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가진 SS급 문방구-194화 (194/202)

#194

헤라클레스는 분명히 게이트 안으로 내려갔었다.

진하도 그걸 봤었고 그 이후로 올라오지 않겠다는 그의 말도 들었었다. 아니, 올라오면 레이나가 죽여 버릴 거라는 말을 했었다.

그래서 더욱 이해가 안 됐다.

헤라클레스가 올라온 거야 게이트가 아예 없어져 버렸으니 이해가 됐지만 헤라클레스와 레이나, 이 둘이 같이 있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이기수한테 들은 거 없어?”

잭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작전 시작할 당시 분명 이기수도 같이 미국으로 날려 보냈었다.

그 이후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사이에 이기수가 진하에게 이런 사실을 말하지 않았을 리 없었다.

“이기수는 오자마자 돌아갔어.”

관리자와 마주치고 바로 슬라임들에 의해 이동되었었다. 그 이후로 한참이 지나 협회에서 만났을 때에는 이야기도 제대로 못 하고 한국으로 보냈고.

결국, 만나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이야기는 한 적이 없기에 진하가 지금 이 상황을 알 턱이 없었다.

물론 아스트라페를 보고 올림포스로 내려갔을 거라고는 예상은 했지만 그거랑 헤라클레스가 살아 있는 건 별개였다.

“그래서 저놈은 왜 있는데?”

진하가 검을 움켜잡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잭이 다급히 일어나 진하를 말렸다.

“잠깐 진정하라고. 일단은 우리 편이니까.”

“우리 편?”

“그래, 우리 편.”

잭의 말에 진하는 검에서 손을 놓았다. 하지만 여전히 헤라클레스를 경계하며 물었다.

“설명해 봐.”

“어…… 간단하게 말하면 게이트가 역류했을 때 몬스터로부터 사람들을 구해 줬어.”

“구해 줬다고?”

“응.”

게이트가 터진 그 날, 당연하게도 몬스터들 틈에서 헤라클레스도 같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몬스터들을 찢어 죽인 거였다.

“하…….”

진하는 기가 차다는 듯 그를 보았다. 사람을 죽이던 몬스터가 이제는 사람을 지킨다는 게 어이가 없다 못해 우스울 지경이었다.

“뭐, 그래 그래서 같이 있게 됐다는 건 이해했어.”

레이나는 아무리 분노가 크더라도 눈앞에 상황을 무시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헤라클레스가 도움이 됐다면 당연히 그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심지어 자국민의 목숨이 걸렸으니 더욱 그랬을 것 같았다.

“근데 내가 궁금한 건 왜 내려갔을 때 죽이지 않았냐는 거야.”

이기수가 게이트를 내려갔을 때 혼자 갔을 리 없었다. 상대는 SS급도 씹어 먹는 괴물이었고 그 당시의 이기수는 제대로 된 싸움이 가능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당연히 게이트 아래로 내려갔을 때 분명 레이나나 잭이 무조건 동행했을 거라 생각했고 이기수의 손에 아스트라페가 있다는 건 헤라클레스를 죽이고 가져왔다고 판단했다.

근데 살아 있다는 건 죽이지도 않았다는 거고 아스트라페를 이기수가 가지고 있으니 그냥 넘겨받았다는 거다.

“레이나 씨의 성격상 그럴 것 같진 않은데 말이야.”

“뭐, 그건 맞는 말이야.”

진하의 말에 잭이 수긍했다. 실제로 이기수가 아스트라페를 받고 난 뒤에 레이나는 헤라클레스를 죽이려고 했다.

“다만 그걸 이기수가 막았거든.”

“기수가?”

“응.”

지금 생각해도 참 어이없기는 했다. 당시의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일을 모두 끝냈다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레이나에게 죽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꼭 죽여야 합니까?

그리고 그 당시 그걸 막은 게 이기수였다. 당연히 레이나는 그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반박했었다.

―지금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아는 거예요?

―알아요. 하지만 죽이는 게 능사가 아니잖아요.

―당신은 얻을 걸 얻었다면 제 일에 참견하시지 마시죠.

솔직히 그 당시 잭은 이기수가 세뇌당한 건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 역시 헤라클레스를 죽이려고 했었다.

―정 죽이겠다면 우선 저부터 넘으시죠.

잭과 레이나의 행동에 이기수는 당장이라도 싸울 듯 아스트라페를 들었고 둘은 더더욱 세뇌에 무게를 뒀었다.

