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가 너무 강함-37화 (37/111)

< 죽음의 군주 유성연 (2) >

성연은 영어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

간단한 회화는 구사할 수 있으나 복잡한 문장은 엮어내지 못한다.

서양인들과의 대화에서 성연은 이현우가 잠시 그리워졌다. 그 서울대 출신 사기 전과범은 4개 국어가 능통한 천재였다. 다행히도 그 일행 중엔 한국어가 가능한 한국계 미국인이 있었다.

그는 어눌한 발음으로 통역을 자처했다.

소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이 강력한 네크로맨서가 자신들을 쓸모없다 생각하고 모조리 죽일지도 몰랐기에.

"저희는 협회에서 의뢰를 받고 파견된 팀입니다."

"의뢰?"

"네. 인간들 좆나 많이 먹고 진화하면 위험할지도 모른다면서 아프리카나 중동 지역으로······."

"제 2의 마운틴이 출현할까봐 걱정한건가?"

"그 정도로 걱정하는 건 아닙니다. 여러 국가로 파견했지만 대한민국엔 한 명도 보내지 않았거든요. 아무리 진화해봤자 마운틴이 해치울거라고."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잠깐 생각하다 질문했다.

"아프리카에 파견된 팀은 너희가 다인가? 헌터 서른 네 명?"

"네, 아프리카 쪽은 저희가 유일합니다."

"너무 약한데. 다른 국가도 한 팀씩 보냈나?"

"아뇨. 원래 서너팀 보내는데 그, 우리 쪽엔 네크로맨서가 있어서······."

"아, 네크로맨서······."

구석에 찌그러진 채 숨을 헐떡이는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 서양인은 흠칫 떨며 눈을 내리깔았다. 성연의 기준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네크로맨서란 이런 상황에서 가치가 높은 전력이다. 수십 명의 보호를 받고 안전하게 언데드를 일으킬 수 있다면······그 실력에 상관없이 헌터 여러 명 몫이 가능할 것이다.

협회가 판단하기로 이들은 약한 팀이 아니라 충분한 몫을 할 수 있는 팀인 것이다.

성연은 통역하는 한국계 미국인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알고자 했던 정보는 대부분 캐냈다. 이 정도면 더 들을 건 없었다.

그래서 다른 의도를 갖고 물었다. 정보를 얻는 게 아니라 구실을 얻으려고.

"이름이 뭐지?"

"스, 스티븐 최입니다."

"원래 헌터팀이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쏴대고 그러나? 난 먼저 공격 의사 보이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절차대로면 신분 확인 후 증명되지 않으면 협회로 넘기는 게 맞습니다."

"그렇지? 선빵 맞지도 않았는데 총 쏴 갈기는 건 아주 비윤리적이고 짐승들이나 할 짓이지?"

"다, 당연하지요!"

그 말의 의도를 눈치챈 스티븐 최는 다급히 맞장구쳤다.

그러곤 덧붙여 말했다.

"저, 저 대장 헌터놈. 네크로맨서 능력 타고나서 열등감 장난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포인트 벌려고 마구잡이로 쏴 죽인 놈 많아요. 이번 일 받아서 네크로맨서 너드 이미지 벗고 한탕 챙기겠다면서 뒷돈 엄청 챙겨준 거거든요······."

"너드?"

"아, 찐따 새끼란 뜻입니다. 서양권 국가에서 네크로맨서 이미지 안 좋거든요. 잠깐 대우해 주다가 던전 이후로는 좀 퇴물 취급······."

"그러면 너는 죄가 없고 저 열등감 넘치는 미친놈이 멋대로 판단했다, 이거지?"

"예! 아주 정확합니다!"

스티븐 최는 한국계 미국인이 아니라 토종 한국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열변을 토했다. 물론 성연은 스티븐 최도 똑같은 부류의 인간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가치를 저울질하는 질문을 하나 던졌다.

"너 몇 개 국어 할 줄 알지?"

"7개 국어 할 줄 압니다! 통역의 달인입니다!"

"좋아. 그럼 앞으로 마주하는 외국인들 통역은 네가 맡아라. 한 토씨라도 틀리면 안 된다."

