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가 너무 강함-33화 (33/111)

< 최종층 대군주 하탄 (2) >

시작된 2차전은 무척이나 치열했다. 달려드는 괴수들을 저지하며 전투는 쉼 없이 거듭되었다. 맞붙은 언데드와 괴수들은 서로를 죽이고 죽였다.

그 과정에서 네크로맨서가 일으킬 재료는 끊임없이 보충되었다. 그러나 붉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 던전 괴수들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성연이 죽은 괴수를 일으켜 군단을 보충하는 것보다 언데드가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리하여 굳건하던 전선은 밀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성연은 한 명의 인간이며 적들은 군단이다. 대군주까지 합세한 전투를 찍어누르는 것은 불가했다. 눈에 핏발이 서며 시야가 흐릿해졌다.

과부하 현상이다. 한계치를 넘어선 능력 사용으로 몸에 무리가 오기 시작하는.

'안돼. 조금 더, 조금만 더······.'

근육에 통증이 오거나 움직임이 제한되는 다른 능력과 달리 네크로맨서 능력은 뇌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근성으로 버틸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초조함이 일었다.

그때 등줄기에 서늘한 감각이 흘렀다. 부리는 언데드와 감각을 공유하며 일시적으로 얻게 된, 인간에겐 없는 육감이 경종을 울렸다.

돌격하는 괴수들 사이에서 기다란 무언가가 쏘아졌다. 폭격이라도 맞은 듯 커다란 굉음과 함께 튼튼하던 전열이 붕괴되었다. 방패를 든 이들이 아주 먼 곳까지 나가떨어졌다.

바닥을 구르는 안혜지의 방패에 긴 창이 네 개 꽃혀있다. 대군주의 등장과 함께 괴수 무리는 냉병기를 쓰기 시작했다. 맨손으로 미사일 위력을 뿜는 냉병기.

아가리를 쩍 벌린 채 달려드는 괴수들 뒤로 또 다시 투창을 준비하는 놈들이 보였다.

'위험하다······.'

놈들이 던지는 창은 스나이퍼 라이플이나 포격 따위보다 훨씬 위력적이다. 제대로 꽃히면 해당 부분을 관통하는 게 아니라, 강렬한 충격을 주변에 전달한다. 폭격처럼.

그리고 탱커 능력을 한껏 강화한 공략대 인원들을 제외하면 그 피해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운 좋으면 병신이 되고 운 나쁘면 휘말려 죽을 것이다.

성연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몸뚱이만큼은 평범한 인간이었다.

"아으······."

한 번에 무려 네 개의 창을 막아낸 탱커들은 무력화 된 상태였다. 서포터들은 그들의 부상을 치유하기 위해 한눈을 판 상태이다. 지금 투창을 허용하면 그 피해 정도가 아주 클 것이다. 김윤기와 박수한은 힘을 한껏 쏟아내고 재사용 대기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까, 나설 수 있는 인물은 성연밖에 없다.

'창을 든 놈들만 정확히 노려서······.'

계산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바닥에 널브러진 사체들, 창을 든 녀석들의 위치 좌표와 각도를 가늠했다. 그리하여 놈들이 준비 자세에서 창을 던지기까지 이르기 직전에 생각한 바가 실현되었다. 사체에서 길게 쭉 뻗어진 가시가 창을 쥔 채 팔을 높게 들던 괴수의 목덜미를 꿰뚫었다. 단번에 숨이 끊어졌다. 성연은 뒤로 넘어가는 녀석에게 변이를 작용했다.

주변에 있는 제 동족들을 길동무로 데려가도록.

"워어어어-어···엌."

강렬한 폭음이 울렸다. 멀리서 창을 던지려던 놈들이 일제히 전멸했다. 그 놀라운 광경에 치열히 전투하던 괴수 몇몇이 뒤를 돌아보았다. 성연이 속으로 되뇌었다.

이 정도면 사기가 꺾이지 않을까······.

