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가 너무 강함-39화 (39/111)

< 주술사 아난 (1) >

아프리카 대륙에 존재하는 무수한 부족들 중에서도 「아카르 족」은 특별했다. 성인식 이후 얼굴에 붉은 칠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 부족은 아주 호전적이었다. 칠십 년 전, 균열의 출현과 함께 대부분 뿔뿔이 흩어진 아프리카의 다른 민족들과 달리 이들은 여전히 넓은 평원에 살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 균열에서 뛰쳐나오는 괴수란 이 호전적인 부족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다. 아카르 족의 전사들은 사람이나 맹수가 아닌, 괴수를 상대로도 잘 싸웠다. 정말이지 아주.

그러나 영웅 대접을 받거나 헌터 제의를 받진 못했다. 그 전투 실력만큼이나 외부인에게 적대적인 까닭이었다. 이는 이들이 믿는 토속 신앙 때문이었다.

「죽음에서 새로운 삶을 일으키는 위대한 분께서 우리를 구원할 것이니.」

「나고 자란 땅에서 영원히 머무르면 언젠가 그분께서 찾아오시리.」

「그러나 어머니와 같은 땅을 버리고 떠난다면 그분께서 크게 슬퍼하시리.」

아카르 족이 믿는 토속 신앙의 '예언'이었다. 이 예언 때문에 그들은 기독교나 불교, 이슬람교 등 다른 종교인들을 철저하게 배척하고 공격했다. 더하여 태어난 땅을 떠나 문명 생활을 즐기는 다른 아프리카 민족들도 증오했다. 덕분에 흑인이거나 특정 종교를 가진 이들은 이들의 구역 주변을 지나는 것만으로 습격당했다.

그리하여 아카르 족이 모두가 꺼리는 시한폭탄 취급을 받는 가운데 세상엔 다시 한 번 격변이 벌어졌다. 드넓은 평원에서 고질라들이 뛰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아카르 족의 용맹한 전사들은 이번에도 영웅적인 위업을 세웠다.

샤머니즘에 의한 미신적인 힘이 아니라 판타지에나 나올 강력한 힘으로.

아카르 족 부족 전사들은 모두 초인이었다. 전부 B급 이상의 강력한 초인.

혼란 속에서 인류의 절반이 죽어나갈 때까지도 아카르 족은 건재했다. 숱한 재난들이 몰려옴에도 그들은 여전히 나고 자란 어머니와 같은 땅을 떠나지 않았다. 창을 들고 적들을 물리치며 예언에 적힌 그분을 기다렸다. 이 유례 없는 위기 속에서 구원해 주시길 바라며 간절히 기다렸다.

그리고 아카르 족의 족장이며 가장 현명한 주술사 아난은 마침내 그분께서 오셨음을 알렸다. 위대하며 전능하신 신의 사자께서 오셨음을!

"우우!"

"우우!"

공손히 절을 하여 예의를 갖춘 부족 전사들과 주술사들은 팔을 휘적이며 열렬히 입모아 존경의 뜻을 보냈다. 물론 성연이 그것을 알아들을 리 만무했다.

아무리 봐도 공격하려는 건 아닌 듯하고, 그렇다고 뚜렷한 의미를 파악하기도 힘든 그 모습을 보며 성연은 다시 한 번 물었다.

"우리 교주 해주세요, 사랑해요······이랬다고?"

"예. 확실합니다."

"그럼 지금은 뭐라고 하는데?"

"어······그 아이돌 응원가 있죠? 그거처럼 다 같이 응원가 부르는······."

"정확한거지?"

"당연하죠. 저 7개 국어 마스터한 완전 엘리트 출신······."

성연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스티븐 최를 노려봤다. 이 뻔뻔한 한국계 미국인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물론 눈치로 대충 끼워맞춘 통역은 어느 정도 맞았다. 특별한 의미가 아니라 정말 응원가와 비슷한 구호를 외치고 있는 것이었다. 신의 사자에게 존경을 표하는 구호.

"······됐다, 가자."

"예? 가자고요? 얘네 난리 치는 중인데······."

"교주 해달라고 그런다며. 그런 거 할 생각 없어. 여기서 여유 부릴만큼 시간 차고 넘치는 것도 아니고······."

