자들의 다수는 비만이며 과체중이다.
성연은 이미 망가진 현실은 100m에 달하는 언데드나 강력한 일본인 시체 따위로 뜯어 고칠 수 없음을 알았다. 이 네크로맨서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다.
괴수들을 죽이는 것. 게임을 끝장내는 것.
"진짜 넘어갑니까? 듣기로는 대한민국 엄청 위험하다던데······."
"가."
"아, 예······."
순간이동 차원문 포탈이 사라지기 전, 마지막 날.
성연은 척박한 땅에서 마침내 대한민국으로 귀환했다.
그리고 그 마지막 날도 곧이어 흘렀다.
『돌발 이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세계 각국에 생성되었던 순간이동 차원문 포탈이 소멸합니다.』
.
.
『총 사냥수 집계 결과, 우승자가 결정되었습니다.』
『당신이 모든 각성자들 중 가장 많은 괴수를 사냥했습니다!』
『아주 놀랍고도 위대한 업적입니다.』
『당신에게 특별한 상품을 지급합니다.』
『상품은 우승자에게 가장 어울리는 것으로 결정됩니다.』
.
.
『9일 뒤, 시작될 세 번째 이벤트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언제나 선택받은 각성자 분들을 응원합니다.』
기뻐해야 할 순간에 성연은 덤덤히 반응했다. 찬란한 빛과 함께 '특별한 상품'이라 명명된 물건이 내려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 상품이란 아이템이었다. 직관적인 기능을 갖고 있는 물건.
이를테면, 게임 아이템과 비슷한······.
손을 대니 그 기능이 띄워졌다. 상태창처럼.
『이클립스』
『이벤트 우승자 전용』
『죽음의 군주 특화』
【10Km 이내의 사체를 능력 사용 없이 자동으로 언데드화.】
【일으킨 언데드들이 적에게 공포, 무력화, 절망 상태이상 부여.】
【일으킨 언데드가 낮은 지능을 가지게 됨.】
온라인 게임에 등장할 법한 기다란 지팡이. 고목나무 따위로 만들어졌을 법한 지팡이를 쥔 채 성연은 뒤편에 선 제 언데드들을 돌아보았다.
모든 지능과 욕망이 거세된 죽은 자들의 군단은 침을 줄줄 흘리며 멀뚱히 서있지 않았다. 그 눈에 미약한 빛을 띈 채 자신의 군주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생명을 잃고 활동력을 하사받은 이 불사의 군단이란 진정한 의미의 군단이 되었다.
성연은 그 변화에 감격하거나 크게 기뻐하지 않았다.
다만, 다시 정면을 바라본 채 앞장서 걸을 뿐이었다.
군단은 열을 맞추어 행진했다.
"근데 국민들 대부분 성연님 편인 아프리카 버리고 왜 여기로······?"
두 번째 이벤트의 종료에 맞추어 대한민국으로 돌아온 이유는 간단하다. 더 이상 아프리카 땅에 머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협회나 그들을 지지하는 단체들이 자신을 적으로 규정한 가운데 성연은 지나치게 강력한 이 군단에 만족할 수 없다.
누구도 넘보지 못할 압도적인 힘이 더 필요하다.
이를테면, 글러트니의 어깨에 탄 저 일본인 검객과 같은 초월적인 언데드가.
인류가 매겨놓은 기준에서 최고점을 받은 초인들은 총 다섯이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 다케다 유이치를 제외하더라도 현재 땅 아래 묻힌 각성자는 하나 더 있다.
평안한 안식이 허락되어서는 안 되는 인물.
성연이 사형수가 되길 감수하며 살해한 대한민국의 간판 헌터.
김유현의 시체가 대한민국 묘지에 묻혀있다.
그리고 숨이 끊어진 시체라면 성연은 누구라도 일으켜 수하로 부릴 수 있다.
정말 누구라도.
'문제라면 무기인데.'
김유현의 능력이란 그에 걸맞는 장비가 갖춰짐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 경매로 넘겨진 바 있던 물건은 격변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 바 있었다. 성연은 세 번째 이벤트가 벌어지기 전 수집품 정도로 취급되는 그 무기를 찾아내 두 명의 S급 헌터를 언데드로 부릴 생각이었다. 그때, 포털사이트 메인에 떠오른 기사들 몇을 읽게 되었다.
「레베카 블런트, 급작스런 중국 방문.」
「브라더후드와의 해프닝.」
「불미스런 일에 브라더후드 공식적 사과 "사람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까닭"」
「레베카 블런트, 드넓은 아량으로 이해하며 거창한 보상 없이 상징적인 물건을 받아가겠다고 밝혀······.」
「브라더후드가 개인적으로 보관하던 수집품 4종을 받아간 것으로 알려져.」
「그중엔 과거 대한민국의 김유현 헌터의 주무기도 포함······.」
성연은 뒤늦게 레베카가 했던 말을 이해했다.
