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랭커 유성연 (1) >
"인터넷이 왜 이리 느려······."
성연이 작게 투덜거렸다. 삼 분 정도를 기다린 결과 곧 접속했던 웹사이트의 화면이 나타났다.
인터넷 언론사였다. 메인 화면에서 유명 배우의 구설수나 정치계 가십거리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각성자들에 관한 뉴스로 가득 찼다. 그리고 요즘 들어, 세간의 관심은 던전에 집중되어 있었다. 초인들만 입장할 수 있으며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미궁.
「협회가 결성한 드림팀······던전 7층 돌파.」
「전문가들의 분석을 뒤엎고 놀라운 속도로 공략······.」
「유명 길드들의 공략대들 또한 뒤처지지 않고······.」
지난 일주일 간 다른 각성자들의 던전 공략은 꽤 순조롭게 나아갔다.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가운데 헌터들은 체계적으로 움직였고, 정보가 모이며 층을 돌파하는 속도에 불이 붙었다. 하루만에 층 두 개를 공략하기도 했다. 과연 엘리트들이 모인 집단의 힘은 놀라웠다.
그 영웅적인 행보에 세계는 열광했다.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를 응원하듯, 제 나라의 헌터들이 다른 나라보다 먼저 던전을 공략하길 원했던 것이다. 그 덕에 스무 명으로 선별된 던전 공략대는 국가대표 같은 취급을 받았다.
'이게 스포츠도 아니고······'
이제 중산층 정도의 사람들은 변한 괴수와 무작위로 발생하는 균열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어느 정도 안정된 세상에서 사람들은 다시금 여흥과 볼거리를 찾았다. 마치, 이 사태를 게임처럼 즐기기라도 하듯······.
그때 스마트폰 위로 투명한 창이 떠올랐다. 꽤 오랜만에 보는 것이었다.
『반갑습니다. 선택받은 각성자 여러분.』
『우리들은 이번 돌발 이벤트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척 재미있더군요! 하지만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에 따라, 우리들은 몇 가지 부분을 수정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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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국가에서 스무 명을 선별하여 끈끈하게 싸우는 건 금세 질리지 않습니까?』
『이제 덤벼드는 괴수들은 물론, 등을 맞댄 동료들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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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 입장할 수 있는 최대 인원수가 50명으로 확장됩니다.】
【각 국가의 던전이 통합됩니다!】
【미국에서 들어왔건, 중국에서 들어왔건 입장하면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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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안에서 글로벌한 친구들을 많이 만들어 보세요!』
『무척 친절하게도 던전 안에선 언어가 달라도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선택받은 각성자 분들을 응원합니다.』
참으로 파격적인 문장들이었다. 혼란을 야기할 것이 분명한 내용을 바라보고 있자, 누군가 천막 안으로 급히 들어왔다. 안혜지다.
"봤어요? 이 새끼들 진짜 미쳤네······우리 견제하는 거 아니에요?"
격양된 어조다. 그럴만했다. 던전이 이런 식으로 바뀐다면 소수 정예로 움직이는 성연과 안혜지는 불리하다. 혹여나 던전 내부에서 48명의 각성자와 마주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몰랐다. 아마, 좋은 일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원래 다수 집단으로 움직이는 이들은 소수 정예를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이니······.
"어쩌면 그럴지도요. 여럿이서 깨라고 만든 걸 둘이서 깨고 있으니."
"씹······어떡하죠? 일행을 더 구해야 하나? 그건 싫은데, 대한민국 던전 들어가려는 새끼들은 거의 다 떨거지들밖에······."
"일행을 왜 구합니까?"
성연이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이 따라잡기 전에 죄다 공략해 버리면 되는 거 아닙니까? 우리랑 같은 층 되는 거 아니면 마주칠 일 없는데······."
정론이었다. 협회의 공략대가 8층에 진입한 게 대단한 일이라고 언론에서 난리치는 가운데 성연의 일행이 머물고 있는 층은 그들보다 아래였다. 성연은 미래를 고민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앞서가길 원했다.