"괘, 괜찮을까요?"

"교주 해주세요, 사랑해요라고 통역한 건 너다. 습격받으면 가장 먼저 너부터 죽을 줄 알아."

"어······."

그리 쏘아붙이며 성연은 탑승한 언데드에게 전진 명령을 내렸다. 그리하여 그 커다란 언데드는 명령을 받아 앞으로 나아갔다.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스티븐 최는 자신의 목에 닿은 창날을 슬쩍 밀어낸 뒤 급히 성연을 따라갔다.

"같이 갑시다······."

그리하여 열렬히 '우우!'거리던 아카르 족 부족 전사들은 거기 남겨지게 되었다. 별 반응도 없이 떠나는 신의 사자를 보며 부족 전사 몇이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이 부족해서 버려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안타깝게 자책하는 전사들을 보며 주술사 아난이 외쳤다.

"버리신 것이 아니다. 신의 사자께서 앞장서신 것이다! 구원을 위해!"

"앞장섰다?"

"구원!"

"구원!"

우렁찬 외침과 함께 우울했던 부족 전사들이 활기를 되찾았다. 그리하여 성연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아카르 족 전사들은 그들을 따라 힘차게 뛰었다.

신의 사자를 돕는 영광을 누리기 위하여.

척박하고 괴물들이 즐비한 절망의 땅에 구원을 찾기 위하여······.

***

"······끈질기게도 따라오네."

가장 앞서서 걷는 신의 사자는 3분이나 5분에 한 번씩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그 의미를 모르는 아카르 족 부족 전사들은 신성한 문장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래서 힘찬 어조로 열렬하게 따라했다.

"근질기게 다라오네!"

"근질기게!"

"끈질겨!"

시끄러운 이들이 합류하게 된 가운데 성연은 크게 신경쓰지 않으며 전진을 이어갔다. 애초 목적인 아프리카 괴수 퇴치 원정을 완료하기 위함이었다. 이 아프리카를 돌고 나면 괴수들이 즐비한 다른 대륙을 돌 것이다. 아마, 두 번째 이벤트 우승을 노리는 다른 길드나 협회도 그러고 있을 것이다. 휴식할 시간은 없었다.

그리하여 성연은 성실하게 움직이며 방치된 균열이나 괴수 무리들을 퇴치했다. 인간 몇을 잡아먹어 평범한 괴수보다 몸집이 커졌거나, 흥미로운 개체들은 언데드로 만들어 군단에 추가시켰다. 그 과정에서 새로이 일으킨 거대 괴수 언데드, 인간 백 명을 잡아먹은 언데드는 계속해서 몸집과 근력을 불려나갔다.

스티븐 최가 중얼거렸다.

"기분 탓인가, 그 언데드 계속 몸집이 커지는 거 같은······."

레벨업하는 언데드 따윈 기록된 바 없었다. 그래서 스티븐 최는 그 괴수가 육십 오 미터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을 때까지도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괴수들을 쳐부수는 속도는 미묘하게 점점 빨라졌고, 그 사소한 발전이 반복되며 이젠 모습을 드러내는 즉시 그 머리통이 부서지고 짓밟혀 죽었다. 성연이 이끄는 검은 물결은 정말 파도처럼 일대를 휩쓸며 다녔다.

주술사 아난이 환희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위대하시며 전능하시다! 감히 우리 어머니 땅을 침범한 녀석들을 물리치셨다!"

"우우!"

"우우!"

호전적이며 강력하기로 유명한 아카르 족은 그 힘에 완벽하게 매료되었다. 저 언데드 군단이 보이는 무력이란 아주 남자답고 호쾌하기 그지 없었다. 조금이라도 숨이 붙어있다면 철저하게 확인 사살하며, 끊임없이 숫자를 불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위대한 정복자와 같았다.

과연 신이 보낸 사자다웠다. 저런 대단한 인물이라면 분명 이 땅에 구원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니······.

"흐음."

그 혜자스러운 리액션에 반해 성연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생명 감지 능력에 잡히는 괴수들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든 탓이다.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지나는 곳마다 쓸어버린 탓에 그 씨가 말라있었다. 곤란했다. 하나라도 더 죽여야만 뒤쳐지지 않을 수 있는 까닭이었다. 성연이 스티븐 최를 보며 물었다.

