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네크로맨서가 너무 강함-20화 (20/111)

< 랭커 유성연 (3) >

"요란하게도 등장하셨네요."

"아······바빠 보이길래."

한없이 초라한 외견과 달리 폐건물 안은 꽤 잘 꾸며져 있었다.

테이블에 마주앉자 곧 늙은 여인이 찻잔 두 개를 가져왔다. 잠깐 생각하던 성연은 추측을 입밖으로 뱉었다. 칠십은 가볍게 넘겼을 여자가 이현우의 애인일리는 없었다.

"저쪽은 할머님?"

"예. 회복약 드시고 지병까지 사라져서 전보다 건강해지셨죠."

내온 차를 마시며 둘은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었다. 과연 이현우는 남들과 이야기 하는 것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고, 다소 어색하던 분위기는 곧 풀어졌다.

"유성연 씨는 요즘도 던전 깨시겠네요?"

"이현우 씨는 던전에 미련 완전히 버렸습니까?"

"뭐, 그렇죠. 이백 포인트 벌 목적으로 발만 담갔다 빼는데도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요. 실제로 아래 사람들 몇 죽기도 했고······부럽네요. 거기 둘은 포인트 부자 됐을텐데."

"공략법만 알면 3층까진 여기 화력으로도 금세 뚫습니다. 한 번 도전······."

"됐어요. 책임질 사람들이 이젠 너무 많습니다. 저만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녜요······."

성연은 더 제안하지 못했다.

이현우와 성연의 처지는 분명히 달랐다, 그에겐 포인트 몇 푼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결국 이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다. 대화하면 할수록 성연은 이현우와 그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고 느껴졌다. 소원을 목표로 포인트를 벌고 강해지는 자신은 게임 캐릭터 같았고, 밤마다 보초를 서며 살아남은 것에 감사하는 이들이 진짜 현실을 살아가는 것 같았다······.

성연은 준비해 왔던 질문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런 것 따위를 묻는 게 멍청해보였다. 하루 겨우 벌어먹고 사는 친구에게 찾아가 게임 퀘스트 내용을 물어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 대화 주제를 꺼냈다. 안혜지에게 들었던 「브라더후드」에 관한 것이었다.

"그 덩치 큰 분이랑 강윤식 씨는 이후 어떻게 되셨는지 아십니까?"

차를 홀짝이던 이현우가 대답했다.

"중국 넘어가고 유명해졌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연락한 적은 없어요."

"이현우 씨면 중국 따라갔어도 이상하지 않았는데."

"저는 할머니 챙겨야죠······그리고 전 솔직히 거기 둘 껄끄러웠어요. 유성연 씨 땅 아래로 떨어지고 입 싹 닦는 모습이 수술비 갖고 튄 놈 생각나서, 상종도 하기 싫었거든요."

"······기대도 안 했습니다. 범죄자 새끼들이 그렇······."

"우리 둘이 할 말은 아니네요, 그거."

둘은 한참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문득 이현우가 말했다.

"잘 아는 건 아닌데···아마 그쪽에선 유성연 씨 돌아온 거 별로 반가워하지 않을 거에요."

"그래요? 입 싹 닦았다고 해도 불가피한 사고였고 교도소에선 강윤식 씨가 먼저 접근했어서, 제 정체 알려지면 같은 편 하자고 올 줄 알았는데······."

지하로 추락할 때 외면했다 한들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그건 어디까지나 사고였으니까. 이현우가 과대해석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얼핏 들은 건데, 중국 쪽에서 자리 잡으면서 뭔 사건이 있었다네요. 그 사건 해결하면서 제 2의 IS 소리 듣던 테러조직이 중국 집어삼키긴 했지만······이후로 네크로맨서라면 질색을 한대요. 특히나 성연 씨처럼 강한 네크로맨서라면 더욱 싫어할 거에요."

"···아니 그건 능력일 뿐이지, 사람이 다 같나······."

"아무튼 그쪽은 그렇다는 거에요. 그 아저씨 노땅이잖아요, 힘든 일 겪으면서 선입견이 생긴거지. 그래서 브라더후드는 유일하게 네크로맨서 없는 길드이기도 해요. 네크로맨서들은 맛이 간 새끼들이라며 언론 플레이도 엄청 하는데······."

"그 언론 플레이가 먹힙니까?"

