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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가 너무 강함-17화 (17/111)

< 프리랜서 헌터 안혜지 (4) >

"에반데, 저건 진짜 아닌데."

안혜지가 중얼거렸다. 성연도 그 말에 동의했다. 무식하게 주먹으로 싸우던 괴수들이 드디어 철기 시대에 돌입했다. 인류에 비하면 한참 뒤떨어진 발전이었으나, 그 손에 쥐여진 무기의 위력은 최첨단 열병기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애초에 주먹질로 폭격과 맞먹는 충격량을 내는 놈들이다······.

"어떡할까요? 뭔가 계획 같은 거······."

불안에 잠긴 안혜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은 한 마리 괴수 언데드가 뒤로 쓰러졌다. 도끼가 머리를 반으로 쪼개놓은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확인한 뒤에야 파공성이 터졌다. 벼락 뒤에 오는 천둥처럼 공격 이후에 소리가 뒤따랐다.

2층 보스 던전 괴수는 두 언데드를 모조리 죽이고도 만족하지 못했는지, 발 아래에서 또 새로운 도끼를 집어들었다. 그 모습에 안혜지가 악에 받힌 목소리로 말했다.

"씹새가 두 개만 쓰지······괴수 새끼까지 금수저야······."

성연의 머리가 세차게 돌았다. 손톱을 길게 뻗는 것이 전부이던 1층 문지기에 비해 지나치게 까다롭고 강력한 놈이었다. 다행히 전투를 거듭하며 여기까지 도달한 가운데 일으킬 사체들은 넘쳤다. 다만 괴수 언데드는 각성 능력 총량을 아주 많이 잡아먹는다. 한 마리가 곤충 언데드 백 마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그리하여 지금 성연은 딱 괴수 언데드 두 마리를 일으키면 삼십 분간은 언데드를 일으킬 수 없었다.

'고기방패로 두 마리를 쓰면 당장은 버틸 수 있다······하지만 다음은? 고기방패는 절대 삼십 분 이상 못 버티고, 그럼 그대로 전멸······.'

당장 포인트를 투자하여 일으킬 수 있는 언데드의 총량을 늘리는 것 또한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발밑의 도끼가 몇 개일지 모르는 상황이다. 최선의 선택지는 결국 일으킬 수 있는 언데드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놈을 쓰러뜨리는 것이다.

"또 날아와요!"

이번엔 괴수가 아니라 안혜지가 달려들어 그 빛살을 가로막았다. 큼지막한 방패에서 쩌렁쩌렁한 폭음이 울렸다. 첫 공격에 한정하여 무적에 가깝게 방어하는 능력은 이번에도 온전히 발동되었다. 그러나 완전 방어가 아닌만큼 피해가 전무할 순 없었다. 안혜지의 몸이 휘청거렸다.

"미친······."

두 번째 공격은 절대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성연은 지퍼백에 담아왔던 날벌레 언데드를 모조리 일으켰다. 헬기가 이륙하는 듯한 소리가 터졌다. 그와 함께 머리를 잃고 죽었던 던전 괴수 하나를 일으켰다. 두 마리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한 마리와 십수 마리 벌레 언데드로 상대할 생각이었다. 성연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렀다. 능력을 있는대로 끌어모았다. 그에 이어서 무수한 언데드들과 감각을 모조리 공유했다.

정신적으로 엄청난 데미지를 감수해야만 하는 기술이다. 성연은 뇌가 타오르고, 머릿속이 끓어오르는 듯한 통증을 참아냈다. 눈의 실핏줄이 터졌다. 귓구멍에선 아까부터 삐-하는 이명이 끊임없이 울려왔다. 그럼에도, 버텨냈다.

"워······어······."

그리하여 성연이 얻어낸 것은 아주, 아주 높은 차원의 인지 능력이었다. 전투를 위해 세포가 재구성되며 설계된 병기들의 감각이 한곳에 모였다. 시간이 느려진 것을 넘어 멈추었다. 몸뚱이 자체는 일반인에 불과한 성연은 이 순간, 내로라하는 영웅들을 아득히 뛰어넘는 초인의 영역에 발을 들였다.

'남은 도끼 열 일곱 개······.'

지금까지 세 개의 도끼를 던졌다. 원래 스무 개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던전에 진입할 수 있는 최대 인원 수와 동일한 수였다. 고작 두 명이서 이 지하 미궁을 공략할 생각 따위는 접어두라는 의미일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발밑의 새로운 도끼를 집어드는 2층 보스 괴수의 동작이 보였다. 온전히 감각을 공유하고 있는 날벌레 세 마리가 일제히 날았다. 정지된 세상에서 움직이는 것은 그들뿐이었다.