"위험 지역 또 없나? 피해 많이 입은 그런 곳······."

"글쎄요. 사실 저희도 여기 파견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 모릅니다."

"아, 좋지 않은데······."

그리 중얼거리던 성연은 곧 뒤에서 여전히 끈질기게 따라오는 원주민들을 보았다. 얼굴에 붉은칠을 덕지덕지한 아프리카의 부족민들. 그들을 빤히 보던 성연이 말했다.

"현지인 가이드 저기 있네."

"예?"

"가서 물어봐. 갈만한 곳 있냐고."

그 일방적인 제안에 스티븐 최는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착실한 천주교 신자인 스티븐 최는 옷 안에 십자가 목걸이를 걸었고, 종교를 상징하는 그 물건을 들키는 순간 저 원시적인 부족민들이 '우우!'거리며 자신을 찔러죽일 것이다.

물론 거절할 순 없었다. 거절하면 저 네크로맨서가 자신을 찔러 죽일테니까.

결국 스티븐 최는 걸어가서 대화를 시도했다.

"헬로?"

영어가 통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아프리카 부족민이 쓰는 언어 따위 모르는 스티븐 최는 그나마 가능성 있는 만국공통어로 대화를 시도했다. 다행스럽게도 무심히 서 있던 노인, 온몸에 원시적인 문신을 새긴 주술사 아난이 대답해왔다.

"무슨 용건이지? 사자님께서 우리에게 질문이 있으신가?"

놀랍게도 아주 유창한 영어였다. 스티븐 최보다 네이티브한 발음이었다. 대화가 통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에 환하게 웃은 스티븐 최는 곧 성연이 시켰던 말들을 쏟아냈다.

주변에 괴수들이 많은 곳이 있느냐, 이를테면 위험지역 같은 곳 말이다.

만약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안내를 해줄 수 있느냐······.

주술사 아난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역시 신의 사자셨군. 위험이 내린 땅에 구원을 내리기 위해 몸소 움직이신다니······당연히 도와야지, 우리로썬 더 없는 영광이니!"

"아······."

"내가 직접 안내하겠다!"

뒤에서만 졸졸 따르던 주술사 아난은 신의 사자에게 첫 임무를 받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아주 밝게 웃으며 정말 현지 가이드처럼 친절하게 안내를 시작했다.

뒤편에 선 부족 전사들이 신나게 소리쳤다.

"우우!"

"우우!"

즐거운 소풍이라도 가는 듯한 분위기였다. 물론 2m 가까운 신장의 근육 많은 흑인 전사들 여럿과 수십 미터에 달하는 언데드와 함께 하는 소풍은 조금도 유쾌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술사 아난이 안내하여 도착한 곳 또한 힐링할만한 관광지는 절대 아니었다.

아난이 입을 열었고 곧 스티븐 최가 통역했다.

이번엔 눈치로 하는 엉터리 통역이 아니라 제대로 된 통역이었다.

"여기 안에 방치된 균열이 엄청 많답니다."

"이 안에?"

아난이 안내한 곳은 아무리 봐도 괴수들의 영역이라 보긴 힘들었다.

높고 튼튼한 방벽이 세워졌으며 그 방벽 위엔 총을 든 보초병들이 서있다.

원래 아프리카에선 찾아보기 힘들던 건축물이나, 칠십 년 전 균열에서 괴수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며 이와 같은 건축물은 전세계적으로 흔한 것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괴수에겐 비행 능력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성벽처럼 방벽을 쌓는 경우가 많았다.

성연은 인상을 찌푸린 채 그 방벽을 바라보았다. 뭔가 이상했던 까닭이다.

생명 감지 능력에도 괴수보단 인간들이 다수 잡혔다. 성연이 경험하기로 균열이 방치되었으며 괴수들이 즐비한 땅은 이런 특징을 갖지 않았다······.

스티븐 최가 덧붙여 통역했다.

"거짓말 아니랍니다. 균열 엄청 많고 협회 지원 오는 거 기다리고 있다네요. 지금은 괴수들 나오지 못하게 겨우 버티는 중이라고······."

"버텨? 저 무식한 놈들 상대로 죽치고 버티는 게 가능한가?"

그 질문에 스티븐 최는 다시 아난에게 물었다.