"다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이죠. 근데 중국 안에서는 잘 먹혀요. 옛날 빨갱이니 뭐니 몰아가던 것처럼 기가 막히게 먹힌다고요······."

성연은 이해할 수 없었다. 괴수들이 등장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인터넷이 활발한 첨단 시대에 그딴 선동이 먹힌단 말인가.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현우를 제외한 감방 동기 둘은 자신을 반기지 않을 거라는 것······.

거기다 비교적 친근한 이 감방 동기마저도 적 수십을 순식간에 해치운 자신을 다소 불편하게 대하고 있다는 것. 성연은 교도소 시절과 지금이 많이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아까는 왜 그리 열심히 싸우고 있었어요? 딱 보니 구역다툼하는 양아치 새끼들 같던데······."

성연은 대화 화제를 다시 한 번 돌렸다.

그러나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성연 씨 아니었으면 많이 죽을 뻔했죠. 정말 많이······."

이현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리 말했다. 불가피한 희생이 있었을 전투였다. 그러나 감방동기 네크로맨서가 안부 인사 차 방문했고, 그 과정에서 바빠 보인다는 이유로 몇 초만에 조직을 위협하던 적들을 남김없이 죽였다.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었다. 성연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현우는 그 괴리감을 느꼈다.

힘 센 각성자에겐 이 종말이 쉬웠다. 게임처럼 지나치게 쉬웠다.

적어도 이 사형수에겐 현실에서 살아남는 것이 치열하지 않았다······.

"시간이 늦었네요.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둘 모두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그 원인 또한.

대화를 어색하게 끝마치고 성연은 폐건물 밖으로 나왔다. 준비했던 질문은 꺼내지도 못했다. 그러나 이곳의 풍경과 이현우와의 대화는 충분히 그 답변이 되어주었다.

아파트 단지에 세들어 살던 이들은 이제 허름한 천막에 살았고, 인스턴트나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던 이들은 밥 한 그릇 먹는 것도 고마워했다. 교통사고나 암세포를 두려워하는 게 아닌, 굶주린 괴수들의 습격과 총을 든 같은 인간을 두려워했다.

'엉망진창이군. 모든 게.'

성연은 정장 차림으로 모닥불에 모인 청년들을 바라보았다.

보초를 선 그 청년들에게 이현우의 할머니는 간식이나 따뜻한 차 따위를 가져다 주었다. 그들은 보스의 가족을 예의 바르게 대했다. 하지만 각성자가 아니며, 오래 걷는 것도 힘든  늙은 노인이 이현우의 할머니가 아니었다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인가?

통상의 생존자 캠프에서 비각성자와 여자, 노인과 아이들이 당하는 일들을 안혜지가 설명해 준 적 있었다. 지금은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처절하고도 치열한 장면을 끝으로 성연은 자리를 떠났다.

복잡하게 꼬여있던 머리속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더 고민할 생각은 없었다.

광화문 광장에 돌아왔을 때 안혜지는 그를 반겨주었다.

"뭐하고 왔어요? 애인이라도 만나고 왔나······."

"그냥, 둘러보다 왔습니다."

안혜지는 캐묻지 않았다.

그리하여 둘은 다시 던전 공략을 시작했다. 괴수들을 잡고 포인트를 벌며 강해지는, 게임으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이제 둘의 합은 놀랍도록 잘 맞는 수준이었고 공략 속도는 초반보다도 빨라졌다. 결국 그들은 공식적인 기록을 3층 넘어서 15층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때까지도 둘을 막아설 위험은 없었다.

그러나 15층에 진입한 순간, 처음으로 둘은 벽을 마주했다.

전례없이 강력한 괴수나 지독한 함정 따위가 등장한 게 아니었다. 15층으로 입장하겠냐는 문구 아래에 새로운 문장이 적혔다.

『최소 입장 인원 10명』

『한 번에 10명 이상만 입장 가능······.』

던전을 만들어 낸 이들은 소수 정예로 다툼 없이 독고다이로 우승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은 볼거리를 원했고 안혜지와 성연의 경우는 부합하지 않았다.

광화문 광장에 남은 각성자들은 3층에서 고전하거나, 이백 포인트만 챙긴 뒤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려는 자들뿐이었다.

"씨발, 운영 좆같이 하네······이 새끼들 줄빠따로 뒤지게 쳐맞아야 정신을······."