벌레의 눈으로 가까이서 놈을 살폈다. 다른 놈들에 비하여 유달리 큰 몸집, 그리고 기형적으로 발달한 팔 근육. 근접 전투보단 무언가를 투척하기에 최적화 된 근육이다······.

'조금만, 조금만 더······.'

뇌가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그러나 조금 더 버텨야 한다. 약간의 시간만 더 주어진다면, 분명 죽일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성연은 나머지 날벌레들을 모조리 날렸다. 그때, 정지되어 있던 세상이 느리게 움직였다. 향상된 인지 능력이 점점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흩어지는 집중력 속에서 이 근육 덩어리 괴수들의 습성을 떠올렸다.

껍질이 방어구처럼 머리와 가슴께만을 가렸고, 근육을 훤히 드러냈으며······자연회복력이 놀랍도록 뛰어나다······.

'회복력···.'

가장 특이한 점은 그것이었다. 2층 괴수의 심장은 특수한 혈액을 만들고, 그 혈액은 부상을 순식간에 회복하게 만드는 기능은 물론 외부 영양분을 무척 잘 받아들였다···.

그런 발상 속에서 무언가 번뜩였다.

그때, 인지 능력이 완전히 돌아왔다.

다리에 힘이 풀린 성연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왜 그래요? 도, 도끼 날아온 거에 스쳤어요? 갑자기 왜······."

안혜지가 더듬거리며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 그럴 여유는 없었다. 네크로맨서는 걸을 수 없게 되어도 충분히 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족속이다.

성연은 즉시 곤충 언데드 두 개체에게 비행을 명령했다. 평범한 날파리가 아니다. 날파리 따위보다 훨씬 빠르게 비행할 수 있는 개체. 장수말벌 개체로 만든 언데드가 직선을 그리며 날았다.

"워어어어어어!"

도끼를 치켜들고 있는 괴수는 한낱 잔챙이 벌레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에게 피해를 줄 수 없을 뿐더러, 괴수들은 애초부터 인간 외에 무엇도 먹잇감으로 삼지 않는다. 그리하여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비행하는 장수말벌 언데드 둘은 어렵지 않게 놈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 비행과정에서 성연은 제 각성 능력을 모조리 쏟아부었다. 날갯짓 한 번을 할 때마다 연이어 세포의 변이를 일으켰다.

"저기요! 괜찮은 거 맞아요? 일어나요, 앉아있다간 도끼에······."

성연은 그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고민했다. 장수말벌의 독침에 「마운틴」의 껍질을 덧씌워 급소를 찌른다? 좋은 판단이 아니다. 급소를 찌른 후 내부 장기를 헤집는 과정에 도끼가 날아올 것이다. 안혜지와 성연 둘 중 하나는 분명 죽는다. 다른 선택지가 필요하다.

그런 발상 끝에 성연이 떠올린 것은 이러했다. 가장 큰 무기를 빼앗는 것. 무척 먼 거리에서 목숨을 위협하는 이 행위 자체를 막는 것.

날아든 장수말벌의 침이 도끼를 들어올리는 괴수의 몸에 꽂혔다. 두 놈이 각각 왼팔과 오른팔의 근육에 침을 꽃아넣었다. 다른 괴수들에 비하여 기형적으로 부풀어오른, 무언가를 투척하기 위하여 발달된 근육에.

"으···으워어어어어!"

무언가 근육을 파고드는 감각을 느낀 것인지, 놈은 도끼를 들어올리다 말고 양팔을 세차게 휘둘렀다. 그 풍압만으로 장수말벌 언데드 둘은 내팽겨쳐 몸이 터져 흙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내려졌던 명령만은 충실히 수행한 상태였다.

"워어어어어어!"

"일어나라고요······야, 일어나라고!"

잔뜩 열이 오른 녀석이 발 밑의 도끼를 냅다 집어들곤 이쪽을 향해 던졌다. 안절부절 못하던 안혜지가 눈을 질끈 감곤 방패를 쳐들었다. 죽음을 각오한 행동이다. 그러나 몇 초가 지나도록 방패는 무엇과도 충돌하지 않았다.

"어······?"

안혜지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녀석이 재차 도끼를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손끝에서 이어진 빛살은 기괴하게 비틀어지며 땅에 쳐박히거나, 한없이 위로 솟구쳤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녀석의 달라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 그래도 커다랬던 팔이 이젠 정말 터질 것처럼 부풀었다. 튀어나온 핏줄이 과할 정도로 굵고 선명했다. 저게 대체 뭔가······.