―왜…… 그러는 거지?

헤라클레스의 의문 어린 말이 없었다면 말이다.

―별거 아냐. 너는 ―――의 싸움에 도움이 될 테니까.

그때, 이기수가 뭘 얘기했는지는 잭도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

다만, 이후 서로 싸울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게이트를 올라왔고 레이나와 이기수는 서로 서먹했다가 어찌저찌 화해했었다.

“신이네.”

진하는 잭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관리자의 싸움에 도움이 될 거라며 막았다라…….

‘그걸 어떻게 확신한 거지?’

“레이나 설명해 줄 수 있어요?”

진하는 레이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찌 됐든 서로 화해를 했다는 건 이기수에게 설명을 들었다는 거니 그녀에게 설명을 듣는 게 빨랐다.

“이기수 씨하고 나눈 이야기는 꽤 길어서 다 설명은 못 해요. 다만, 헤라클레스가 족쇄를 벗어던졌다는 걸 알려 줬어요.”

“족쇄?”

[그거야. 창조주가 우리에게 관여할 수 있게 만든 제약.]

진하의 몸속에 있는 리처드가 추가 설명을 해 줬다. 리처드의 말에 진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족쇄라…… 어떻게 확신한 거지?’

이기수도 자격을 가졌으니 정보에 필터링은 없어 얻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어디서, 어떻게 얻었고 왜 확신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건 직접 물어 봐야겠네.’

“일단은 알겠어요.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일단 적이 아니란 건 알겠네요.”

진하는 완전히 경계를 풀었다. 솔직히 매우 찝찝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계속 경계만 할 순 없었다.

“믿어 줘서 고맙군.”

헤라클레스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진하는 혀를 찼다.

“헤라클레스, 부탁한 일은요? 완료됐어요?”

“80%는 완료됐다. 다만, 그런데 언제까지 도시를 잇는 도로를 청소해야 하는 거지?”

“이제 곧 끝날 거예요. 도시 간의 이주가 끝나면 더 이상 안 해도 돼요.”

“뭐야, 원래 이동할 계획이었던 거야?”

레이나의 말에 진하가 질문하자 레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아프리카 대륙으로 이동할 계획을 세웠었고 그에 따른 조치는 이미 행하고 있던 거예요. 그러니 이틀이라는 시간을 말했던 거고요.”

애초에 교섭이 되든 안 되든 도시를 줄이려는 계획은 가지고 있었다. 그래야 교섭이 성공할 때 이동하기 쉽고, 실패해도 관리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고민했던 것은 그저 진하의 제안에 이 계획에서 그녀가 필요 없어지는 시점을 계산하던 것뿐이었다.

“자, 그럼 이제 가죠. 바로 가는 게 당신에게도 좋죠?”

대략적인 정리가 끝난 것 같았기에 레이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진하가 말하는 대로 이틀이라는 시간 안에 모든 걸 끝내려면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했다.

“따라오세요. 텔레포트 아티팩트를 드릴게요.”

레이나는 대답도 듣지 않고 곧바로 걸음을 옮겼고 진하는 하는 수 없이 그녀를 따라갔다.

“근데 진짜로 나는 필요 없어?”

아티팩트가 보관된 곳으로 가며 잭이 약간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의 물음에 진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필요 없다는 게 아니야. 네가 여기에 있는 게 더 적절하다는 것뿐이지.”

“그치?”

진하의 말에 잭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헤라클레스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그런 게 있어. 그나저나 너는 왜 따라오는 거야?”

한국으로 가는 건 결국 진하 혼자였다. 레이나와 진하만 가면 되는데 잭과 헤라클레스도 그를 따라오고 있었다.

‘뭐, 잭이야 이해는 되는데.’

잭이야 워낙 이곳저곳 안 끼는 데 없는 성격이니 그려려니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왜 따라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냥 너희들이 가길래 따라가는 거다.”

“뭐?”

“어차피 혼자 있어 봤자 좋을 건 없으니까 말이야.”

아무리 독일 사람들을 구해 주고 많은 도움을 줬다 해도 그는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해쳤던 존재였다.

당연히 그를 두려워하거나 미워하는 사람들도 존재했기에 그는 아예 혼자 있거나 잭과 같은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게 더 편했다.

레이나도 그걸 알기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임무인 몬스터의 청소 같은 일을 시킨 거였다.