대답은 곧 돌아왔다.

"······비각성자 노예들 보내서 괴수들 유인한 뒤 숫자 줄이는 식으로 방어선 유지하는 중이랍니다. 부족하면, 100포인트 없어서 곧 죽을 사람들 쏴 죽인 다음에 포인트는 빼앗고 시체는 고기로 만들어 뿌린다고······."

"그게 뭔······."

비인간적이며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다. 그 사실을 전하는 아난의 표정은 꽤나 씁쓸했다.

"던전 출현했을 때도 비슷한 사건 있었답니다. 나이 어리고 능력 시원찮은 각성자들 모아서, 던전 밀어넣고 포인트 벌어오라 시킨 뒤 죽여서 걔네 포인트 빼앗았던······."

"그딴 일을 하는데 반발이 없었나?"

"애초에 그런 각성자들을 팔아넘긴 게 가족들이랍니다. 다 같이 굶어죽느니 푼돈 조금이랑 식량 받고 던전으로 보내는 게 낫다고 생각했대요. 포인트 조금 벌고 머리에 총 쏴 죽일 줄은 몰랐던거죠."

이 빈곤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란 과연 성연이 상상도 못한 종류의 것이었다.

아난은 뒤이어 말했다.

"······그래서 감히 동족을 물건 취급한 녀석들 싹 다 잡아 죽였답니다. 그놈들 머리를 뽑아서 창끝에 매달아 던전 입구에 놓았다고······."

"이 녀석들도 제정신은 아니군."

스티븐 최는 동의했다. 그리고 속으로 '당신도 쟤들만큼 미쳤다'라고 중얼거렸다.

"그 과정에서 죽이지 못하고 도망친 놈 중 하나가 이 방벽을 그런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네요. 듣기로는 뒷돈 받고 보초병에 넣어준 댑니다. 먹잇감에 정신 팔린 괴수들 머리 쏴 죽이고 이십 포인트씩 버는 게 인기가 많대요. 안 그래도 백 포인트 없어서 사람들 줄초상 나고 있으니까······던전 돌아서 포인트 좀 있는 애들, 보유한 포인트로 가격 따져서 인신매매도 한다는데요."

"그러니까, 저 안쪽에 넘치는 괴수들 잡을 전력은 없는데 사람들 팔아넘겨서 포인트 벌이하고 방어선 유지할만한 여력은 있다. 이건가?"

"대충 그런 소리 같습니다."

그런 대화를 하는 와중 아난이 무어라 중얼거렸다.

"뭐라는거야?"

"불쌍한 이들에겐 구원을, 악마 같은 것들에겐 심판을 내려주시길······이라는데요?"

"······내가 사이비 교주 역할 하기를 바라니까 나쁜 짓 하는 것들 다 죽여주길 바라나? 그래서 굳이 이곳으로 데려온건가?"

성연이 말했고 스티븐 최가 통역했다.

곧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랍니다."

"아니라고?"

"예. 그, 교주님께서 어머니 땅에 넘치는 괴수들을 몰아내 주시면 저 타락한 이단들은 자기네들이 심판하겠다는데······."

"제대로 통역한 거 맞나?"

"당연하죠."

"그러니까, 저 방벽은 지들이 알아서 할테니 넘어가서 괴수만 잡아라. 이 소리라는 거야?"

저 성벽에 가까운 방벽이란 가히 요새에 가까웠다. 윗옷도 걸치지 않은 채 상반신 드러낸 원주민들 서른 명 정도가 무언가 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온몸에 문신을 새긴 이 노인, 주술사 아난은 아무 걱정 없는 눈빛으로 말했다.

이번엔 성연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We can kill them!"

"그, 자기네들이 쟤네 죽일 수 있다는······."

"그 정도는 나도 알아들어."

그리 답한 성연은 곧 생명 감지 능력을 더 넓게, 광범위하게 퍼뜨렸다.

과연 이 원주민의 말대로 방벽 안쪽에는 괴수들이 넘쳤다. 방치된 탓에 그 숫자는 지금도 점점 불어나는 중이었다. 거짓이 아님을 확인했다.

그렇다면 여기 가만히 더 머무르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한 마리라도 더, 조금이라도 더 빠른 시간에 사냥해야 한다.

