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환사 김윤기 (3) >
던전이라는 지하미궁이 발생한 이래, 아니 그보다 훨씬 오래 전인 칠십 년 전 괴수라 명명된 침략자들이 나타난 순간부터 따져도 저런 특징을 가진 개체는 없었다.
고질라가 아닌 원숭이들이 쏟아지던 시절 특수능력을 가진 몇몇 괴수들이 나타나긴 했었으나 하늘을 나는, 그러니까 공중전이 가능한 괴수는 없었단 말이다.
"버근가?"
안혜지가 멍청한 소리를 뱉었다.
말 탄 괴수들이 모조리 죽은 가운데 이젠 공략대 쪽이 수적으로 우세했다. 그러나 누구도 자신 있게 나서지 못했다. 7m에 달하는 덩치에 순수 근력만으로 친환경 미사일을 쏠 수 있는 괴수가 하늘을 날 수 있다면, 가히 미군의 기술력으로 빚은 전투기보다 두려운 전력으로 변한다. 그 모습을 보던 성연이 생각했다.
'날벌레 언데드로는 안된다. 접근하기도 전에 날갯짓 몇 번에 힘 잃고 바닥에 쳐박힐거야. 그럼 저 괴수들에게 날개를 달아줘서 되살린다? 아니······육체 구성을 거기까지 변이시키면 본래 가진 장점들을 꽤나 잃을 게 분명······.'
네크로맨서 능력은 사용자 뜻대로 그 사체를 변형시켜 되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 변형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시키면 그에 맞추어 다른 부분을 퇴화시켜야 한다. 그러니까 날개를 단다면 하늘을 날 순 있지만 저놈과 맞붙어 이길 정도로 뛰어난 전투 능력은 잃는다.
"워어어어어!"
더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공략대의 머리 위를 날던 놈이 왼손에 쥔 창을 내던졌다. 놀라운 위력을 머금은 창은 곧 안혜지의 방패를 강타했다. 그 충격은 막아냈으나 무게감을 이겨내지 못하 가운데 열을 맞추어 서 있던 탱커라인이 뒤로 넘어졌다.
안혜지가 중얼거렸다.
"좆나 세네, 씹······저 새낀 전투기고 난 왜 중세 시대 방패로 싸워야······."
양손에 쥐고 있던 무기를 던진 층 보스는 위력적인 무기 투척이 덩치 좋은 탱커들이 있는한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곧 눈치챘다. 그리하여 놈은 제 먹잇감들을 창으로 꿰어 죽이는 대신, 하늘을 날며 손수 찔러죽이는 방식을 선택했다. 검은 날개가 펄럭였고 놀라운 속도로 접근해왔다.
"쏴요! 저 새끼 껍질은 못 뚫어도 타고 있는 새는 총 맞으면 뒈질테니까······."
그 외침에 공략대는 그렇게 했다. 미니건들이 불을 뿜었고 정면에서 접근하던 놈이 위로 솟구쳤다. 7.62mm탄 화망이 그 뒤를 쫓았다. 나라의 부름을 받아 2년간 군복무 마친 인원도 다수 있는 집단의 사격은 꽤나 정교했다. 곡예 비행을 하는 것만으로는 그 사격을 완벽하게 피할 수 없었다······.
그때 7m의 몸집에 어울리는 거대한 창이 움직였다. 인간의 능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괴수는 제 신체능력을 아주 잘 써먹었다. 몇 번 휘둘러진 창은 뒤따르는 탄환들을 튕겨내고, 부수었다. 영화로 만들어도 비현실적이라 욕먹을 장면이었다.
"씨발! 밸런스!"
누군가 소리쳤다. 격투 타입에서 비행 타입으로 진화한 놈은 미니건 사격도 가뿐히 피해냈다. 다행스럽게도 이 공략대엔 현대 화기 말고도 다른 원거리 공격 수단이 있었다. 명중하면 괴수들 껍데기고 뭐고, 통째로 태워버리는 마법사······.
박수한이 불안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못 맞출 거 같은데?"
"예?"
"어디 잡아두는 거 아니면 그냥 보고 피할 거 같다고. 솔직히 내가 위력만 세지, 예측샷 날릴 정도로 에임 좋은 것도 아니고······."