아니었다. 괴수들은 동족이 대량 죽었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공포를 느끼는 대신 분노했다. 가장 크게 분노한 것은 하늘을 나는 대군주였다.

"군단-이-여-!"

유유히 공중을 날던 놈이 포효했다. 그 힘찬 함성과 함께 던전 괴수들의 몸을 맴돌던 미약한 붉은 기운이 아주 진해졌다. 뒤이어 던전 괴수들도 군주와 함께 함성을 내질렀다. 그 힘찬 소리가 지축을 뒤흔들었다.

"뭔······."

대군주의 함성과 함께 일어난 변화는 사기 증진뿐이 아니었다. 녀석들의 움직임이 한층 발전했으며 공격에 실린 힘과 속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버프를 내리는 저 포효는 일회성이 아니라, 내지를수록 중첩되는 개사기 스킬이었다······.

놈들은 불도저처럼 주변 모든 것을 밀어버리며 전진해왔다. 시뻘건 눈으로 인간들을 바라보며 다가오는 그 모습은 본능적인 공포를 불러왔다.

재사용 대기시간을 기다리던 김윤기가 딸꾹질을 했다. 누구도 비웃지 않았다. 모두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 명만 빼고.

"이대로 가면 답이 없습니다. 결정적인 한 수를 둬야해요."

아주 용맹하고 위협적인 포식자들을 마주하며 이 네크로맨서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침착하고 무덤한 어조로 의견을 피력했다.

"결정적인 한 수?"

"예. 30층 공략 조건이 대균열 괴수 다 잡는 건 아니잖아요? 하늘 나는 저 놈만 죽이면 끝인겁니다, 그럼 문 여는 것처럼 공략이라고요."

"어떻게 잡는데요?"

"저한테 방법이 있습니다."

강화된 괴수 군단과 오래 맞서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장기전은 놈들이 원하는 것이다. 대군주가 내지르는 함성은 중첩되는 버프요, 지상 최강의 생명체라 불리우는 괴수들은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다.

열 명의 공략대는 저들처럼 영원에 가깝게 전투할 순 없다. 아무리 초인이라 한들 긴장을 한껏 끌어올린 전투를 수 시간 이어갈 순 없는 노릇이다. 분명 집중력이 바닥날테고 만전의 상태가 아니라면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게다가 성연의 능력은 과부하까지 오지 않았는가. 이대로면 마지막 문턱에서 다 같이 손잡고 전멸하게 될지도 몰랐다.

"윤기. 흑염룡 소환까지 얼마나 남았지?"

"흑염룡요? 곧 소환 가능해요······근데 공중전으로 저놈 잡을 순 없어요. 브레스가 닿는 거리가 아니고, 흑염룡은 설정상 화력 중심이라 비행은 잘 하지 못하는 까닭에······."

"물어보지 않은 것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고, 흑염룡 소환 가능하게 되면 말해줘."

"아, 예······."

평소 소심하던 것과 달리 아는 것이 나오자 유창하게 말하던 김윤기는 머쓱하게 입을 다물었다. 방금 너무 찐따 같았나······라는 말을 되뇌이며.

"저 대군주라는 놈, 강합니다. 아마 웬만한 괴수 스무 마리 합쳐놓은 급으로 강해요."

"진짜에요?"

"예. 아마 하늘에서 떨어뜨리면 그때부터 2페이즈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근데 우리 떨어뜨릴 방법도 없는데요······."

"떨어뜨리는 거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저놈이 타고있는 용, 용은 미니건 몇 발만 제대로 맞아도 죽을 정도로 약해요. 비행 속도가 아주 빠르긴 한데 몸의 내구도는 형편없습니다."

"······그래도 밸런스 양심은 있던 거네요."

성연의 생명 감지 능력이 전해온 정보는 단순했다. 용은 나머지 부분이 모조리 퇴화된 채 비행 능력만을 가졌고, 대군주 하탄은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능력치 그래프를 그렸다. 과연 이 던전의 최종 보스라 말할 자격이 있는 수준이었다.