둘은 던전 입구로 발을 들였다.
그리고 입장했다.
『대한민국 던전』
『10층』
***
안혜지는 더 이상 던전에서 긴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워했다. 고작 일주일 간 그녀가 벌어들인 포인트 총합은 일만에 육박했다.
"와, 던전 다 깨면 나 진짜 귀족 되겠는데요. 이제 한국 뜨면 어디로 갈 지 고민만 하면 되겠네······."
"한국 뜬다고요?"
"다 망한 나라에서 뭘해요? 중국쪽이나 일본 넘어가면 갑질 좆나 하면서 살 수 있는데······."
맞다.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로 멸망한 나라였다.
지하에서 탈출한 지 꽤 지났음에도 여전히 성연에겐 그 사실이 와닿지 않았다.
"그쪽도 같이 가요."
"됐습니다."
"왜요? 여기서 혼자 뺑이치는 것도 한계 있을텐데······."
"···저는 그쪽 못 넘어갑니다."
자세한 사정은 설명할 수 없었다.
세계헌터협회의 적이며, 사형 선고를 받은 흉악 범죄자이기에 치안 좋은 나라로 넘어가는 것 따위는 불가능하다는 말을 어찌 꺼내겠는가?
"뭐, 그래요."
안혜지는 더 캐묻지 않았다. 10층까지 던전을 공략하며 자신의 이름과 나이, 심지어 얼굴까지 밝히지 않은 남자였다. 뭔가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알아서 좋을 것 없는 개인적인 사정.
"근데 주변 괴수 새끼들 반응 없어요? 이상하게 조용하네."
"아직 하나도 안 잡혔습니다."
괜히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그대로 둘은 한참을 걸었다. 원래라면 괴수 스무 마리는 마주쳤어야 할만큼 깊게 들어왔다. 그러나 괴수는 모습을 드러내긴 커녕, 작은 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성연은 제 능력을 최대한 넓게 퍼뜨리고 있었으나 개미 새끼 한 마리 없었다.
안혜지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 중얼거렸다.
"쉬어가는 층 같은 거 아녜요? 게임 보면 그런 거 있잖아요. 10층마다 휴식하게 해주는 거."
그럴듯한 추측이었다. 성연도 신빙성 있다고 생각했다.
이 던전을 만든 놈들은 세상을 게임처럼 아는 새끼들이었다. 게임 요소 같은 부분들이 첨가되어 있어도 이상할 것이 조금도 없었다.
둘은 경계심을 조금 가라앉혔다. 적이 없다면 힘을 잔뜩 주고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곧 안혜지의 추측이 틀렸음이 증명되었다.
성연의 능력 범위 안으로 생명 반응 하나가 잡혔다. 꽤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옵니다···근데 좀 이상한데요."
"이상하다고요?"
"괴수가 아닙니다."
포인트를 대량으로 벌며 성연은 테크 트리에 포인트를 투자했다. 그리하여 생명 반응을 느끼는 것 말고도 능력 범위에 걸린 대상의 대략적인 정보도 알아챌 수 있게 되었다. 그 능력이 전해온 정보에 따르면 다가오는 생명체의 몸길이는 2m를 넘지 않았다. 더욱이 지나치게 약했다. 둘에겐 위협이 되지 않을 수준이다.
성연이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안혜지의 시야에도 암흑 속에서 다가오는 존재의 모습이 보였다. 꼴사납게 뛰어오는 30대 남성.
"거, 거기 사람이에요? 맙소사. 사람이다!"
요란한 외침이 들렸다. 살았다는 듯 기쁘게 웃으며 남성이 달려왔다. 안혜지는 그를 유심히 바라보다, 방패 위에 걸쳐놓은 총기의 방아쇠를 당겼다. 깔끔하게 쏘아진 두 발의 총알이 남성의 무릎을 박살냈다. 뛰어오던 남자가 비명을 내지르며 넘어졌다.