사실이다. 박수한은 팔팔한 청년이 아니라 아저씨 소리를 들을 중년 사내이며, 최근 들어 눈이 침침한 게 노안이 온 건 아닌지 고민할 정도였다. 전투기나 다름없는 속도로 날아다니는 저놈은 느릿하게 나는 불덩이를 여유롭게 피하리라······.
해답을 내놓은 건 성연이었다.
"잡아두기만 하면 맞출 수 있죠?"
"뭐, 가만 있는 건 당연히······."
"마법 준비해요. 딱 2초, 2초 잡아둘테니까."
제 능력을 연구할 시절 성연은 인간을 매개체로 한 언데드는 두 마리밖에 일으키지 못했다. 그리하여 동물과 식물 나아가서는 곤충을 부리는 방식에 몰두했다. 능력이 발전된 지금, 그 공부는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동식물이나 벌레를 부리지 않아도 괴수나 인간을 일으켜 그 비슷한 변이를 일으킬 수 있었다. 그리고 성연은 땅에 기어다니면서도 잽싸게 날아다니는 벌레를 잡아먹는 동물을 알았다.
좆나 빠른 놈을 죽이긴 부족하겠지만 몇 초 붙들어 두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곧 성연은 쓰러진 괴수 언데드 하나를 일으켰다. 놈은 기세 좋게 서는 대신 네 발로 땅을 딛었다. 동시에 턱과 볼 부분이 부풀었다. 파리 잡아먹는 두꺼비처럼······.
"두꺼비 아재 오랜만이네!"
안혜지가 반갑다는 듯 소리쳤다. 옛날에 써먹은 바 있는 형태의 언데드였다. 바닥에 쪼그려앉은 언데드는 곧 꾸룩대며 혀를 내뻗었다. 아주 긴 혀는 빠르게 뻗어나갔다.
"워어어어어!"
생명체를 인지할 때 인간을 최우선으로 찾는 습성을 가진 괴수는 언데드의 혀가 접근했음을 뒤늦게 알아챘다. 기분 나쁜 냄새를 느꼈을 땐 이미 그 길쭉한 혀가 바로 뒤까지 다가왔다. 놈은 급히 창을 휘둘렀다. 기다랗고 두꺼운 창은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무척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우두둑 소리가 울렸다. 검으로 벤 듯 깔끔한 게 아닌, 붙잡고 뜯어낸 듯 언데드의 혀가 거칠게 찢어졌다.
언뜻 보면 실패한 기습 같았다. 그러나 성연은 저 괴수가 놀라운 육감을 가졌을 거라 짐작했다. 혀로 몸뚱이를 감싸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건 기대하지도 않았다. 혀가 공격에 의해 부서지면 기습이 성공하는 것이다······.
"워···에엌어···어어!"
파괴된 즉시 혀에서 진득한 액체가 쏟아져 놈을 덮쳤다. 피? 아니다. 언데드의 몸에도 혈액은 흐르나 그 색은 시커멓다. 괴수가 뒤집어 쓴 액체는 녹색이었다. 변이되고 가공되어 성연이 놈을 붙잡아두기 위해 만든······.
"지금!"
박수한이 그 외침에 반응해 마법을 날렸다. 독성을 띄는 것이 아닌, 오직 끈적거리고 잘 달라붙게 제작된 녹색 액체는 검은 새의 비행을 철저히 방해했다. 두 날개는 몸뚱이에 들러붙어 힘차게 날갯짓하지 못했다. 추락하는 그 위치로 불덩이가 작렬했다. 강렬한 폭음이 일었고, 곧 괴수는 노릇하게 데워져 바닥을 뒹굴었다. 무방비한 상태에서 명중한 마법의 위력은 가히 놀라운 위력을 발휘했다.
"와, 씨. 살다 살다 날아다니는 놈들을 다 보네······."
"아니 마법사 아저씨, 좆나 세네요. 맞히면 무조건 한 방······."
처음과 비교하여 가장 눈부신 활약을 하게 된 건 박수한이었다. 별다른 실력 필요 없이, 포인트를 때려박을 때마다 더욱 강력한 폭력을 얻게 되는 마법 능력 덕분이었다. 마흔을 넘긴 중년 사내는 주목받는 상황이 영 쑥쓰러웠다. 게다가 덤덤하게 선 저 네크로맨서에 비하면 자신이 한 것은 활약이라 부를 것이 못 되었다······.
"네크로맨서 양반이 다 했구만 뭘······난 그냥 막타만······."