"예? 그게 뭔······."

스티븐 최가 되묻기 전, 가까운 곳에서 미약한 폭음이 울렸다. 스티븐 최는 그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고 곧 자신의 일행인 헌터 서른 세 명이 모조리 머리를 잃고 죽어있는 모습을 보았다. 비릿한 냄새와 끈적하게 흐르는 핏물.

그 참상 앞에서 성연이 생기 없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멍청한 대답을 하면 그의 운명도 같으리라.

"감사합니다! 영광입니다!"

그래서 스티븐 최는 있는 힘을 다해 힘껏 소리쳤다.

그 모습을 보며 성연은 머리 잃은 사체들을 하나씩 언데드로 일으켰다.

'건진 건 통역기 하나인가? 구글 번역기보다 훨씬 쓸만한 말하는 통역기······.'

***

성연은 믿지 않았지만 스티븐 최가 말한 건 일부 사실이었다. 열등감 넘치는 대장은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그를 차별했고, 조리돌림하며 모욕한 적이 다수 있었다.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 찐따 네크로맨서 대장과 그 따까리들 수십이 모여있는 단체였다. 부조리한 일도 밥먹듯이 저질렀고.

스티븐 최는 그런 모습을 탐탁치 않아 했다. 그러나 떡고물을 받아먹길 꺼려하진 않았다. 좆같은 건 좆같은 거고 좋은 건 좋은 거였다.

그리하여 스티븐 최는 이 길드에 애착을 조금도 갖고 있지 않았다. 가끔씩 정의구현이나 참교육을 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옐로 몽키라며 자신을 놀리던 대장과 헌터들이 벌벌 떨다 죽었을 때 솔직히 다소 후련했다. 동시에 두렵기도 했다.

이 좆나 센 네크로맨서가 자신을 살려둔 이유는 7개 국어에 능통하다는 이유 하나였다.

가치가 사라지는 순간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니까, 끊임없이 자기 어필을 해야한다······스티븐 최는 그리 생각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 너드 새끼랑은 차원이 다르신 네크로맨서이십니다!"

손뼉까지 치며 스티븐 최는 과하게 칭송했다. 그 오바스러운 리액션엔 일부 진심도 섞여있었기에 진정성 있어 보였다. 이 네크로맨서가 휘두르는 힘이란 그가 보았던 네크로맨서들과 차원이 달랐다. 이런 식으로 싸우는 네크로맨서란 본 적 없었다.

그가 아는 네크로맨서란 호위들에 둘러싸여 떵떵거리며 고질라들 몇 일으키는, 귀족 대접받길 원하는 귀찮은 찐따 새끼들이었다.

그러나 이 인물은 어떤가?

혼자서 탱커와 딜러······서포터의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더하여 잘 짜여진 헌터팀에 비해 화력이 강하면 강했지, 꿀리지 않을 정도였다. 대단한 일이었다. 정말이지 아주.

그리 전진하던 와중 스티븐 최가 말했다.

"저기······여기부턴 돌아서 가시는 게 낫습니다."

"돌아서 가라고?"

"예. 듣기로 좀 많이 센 놈이 있다고 그러던데요."

"많이 센 놈이라니?"

성연이 물었다.

대답은 곧 돌아왔다.

"민간인들 모인 곳에 갑자기 균열이 나타나서······한 놈이 하루만에 백 명 가까이 먹어치웠답니다. 그래서 우리도 그쪽은 출입하지 말라고 했어요. 균열 관리자들 몇 보내서 민간인들 출입 통제하고 있기도 하고요. 머지않아 지원 보내서 자기네들이 처리할거니까 냅두라네요. 몸집 더 커지면 위험할지도 모른다면서······."

스티븐 최는 난데없이 나타난 놈 때문에 5분 거리를 빙 돌아서 가야한다는 둥, 주변에 택시 비슷한 이동수단 끄는 애들 많고 원 달라 플리즈 거리는 거지들 많다는 말을 덧붙였다.

물론 성연은 그런 사소한 요소들엔 별 관심이 없었다.

"어느 정도로 센데?"