성연이 말했다.
"뭐야, 쏜 거에요? 왜?"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요. 능력도 모르는데 거리 줬다가 습격 당할지도 모르고······좆나 센 괴수 달고 도망치는 걸 수도 있잖아요. 그럼 저 새끼 미끼로 쓰고 전투 준비해야지. 괜히 짐 떠맡을 이유 없는데."
헌터 출신다운 발상이다. 안혜지는 제 다리를 잡고 끙끙대는 남자쪽으로 걸어갔다. 그 와중에도 총구는 그의 머리를 향했다. 섣부른 짓하면 즉시 쏴 죽일 수 있도록.
"아저씨, 뭐에요? 뭔데 씨발 던전에서 소리 좆나 지르면서 와."
"흐···흐윽, 죄송······죄송합니다. 너무 반가워서······."
"괴수 달고 온 거 아니죠? 내가 모자란 새끼는 참는데, 트롤짓 하는 새끼는 절대 못 참아서······."
"아···니에요, 절대 아닙니다."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 괴수들 사람이라면 1km밖에서도 찾아내는 거 상식인데."
고통에 신음하며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 괴수는 안 그래요······딱 다섯 마리 있는데, 걔네 문 앞에서 못 움직여요······."
"다섯 마리? 어디서 거짓말을······."
"지, 진짜에요!"
믿기 힘든 말이었다.
"회, 회복약 하나만 주세요···아는 거 다 털어놓을게요. 제발 목숨만······."
이제 30대 남성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흐느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안혜지는 더 묻는 대신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성연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다. 성연은 가볍게 한 번 손짓했다. 회복약을 주라는 뜻이었다.
"허튼 짓 하지마요. 엎드리고 두 손 깍지껴서 뒤로. 회복약은 입에 흘려줄 테니까."
꼴사납게 움직이는 남성을 보며 성연은 생각했다.
'공식적인 최고 기록이 8층인데 일행도 없이 10층에 머무르고 있다······우리보다 센 각성자인가? 그렇다기엔 느껴지는 힘이 지나치게 약한데. 온통 이상한 것들 투성이······.'
***
남자는 무척 고분고분했다.
회복약은 금세 효능을 발휘했고 부상이 치유된 그는 곧 자기가 아는 걸 털어놓았다.
가장 먼저 설명한 건 자신이 31세이며 이름이 김성철이라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혼자 어떻게 왔어요, 아저씨? 10층 뚫었으니 좆나 센 건 분명한데 아까부터 비굴해······그건가? 힘숨찐?"
"아, 아니에요. 나 선발대에요. 수상한 사람 아니라······."
"선발대? 그게 뭔데요."
"선발대 몰라요? 둘이서 여기까지 왔으면 분명 협회나 길드 소속일텐데 왜 모르지······."
"그건 알 필요 없고, 묻는 거에나 대답해요."
목을 지긋이 누르는 안혜지의 위협은 총구를 겨누는 것만큼 위협적이었다. 소원 따위는 안중에 없이 일만 포인트를 모조리 스펙업에 투자한 가운데 안혜지는 각성자들 중에서도 분명한 강자에 속해있었다. 단순한 손아귀 힘만으로 성인 남성 목 정도는 음료수 뚜껑 따듯 분리할 수 있다.
"공략대보다 먼저 들어가서 정보 수집하는 팀요. 어떤 괴수 있는지, 내부 구조 지도 만드는 일하는······."
"그게 뭔소리에요? 먼저 들어갈 수 있으면 걔네를 공략대로 써먹지, 선발대니 뭐니 하는 팀을 굳이 짜서······."
"진짜 몰라서 그래요? 어디부터 설명해야 믿지···."
남자, 김성철이 다소 답답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던전 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죠?"
"괴수 다 잡고 마지막 문 열면 되죠."