"쏴요."

"예?"

"팔 장애인 됐을 때 미니건 갈기라고요······."

안혜지는 구태여 뭔가 더 묻지 않고 그 말에 따랐다. 두 가지 옵션이 추가된 7.62mm 탄환이 허공을 가르며 힘차게 날았다. 도끼 궤적이 엉망진창이 된 가운데 보스 던전 괴수는 온몸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안혜지는 미니건을 쏴 갈기면서도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야···어떻게 했어요?"

장수말벌 언데드가 독침을 통해 흘려넣은 건 수 차례 변이된 성분의 독이었다. 놀라운 회복력을 자랑하는 2층 던전 괴수들에겐 독이 통하지 않았다. 사체를 연구한 바 있기에, 몸상태를 원래대로 회복하려는 성분은 독마저 순식간에 해독할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성연은 꼼수를 부렸다. 신체를 파괴하는 독이 아니라, 더욱 발달시켜주는 효과를 가진 성분으로 변이시켜 주입했다.

무언가를 투척하는 데에 무척 발달된 근육을 수 배 더 키워주어서 힘조절 따위는 할 수 없도록······.

그 효과는 놀랍게도 잘 들어맞았다. 태어난 이래 힘을 적당하게 조절한다는 발상을 떠올려 본 바 없는 괴수는 목표물을 맞추지 못했다. 회복력 뛰어나며 우월한 신체는 근력의 향상을 영양분으로 받아들였으나, 실상 독이나 다름없었다.

'힘 세고 튼튼한 것에 비해 지능은 짐승과 같지. 상황을 이해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사고 자체가 불가능한 짐승······.'

성연의 생각은 정답이었다. 무식한 보스 던전 괴수는 자신의 가장 뛰어난 특기인 도끼 투척이 애새끼 던지기 놀이만도 못하게 되자 격렬하게 분노했다. 바닥을 통해 쿵쿵거리는 진동이 들렸다. 잔뜩 열이 오른 놈이 도끼를 던지는 대신, 냅다 돌격하길 선택했다.

"워어어어어어!"

안혜지가 미니건을 갈기건 말건 놈은 신경쓰지 않았다. 저 건방진 먹잇감들을 짓이기고 씹어 삼키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성연이 원하던 흐름이었다. 도끼 투척을 막기 위해 날벌레들을 먼저 출격시킨 가운데 부릴 수 있는 괴수 언데드 하나가 멀쩡히 살아있었다. 촘촘한 탄환이 만들어낸 화망을 뚫고 놈이 접근했고, 성연이 아껴두었던 괴수 언데드가 그에 맞서 달려나갔다.

수 미터에 달하는 거인들이 부딪혔다.

성연은 마지막으로 남은 정신력을 쥐어짜 괴수 언데드와 감각을 공유했다. 놈이 도끼를 던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근력을 대폭 향상시켜준 결과 맨몸 전투 능력은 어마어마하게 상승했을 것이다. 그러나 근접하여 벌어지는 격투에 있어서 근력은 전부가 아니다. 2층 던전 괴수의 습성과 약점을 대략 파악한 가운데, 성연에겐 틈 하나면 충분했다. 그리고 이 괴수 언데드를 일으키며 재구성할 때 성연은 변수를 창출할 능력을 만들어두었다.

두두두거리는 총성을 배경음으로 하여 두 거대 괴수가 뒤엉켜 싸웠다. 방어에 치중하지 않고 난투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마어마한 회복력을 자랑하는 둘의 전투는 치열해 보였다.

"워어어-어···엌."

물론 끝은 허무했다. 치고 받고를 반복하던 때, 성연이 괴수 언데드에게 변이를 일으켰다. 곧 커다란 입이 쩍 열리더니 길쭉한 혀가 뻗어져 껍질이 보호하지 못하는 목 부분을 꿰뚫었다. 놈이 켁켁거리며 제 목을 부여잡았다. 그때 언데드는 온 힘을 다해 턱을 겨누어 아래에서 위로 주먹을 올려쳤다. 그게 끝이었다. 상처가 크게 벌어지며 살점이 쭉 늘어났다가 마침내 끊어졌다. 큼지막한 머리가 위로 솟구쳤다가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머리와 몸이 분리되며, 살벌하기 그지 없던 놈의 숨통이 끊어졌다.