성연이 말했다.

"마음대로 하라 그래."

"예?"

"지들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해. 괴수 잡으러 갈테니까."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국어를 모르는 아난과 부족 전사들은 스티븐 최를 바라보았다.

그 강렬한 시선을 마주한 스티븐 최는 머리를 긁적이다 답했다.

"······Bros? go go······."

지나치게 단순한 문장이다. 그러나 그 뜻은 분명하게 전해졌다.

대답을 들은 주술사 아난이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심 - 판 - 을 -!"

"우 - 우 - 우 -!"

살벌한 함성이 쏟아졌다. 그 힘찬 소리와 함께 방벽 위의 보초병들 몇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직후 부족 전사들이 들고 있던 창을 냅다 던졌다.

살벌한 파공성과 함께 날아간 창은 곧 방벽 위를 초토화시켰다. 단순한 투창이 아니라 폭격에 가까운 위력이었다. 스티븐 최가 헛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성연은 이 방벽을 넘어 괴수들을 사냥하러 갈 방법을 모색했다.

보초병들을 날려버린 부족 전사들은 이제 그 방벽으로 마구 달렸다.

"저게 사람이야, 괴물이야······."

과연 악명 높은 아카르 족 전사들이란 초인적인 무력을 갖고 있었다.

'우우!'거리는 함성과 함께 쿵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 직후 부족 전사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주술사 아난은 제자리에 선 채 알아듣기 힘든 주문을 연신 외는 중이었다.

"알카···르에······."

그 주문이 읊어질 때마다 커다란 방벽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방벽 안쪽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뻐킹!"

"미친 사이비 새끼들!"

총으로 무장했거나 냉병기를 가진 이들이 뛰쳐나왔다. 그들은 외부로 나온 즉시 난데없이 솟은 창에 찔려 죽었다. 저 원시적인 아프리카 부족민 전사들의 전투력이란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였다. 스티븐 최가 감탄하는 가운데 성연은 자신을 태운 언데드의 등을 두어 번 두드렸다. 수십 미터 괴수 언데드가 발을 한 번 굴렀다.

"타. 안에서 통역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예? 타라고요? 어디······."

성연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스티븐 최가 언데드의 튀어나온 껍질을 붙잡은 직후 언데드는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아주 높은 위치에서 스티븐 최가 비명 질렀다.

그리하여 둘은 저 원주민들이 싸우는 사이 막힘없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괴수들이 아주 많으며 사방에 균열 투성이인 생지옥으로.

창백한 얼굴로 숨을 헐떡이는 스티븐 최와 달리 성연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

"워으······워······?"

고기 형태로 다져진 채 널브러진 인육을 씹어삼키던 괴수들의 시선이 일제히 둘에게로 모였다. 그 살벌한 광경을 마주하며 성연은 무심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여기가 핫플레이스, 맞네."

현지인 가이드의 안내란 과연 무척이나 정확한 것이었다.

눈이 벌게진 괴수 여덟이 달려들었다.

"워 - 어 - 어! 어······엌."

다음 순간 괴수 사체 여덟이 생겨났다.

동시에, 괴수 언데드 여덟 또한 생겨났다.

***

「이름: 아난」

「판정 등급: A」

「9단계 능력 강화」

「각성능력: 대주술사」

「각종 영적 능력을 부릴 수 있다.」

「조상신의 힘을 불러올 수 있으며 점술을 통해 1.7초 뒤의 미래를 읽을 수 있다.」

「자연의 일부. 불이나 물, 식물이나 흙 따위를 부릴 수 있다.」

「인위적으로 질병을 퍼뜨리거나 특수한 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

「특이사항」

「아카르 족의 가장 현명한 주술사이며 족장.」

< 주술사 아난 (1) > 끝

작가의 말

asdasd8954님 1000포인트 후원 감사합니다!

후원받은 금액이 벌써 10000포인트를 넘었네요.

저도 곧 10단계 강화까지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본 게임 우승을 노려볼 수도 있겠네요.

감사합니다!!!!!!!!!!!!!!!!!!!!!!!

+ 이번편은 좆나 하나도 없어요. 좆나 싫다는 분들이 많아서 쓰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안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ㅜ.ㅜ 오늘은 0좆나입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