"절반만 맞아요. 괴수는 잡을 필요 없이 문만 열면 돼요. 그럼 공략 포인트는 안 주지만 다음층 갈 수 있어요······."
"이건 처음 듣는 소린데."
문만 열면 공략. 얼핏 들으면 맞는 소리였다.
그런데 그게 가능한가? 던전 내부엔 괴수들이 득실거리며, 각층마다 문 앞엔 더럽게 센 놈들이 하나씩 있다.
김성철은 그 의문에도 답했다.
"아무나 못하죠. 그래서 협회나 길드에서 각성자들 뽑았어요. 괴수들한테 안 들키고, 은밀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 소수 정예로······."
능력을 추려내어 문만 여는 목적으로 각성자들을 투입했다. 많은 각성자가 죽었으나, 성공한 사례는 분명 등장했다. 그 덕에 협회는 던전을 수월하게 돌파했다. 몰래 숨어서 정보만을 캐낸 뒤 돌아오는 선발대들은 과연 쓸모가 많았다.
'걔네는 보유한 각성자가 많으니 그럴 수 있겠군. 확실히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다면 훨씬 안전하고 수월하게 던전 돌파가 가능하겠어.'
성연은 납득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담아두었던 질문을 던졌다.
"그럼 왜 10층에 계속 머무르고 있었습니까?"
"여기 다섯 마리 있는 괴수가 좆나 세요. 그리고 탐지 능력 달려있어서 범위 안으로 들어가면 머리통 바로 터져요. 원래 나 말고 넷 더 있었는데 다 죽었어요."
"걸어서 입구로 돌아가면 되는 거 아닙니까?"
"각성 능력 다 써서 안 돼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뒤이어 김성철이 설명했다.
"내 능력이 좀 특이해서 한 번 다 쓰면 충전해줘야 하거든요? 그러려면 밖에 나가야 하는데, 알다시피 문 열어서 다이렉트로 입구 귀환하는 거 아니면 일층까지 걸어서 나가야 되잖아요······."
"능력 개 좆같네."
"······."
안혜지가 던진 말에 김성철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흔한 케이스였다. 상위 각성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각성 능력엔 결함이 존재한다.
안혜지가 물었다.
"어떡할까요? 이 아저씨 죽이고 깔끔하게 문지기 새끼들 잡으러 갈래요?"
"사, 살려주세요! 사례할게요. 거기다 둘이서는 절대 여기 괴수들 못 잡아요······."
"사례? 뭘로? 솔직히 아저씨 포인트 꽤 있을텐데, 죽이고 포인트 먹는 게 더 보상이 될 것 같은······."
타당한 의견이었다.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자 김성철이 진땀을 흘리며 소리쳤다.
"나, 나 포인트 얼마 없어요. 문만 열면 공략 포인트 못 받는다니까요. 저 인맥 꽤 많거든요? 원하는 거 뭐든 해드릴게······."
"음···김성철 씨? 지금 어디 나라에 있어요? 한국 사람인 거 보니까 일본 아니면 중국인데······던전 통합되자마자 이런 일 생길줄은 몰랐네."
"중국이요. 둘은 어디···?"
"우리 대한민국 던전 돌아요."
"뭔······."
김성철은 잠깐 할 말을 잃었다. 대한민국? 망한 지 한 달이 넘은 나라에서 던전을 돌고 있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 그것도 고작 둘이서 10층까지 뚫을 정도로 능력 있는······.
"나가는 거 도와주면 나 중국 갈 수 있게 소개해줘요. 던전 다 깨면 갈거에요."
"그, 그 정도는 쉽죠."
"저기요, 그쪽은 원하는 거 없어요?"
안혜지가 성연 쪽을 보며 말했다.
"당장은 없습니다. 연락처 주면 필요한 거 있을 때 연락드리죠."
"아···예."
중국 올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보다 훨씬 까다로운 말이었다.