아마도 던전을 설계한 이들은 날아다니는 용이 눈 먼 총알에 맞아 죽으면 하탄이 멋들어지게 낙하하며 헌터들을 썰어버리는 화려한 그림을 원했을 것이다.

물론 성연은 그들의 의도대로 흘러가게 만들어 줄 생각이 없었다.

"저 용 떨어뜨리는 건 어려운 일 아닐겁니다. 윤기랑 박수한 씨는 화력 집중해서 추락만 생각해주세요. 시간은 제가 벌테니까."

"예."

짧은 대화가 끝났다. 촘촘하게 수비하던 언데드들 틈새로 괴수 손 하나가 뻗어졌다. 파도처럼 쏟아지는 놈들은 기어이 여기까지 파고들었다. 서포터들의 능력에 의해 부상을 회복한 탱커들이 미니건을 쏴 갈기며 나섰다. 그러나 두 번에 달하는 버프를 받은 놈들은 그 육체의 내구도마저도 강력해졌다. 탄환은 이제 그 근육을 제대로 관통하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안혜지가 이를 갈았다. 이거마저 통하지 않으면 공격 수단이 없다.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그때였다. 성연의 언데드가 꿈틀대며 변화하기 시작했다. 거멓게 죽은 근육들 위로 얇은 껍질이 촘촘하게 씌워지고 수 많은 가시들이 돋았다. 아주 커다란 고슴도치 같은 모습이었다.

「마운틴」의 껍질을 매개체로 제작된 가시를 가진 고슴도치 모습의 언데드들은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오는 놈들을 훌륭히 저지했다. 협회가 공략불가라 평한 초거대 괴수의 껍질로 만든 가시는 닿는 것만으로 놈들의 몸을 관통했다. 가장 단단한 부위인 껍질도 마찬가지로 단번에 관통되었다. 방어선이 다시금 안정적이게 바뀌었다. 그 순간 김윤기가 소리쳤다.

"흑염룡 소환할게요!"

"대군주 주변으로 소환해! 무조건 주변으로!"

"네!"

"나도 불마법 준비됐어요! 당장 날립······."

성연을 제외한 공략대의 화력 담당자들이 준비 완료되었다는 말을 전해왔다.

좋은 분위기였다. 변수가 생기기 전까지는 그랬다.

"군-단이여-복수-하-라!"

기어이 대군주는 세 번째 함성을 터뜨렸다. 그와 함께 빛살처럼 날아든 창이 탱커들의 방패를 뚫고 후열까지 파고들었다. 언데드와 감각을 공유하여 그 위기를 직감한 성연은 자리를 피했으나, 아군에게 경고할 여유는 없었다.

공격을 준비하던 박수한과 김윤기가 그 충격에 휩쓸렸다.

"아아아아악!"

뿌옇게 피어오른 흙먼지가 사라지고, 급식충 소환수와 중년 법사의 심각한 부상이 드러났다. 김윤기는 두 다리를 잃고 옆구리에서 피가 쏟아졌으며 박수한은 아랫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내장이 쏟아졌다. 분명 투창을 하는 놈들은 다 처리했었다.

그렇다면, 군단에게 버프를 줄 때마다 무기가 새로이 지급된단 소리였다.

정말이지 불합리한 녀석이었다. 동시에 성연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놈은 끝장낼 수 있는 인물은 자신밖에 없다는 것.

'감각, 감각······뇌가, 타는 한이 있어도······.'

성연은 과부하를 넘어 부상까지 각오하며 능력을 끌어올렸다. 서포터들의 능력이 뇌의 손상까지 해결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없었다. 다만 수십 포인트 짜리 물약이 전해주는 완전 치유는 분명히 증상을 나아지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중요한 건 몸을 사리는 게 아니라 녀석을 죽이는 것이다.

