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가 너무 강함-44화 (44/111)

< 검성 다케다 유이치 (3) >

성연은 다케다 유이치를 죽이기 아주 어려운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초감각 때문이다. 미래예지에 가깝게 모든 위기를 예측하는 육감이란 그 일본인이 갖고 있는 수 많은 문제점들을 단숨에 사라지게 만든다.

힘에 비하여 조악하기 그지 없는 기술을 가졌으며, 컨디션 조절이나 이성을 유지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다케다 유이치는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각성자들처럼 달인에 가깝게 기술을 기르지 않는다.

헌터들이 기초적으로 배우는 감정 조절 능력이나 컨디션 조절, 체력 분배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일본인은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익힐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위기가 닥치기 전에 감지하며 마하의 속도로 도망치는 초인이란 생존력만 따지자면 과연 S급 헌터들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했다.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 또한.

'피할 자리가 없다. 그럼 어떻게······?'

육감이라 명명된 초감각이란 위기 상황에 대한 경고는 물론이며 해결법까지 일러준다. 다케다 유이치는 본능에 몸을 맡겼다. 인간보다는 짐승에 가까운 방식이다.

허리춤에 걸었던 검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초인의 본능은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고 판단했다. 다케다 유이치의 검은 거리를 무시하고 뭐든 벨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벨 수 없다. 그러니까, 뒤에서 가해지는 습격에 무척 취약하다.

그 약점은 다케다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처하는 법도 알았다.

볼 수 있는 것만 베어낼 수 있다면 보이는 곳으로만 나아가면 된다. 뒤를 노리는 공격이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무식하기 그지 없는 발상이다. 그러나 그 발상은 소리를 넘어서는 속도로 달릴 수 있으며, 칼질 한 번에 시야에 비추는 모든 것에 상처를 새겨넣는 초인이 실행시키면 그럴듯한 해결책이 된다.

가장 먼저 전방에서 다가오는 위기, 돌격하던 언데드의 몸뚱이를 가르고 약점이라 알려진 머리통을 날렸다.

다음으로는 좌우에서 다가오는 위기,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썩은 살점들이 조각나며 우수수 떨어진다.

후방과 위아래에서 가해지는 기습들엔 대처할 필요 없었다. 이 일본인은 그 기습들보다 몇 배는 빨리 달릴 수 있는 까닭이다.

그 판단은 정답이었다. 다케다 유이치는 땅을 박차고 뛰었다.

방금 전까지 그가 있던 자리에서 가시 모양의 촉수가 솟거나, 상공에서 커다란 살덩어리들이 철퍽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막혔던 길이 열렸다.

초감각과 순수한 육체의 우월함.

레베카와 차별되는, 다케다 유이치가 완벽하다 불리우는 이유다.

0.02초 내에 모든 연산을 완료하는 영국인 대마법사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며 인지한 뒤에야 마법을 작성할 수 있다는 약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저 일본인의 감각과 본능이란 예기치 못한 상황에도 사고가 정지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움직인다. 쉼 없이 판단하는 감각과 그에 맞춰 움직이는 육체는 과연 악착같이 생존하는 능력에 있어서 놀라운 시너지를 발휘했다.

"저게 뭔······."

먼 곳에서 그 전투를 바라보던 스티븐 최는 탄식을 뱉었다. 제 3자가 보기에 다케다 유이치의 움직임이란 귀신과 같았다. 저 일본인이 공격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 가해지는 공격들이 다케다를 피하는 듯 보였다. 놀라운 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그 잽싼 움직임뿐만이 아니었다. 진짜 터무니없는 광경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다케다 유이치는 땅 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낸 언데드 군단에게 곧장 달려들었다.

그 과정에서 저 일본인이 든 무기는 95cm 날붙이 하나뿐이다.

압도적인 체급차는 물론이요, 숫자의 차이부터 역력했다.