무얼 원하게 될 지 모를뿐더러, 고작 둘이서 세계 기록을 세우고 있는 각성자들을 나가자마자 쌩깔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저 일층 입구까지 돌아갈 수 있게 호위만 해주시면······."
"호위? 우리보고 몇 시간을 버리라고요? 걷는 거 좆나 싫어하는데."
"아, 아니 둘이서는 여기 괴수 절대 못 잡는다니까······."
"셋이잖아요?"
아무도 김성철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결국 그는 뒤따를 수 밖에 없었다.
'더 오래 버틸 자신 없는데···여기서 이 사람들까지 다 죽으면 진짜 끝인데······.'
김성철은 고민했다. 고작 둘이서 이 층의 문지기 다섯을 사냥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론 이들의 고집을 꺾을 방법도 없었다. 결국 꽤 오래 걸어간 가운데 10층의 끝을 알리는 문이 나타났다. 과연 김성철이 설명했던 대로 괴수 다섯이 있었다. 꽤 특이한 생김새의 놈들이었다.
9층까지 동물이나 벌레에 가까운 생김새였던 놈들은 이번엔 식물에 가깝게 진화했다. 하반신을 모조리 땅에 틀어박고, 고정된 상태로 기다란 여덟 개의 촉수를 흐느적거렸다. 아마 저 범위 안에 들어가면 촉수가 날아와 곧바로 머리통을 터뜨린다는 것이리라.
낯선 괴수의 모습을 보고도 안혜지는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다.
"오, 이거 완전 식물 대 좀비 실사판······."
김성철은 그 여유로운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십 분 후, 끔찍하게 꿈틀대던 괴수 다섯이 남김없이 곤죽이 되어 죽은 모습을 보곤 입을 다물었다. 고작 둘에 불과한 일행은 협회의 공략대만큼이나 강했다. 아니, 어쩌면 그 스무 명의 무리보다도 더······.
"아저씨."
"아! 예! 이 은혜는 절대······."
"은혜고 뭐고 연락처 달라고요. 문 열기 전에 받아놔야 할 거 아냐? 안전해지니까 갑자기 쌩까려들어······."
떵떵거리고 갑질하는 것이 목표라 했던 안혜지는 과연 갑의 위치를 놀랍게도 잘 수행했다. 김성철은 제 연락처는 물론, 상세한 주소까지 알려주었다. 그는 이제 거의 울먹이며 입구로 돌아가는 빛을 받아들였다.
"연락해요, 아저씨?"
그리하여 10층을 공략한 둘이 눈을 떴을 땐 광화문 광장이었으며, 김성철은 없었다. 안혜지는 받은 연락처를 곧장 등록했다. 연락처를 등록하자 직후 신규 프로필이 떠올랐다.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이름은 물론이고 소개까지도 중국어로 적혀있었다. 머리를 긁적이던 안혜지는 곧 김성철이 알려준 연락처로 문자를 보냈다. 아까 던전에서 번호 교환한 그 사람 맞느냐는 내용이었다.
「맞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답장은 오래 걸리지 않아 돌아왔다. 안혜지는 잠깐 동안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었고, 돌아온 답장의 내용을 확인한 뒤 눈을 크게 떴다.
그 모습을 보다 궁금해진 성연이 스마트폰 화면을 흘끔 훔쳐보았다.
「중국으로 넘어오시기 전 연락주시면 브로커 보내겠습니다.」
「거기서 브라더후드 쪽 이름 대시면······.」
브라더후드.
성연도 아는 이름이었다.
"아, 씨······나 갑질 존나 했는데······."
세상이 변하기 전에도 꽤 거물 취급 받던, 각성자로 이루어진 거대 범죄 집단.
***
『이름: 김성철』
『판정 등급: B』
『2단계 능력 강화』
『각성 능력: 은밀』
『오감으로 알아챌 수 있는 모든 기척을 지운다.』
『카페인을 충분히 섭취한 상태에서만 발동할 수 있다.』
『특이 사항』
『전과 4범』
『특수 강간,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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