그 공을 돌리는 모습에 공략대가 웃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여기 아홉 명도 제 몫을 하게 되긴 했지만, 저 네크로맨서와 비할 수 없었다. 아마 뒤에서 쉬고만 있었어도 시간이 얼마나 걸렸느냐의 차이만 있지 혼자서 전부 쓸어버렸을 것이다.
다만 공략대는 버스만 타던 입장에서 누군가가 그럴듯한 활약을 했다는 사실에 축하했다. 이 지하미궁에서의 일정이 끝나면 그들은 다시 생존자 모임으로 돌아가야 할것이며, 그 과정에서 누구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설 수 있으며 소중한 이들을 지킬만한 힘을 얻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그들은 소소하게 만족할 뿐이었다. 영웅이 되어 무수한 영광을 얻기보단, 아무것도 잃지 않기를 바라는 소시민들. 그들은 저들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했다······.
"갑시다, 다음 층 뚫죠."
***
「본 게임」은 정체 모르는 어떤 이들의 여흥을 위해 시작된 볼거리이며 즐거운 눈요깃거리이다.
던전은 그 즐거움을 돋구기 위한 이벤트였다. 그 과정에서 「본 게임」을 설계한 이들은 많은 노력을 들였다. 안면 있는 인간들끼리 단합하여 그들만의 리그가 벌어져 다툼 없이 '노잼 장면'이 연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 세계의 던전을 통합시켰다.
저층은 물론 중층 던전에서 각성자들끼리의 살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시작했다. 아주 예민한 괴수들에 비하여 인간을 죽이는 건 쉬웠다. 더욱이 포인트도 짭짤하게 주었다. 교활한 자들에 의한 인간 사냥은 전보다 훨씬 많이 일어났다.
어떤 이들은 괴수와의 전투뿐만 아니라 같은편끼리 다투는 상황을 재밌어했다.
다음으로는 선발대라며 문만 열어 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막았다. 힘도 없으면서 던전 규칙을 우회하는 것은 노잼의 원인 중 하나였다. 그리하여 감지 능력을 가진 문지기들을 제작했으며 인원 제한이라는 룰을 추가했다.
소수 정예로 앞서 나가는 대한민국의 애송이 둘을 견제하기 위함도 있었다. 그들이 이 이벤트를 싱겁게 끝내는 걸 원하지 않았기에 난이도도 즉각 높혔다.
그 과정에서 다른 국가의 공략대들이 병신이 되긴 했지만 별 상관은 없었다. 그러나 그 오버 밸런스 수준의 능력을 가진 네크로맨서에게 주목했던 「본 게임」의 운영자들은 난이도가 급상승하며 전에 보지 못했던 이들을 찾아냈다.
난세에 영웅이 등장한단 말이 사실이었을까. 그 네크로맨서와 동급, 혹은 넘어설 정도로 강력한 인간 몇이 눈에 띄었다. 정보를 열람한 결과 운영자들은 그들의 공통점을 찾았다.
S급 헌터.
***
"포인트 더 모으면 8단계 강화도 가능하겠는데? 협회에서 발표한 거에 따르면, 화염 마법사 능력 8강 찍으면 던전 층 하나 불바다로 만들고 시작할 수도 있다던데······."
"메테오는 못 써요?"
"메테오? 될 거 같긴 한데, 운석 떨어지면 그 충격파로 괴수들이랑 손 잡고 우리도 싹 다 뒈질걸······."
잠깐의 재정비를 거친 뒤, 공략대는 다시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 진입했다.
16층도 15층처럼 놀라운 난이도를 자랑했으나 이론적으로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성연의 능력은 이번에도 잘 이겨냈다.
17층과 18층도 그랬다. 한참이나 막혀있던 협회나 길드 공략대에게 엿을 먹이듯 그들은 막힘없이 던전을 돌파했다······.
그리하여 19층까지 뚫게 된 공략대는 나름 여유를 되찾았다.
이현우가 말했다.
"우리 조직 에이스들 다들 엄청 세졌네요. 든든합니다, 든든해."
그 말대로였다. 몸 좀 튼튼한 게 전부이던 탱커 둘은 이젠 전차요, 찰과상을 회복시키고 적들 느리게 하는 게 전부이던 서포터 셋은 서포팅의 귀재이며 뛰어난 힐러가 되었다. 게다가 박수한은 2분마다 일대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대한민국에서 이제 그들을 위협할만한 조직이 없을 게 분명했다······.