"예? 글쎄요. 협회에서 직접 처리한다는 거 보면 꽤 강할 거 같은······."

스티븐 최는 뒷말을 흐렸다.

대화가 영 이상하게 돌아가는 까닭이었다. 이 네크로맨서가 말하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돌아서 가는 게 아니라, 쭉 직진하게 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안내해."

"예? 그······."

"설마 싫은 건 아니겠지?"

"······당연히 너무 좋죠."

스티븐 최는 거절할 수 없었다.

거절할 경우 이 네크로맨서가 포켓몬 놓아주듯 '스티븐 최를 놓아주었다. 바이바이, 스티븐 최!'하며 보내줄 것 같지 않았다.

보내주긴 하겠지만 다른 곳으로 보내줄 것이다. 하느님 곁으로.

그래서 스티븐 최는 울 것 같은 얼굴로 앞장섰다.

"잠깐, 여기부턴 통제······."

협회 관리자들로 보이는 이들 세 명이 그들을 가로막았다. 물론 가로막은 시간은 총 1초가 되지 못했다. 가장 앞에 있던 이들부터 뒤에 두 명까지 차례로 인형의 실이 끊어지듯 허망하게 쓰러졌다. 스티븐 최는 경악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협회 건드리시면 후폭풍 감당······."

"안 죽였어."

성실히 일하는 협회 관리자를 무차별적으로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 간단하게 기절시킨 것뿐이다. 꿈틀대는 손가락 끝을 보며 스티븐 최는 침을 한 번 삼켰다.

"가."

성연은 고개를 까딱이며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그리하여 다시 전진하기 시작했다. 오 분 정도 걸었을 즈음, 둘은 득실거리는 괴수들을 볼 수 있었다. 지상으로부터 몇 미터 위, 푸르게 뻥 뚫린 구멍 여러 개도 함께.

과연 방치된 지역엔 균열들이 닫히지 않고 열려있었다. 그 덕에 괴수들의 숫자는 많았다. 정말이지 지나칠 정도로 많았다.

땅이 거세게 진동했다. 인간, 먹잇감이 풍기는 냄새에 포식자들이 반응한 것이다.

이십 미터 고질라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개중엔 이십 오 미터, 삼십 미터쯤 되는 놈들.

두 번째 이벤트로 하여금 '진화'를 거친 녀석들도 보였다.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괴수들의 모습에 성연은 무덤하게 명령을 내렸다. 땅 아래에서 삐죽한 가시가 여섯 솟았다. 무식하게 돌격하던 놈들의 선봉이 일제히 목숨을 잃었다.

목이 꿰뚫려 피가래 끓는 소리를 내던 괴수들의 몸뚱이가 괴이하게 뒤틀렸다.

숨이 끊어진 즉시 언데드로 변이하기 시작한 것이다.

"워어어어어어 - 어어······엌."

요란하게 포효하며 뒤따르던 괴수들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죽어버린 선봉 여섯, 이젠 언데드가 된 여섯이 초월적인 괴력으로 몸을 움직인 것이다. 맨손으로 고질라들의 목을 붙잡고 머리통을 통째로 뽑아냈다. 그 모습에 고질라들 몇이 주춤했다.

새로이 일어난 언데드 여섯의 주변엔 검은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던전 30층의 대군주 하탄이 버프를 내렸듯, 성연의 능력이 전한 일종의 버프였다.

「2.9Km 이내에 위치한 언데드는 신체 능력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며 육체가 강화된다.」

언데드들의 주먹엔 너클 형태의 껍질이 둘러져 있었다. 전반적으로 상승한 신체 능력에 너클까지 더해지자 그 폭력은 단순한 주먹질이 아니게 되었다. 괴수들의 몸뚱이에 주먹이 꽂힐 때마다 폭격을 연상케 하는 굉음이 울렸다. 그 괴력은 근육 안쪽에 위치한 내장까지 파괴했다. 더하여 살결에 닿을 때마다 너클에선 가시가 길게 뻗어나가 침투한 뒤 내부를 헤집었다. 그러니까, 주먹이 얼굴에 꽂히면 그대로 즉사였다.