“다 왔어요.”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 도착한 방앞에서 레이나가 말했다. 그녀는 곧바로 인증 절차를 거친 후 문을 연 후 늘어져 있는 아티팩트를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관리가 이렇게 허술해도 돼요?”

“원래 있었던 협회처럼 하면 필요할 때 꺼내 쓰기 어려워서 어쩔 수 없어요.”

“하긴, 지금 있는 아티팩트들 보니 그런 것 같긴 하네요.”

원래 기본적으로 협회에 있는 아티팩트들은 수백 개가 넘어갔었다. 그중 수십 종만 보이는 걸 보니 아마도 다 꺼내 오지 못한 것 같았다.

‘딱 가장 중요한 것들만 가져왔네.’

“찾았다. 이거에요.”

물건을 찾은 레이나가 각각 반지와 귀걸이 하나를 보여 주었다.

“둘 중 어느 거로 하실래요?”

“반지로 할게.”

진하는 레이나의 손에서 반지를 꺼내 끼었다. 그리고 정보를 확인한 후에 레이나에게 말했다.

“이틀 뒤에 올 거지?”

“당연히 가야죠. 갈 수밖에 없잖아요. 부산으로 가면 되죠?”

“아니, 서울에 머무를 생각이니까 그리로 와. 혹여나 도울 일 생기면 말하고. 그리고…….”

진하는 잠시 헤라클레스를 쳐다보았다.

“정말로 네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

진하의 말에 헤라클레스가 쓴웃음을 지었다.

“노력해 보지.”

“그럼 난 간다.”

짧게 인사를 한 진하는 곧바로 아티팩트를 작동시켰다. 그러자 시야가 순식간에 바뀌며 익숙한 풍경을 비췄다.

“드디어 도착했네.”

눈앞에 보이는 문방구와 그 옆으로 줄지어진 부서진 건물들, 사실 익숙하다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한국에 돌아왔다는 사실 때문인지 썩 나쁘지는 않았다.

“투명화 모드인가?”

약간 불투명하게 보이는 게 아마도 그런 것 같았다. 진하의 눈에 보이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가 주인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진하는 곧바로 문방구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보이는 풍경…….

“아무도 없나?”

드르륵!

진하의 혼잣말이 무섭게 안쪽에 있는 작은 방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온 이기수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너…….”

“다녀왔다.”

진하는 웃으며 이기수에게 말했다.

* * *

“갔네.”

레이나는 진하가 사라진 자리를 보며 말했다.

“왜 뭔가 아쉬워?”

스르륵 다가와 짓궂게 묻는 잭, 레이나는 그런 잭에게 꿀밤을 먹이고는 말했다.

“장난은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하자.”

“네, 네.”

입술을 삐죽이며 대답하는 잭, 그녀는 철없이 행동하는 잭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는 귀걸이를 자신의 귀에 찼다.

“그거 가져가게?”

“어차피 이틀 후에 써야 하잖아요. 왔다 갔다 하느니 그냥 차고 있으려고요.”

이틀 후에 독일에서의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다시 와서 찾을 시간에 서류라도 조금 더 처리하는 게 나았다.

아티팩트를 보관하는 방문을 닫은 레이나는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며 헤라클레스에게 해야 할 일을 말했다.

“그리고 헤라클레스, 올라가면 구역을 정해 줄 테니까 그 부분 정찰 좀 해줘.”

“알겠다. 몬스터를 발견하면 처리하면 되겠지?”

헤라클레스의 물음에 레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잭은 오늘부터 이틀 정도 인수인계받고.”

“굳이? 나도 할 줄 아는데?”

“인수인계 겸 처리할 수 있는 일 모두 처리하고 가게.”

그녀가 맡은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에 잭은 앞으로의 고생길이 너무나도 훤하게 보였지만 눈물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바로 수송기를 보호할 헌터들 목록부터 정리하자.”

대략적으로 해야 할 일을 모두 정한 레이나는 빠르게 서류를 처리하기 위해 발걸음을 높였다.

그리고 잠시 후.

철컥!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려던 레이나는 문을 연 채로 몸을 굳혔다. 잭은 레이나가 왜 멈추지, 싶어 방안을 살펴보았고 마찬가지로 표정을 굳혔다.

“여기에 왔었던 흔적이 있었는데……. 너희들이 위치를 아나?”

레이나의 방 한가운데 서 있는 관리자가 셋을 쳐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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