검객이 일대 다수전에서 불리하다는 사실은 기본적인 상식이다. 날붙이 하나를 쥐고 여럿을 상대하기란 어렵다. 판타지 소설과 달리 실제 중세 유럽의 소드마스터는 동시에 서너명을 상대하는 것만으로 그 실력을 인정받았을 정도이다.

그런데 다케다 유이치는 군단에 가까운 숫자이며, 이십 미터를 넘어서는 적들에게 무작정 돌진했다. 그러한 선택을 한 연유는 단순했다. 상식으로 알려진 검사의 약점이란 검을 쥔 인물이 역사를 통틀어 존재한 적 없던 강력한 초인이라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 - 섬!"

검성이라 명명된 일본인이 휘두르는 검이란 한 번에 하나를 베지 않는다.

길게 그어진 선은 그 사이에 위치하는 모든 것을 베었다. 언데드 군단의 머리가 일제히 하늘을 날았다. 뒤이어 그 육중한 몸뚱이들은 직선을 따라 분리되기 시작했다.

접촉해야만 절삭력을 발휘하는 냉병기의 한계는 초인의 손에 들린 순간 사라졌다.

상식이나 과학을 무시한 날붙이는 몇 번의 휘두름으로 전장을 초토화시켰다. 키 174cm의 일본인은 수십 미터 괴수들을 일방적으로 유린했다.

그 칼날은 언데드들의 약점이라 알려진 머리를 정확하게 베어내고 있었다. 단단한 껍질과 두개골을 뚫고 내부에 위치한 뇌를 완벽하게 파괴했다.

"검사는 개뿔······."

다케다 유이치가 휘두르는 검이란 한 번도 적의 몸에 닿지 않았다. 저건 그냥 검의 형태를 띈 살육 병기나 다름없었다. 허공을 휘젓는 것으로 모든 적들을 무너뜨리는.

그때 전장을 휘젓던 일본인이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머리를 잃고 약점이라 익히 알려진 두개골 안의 뇌를 파괴당한 언데드들이 다시 몸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이럴리가 없는데······.

표정에서 그런 생각이 읽히는 듯했다.

1.3Km 이내라면 절대적으로 죽음을 거부하는 군단이 다시금 돌격했다.

"크으읏소오오오오!"

다시금 사방에서 몰려드는 언데드 군단에 다케다 유이치가 짜증스레 외쳤다.

그 일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

검을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1초 동안 39개의 선이 그어졌다. 희미한 선을 따라 모든 것이 분리되었다. 그리고 수십 갈래로 쪼개졌던 언데드들은 여전히 죽음을 거부한다. 꿈틀대는 살덩이들은 서로 달라붙고, 잃은 부위는 새로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다케다의 초감각은 이 상황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

지치지 않으며 무한히 재생하는 이 언데드 군단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체력은 이미 떨어져 뜀박질로 마하의 속도를 낼 수 없게 되었다. 그 절반쯤의 속도를 내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이 언데드들은 육체 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수월히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지 않다. 외형은 괴수들과 비슷하나, 그 전투력에 있어서 훨씬 우월했다. 평범한 네크로맨서가 일으킨 언데드와 궤를 달리했다.

그래서 다케다 유이치는 감히 자신을 습격해 온 네크로맨서의 언데드를 모조리 죽이고 아주 치욕적이며 굴욕적으로 무릎 꿇리겠다는 결심을 버렸다.

범상치 않은 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단칼에 보내주기로 했다.

다케다 유이치는 세계에 격변이 일어난 이후 기세등등해진 네크로맨서들을 많이 보았다. 지들이 뭐라도 된 줄 알고 까부는 것들을 여럿 죽인 적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치명적인 약점들을 파악한 경험이 있다.

네크로맨서는 포인트를 아무리 투자해도 스스로의 몸을 강화할 수 없다. 아무리 대단한 언데드를 일으킨다 한들 몸뚱이는 운동 부족 일반인에 불과하다.