안혜지는 과격하게 화냈다. 성연은 여기 죽치고 앉아있는 건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즉시 행동에 들어갔다. 그 행동이란 단순했다.

협회나, 잘 나가는 길드 공략대에 지원했다. 길어봤자 이틀이나 하루 뒤 15층에 도달할 이들이었다. 대한민국 던전을 도는 병신 여덟 명을 모아서 15층까지 버스 태워 함께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었다.

***

공략대에 들어가는 건 쉽지 않았다.

각 국가의 수도에 던전이 발생한 지 시간이 꽤 지났으며 전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던전 공략이란 단순히 포인트 버는 이벤트가 아니게 되었다.

사소한 소식들을 뉴스에서 보도했고 자국민들은 제 나라의 공략대를 월드컵 나가는 국가 대표 선수처럼 취급했다. 그리하여 공략대는 짭짤한 포인트 벌이는 물론이고 애국이라는 명예까지 가져다 주는 자리가 되었다.

공략대의 멤버는 고정된 지 오래였으며, 신규 멤버를 모집하는 공략대의 대부분은 5층이나 6층에서 막힌 떨거지들뿐이었다.

"짜증나, 진짜 짜증나요."

안혜지는 한시도 쉬지 않고 투덜댔다. 그도 그럴것이 공략대에 소속되는 건 둘에게도 꺼려지는 일이었다. 소수 정예로 세계 기록을 세우고 있던 가운데 낯선 조직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은 반갑지 않았던 까닭이다. 합이 맞지 않을 것은 분명하며 텃세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안혜지는 헌터들 사이의 똥군기가 얼마나 심각한 지 아주 잘 알았다.

물론 방법은 없었다. 갑자기 각성자 일행 여덟 명을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으며, 그 여덟 명 모두 던전 10층 아래를 뚫었길 바랄 순 없었다.

"인맥 없고, 빽 없으니까 공략대 아무도 안 끼워주네요. 미치겠다. 나도 이런 건 재주 없는데······친했던 헌터들 다 뒈졌단 말이에요."

"다 탈락······하나는 붙을 줄 알았는데, 이럴줄은 몰랐네요."

길드와 협회 공략대에 넣은 지원서는 줄줄이 탈락했다.

안혜지는 요구하는 스펙을 충족하지 못했으며 성연은 각성 능력이 문제였다.

네크로맨서.

여전히 대접받는 각성자이며 지상전에서 최고의 인력이나, 던전에 한정하여 쓸모없는 짐짝이나 다름없는 인력이었다. 입구가 좁은 탓에 괴수 언데드를 기용하지 못하며 마법사들과 달리 스스로를 지킬 능력도 없는 까닭이다.

내부에 돌아다니는 괴수를 사냥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사체를 일으키면 한사람 몫은 하지만 던전 안에선 1인분하는 것으로 모자랐다. 다른 부류의 각성자들은 두 사람, 세 사람 몫도 거뜬히 해내는 탓이었다.

덕분에 네크로맨서는 전에 비하여 위상이 떨어지고 있었다. 던전을 공략하며 급격히 강해지는 각성자들에 비해 그들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소위 퇴물이 된 것이다.

그 때문에 몇몇 길드에선 그 부분을 물어오기도 했다. 얼마나 대단한 일행이 있었길래 네크로맨서가 던전 10층 넘게 공략했냐는 질문이었다.

그리하여 광화문 광장에서 겁 많은 각성자들이 줄을 서서 입구에 발만 담갔다 빼는 모습만 감상하던 가운데 안혜지가 말했다.

"그 아저씨한테 부탁 한 번 해보죠."

"아저씨? 아······그 김성철이란······."

"브라더후드 소속이잖아요. 거기 친목질 개쩌는 걸로 유명한데 중국 국가 대표 공략대를 그쪽에서 관리하거든요? 인맥 좀 있으니 운 좋으면 연결될지도 모르잖아요. 선발대니 뭐니 한 것도 어떻게 보면 공략대의 일부고······."

"음······."

안혜지의 의견은 타당했다. 다만 고려하지 않은 점이 있다면 이현우에게 듣기로 브라더후드는 네크로맨서를 배척하며, 그 조직의 2인자가 자신을 탐탁치 않게 생각할 거라는 점이었다. 물론 여전히 방법은 없었다. 성연은 그러라고 했다.