성연은 언데드들과 감각을 연결하고, 또 연결했다.

어렴풋이 얻었던 육감은 이제 놀랍도록 선명했으며 그 인지 능력은 현실이 느려지는 것을 넘어 정지된 상태로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치열한 전투의 장면도 정지되어 보였다. 그 속에서 성연은 언데드 하나를 보았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발상을 해냈다. 네크로맨서 능력은 신체 내부가 완전히 박살나거나, 가루가 된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체를 일으킬 수 있다.

하반신이 없는 사체, 심장이 반쯤 부서진 사체 등의 구분 없이.

네크로맨서 능력이 가장 중요시 하는 건 뇌다. 다른 장기들은 물론이며 신체 부위는 재구성 할 수 있으나 뇌만큼은 다시 만들 수 없다. 그러니까 반대로 말하면, 뇌만 있으면 어떤 사체도 언데드로 부릴 수 있단 소리다. 성연은 그 점을 되뇌었다.

뇌······머리만 있으면.

성연은 언데드에게 명령을 내렸다. 언데드는 주인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다.

그리하여 바로 옆에서 싸우던 다른 언데드의 목을 붙잡고 머리통을 뽑았다. 검은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뭐야, 내분······."

명령을 받은 언데드는 그 머리통을 온힘을 다해 던졌다. 그 과정에서 투척을 위한 팔근육이 최대치까지 발달되게 변이되었다. 그리하여 그 언데드의 머리통은 대군주 하탄이 날아다니는 근방까지 닿을 정도였다.

"감-히 내 병사의 머리······."

대군주 하탄은 그 행동을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모욕이 아니었다.

성연은 머리가 뽑힌 뒤 뇌가 완전히 망가지기 전, 몸통과 분리되어도 활동력을 가질 수 있는 잠깐의 '골든 타임'을 노렸다. 다행히도 명령을 받은 언데드는 초월적인 신체 능력을 자랑하듯 정말이지 아주 빠르게 그 명령을 수행했다.

그리하여 대군주 하탄 주변에 다다른 그 머리통은, 아직은 '성연의 것'이었다.

변이시킬 수 있으며 언데드로 부릴 수 있는 성연의 소유물.

그리고 성연은 머리통 안쪽부터 변이를 시작했다. 그 내용은 간단했다.

폭발.

"르을······."

쩌렁쩌렁한 포효가 끊겼다. 대신 강렬한 폭음이 울렸다. 방심하고 있던 대군주 하탄은 분명히 그 폭발에 휘말렸다.

죽었나? 아니, 여전히 생명 반응이 느껴졌다.

그것도 정말이지 아주 강력한 생명 반응이.

"노-옴!"

노성이 터졌다. 공중에서 추락하는 대군주 하탄은 눈을 부릅뜨고 정확히 성연을 바라보았다. 이 던전의 최종보스는 아주 화가 난 표정으로 허리춤에 찬 검을 꺼내들고 당장이라도 돌격해 올 준비를 했다. 그러나 성연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애초에 노렸던 건 그게 아닌 까닭이다.

괴수들 중에서도 최고격이나 다름없는 스펙을 가진 놈이 살덩이를 부풀린 사체 폭발도 아닌, 고작 머리통만한 폭발에 휘말려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작은 폭발에도 목숨을 잃을 생명체가 있었다. 대군주 하탄이 아직 놓지 않은, 온몸에 구멍이 숭숭 뚫린 채 힘을 잃고 추락하는 용.

핏발 선 눈으로 요란하게 포효하는 대군주 하탄에게 성연은 관심을 주지 않았다. 대신, 놈이 붙들고 있는 용을 지배했다.

네크로맨서 능력에 의해 눈을 뜨게 된 언데드 용은 판타지스러운 브레스를 뿜거나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배와 가슴께가 불룩하게 튀어나오며 온몸이 떨릴뿐이다.

"나, 대군주가 네놈을-!"

