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가 너무 강함-30화 (30/111)

< 대마법사 레베카 (2) >

"잠깐만요."

"예?"

후방을 주시하던 성연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쪽을 잡아먹으러 오는 놈들을 역으로 잡아먹기 위해선 지금 움직여야 한다. S급의 영역에 발을 들인 이들 대부분은 아주 넓은 범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정말이지 놀라운 현상들을 발생시킬 수 있다.

그러니까 선수를 쳐야 한다. 뒤늦게 움직인다면 뭔가 시도하려는 순간 이미 성연을 포함해 열 명의 머리통이 날아갈 것이다. 그들은 그럴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들이다.

"제 말 좀 따라주시겠습니까? 무리해서 뚫는 건 포기하죠."

"예? 갑자기 왜······."

"더 나은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단호한 말이었다.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모두 그 말을 듣기로 했다. 이 네크로맨서의 결정은 틀린적이 없는 까닭이다. 분명 이번에도 묘수로 작용하여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 것이다. 게다가 리더가 성연인만큼 그 말을 듣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제 추측이 맞다면 저쪽 목적은 우리 앞지르는 게 아니라, 우리 중 하나 죽여서 인원을 10명 미만으로 만드는 겁니다. 계속 꼬리를 잡게 두면 아주 골치 아파질 겁니다."

"예? 아니, 정의를 수호한다는 새끼들이 뭔······."

"아까부터 낌새가 이상했어요. 괴수 잡으려는 모습이 아니라, 애초부터 목표를 우리로 잡은 눈빛이었습니다."

"무슨······."

"그러니까 제 말에 따라주십시오."

공략대는 당황하면서도 성연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곧, 쓰러진 사체들 틈에서 언데드 하나가 걸어왔다. 걸음을 딛을 때마다 꿈틀대는 언데드는 외관상으로 무척이나 혐오스러웠다······.

"이놈 입 안으로 들어가요."

"예? 아니······어차피 죽을거라고 우릴 언데드 식량으로 쓰면 어떡해요. 이미 죽은 새끼들이 사람 좀 먹는다고 더 세질리도 없을텐데."

"제가 그러겠습니까? 식량으로 쓰는 게 아닙니다. 위액 제거했고, 뱃 속에서는 열 명 충분히 들어갈 공간 마련해뒀습니다. 우리 위치 들키지 않으려고 여기 숨으라는 겁니다."

"어······근데 이 안에 있으면 다른 괴수들은요? 여기 괴수들 좆나 센데, 이 언데드 한 마리가 다 쳐 죽이고 돌파할 수 있어요?"

"지상으로 가지 않으면 되죠."

"예?"

"그 언데드는 땅 파면서 지하로 움직일 겁니다. 정확히 던전 문 아래까지."

사체 속에 숨었으며 지하로 움직이는 이들의 위치를 특정하고 추적할 수 있는 감지 능력은 없다. 그러한 류의 감지 능력은 성연이 알기로 네크로맨서의 생명 감지 능력밖에 없었으며, S급 헌터들 중에 네크로맨서는 없었다. 한 명도.

"아이디어 대박인데."

공략대는 그 작전이 썩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곧 외관에 거부감을 느끼던 공략대도 괴수 언데드 입 속으로 기꺼이 들어갔다. 여덟 명이 들어간 뒤, 마지막으로 안혜지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뭐해요? 그쪽도 와요."

"나는 거기 안 들어가요."

"예?"

"할 일이 있습니다. 저쪽이 더 이상 따라붙지 못하게 막을거에요."

"뭔 소리에요, 협회엔 S급 헌터 합류했는데 어떻게······."

안혜지가 눈살을 찌푸렸다.

성연이 답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안혜지 씨가 아홉 명 인솔해서 제가 돌아올 때까지 문 아래에서 잘 버텨주세요. 한 명도 죽으면 안 됩니다, 절대."

"아니 어쩌시려고······?"

"알아서 잘 하겠습니다."

"아······괜히 물어봤네. 뭐, 그래요. 그쪽도 괜히 죽지마요······아홉 명이서는 담층 못 내려가니까······."

안혜지가 반신반의하면서도 농담 섞어 말했다. 그때였다.