"와, 씨······가슴이 웅장해진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안혜지가 감탄사를 흘렸다. 맞장구를 쳐줄 여유도 없이 성연은 문을 열고 2층 공략을 완료하라 재촉했다. 정신적 피로가 심했다.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멋쩍게 웃은 안혜지가 문을 밀어 열었다. 이번에도 천 포인트가 주어졌다. 둘 다 지친 상황에서 곧장 삼 층을 공략하러 갈 생각은 없었다. 입구로 돌아간다고 나지막이 읊조렸다. 정신을 차렸을 땐 광화문 광장이었다. 안혜지가 피곤에 절은 성연을 바라보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죽겠다, 진짜."

"예?"

"포인트 존나 많아서 좋아 죽겠다고요······."

"······."

성연이 질린 얼굴로 헛웃음을 터뜨렸다.

***

"무기 쓰는 괴수, 들어본 적 있어요?"

성연의 물음에 안혜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가요. 괴수가 뭔 무기를 써요. 걔네가 무기 쓸 줄 알았으면 칠십 년 동안 존나 싸우면서 일단 우리 총기부터 수입했겠지."

"그런 괴수가 출현했던 전례는 전혀 없어요? 있을 법도 한데."

"나 이론 만점 받아서 헌터 된 사람이에요. 가끔 돌연변이처럼 특수 능력 가진 괴수는 있었어도, 도구 사용하는 괴수는 한 마리도 없었다고요."

"······그럼 아무도 예상 못하겠네요?"

"예?"

안혜지의 되물음에 성연이 말했다.

"저명한 교수든 평생 괴수학만 판 전문가든, 던전에서 뜬금없이 도끼 던지는 괴수 나올 거라는 생각은 절대 예상 못 할 거라고요. 그 도끼 투척이 저격소총보다 정교하고 레이저랑 맞먹는 속도로 날아올 거라는 것도."

"그렇겠죠. 누가 알겠어요?"

"엄청 많이 죽겠는데."

"······뭐, 그것도 그렇겠죠."

안혜지가 뭐 그런 소릴 하냐는 눈으로 보았다.

그러다 문득 뭔가 알아챈 것처럼 다시 말했다.

"그쪽 설마 다른 헌터들 걱정이라도 해요? 내가 이런 거 미리 알았는데 공개 안 하면 나 때문에 죽는 거 아닌가. 무고한 사람들 희생 줄이려면 정보 흘려야 하나······그딴거?"

"설마요."

성연이 쓰게 웃었다. 그런 생각을 어느 정도 하고 있었던 까닭이다.

안혜지는 대답을 듣더니 안도한 듯 말했다.

"다행이네요. 그런 족속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들이거든요. 그 정보 공개 안 하는 게 왜 자기 잘못이야? 우리도 목숨 걸어서 알아낸 건데······게다가 경쟁자잖아요. 나 솔직히 이렇게 앞선 이상, 던전 마지막 층까지 깨는 거 우리가 했으면 좋겠어요. 그쪽이랑 같이 하면 가능할 거 같기도 하고······."

맞는 말이었다. 성연은 쓸데없는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소원이라는 상품이 걸린 가운데 모든 각성자는 그의 경쟁자다. 먼저 던전을 공략하는 이가 나온다면 성연은 그를 찾아내 죽인 뒤, 포인트를 빼앗을 의향도 분명히 있었다. 남을 위하는 타고난 심성과 목적을 위해서라면 뭐든 가리지 않겠다는 결심은 뒤섞여서 기묘한 가치관을 만들어냈다.

물론, 그 동안의 행동으로 보건데 그 가치관은 악으로 꽤나 치우져 있을 것이다······.

"어때요? 나 이제 한 사람 몫은 좀 하잖아요······진짜 같이 한 번 해봐요. 위험한 상황에서 버리고 튀어도 원망 안 할게요. 끝까지 같이 가요."

안혜지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

성연은 길게 고민하지 않고 답했다. 나름 제몫을 하며 꽤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이 여자가 일행으로 썩 괜찮다고 생각한 까닭이었다.

"뭐, 그래요."

둘은 공식적인 팀이 되었다. 세계헌터협회에서 던전의 위험성을 발표한 뒤 광화문 광장의 떨거지들이 대부분 떠나고, 성과가 없음을 깨달으며 내로라하는 헌터들이 천막을 걷고 떠났음에도 그들은 머물렀다. 이제 천막으로 득실댔던 광장이 휑하게 비워졌음에도 둘은 남았다. 괴수를 사냥하고, 공략하며 한 층 한 층 내려갔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마다 점차 그들은 나아갔다.

그러한 작업을 꽤 오랫동안 반복했다.

그리하여 일주일이 지났다.

< 프리랜서 헌터 안혜지 (4)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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