어차피 헬멧으로 얼굴을 가린 탓에 자신의 정체는 모를 것이다. 또한 알게 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네크로맨서에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건 강윤식에게 미움받을 만한 짓은 한 적 없다. 오히려 탈옥을 도왔으니 빚을 갚겠다며 도와줄지도 몰라······중국을 통째로 먹을 정도로 세력이 커졌는데 개인적인 감정보단 당연히 큰 그림을 보겠지······.'

물론 성연은 소문으로만 들었기에 브라더후드라는 조직이 얼마나 거대해졌는지 체감하지 못했다. 2인자 자리에 앉은 강윤식이 공략대 멤버 정하는 사소한 일 따위를 보고 받을리는 없으며, 그런 건 훨씬 아래 사람이 처리한다는 것도 몰랐다.

성연의 생각을 알 리 없는 안혜지는 김성철에게로 전화를 연결했다.

간단한 사정을 설명하자 대답이 돌아왔다.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지금 7층 돌고 있는 팀에 자리 비는데 다이렉트로 꽂아드릴 수 있어요. 물론 소정의 소개비는 받습니다······.」

원하던 답이 아니었다. 안혜지는 곧 요구사항을 수정했다.

"그···떨거지들 말고 있잖아요, 지금 신기록 세울지도 모른다는 공략대······."

그 말에 난처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형제 공략대 말씀하시는 거라면 좀 힘들 것 같은데요. 거긴 스펙만 있다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거든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안혜지가 눈살을 찌푸렸다.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중국에 대대로 내려오는 관습이 있다. 실력 있는 사람보다는 안면 있는 이들을 고용하는. 그 관습은 세상이 지랄맞게 변한 이후로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제가 힘쓰면 9층까진 넣어드릴 수 있습니다. 거기도 실력 괜찮거든요. 형제 공략대 가시면 오히려 눈치만 보이실 겁니다. 자존심 좆나 세고 텃세 장난 아닌 놈들만 모여서······.」

"아······."

「친목 좀 다지고 다시 괴수들 잡으면서 포인트 쌓고 천천히 가시는 것도 괜찮지 않습니까? 던전 괴수들 삼십 포인트라 같은 층 머물면서 파밍하는 애들도 꽤 많은데.」

그리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쉬지도 않고 뼈 빠지게 고생한 보람이 없단 말이다.

안혜지의 생각을 눈치챈건지 김성철이 뒤이어 말했다.

「파밍하면서 가요. 그게 둘에게도 훨씬 좋을거에요. 이참에 좀 즐기면서 가는 거 어떱니까? 중국 오시면 제가 아는 좋은 곳들 소개 해드릴테니, 한잔 하면서······.」

"그건 너무 느리잖아요. 금방 따라잡힐텐데······."

「신기록 세우셨으니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 스무 명씩 움직이는 애들 다 제끼면 기분 째지겠죠. 근데 우리에게도 둘에게도 그건 좋지 않아요. 언론 플레이 해놓고 스폰서 붙어서 꿀빠는 중인데 고작 두 명이 던전 무쌍 찍어서 클리어하면 국가대표랍시고 응원하던 국민들이나 스폰서나, 우리나 다 병신되는 꼴이잖아요. 그렇게 되면 두분도 무사하시기 힘들걸요. 여기서 힘쓰면 대한민국에 계셔도 금방 찾아내요······.」

"아이씨······."

「게다가 던전 끝자락까지 가도 완전 공략은 천천히 하기로 협의된 상황입니다. 고작 십 포인트 주고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고질라 새끼들에 비해, 던전은 공략법 알면 안전하게 파밍할 수 있어서 각성자들 수준이 꽤 올랐거든요. 이게 얽힌 곳이 많다보니······.」

정론이었다. 안혜지는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성연이 휴대폰을 대신 받아들어 말했다.

"그럼 우리가 형제 공략대 들어가서 성과 채우면 윈윈 아닙니까? 협회 공략대보다 빠른 기록 세워드리겠습니다. 중국에 이민한 한국인들 많다고 들었는데, 우리 팔아먹으면 인기도 더 많아질텐데."

「아······그쪽도 넣어달라는 말이었어요? 아쉽지만 브라더후드에선 네크로맨서 고용 안해요. 이건 저도 어떻게 할 수 없어요. 그 일 이후로 네크로맨서들은 중국 여행도 못 와요······.」

"외부엔 다르게 공개하면 되잖습니까. 그, 네크로맨서랑 비슷한 인형술사나 골렘 부리는 마법사 정도로······."