성연의 뒤편에서 던전 괴수 하나가 달려왔다. 괴수 언데드의 입에 걸터앉았던 안혜지가 잽싸게 미니건을 겨눈 뒤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이 요란하게 울리며 탄환이 퍼부어졌다.

그런데 그 와중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어? 이거 왜······."

방아쇠를 당겨도 총성이 울리지 않았다. 틱틱소리만 울렸으며 탄환은 나가지 않았다.

불발? 혹은 포인트를 투자해 구매한 총기가 고장났나?

둘 다 아니었다.

그러한 이유라면 열로 뜨겁게 달아 올라야 할 미니건이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는 일 따위는 없어야 했으며, 그로 인해 서늘한 기운이 풍기지도 않아야 했다. 이건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벌어진 현상이다.

안혜지가 질린 얼굴로 성연을 바라보았다.

"이거, 맞죠? 총기 고물되는 거······협회 공략대에 있는 S급 헌터, 그 사람······."

"예, 맞는 거 같네요."

이러한 마술과 같은 일을 벌일 수 있는 초인은 하나밖에 없다. 모든 원소를 다루며 일정 반경 내의 모든 현상을 지배하는 영국인 대마법사. 레베카 블런트.

"죽지 마요. 진짜 농담 아니고······."

"안 죽어요."

신신당부하듯 말한 안혜지는 곧 괴수 언데드 입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홀로 남게 된 성연은 총 아홉 공략대원을 태운 언데드가 지하로 사라진 것을 확인한 뒤, 자신도 다른 개조한 언데드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사체 속에 숨는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그 초월적인 영국인 마법사는 공기의 떨림과 땅의 울림으로 41Km 반경의 모든 생명체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괴물이었다.

'······할만하다. 잡아먹히기 전에 잡아먹는 것······.'

언데드의 위장에 들어간 성연은 생명 감지 능력을 발동했다. 28층 입구 쪽에 모여있는 이들의 위치를 하나씩 확인했다.

스물 여섯.

열 일곱. 열 일곱만 죽이면 더 이상 뒤를 걱정할 필요 따위는 없다.

'인원 부족해서 다음층 못 가는 건 너희가 될 거다.'

***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시리즈 소설. 영국에서 출간된 마법사 소년을 소재로 쓴 판타지 소설은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영국 태생의 소녀, 레베카 블런트도 여러 애독자들 중 하나였다. 그녀는 어릴적부터 짧은 문장까지 외울 정도로 열렬히 그 책을 사랑했다.

그래서 처음 각성자가 되었을 때 「마법」이라는 재능을 타고났음에 크게 기뻐했다.

흥미진진한 모험을 꿈꾸었던 소녀는 여인이 되었고 곧 소설에 등장하는 번개 모양 흉터를 가진 소년보다, 자신이 얻은 힘이 훨씬 위대하며 강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별한 지팡이를 들 필요도 없었고 마법 학교에서 가르침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

레베카 블런트는 능력을 각성한 순간부터 그 자체로 완벽했다. 원하는 모든 현상을 현실에 옮길 수 있었고, 초인의 영역에 들어선 인지 능력은 각종 연산을 0.02초 이내에 해냈다.

한 부문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폭넓게 발달한 마법 능력은 강력했다. 정말이지 아주 강력했다.

"저기! 저 새끼들, 아직 층 못 뚫었어요!"

"알아. 일일히 보고할 필요 없다고."

초월적인 경지에 다다른 대마법사는 모든 속성을 다룰 수 있다.

그야말로 뭐든지 할 수 있다.

레베카는 가장 먼저 요란하게 울리는 총성이 사라지길 원했다. 귀가 따가운 저 소리는 언제 들어도 지긋지긋했다. 그래서 그렇게 되도록 했다.

"어? 이거 왜······."

대마법사는 제 반경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을 지배한다. 화염 계통의 진리를 연마한 레베카는 불을 일으키는 것을 넘어 온도조차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다. 그리고 열의 지배권을 대마법사가 쥐고 있는 상황이라면, 총기는 방아쇠를 당긴다고 해서 탄환을 토해내지 못한다. 0.02초의 시간만에 대마법사가 지배하는 반경 내의 모든 열병기가 고물로 전락했다. 그리고 S급 판정을 받은 레베카의 마법 반경은 41Km에 달한다.