게임으로 따지자면 2페이즈를 여는 말이 될 그 발언은 마무리되지 못했다. 대군주 하탄이 타고 있던 용이 아주 성대하게 폭발한 탓이다. 녀석의 우월한 몸뚱이에 「마운틴」의 껍질을 소재로 한 파편들이 훌륭하게 박혔다. 허공에서 발버둥치던 놈은 심장과 뇌에 그 파편들이 다수 박히고 나서야 축 처진 채 다신 일어나지 못했다.

널브러진 사체는 추락하여 땅에 쳐박혔다.

2페이즈는 없었다. 이 자비 없는 네크로맨서가 대사를 읊는 것도 허락하지 않은 까닭이다.

"어, 저건 좀 불쌍······."

"악당도 대사는 기다려주는데······."

공략대원들은 농담조로 그리 중얼거렸다. 강렬한 폭발이 끝나고 조각난 살점들이 비가 내리듯 바닥에 떨어졌다. 후폭풍도 완전히 지나갔다.

"어, 저 새끼들······?"

대군주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던 대균열의 괴수들은 군주가 죽는 즉시 제자리에 멈추었다. 복수심에 불타 돌격하지도 않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선 채 하늘을 올려보다 흙이 되었다. 시야를 물들였던 검은 파도가 땅 속으로 사라졌다.

드넓은 벌판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후련하게 뻥 뚫린 벌판 위 하늘엔 균열이 사라지고 그 대신 익숙한 광원이 떠올랐다. 사라졌던 인공 태양이 돌아온 것이다. 그 빛은 곧 따스하게 그들을 비추었다.

탱커들이 입었던 부상이며 박수한과 김윤기가 입었던 심각한 부상, 성연이 과부하로 인해 뇌에 입었던 타격마저도 깔끔하게 회복되었다. 무언가에 홀린듯 공략대는 그 묘한 빛을 발하는 광원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인공 태양은 곧 푸른 하늘에 떠오른 진짜 태양이 되었다.

드넓은 벌판은 회색으로 점철된 폐건물들이 즐비한 무너진 도시의 풍경으로 변했고, 최종층이라 불리우던 30층의 풍경은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왔다.

열 명은 아무말 없이 그저 정면을 바라보았다.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이 있던 자리와 그 주변에 자리했던 시커먼 구멍, 그 구멍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 던전이라 명명된 지하 미궁이 진동하며 사라지고 있었다.

어쩌면 역사적 순간으로 기록될지도 모르는 순간이다.

그 장엄하고 웅장한 광경 앞에서 성연은 감회에 젖지 않았다. 그저 길게 나열된 문장을 읽었다.

『최종층 공략에 성공하셨습니다.』

『돌발 이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모든 던전이 일제히 소멸합니다.』

『한 번이라도 던전에 출입한 적 있는 분들께 200P를 지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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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위대한 대군주 '하탄'을 쓰러뜨리셨습니다!』

『아주 놀랍고도 위대한 업적입니다.』

『'던전 어택'의 우승자에게 10,000P를 지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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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시작될 두 번째 이벤트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언제나 선택받은 각성자 분들을 응원합니다.』

***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동상은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각국의 수도에 출현했던 지하미궁도 일제히 소멸케 되었다. 스케쥴을 예약하고 포인트 파밍을 이어가다 난데없이 내쫓긴 헌터들은 어리둥절하게 되었다.

던전은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러니까 서버점검이나 긴급패치 따위로 내부에 있는 이들을 밖으로 추방하지 않는다. 이 현상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이다.

누군가 이 지하미궁의 끝을 보았다.

게임에나 등장할 법한,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던전을 마침내 공략했다.

< 최종층 대군주 하탄 (2) > 끝

작가의 말

Poland님 1000포인트 후원 감사합니다!!

죽을뻔한 주인공이 Poland님의 후원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ㅠㅠ

+ 초기 제목은 <아포칼립스의 악당>이었습니다. 지금봐도 별로인 제목입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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