'참 여러가지로 대단한 미친년······.'
***
총성이 울렸다. 전쟁 영화에서나 울릴 이 효과음은 이제 일상의 일부분이 되었다.
오히려 이 요란한 소리가 울리지 않으면 불안해질 정도였다. 살아남아 싸우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므로.
그 치열한 전장 속에서 안혜지가 맡은 임무란 전투보단 구조 작업이었다. 강화를 거듭해 건물의 붕괴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가운데 안혜지는 이런 작업에서 꽤 그럴듯한 성과를 냈다.
콘크리트 파편을 들춰내고 사람들을 구해낼 때면 가끔 헌터 시절을 떠올리곤 했다. 사소한 감사를 받고 뿌듯해하던 보람차던 날들.
이제 안혜지가 구해낸 소시민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거나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한 정신적 상담을 받지 않는다. 회사의 일원으로 거두어져 총을 들고 스스로 싸워 살아남는 법을 익히게 된다.
청소년들이나 가정 주부에 불과했을 이들이 군에서나 할 훈련을 거치고 총을 드는 모습은 유쾌하지 않았다.
안혜지는 움직일 수 없게 된 이들, 겁에 질려 틀어박힌 이들을 하나씩 구해냈다.
개중엔 그냥 이대로 죽고 싶다며 놔두라는 이들도 분명히 있었다. 안혜지는 삶을 포기한 이들을 안쓰럽게 생각하면서도 강제로 구해냈다.
망가진 세상이라도 삶이란 그 자체로 의미있다. 안혜지가 생각하기엔 그랬다.
악착같이 들러붙어 노력할 이유는 분명히 있다.
그러던 때에 나이가 꽤 많아 보이는 남자가 보였다. 중년과 노인의 사이쯤으로 보이는 남자는 창문에 걸터앉았다.
위태위태한 자세로 입에 연초를 문 채 피워대고 있었다. 그 입에서 뿜어지는 연기는 비상식적으로 많았다. 진한 담배 냄새에 눈살을 찌푸린 안혜지가 외쳤다.
"아저씨? 할아버지? 이쪽으로 와요!"
그는 꿈쩍도 않았다. 결국 안혜지는 직접 다가가서 끌어내려 했다.
'뭔······.'
남성의 어깨는 무쇠처럼 단단했다. 신체 강화계 능력?
아니었다. 극한까지 훈련되어 오밀조밀짜인 근육이다.
운동 선수들의 것보다 세밀하게 짜인 몸뚱이. 안혜지는 이러한 몸을 가진 부류를 알았다.
헌터. 인간 신체의 한계를 끌어내는 훈련을 거치는 자들······.
안혜지는 흠칫했다. 그때 남성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늙어 주름졌으나 흐려지지 않은 눈빛이 안혜지를 바라보았다.
"오라고?"
"아······위험해 보이길래. 근데 그쪽은 도움이 필요없을 거 같네요······."
"도움? 세상에 이 사단이 벌어졌는데도 남에게 도움을 베푸는 사람들이 있나?"
안혜지는 어눌하게 이어지는 말들을 들으며 남성이 한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조선족들과 비슷한 발음이다. 어설프게 배운 한국말······.
안혜지가 대답했다.
"당연히 있죠. 왜요, 관심 있어요?"
"어느 정도는."
"그래요? 그럼 우리랑 같이 다녀요. 그쪽 헌터 출신 맞죠? 몸 장난 아니던데······우리 출신 가리지 않고 다 받긴 하는데, 헌터는 언제나 환영이거든요."
"헌터······."
남성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물고 있던 연초를 뱉곤 발로 미약하게 남은 담뱃불을 비벼껐다. 입 안에서 연기가 한 가득 쏟아졌다.
안혜지는 왠지 모르게 정신이 몽롱해지는 기분을 받았다.
단순한 담배가 아니라 마약 같은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묘한 쾌감과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솟았다. 영원히 이대로 있고 싶을 정도로······.
그때 남성이 손가락을 퉁겼다.
이어지던 쾌감이 끊겼고 홀린 듯 서 있던 안혜지가 눈을 번쩍 떴다.
창문에 걸터앉았던 남성이 내려왔다.
그러곤 입을 열었다.
"한때는 그랬지."
< 랭커 유성연 (3) > 끝
작가의 말
내일이면 유료화가 진행되네요.
그동안 떡밥으로만 던졌던 김유현의 이야기를 드디어 쓸 수 있게 되어 행복합니다.
생존비 100포인트를 내주시며 따라와주실 분들을 위해, 그 포인트가 아깝지 않게 재미난 이야기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사랑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