"음······."

다음으로 레베카는 29층으로 향하는 문까지 거의 도달한 열 명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길 원했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레베카를 중심으로 41Km 반경에 얕은 바람이 퍼졌다. 넓게 퍼뜨린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진동이 공략대의 숫자와 정확한 위치 좌표를 알렸다. 더하여 땅의 진동은 그들의 체중과 순수한 근력이며 육체 수준을 가늠케 해주었다. 그 정보로 하여금 누가 탱커이며 서포터인지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구름 위에서 전장을 내려다 보는 듯한 감각이었다.

레베카를 빤히 바라보던 협회 소속 헌터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여, 역시 대단하십니다. 저 건방진 놈들을 당장 죽여버리······."

"닥쳐. 한 명만 죽이면 되는거 아냐? 그 전에 보고 싶은 게 있단 말이야······."

레베카는 툭 쏘아붙이며 다시금 위치 좌표를 정밀하게 가다듬었다. 이상하게도 특정해 둔 위치가 실시간으로 변경되며 뒤얽히는 까닭이었다. 뭐가 뭔지 구분하기 힘들게······.

그때였다.

천둥과도 같은 굉음이 일제히 울렸다.

코 앞에서 수류탄이 터진 듯 삐이-하는 요란한 이명이 들렸다. 강렬한 소음은 일대의 공기를 뒤흔들어 수집했던 위치 좌표를 흐리게 만들었다. 표정을 찌푸린 레베카는 땅이 전해오는 진동의 정보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것조차 불가능했다.

'이게 대체 몇이야, 씨발······.'

엄청난 숫자의 발걸음이 쿵쾅거리며 일제히 울렸다. 정신 없는 소음이 감각을 어지럽혔다. 레베카는 곧 이 주변에 쓰러졌던 사체들이 모조리 언데드가 되어 땅을 두들기고 있음을 알아챘다. 더욱이, 천둥 소리 같았던 굉음이 언데드의 입에서 쏟아지는 포효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소리를 낼 수 있는 언데드가 있던가? 이 무슨 전례 없는······.

무식하기 그지 없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마법사의 위치 특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대체 어떤 새끼가 이런 짓을······.

"괴수들 몰려온다, 씨발!"

뭔가 따지고 들 여유도 없었다. 포효가 쏟아진 즉시 제각각 움직이던 괴수들이 마치 명령이라도 받은 것처럼 협회 공략대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뭐야, 왜!"

난데없는 상황에 곳곳에서 아우성이 터졌다. 그들이 저 영리한 네크로맨서가 중간보스 괴수의 발성 기관을 연구했으며, 그 성과로 괴수들에게 명령 비슷한 의사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 리 없었다. 그러니까 이 돌격은 협회 공략대 입장에서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엘리트로 구성된 협회의 헌터들은 마리당 삼십 포인트 던전 괴수도 아주 잘 잡았다. 이리 무식하게 달려드는 놈들에게 죽을 만한 인재들이 아니었다.

"잡아, 잡···아앜-"

죽은 괴수 사체에서 난데없이 가시가 솟아서 목을 꿰뚫거나, 정면에 시선이 팔린 틈에 발 밑에 쓰러졌던 괴수가 언데드가 되어 덮치지만 않았다면 그랬을 것이다.

순식간에 세 명의 헌터가 당했다. 괴수가 아니라, 죽은 괴수에게.

"네크로맨서! 씨발, 네크로맨서가 수작을 부리고 있다!"

"찾아서 죽여!"

격렬한 전투 속에서 악에 받힌 목소리로 헌터들이 외쳤다. 이 난장판에서 네크로맨서는 그야말로 아주 강력하고 거슬리는 적이 되었다. 레베카는 엉망진창이 된 전장을 보며 네크로맨서를 찾아내기 위해 41Km 반경을 탐색했다.

'뭐야? 왜 아무것도······.'

잡히는 반응이 없었다. 그 네크로맨서는 물론이고 나머지 아홉 명도 찾을 수 없었다.