더하여 네크로맨서가 언데드를 일으키기 위해선 거리가 멀리 떨어져선 안 된다. 다케다가 듣기로는 그 거리가 500m를 넘지 않아야 괴수 언데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러니까, 이 죽지 않는 언데드를 일으키는 놈도 아무리 멀어봤자 1Km 안에 숨어있을 것이다. 달려드는 언데드를 상대하며 다케다 유이치는 네크로맨서의 위치를 탐색했다.

그 탐색의 방식이란 간단했다.

언데드만 득실거리는 이 주변에서 살아 숨쉬는 놈을 찾으면 되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차이는 명확하다.

다케다 유이치의 감각은 그 차이를 잡아내기 충분할 정도로 뛰어났다.

'어디에······.'

다케다 유이치가 완벽한 S급 헌터라 불리우는 이유가 이것이었다. 그 일본인은 상황에 맞춰 그 능력을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다케다는 매순간 일당천의 검사가 될 수도 있으며, 최고의 암살자가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최고의 암살자에게 기척을 지우는 일 따위는 모르는 네크로맨서 하나를 찾아내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 다케다의 초감각은 곧 널브러진 사체 뒤에 숨어서 무언가 중얼대는 인간을 발견했다.

그 중얼거림이란 분명히 언데드에게 명령을 내리는 주문이거나, 이 군단을 거느리는 주문에 해당할 것이다. 전장의 소음 속에서 이 일본인 초인은 그 인간의 읊조림을 확실하게 잡아냈다. 그 위치까지도 정확히.

곧장 땅을 박차고 내달렸다. 마하의 속력에 도달하진 못했으나 언데드들을 따돌리고 돌진하기엔 충분하다.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기에 단번에 목을 벨 순 없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친히 찾아가서 머리를 날려주는 수밖에.

검을 겨누었다. 그리고 빛살에 가까운 휘두름을······완성하지 못했다.

"뭐······."

가까이 다가선 순간 다케다의 육감이 아까와는 다른 수준으로 경고를 전했다. 위험하다. 아주 위험하다.

몸을 빙글 돌리며 다케다 유이치는 다급히 물러났다. 그 순간 끓는 소리가 울림과 함께 천둥과 같은 폭음이 터졌다. 성대한 폭발이다. 사체 폭발.

검성의 초인적인 감각은 보고 듣는 것만으로 그 위력을 짐작했다. 우월하게 발달된 몸뚱이라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방어구 없이 수류탄도 버텨낼 수 있는 피부와 근육은 종잇장처럼 찢겼을 것이 분명했다.

다케다는 게임 속 네크로맨서 스킬로나 출시될 법한 비현실적인 위력의 사체 폭발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마지막 발악일 것이다. 이를테면, 필살기 같은 것.

위험했지만 이번에도 하늘이 내려주신 능력이 너무나도 잘났기에 멀쩡할 수 있었다.

폭음이 지나고 잠잠해진 뒤, 다케다는 검을 움켜쥐고 그 네크로맨서가 웅크린 자리로 다가갔다.

그리고 검을 들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따라한, 특유의 과장되고 큰 동작으로.

사체 뒤에 숨어있던 네크로맨서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움직였다. 그러나 늦었다. 일반인과 다름없는 몸뚱이로 아무리 발악해봤자 소용없다.

다케다 유이치는 머리 위로 검을 높게 쳐든 채, 괴수 사체에 올라타 넘어간 뒤 숨어있는 네크로맨서 앞으로 착지했다. 큼지막한 로브에 후드를 뒤집어 쓴 차림이다.

다케다 유이치는 망설임 없이 위에서 아래로 검을 휘두르려 했다.

숨을 내쉬는 소리. 박동치는 심장 소리, 끊임없는 중얼거리는 목소리.

모두 '산 자'를 가리키는 단서들이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어렴풋이 드러난 얼굴에 생기가 없다. 이건 마치 죽은 지 한참 된 시체같은······.

그 순간 다케다 유이치의 초감각이 아주 커다란 위기를 예고했다.