"버스 기사님이 세신 덕분이죠, 나도 그 동안 포인트 엄청 뜯어먹었어요."
"던전 다 깨면 안혜지 씨는 뭐할겁니까?"
"글쎄요. 일본 아니면 중국 가려고 했는데······중국은 못 가는 상황이 됐네요."
"일본 살기 좋대요. 치안도 좋고."
"근데 사실 외국 나가본 적이 없어서 좀 쫄리네요."
그 말에 이현우가 웃으며 대답했다.
"적응 못하면 우리 쪽 와요. 정도 많이 쌓였는데 잘 챙겨줄게요."
"혹시 가면 나도 정장 입어야 돼요?"
"예, 기깔나게 맞춰드릴······."
안혜지는 낄낄거리면서도 나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친해지기도 했고 끈끈한 분위기가 썩 마음에 든 덕이었다. 이젠 저 헬멧 쓴 남자보다 이 사람들이 더 편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포인트를 대량으로 벌어들인 회사 놀이하는 생존자 조직은 곧 놀라운 속도로 몸집이 커질 것이다. 어쩌면 브라더후드가 엉망진창이 된 중국을 집어삼켰듯, 이 양복 입은 서울대 출신 남자가 대한민국을 삼켜버릴지도 몰랐다······.
그때 앞서 걷던 성연이 말했다.
"여기 층···조금 이상한데요."
"이상하다고요?"
안혜지가 물었다.
"예. 이상해요."
"괴수들 좆나 많아요? 아니면 문 앞에만 다섯 정도 몰려있나?"
"아뇨. 느껴지는 개체수는 평범합니다. 그런데 처음 보는 정보가 잡혀요."
"처음 보는 정보?"
"괴수들 특유의 파장이 아니라, 뭐라고 해야하나······사람 같습니다. 사람한테나 느껴지는 그런 파장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는 건 모두 알았다. 풀어져 있던 이들이 각자 무기를 쳐들고 경계했다. 난데없이 덮쳐오지도 않으며 침묵만 이어지는 상황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때였다.
"앞, 앞!"
무언가가 날아왔다. 다행스럽게도 정면을 경계하던 탱커들은 그 예고 없는 공격을 성공적으로 받아냈다. 방어한 뒤에야 공략대를 덮친 공격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창? 혹은 화살?
둘 다 아니었다. 공격을 막아낸 방패엔 아무것도 꽃히지 않았다. 튕겨나서 바닥에 떨구어진 물건도 없다. 다만 은색으로 점철되었던 방패에 새까만 그을음이 남았을 뿐이다.
헌터 출신, 안혜지가 가장 먼저 판단했다.
"마법! 씨발, 마법사 괴수 떴다!"
그 말에 공략대가 벙쪘다.
그럴 수가 있나? 저 무식한 괴수 놈들이 어떻게······.
그러나 안혜지는 이러한 경우에 관해 잘 알았다. 괴수가 놀라울 정도로 몸집이 커지기 전, 칠십 년간의 전쟁 중에 이런 놈들이 출현한 적이 있었다. 흔하진 않지만 가끔씩.
특수 능력을 가진 괴수는 적어도 하늘을 나는 유례 없는 놈보단 익숙한 것이었다······.
"원래도 가끔 출현하던 놈들이에요! 좆나 큰 새끼들 중에 나올줄은 몰랐는데!"
"어, 어떻게 상대합니까? 세요?"
"원숭이 마법사는 별로 안 셌어요. D급이나 C급 수준······근데 저 새끼들은 메가 진화한 놈들이잖아요. 분명 비교도 안 될만큼 좆나 셀······."
더 설명할 것도 없었다. 다음 순간 섬광이 번쩍였고 노이즈 소리가 울렸다. 방패를 들고 있던 탱커들이 일제히 그 방어구를 놓고 뒤로 주저앉으며 비명 질렀다. 뒤에 있던 인원들은 방금 날아온 공격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챘다.
"씨발, 전기 타입으로 진화한 새끼들도 있······."