하늘로 솟았거나, 땅 속으로 꺼져버린 것처럼.

이게 대체 무슨······.

레베카가 알 수 없는 상황에 마주한 와중, 헌터들은 이제 언데드가 된 동료들의 목을 자르고 머리통을 부수며 확인 사살을 하고 있었다.

"존, 미안. 미안해···정말······."

전우나 다름없는 친구를 죽이며 헌터들은 슬픔에 젖었다. 그러나 슬퍼할 필요는 없었다. 지저분한 싸움을 원한 네크로맨서는 자신이 만든 언데드가 깔끔하게 죽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머리가 반쯤 부서져 내용물이 쏟아지려는 인간 좀비 시체가 크게 부풀었다. 헌터들은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잠깐······!"

물론 알아챈 인물도 있었다. 제 반경 내의 모든 현상을 지배하는 대마법사는 그 시체 안에서 벌어지는 변이와 화학 반응을 느꼈다. 일종의 폭탄이다. 레베카는 분명 아주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그 화학 반응을 해체하려 들었다. 0.02초라는 찰나의 시간만에 이루어지는 연산 능력으로······.

'어?'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미 진행되기 시작한 변이는 레베카의 연산보다 미세하게 빠르게 벌어졌다. 수습할 수 없었다. 세포부터 시작하여 내부 구조가 획기적인 방식으로 변화하는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곧 팽창한 시체가 폭발했다. 주변에 무방비하게 섰던 헌터들이 그 폭발에 휘말렸다. 다섯의 헌터가 더 죽었다.

'이거 완전 대단한 새끼잖아. 기록상으로는 아마추어라고 되어있는데 놀라울 정도로 전투에 능숙하다. 위치 특정을 차단하는 방법부터 흐름을 주도하는 능력······게다가 말도 안 될 정도로 빠른 연산 속도······.'

레베카는 길게 감탄하지 않았다.

0.02초의 마법 연산 시간이란 한 가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두 가지든, 세 가지든, 열 가지든 레베카는 0.02초 이내에 구성할 수 있다. 그리하여 완성된 마법이 멍청하게 돌격하는 괴수들은 물론이며 그 사이에 끼어있던 언데드들까지 내부부터 찢어발겼다. 허공에 붙들려 발버둥치던 놈들이 우그러지고 박살났다.

거슬리긴 하지만 위협이 될 만한 것들은 아니다. 레베카에겐 그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네크로맨서의 목적은 레베카가 아니다. 나머지 헌터들이지.

"살려······살려주어······."

"왜 죽였어······왜애애······."

"흐, 흐아아아악!"

현재까지 기록된 바에 의하면 말하는 언데드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지금 벌어지는 이 현상은 협회 헌터들을 공포와 혼란으로 몰아넣기에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병신이 되어 죽은 시체들이 절뚝이며 일어나서 가래 끓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신적 고통은 때로는 육체적 고통보다 강렬하게 다가오는 법이었다.

레베카는 흐름이 네크로맨서 쪽에 넘어가고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분위기를 바꾸고자 했다. 어눌한 발음으로 말하는 인간 좀비들은 물론, 그에 동화되어 넋이 나간 헌터들까지 모조리 죽였다. 그리하여 레베카는 제 손으로 같은 편을 넷 죽이게 되었다······.

'이 새끼 완전 골때리네. 미친 새끼 아냐······내가 포함된 공략대가 쫓는데 역으로 잡아먹을 생각을 해? 진짜······.'

통상적으로 알려진 네크로맨서 능력보다 훨씬 뛰어나다. 아주 교묘하고 정밀하게 변화시켜 활용하는 그 실력은 가히 레베카가 보았던 어떤 네크로맨서보다 뛰어났다.

놈이 이쪽을 공격하기 시작한 이래 벌써 헌터 열 둘이 죽었다.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분노를 표출하거나, 복수심을 갖지 않았다.

레베카는 웃고 있었다.

'진짜······제대로 미쳐서 아주 사랑스럽네.'

괴수를 죽이면 죽일수록 네크로맨서의 군단은 늘어간다. 헌터들의 사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며, 언데드를 죽이겠답시고 치명적인 부상을 입히면 곧 강렬한 폭발이 발생한다. 아주 지저분하고도 승산 높은 전투 방식 아닌가. 모든 네크로맨서가 교본으로 삼아야 할 방식이리라.