물론 전진해오는 괴수들은 아주 많았다. 놈들은 힘의 차이가 역력함에도 억지로 밀고 들어왔다. 언데드를 둘러싸서 두들겨 패고, 이빨로 뜯어내며 울부짖었다.

그 과정에서 언데드들은 심장을 잃고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물론 의미 있는 피해는 주지 못했다.

「1.3Km 이내에 위치한 언데드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어도 부상을 스스로 회복한다. 뇌가 망가지거나, 머리를 잃어도 다시 회복할 수 있다.」

머리를 잃거나 심장이 뚫린 언데드들은 흙으로 돌아가지 않고 힘차게 다시 일어나서 괴수들을 내리찍고 짓밟은 뒤 두들겨 팼다. 진정한 의미의 언데드, 죽음을 거부하는 군단의 완성이다.

진화한 성연의 능력은 전과 차원이 다르게 강력해졌다.

괴수와 언데드가 뒤얽혀 전투하는 가운데 거듭되는 충돌마다 죽어나가는 건 괴수들뿐이다. 그리고 죽은 괴수들은 곧 언데드가 되어 살아난다. 이 썩은내 풍기는 군단은 어떤 수단으로도 진정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 까닭이다. 1.3Km 이내라면 절대로.

"워우······."

울부짖는 사자나 얼룩말 따위로 유명하던 야생 벌판은 이십 미터 외래종들이 지배했고, 이젠 눈이 죽은 언데드들이 지배하게 되었다. 이 놀라운 대규모 병력은 멀리서 보면 흡사 검은 물결처럼 느껴질 것이다. 스티븐 최는 이 경탄스러운 광경에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게임 직업으로 출시되어도 밸런스 안 지킨다고 쌍욕 먹을 밸런스 붕괴 캐릭인데, 완전······.'

그때였다. 저 먼 곳에서 다시금 쿵쾅대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 진동은 전과 달랐다. 그것은 곧 훨씬 크고 강한 괴수가 오고 있다는 뜻이다.

추측해보건데, 아마 협회가 지원을 보내 처리하겠다 판단한 그 괴수일 것이다······.

'뭔······지진도 아니고.'

이 웅장한 떨림에 스티븐 최는 침음을 삼켰다. 이 강력한 네크로맨서의 존재로도 안심할 수 없었다. 일종의 본능이었다.

먼지 구름 너머로 서서히 드러나는 그 모습은 스티븐 최가 그 동안 보았던 어떤 괴수들보다 컸다. 살벌하게 쭉 찢어진 눈과 아가리 아래로 흐르는 끈적한 침. 걸음마다 지진을 만드는 위엄.

이길 수 없다. 인간이 이길 수 없는 존재다.

스티븐 최는 직감했다.

"도망쳐야······."

그러나 성연의 표정은 놀랍도록 평온했다.

스티븐 최는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정말 저 따위 놈은 긴장되지 않을 정도의 강자이던가. 압도적인 공포에 놀라 얼어붙은 것이던가.

다음에 벌어진 현상으로 하여금 스티븐 최는 성연이 어떤 부류인지 알 수 있었다.

언데드 하나가 힘차게 달렸다. 그 과정에서 녀석의 몸이 꿀렁대며 변하기 시작했다.

'저게 무슨?'

네크로맨서의 '변이'와 '재구성'이란 얼마나 크고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는지의 능력으로 알려져있다. 그 사전적 의미로 정말 작은 단위부터 재구성하며 놀랍게 변이시키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네크로맨서란 없다. 그러니까 스티븐 최는 지금 저 네크로맨서가 사용하는 능력이, 자신이 알고 있는 능력이 맞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상식을 벗어났다. 사체를 단순히 일으키는 게 아니라 저건······창조의 경지였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조물주의 힘.

괴수 언데드가 달리는 그 힘을 머금고 땅을 박찼다. 꽤 높은 곳까지 언데드가 도약했다. 그때 가슴께가 꿀렁이더니 성대한 폭발음이 터졌다. 온몸의 살점들이 사방에 흩뿌려졌다. 성연은 한곳만 보고 있었다.