「아 씨, 좆나 까일텐데······거기 둘 스펙은 어느정도에요? 여기가 인맥빨도 있지만 그래도 기록 세우는 공략대라 파밍 공략대보다 훨씬 까다롭게 따지거든요.」

"우리 실력 알잖아요?"

「대단하죠. 근데 수치상으로 보고할 수 있는 스펙이 필요해서.」

스펙을 묻는 말에 안혜지가 끼어들었다.

"나 능력 강화 7단계, 탱커 테크 트리 죄다 2단계까지 탔어요."

「강화 7단계요? 이런 씹······7강 탱커면 완전 걸어다니는 전차······.」

"전차보다 더 셀 걸요? 4단계 강화 미니건에 갑옷, 방패 전부······."

「개쩌네요. 근데 스펙 시험에선 탈락했겠는데요. 좆되는 고기방패인데 괴수 대처 능력은 딸리겠네······.」

맞는 말이었다. 성연에게 최대한 맞춰 능력을 발전시킨 가운데 안혜지는 늘고 물어지며 버티는 것만 기가 막히게 잘하는 탱커가 되었다.

「그쪽은요? 네크로맨서라고 해도 스펙 쩔면 뽑아줄지도 모르니까······.」

이번엔 성연 차례였다. 15층까지 빠르게 돌파하기 위해 성연은 전보다 포인트를 과감하게 투자한 바 있었다. 그 기억을 더듬거리며 읊었다.

"강화 9단계요."

「······.」

대답은 한참 돌아오지 않았다.

능력 강화는 한 단계 나아갈 때마다 곱절로 늘어나는 가운데 9단계 강화를 위해선 순수하게 만 포인트를 넘게 투자해야만 했다. 안혜지는 괜히 자신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것도 아껴서 한 건데.'

소원을 위해 남겨두면서도 성연은 던전 공략 속도를 따라잡히지 않기 위해선 최소한의 포인트 투자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일주일 간 개인 능력 강화와 테크 트리까지 합쳐 총 투자 포인트는 이만 포인트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성연은 많은 포인트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었다. 괴수 사냥에 있어서 거의 솔로 플레이에 가깝게 학살했던 성연이 벌어들인 포인트는 아주 아주 많았다.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그 일단 형님, 아니 팀장님께 말씀은 드려보겠습니다. 너무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겁니다. 네크로맨서는 한 번도 고용한 적이 없으니······.」

"보고하면서 한 마디만 전해주시죠."

「어떤 말이요?」

성연은 불확실한 상황이 확실하게 변하길 원했다.

그래서 뭉뚱그려서 전했다.

"교도소 같이 탈옥했던 감방 동기 네크로맨서가 부탁하는 거라고."

여전히 브라더후드를 조금 더 커진 테러조직 정도로 체감하고 있는 성연은 안일하게도 그 말이 강윤식에게까지 전해질 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김성철은 갸웃하면서도 잠깐 기다려달라며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돌아왔다. 떨떠름한 목소리였다.

「브로커 보낼테니 일단 중국으로 넘어오시겠습니까? 얼굴이나 보자는데······.」

김성철은 그리 말한 뒤 덧붙여 말했다.

「근데 강태혁 형님 아십니까? 스펙 얘기 꺼내기도 전에 감방 동기란 말하자마자······.」

의도를 담아 전한 성연의 말은 당연히 거대 조직의 2인자에게 닿지 않았다.

그보다 더 아래에 있는, 강윤식이 아닌 다른 감방 동기에게 닿았다.

'강태혁? 그 헬창 폭력범······?'

***

「Info」

「유성연」

「9단계 능력 강화」

「소지품, 장비 변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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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세 능력 강화」

「네크로맨서-'재구성' 부문 5단계 강화」

「→ 놀라울 정도로 폭넓은 방식으로 사체를 재구성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네크로맨서-'세포 개조' 부문 4단계 강화」

「→ 되살리는 과정에서 아주 상세한 부분까지 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네크로맨서-'생명체 반응 감지 범위' 부문 5단계 강화」

「→ 아주 먼 곳에 있는 생명 반응까지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감지한 생명체의 대략적인 정보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 랭커 유성연 (3)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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