레베카는 눈에 띄게 줄어버린 협회 공략대의 숫자를 보며 다시 한 번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 건방지기 그지 없는 네크로맨서의 목적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협회는 대한민국의 사형수가 주도하는 공략대 숫자를 줄여, 그 던전 돌파를 저지하라 말했다.

저 네크로맨서의 목적도 그것이리라 확신했다. 놈은 지금 열 둘을 죽였고, 다섯을 더 죽여 이쪽을 열 명 미만으로 내리려는 것이다. 수적 차이가 역력한데도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맞서서 무너뜨리려고······.

그건 미친 짓이었다. 정말이지 정신이 나가지 않으면 벌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짜릿할 정도로 멋진 일이었다.

'킴보다 훨씬 재밌는 놈이잖아······.'

***

괴수들의 습격에 네크로맨서가 관여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을 협회 공략대는 무력하게 당했다. 그리고 첫 습격에 희생자가 나왔을 때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체를 폭탄처럼 활용할 수 있는 네크로맨서란 존재한 적 없었고, 예상하지 못한 기습은 아주 강력한 위력을 동반하니까.

성연은 전장을 바라보았다. 이제 다섯 남았다. 다섯만 더 죽이면 녀석들은 완벽하게 패배하는 것이다······.

"아, 썩은내······씹, 시체 냄새 엄청나네······."

모든 언어를 알아듣게 만들어주는 던전의 특징 덕에 번역된 욕설이 유창한 영국식 발음으로 쏟아졌다. 짜증스런 목소리를 뱉은 레베카는 그 음성과 달리 웃고 있었다. 억지로 짓는 쓴웃음이 아니라, 정말 기쁜 것처럼.

"히, 하하, 히히히······."

웃음 소리를 작게 참으며 레베카가 손을 휘둘렀다. 그와 함께 스무 마리가 넘는 괴수들의 머리가 목에서 분리되어 허공을 날았다. 다음으로는 가슴께가 꿀렁이더니 심장이 튀어나왔으며, 팔과 다리가 뜯겨졌다. 뒤이어 그 상태로 꿈틀대던 괴수들 안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며 몸뚱이가 녹아내렸다. 언데드로 만들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다.

저 정도까지 망가진다면 언데드로 일으킬 수는 없다. 찰나의 순간에 몇 개의 마법이 적용된 것인지 추측조차 할 수 없었다.

성연은 그 인물이 누군지 직감할 수 있었다.

진정한 의미의 초인. 자연재해로 종종 표현되며 단신으로 국가와 맞설 수 있는 인간. 헌터가 된 이래 죽인 괴수가 만 단위에 달한다는 영국의 여신.

대마법사 레베카 블런트.

먼 곳의 괴수 위장에 숨은 성연이 그녀에 대해 매긴 첫인상은 단순했다.

"아···멋있어. 좆나 무모해, 좆나 과감하고 터프해······최고야······."

미친년.

***

「이름: 레베카 블런트」

「판정 등급: S」

「8단계 능력 강화」

「각성능력: 대마법사- 전 속성 특화」

「모든 속성 계열 마법에 능통하다.」

「마법 사용에 있어 재사용 대기시간을 갖지 않는다.」

「초인적인 인지 능력을 갖는다.」

「모든 연산 과정을 0.02초에서 0.01초 이내에 완료할 수 있다.」

「총 41km 이내의 공간을 '영역'으로 지정하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넘치는 마법의 힘이 신체에 영향을 미쳐 초인적인 육체 능력을 갖는다.」

「특이사항」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하고 무모한 인물을 좋아함. 어릴적부터 즐겨 읽은 판타지 소설의 영향이라고 생각됨. 사형 집행 예정이었던 미국인 연쇄살인마가 마음에 들었단 이유로 4개월 간 연애한 전력있음. 지독한 각성자 우월주의자로 비각성자를 차별하며 '머글'이라는 멸칭으로 부름.」

「통제불능 집착증 환자.」

< 대마법사 레베카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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