온라인 게임의 장비로나 등장할 법한 외형을 가진 방패는 금속으로 만들어졌고 훌륭한 전도체였다. 뒤에 서 있던 세 명의 서포터들이 일제히 회복을 퍼부었으나 감전으로 인한 경직은 금세 나아지지 않았다. 성연은 생명 반응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밀어붙일까? 지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그러나 분명히 공략대 중 일부가 죽을 것이며, 인원 제한이 걸린 아래로 내려가지 못할 것이다.
판단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잠깐 후퇴하죠. 회복약을 들이붓든, 잠깐 정비를 하든 시간을 가집시다."
모두 동의했다. 괴수놈들의 기습이 성공했으며 탱커들이 무력화 된 가운데 벌이는 전투는 아주 불리할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던전의 최대 입장 인원은 50명입니다.】
【19층이 공략되기 전, 누구도 들어오거나 나갈 수 없습니다.】
【도전자의 숫자가 50명 미만으로 내려간다면 입구가 다시 개방됩니다···.】
1층에서 마주한 뒤 본 적 없던 알림창이다. 성연은 19층에 진입하기 전 보았던 뉴스를 불현듯 떠올렸다. 제멋대로 활동하기로 유명한 탓에 말을 들어 쳐먹지 않던 S급 헌터들 중 하나가 협회 공략대에 합류했다는 소식. 던전을 돌파하는 속도가 무척 빠르며 그 힘이 아주 영웅적이며 위대하다는 것.
순식간에 공략대를 도와줄 정도로 층을 내려왔으며 15층의 벽을 넘게 해주었고, 빠르게 던전을 돌파하고 있다던······.
"못 나가게 생겼는데?"
"누가 벌써 따라잡은거야? 오늘 아침만 해도 협회 17층에 있다고 그랬는데······."
"이렇게 된 거 도움 요청합시다! 협회라면 도와줄······!"
"안돼요!"
소리친 건 이현우였다. 그는 소리치기 전 곁눈질로 성연을 보았다.
정의의 집단은 브라더후드와는 달리 자기들을 앞지른 공략대를 죽이진 않을 것이다. 보상을 제시하며 끌어들이거나, 구조해주며 빚을 지워두려 할 것이다.
그래. 그러할 것이다.
협회가 공인한 최악의 범죄자들 중 하나가 이 자리에 있지만 않았더라면.
이현우는 이 사태가 벌어지기 전 협회가 유성연에 대한 어떤 평을 내렸는지 기억한다. 그와 관련된 모든 인물을 사형할 거라 말했으며, 대한민국 정부에 강력한 압박을 넣어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명명된 국가에게 사형을 집행케 할 것이라 발표했다.
만약 고질라들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 집행은 분명히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우리는 이 무시무시한 사형수와 관련없다고 소리쳐도 협회는 듣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그는 성연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낯선 정의의 집단보다, 친분이 꽤 쌓인 범죄자가 그에게 더 소중하며 중요했다.
"협회는 안됩니다······."
아이러니한 상황을 마주하며 성연은 입구에서 들어오는 총 마흔 명의 생명 반응을 느꼈다. 동시에 그 간략한 정보도 받아들였다. 과연 세계적으로 응원받는 공략대답게 전부 우월한 능력을 가진 자들이었다. 그러나 이기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서른 아홉 명까지는 그러했다.
'뭔······.'
마지막으로 들어온 한 명은 앞선 서른 아홉을 우습게 압살할 수 있는 수준의 파장을 뿜었다. 그 위압감은 괴수조차도 묻어버릴만큼 컸다. 이길 수 없다. 각종 수작을 부려서 알아채기도 전에 암살할 순 있겠지만, 사방으로 뻥 뚫렸으며 전투를 대비하고 있는 상태에서 승산이 없다. 성연은 살면서 이러한 기분을 딱 한 번 느껴본 적 있었다.
'김유현······.'
성연의 부모님이 죽는 원인이었으며, 대한민국 서울을 안전지대로 만든 인간병기, 동시에 그를 사형수로 만든 인물. 더없이 증오스러우나 그 힘의 위대함만큼은 인정한 바 있던 각성자.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여도 그와 비슷한 인물은 딱 네 명밖에 없을 것이다.
인류가 정한 초인의 기준 중 최고의 점수를 받은 초인이 협회의 공략대에 있다.
그러니까, S급 헌터가 있다.
정면에서는 성연이 무슨 수를 써도 이길 수 없는.
"······앞으로 뚫읍시다, 후퇴 말고."
< 소환사 김윤기 (3)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