웅크려있던 네크로맨서가 제 얼굴을 가린 후드를 벗었다. 사람이라기엔 지나치게 쩍 벌어진 입에서 여전히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페도새끼페도새끼페도새끼페도새끼······."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했다. 여길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려던 가운데 발을 딛고 있던 땅이 무너졌다. 그 아래엔 사체들이 많았다. 정말이지 아주.

그리고 대지의 붕괴와 함께 사체들은 언데드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다케다 유이치는 발달한 감각으로 산 자들은 물론 언데드의 위치도 대략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기척도 존재하지 않는 사체의 존재감이란 파악하는 것이 불가하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까, 이 돌발 상황은 다케다 유이치의 초감각조차 예기치 못했던 상황이었다.

아무런 기척을 흘리지 않던 사체 무리는 네크로맨서에 의해 활동력을 얻고 언데드가 되었다. 순식간에 존재감은 불어나고 불어나 아주 큰 존재감이 되어 다케다를 덮쳤다.

추락하는 가운데 그 일본인은 악에 받혀 소리쳤다.

"키사- 마아아아아아아!"

***

다케다 유이치의 전투력이란 과연 성연이 예상했던 것을 넘어섰다.

모든 각성자들에게 찾아온 성장의 기회란 S급 헌터에게도 찾아왔다.

그 예상치를 넘어선 것은 일단 초감각이었다. 다케다는 후방에서 가해지는 기습에 지나칠 정도로 취약했는데, 방금 전투에 있어선 그 대처방법과 반응속도가 과거 기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해졌다.

정면으로 뚫는다는 무식하고도 효과적인 발상을 해낸 다케다는 성연의 기습을 파훼했다.

'움직이는 속도는 옛날 영상보다 현저히 느리다······하지만 초감각은 다른 능력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발전······.'

성연은 저 일본인 검객이 단순히 절대적인 능력의 총량을 늘린 것이 아니라, 테크 트리라 불리우는 상세 능력 강화에 중점을 두었음을 깨달았다. 그 결과 초인의 육감은 어떤 방향에서 공격해오든 아주 재빠른 반응을 하며 절묘한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그래서 죽이지는 못할 지언정, 부상은 입힐 거라고 예상했던 기습은 실패하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성연은 이러한 상황도 예상했다.

바보가 아니라면 포인트를 투자했을 것이며 그 투자한만큼 강해졌으리라 생각했다.

성연이 다케다 유이치가 자신의 '범위' 안까지 들어오길 기다린 게 그 이유였다. 이 안에서라면 성연은 상대가 얼마나 발전했건, 무척 유리한 위치에서 싸울 수 있다.

'제대로 걸려들었다.'

새로이 얻은 상세 능력 강화. 융합과 분해 부문의 테크 트리는 언데드를 더 다양한 방면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이요, 나누어 쪼갤 수도 있었다.

융합의 기능으로 성연이 만든 것은 일종의 더미였다. 인간의 특성을 우겨넣어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는 이상, 언데드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없게 만든 위장형 좀비.

모든 전투력을 거세시킨 뒤 오직 인간과 유사하게 보이는 용도로만 만든 언데드에 다케다 유이치는 효과적으로 걸려들었다.

원래라면 박동치지 않을 심장을 인간과 비슷한 리듬으로 뛰게 변이시켰다. 일정한 간격으로 호흡하게 변이시켰으며, 발성 기관으로 같은 단어를 반복하게 만들었다.

저 일본인에겐 마치 네크로맨서가 외는 주문처럼 들리도록.

의도한 위치에 도착한 다케다는 다음 함정에도 걸렸다. 네크로맨서가 아니라면 절대로 눈치챌 수 없는 매복. 언데드화가 되지 않은 사체들, 감각으로 잡아낼 수 없는 숨이 끊어진 살덩어리에 불과한 것들. 대지의 붕괴와 함께 매복한 군단이 몸을 일으켰다.