언데드의 머리.

추진력을 머금은 머리는 아주 재빠른 속도로 위로 솟았다가 아래로 낙하하고 있었다. 그 위치는 협회가 위험하다 지정한 거대 괴수와 아주 가까웠다.

머리가 꿈틀댔다. 가장 먼저 목 아래부터 갈비와 팔 다리 뼈대가 자라났고, 그 뼈대를 근육이 덮고 살점과 피부가 생겼다. 0.3초에 이르는 시간만에 머리만 남았던 괴수는 머리 아래의 부위를 모조리 재생했다. 폭넓은 방향의 재구성에 더불어, 1.3Km 안에선 언데드들이 절대 죽지 않게 진화한 덕분에 부릴 수 있게 된 묘기이다. 자폭하는 것으로 먼 거리를 엄청난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그것은 가히 순간이동에 가까웠다.

성연은 상공에서 낙하하는 언데드와 감각을 공유했다. 괴수의 눈으로 거대 괴수의 모습을 내려다 보았다. 최소 사십 미터는 되어보인다. 평범한 이들이 보기엔 아주 클 것이다. 정말이지 아주 클 것이다.

그러나 성연에겐 아니었다.

'거대하다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아깝군.'

두 번째 이벤트에 대비하며 그가 상대해왔던 괴수는 이놈보다 훨씬 거대했다. 산을 방불케하며 장엄하고 웅장한 괴수에 비하여 이놈은 잔챙이에 불과하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언데드의 모습에 놈이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요란한 파공성과 함께 육중한 주먹이 움직였다. 그 공격을 허용할 시 언데드는 죽지 않을 테지만, 기껏 좁힌 거리가 다시 벌어질 것이다.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성연은 눈을 번뜩였다.

「아주 폭넓은 방향으로 언데드를 재구성할 수 있다. 정말이지 아주 폭넓게.」

진화하며 얻은 마지막 항목의 능력. 기존에 갖고 있던 힘은 그 설명대로 '폭넓게' 발달했다. 그 폭넓게 발달한 능력을 끌어올려 성연은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언데드를 재구성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원래라면 절대로 불가했던 것.

감각을 공유해야 하며 깊게 집중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그럼에도 강력한 무기.

낙하하는 언데드는 주인의 명령에 따라 다시 짜맞춰지기 시작했다. 피부부터 근육, 뼈가 무뎌지길 넘어서 흐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곤 마침내 흘러내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협회가 출입 통제 명령을 내린 거대 괴수는 과연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다. 백 명을 잡아먹고 진화한 괴수의 힘이란 성연이 일으키는 언데드들보다 배는 강력했다. 그러나 그 괴수가 휘두른 주먹질은 어떠한 타격음도 내지 못했다. 분명히 가격에 성공했으나 내뻗은 주먹은 언데드를 통과하고 허공을 때렸다. 그야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강해도 액체를 때리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거대 괴수가 이를 가는 가운데, 흘러내리던 언데드가 허공에서 다시금 제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녀석은 거대 괴수의 팔을 붙잡고 그대로 올라타 달렸다.

"워 - 어 - 어 -!"

지축을 뒤흔드는 듯한 포효가 쏟아졌다.

귀를 막으며 눈살을 찌푸리는 스티븐 최와 달리 성연은 놀랍도록 침착했다.

역시나 비교할 수 없다.

크기도, 힘도, 그 포효조차도 이 녀석은 「마운틴」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수준이라면 성연에겐 쉬운 적이다. 정말이지 아주 쉬운 잔챙이.

"개사긴데······."

스티븐 최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로 그리 되뇌었다.

< 죽음의 군주 유성연 (2) > 끝

작가의 말

마이쿠님 1000포인트 감사합니다!

괴수 100마리 잡아야 얻을 수 있는 양이네요.

진화한 괴수 50마리 잡아야 얻을 수 있는 양이네요!

다들 한가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제 주변엔 코로나가 심각해져서 본가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었네요. 여러분도 언제나 코로나 조심하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행복한 추석 보내세요. 언제나 사랑합니다 독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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