추락하는 일본인 검객에게 가하는 기습이란 주먹질이나 발길질 따위가 아니다. 어디로 회피하든 확실한 피해를 줄 수 있는, 화력만으로 따졌을 때 성연이 가장 강력하게 발휘할 수 있는 기술.

성연에 관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일회성 기술'로 인식할 수밖에 없을 공격.

땅 아래에 매복했던 이십 미터 언데드들이 부글거리는 소리를 냈다. 직후,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천둥에 가까운 폭발이 터졌다. 그 폭음이 잠잠해지면 다시 회복한 뒤 폭발하는 방식으로 총 다섯 번의 연쇄 폭발이 있었다. 저 다케다 유이치라 한들 무사할 수는 없으리라. 그때였다.

"키 - 사 - 마!"

폭발이 터진 곳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온몸이 시꺼매진 일본인이 땅을 뚫고 기어나왔다. 맨몸으로 현대화기의 일제사격도 버텨낼 수 있는 초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피가 우수수 쏟아지며 절뚝이는 모습이란 참으로 처참했다.

S급 헌터들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하는 생존력이란 과연 놀라운 수준이었다. 성연은 개인 능력 강화 대신, 모종의 테크 트리나 초고가의 아이템이 작용한 까닭이라고 생각했다.

그 상식을 벗어난 생존 능력과 살기 그득한 눈빛에 두려움을 느낄 이유는 없었다.

이곳은 여전히 네크로맨서가 지배하는 범위 안이며, 심각한 부상을 입은 일본인과 달리 이쪽은 단 한 마리의 언데드도 잃지 않았다.

지상에 나타난 다케다 유이치는 왼팔이 없었다. 한쪽 남은 오른팔로 검을 쥔 채 이를 갈고 있었다. 더욱 유리해졌으나 승리를 확신해서는 안 된다.

조금의 여지도 주어선 안 된다. 완벽하게 끝내야만 한다.

다케다 유이치의 손엔 여전히 검이 있다. 저 95cm 날붙이가 존재하는 한 패배의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성연은 이 두 번째 작전이 성공하기까지 아껴두었던 언데드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이젠 칠십 오 미터에 달하는 몸집을 가지게 된 거대 언데드가 그 명령을 받들었다.

융합과 분해. 새로이 얻은 그 능력이 작용하여 전과 다른 모습을 하게 된 언데드가.

『상세 능력 강화』

『죽음의 군주- '융합과 분해' 부문 3단계 강화』

『언데드 한 마리에 여러 가지 개조를 강행할 수 있으며 각각의 기능을 조합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합된 기능을 분해하여 한 가지 능력에 특화된 언데드 여럿으로 쪼갤 수도 있습니다.』

『융합을 실시하게 될 경우, 한 가지 부분을 추가로 변이할 때마다 언데드를 일으킬 수 있는 마릿수 세 마리를 소모합니다. 그러니까, 다섯 가지를 추가하면 마릿수 열 다섯을 소모합니다.』

성연은 이 융합의 과정에서 '일곱 가지'의 추가 변이를 실시했다. 본래라면 다른 부분이 퇴화되어야 마땅한 그 변이는 일으킬 수 있는 언데드 마릿수를 스물 한 마리 소모함으로써 해결되었다. 그리하여 근력이며 움직이는 속도, 근육의 발달한 정도 따위를 조금도 잃지 않은 칠십 오 미터 거대 언데드는 머리부터 발끝을 빼곡히 감싸는 갑주를 얻게 되었다.

「마운틴」의 껍질을 매개체로 한, 빈틈없는 전신 갑주를.

틈만 나면 SNS에 사무라이에 관한 글을 올리던 174cm 일본인과, 중세 시대 기사처럼 풀 플레이트 아머를 갖춘 75m 거대 언데드가 넓게 퍼진 전장에서 마주했다······.

"칙쇼······."

< 검성 다케다 유이치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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