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가진 SS급 문방구-178화 (178/202)

#178

쿵, 쿠쿵! 쾅!

연속적으로 건물에 때려 박히는 미사일들. 폭격당한 건물은 한순간에 폭발과 함께 가루가 되어 무너져 내렸다.

“테러다!”

“꺄아악!”

어느 정도 멀리 떨어져 폭격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폭격이 일어난 장소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으며 폭격의 목표였던 협회는 본 모습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가루가 되어 무너져 버렸다.

들썩, 들썩.

쿵! 쿠르르

그리고 무너져 버려 돌조각만 가득한 곳에서 튀어나온 한 사람.

“으…… 몸이 뻐근하구먼.”

진하는 인상을 찌푸리며 입안에 들어간 먼지를 연신 뱉어 냈다. 모든 스킬을 사용한 덕에 미사일에 의한 타격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그렇다고 멀쩡한 건 아니었다.

들썩, 들썩

“이런 미친…….”

진하의 눈에 온몸에 피투성이인 채로 몸을 일으키는 리처드가 보였다. 겉으로 피투성이인 것과는 다르게 그의 몸은 생각보다 크게 다친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쯧, 그럼 그렇지.”

핵으로도 S급 게이트 몬스터를 잡을까 말까 한데 고작 미사일로 그 이상에 해당하는 놈을 잡을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는 점은 저놈을 제외하고는 이 주변에서 다른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덕분에 두 개 정도는 더 알았네.’

아까 분명 협회에 들어갈 때 S급에 달하는 존재를 기척으로 잡아냈다. 그리고 현재 그 기척은 살아있기는 했지만 거의 빈사 상태였다.

원래대로라면 이 정도 미사일에 빈사 상태는 말도 안 되는 일, 그렇다는 건 슬라임으로 이루어진 놈들은 일반적인 헌터와 비교했을 때 방어력이 어느 정도 더 떨어진다는 거였다.

‘그리고 역시 자율 통제형인가?’

리처드의 말을 들어 봐서는 이미 이 근처의 거의 모든 인간이 잡아먹힌 거나 다름이 없을 텐데 현재 다가오는 사람들이 없었다.

진짜로 하나로 통합된 놈들이라면 진하의 공격에 이곳에 몰릴 텐데 오지 않는다는 건 본체의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그저 일반적인 사람과 비슷하게 행동한다는 소리였다.

“무시하는 거냐!”

리처드의 말에 진하가 그를 바라보았다. 어느새 돌무더기에서 빠져나와 온몸을 털어 내는 리처드. 그는 진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는 거냐.”

“뭐가 잘못됐어?”

“이건 전쟁이라고, 지금 너는 국가 간의 전쟁을 일으킨 거란 말이다!”

리처드는 미친놈을 보듯 진하를 바라보았다. 그가 미국의 절반 이상을 먹어 치웠다곤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 역시 남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미사일을 퍼부었다는 건 국가 간의 전쟁을 일으키자는 것과 다름없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뭐 어때서.”

“네가 소중히 생각하는 인간들이 죽는단 말이다!”

“뭐래, 내가 언제 인간들을 소중히 생각했다는 거야.”

진하에게 소중한 건 오직 주변 사람들이지 모든 인간이 아니었다. 심지어 이곳은 타국, 그와 접점이 되는 사람은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위협이 되면 죽이는 게 나아.”

당장 다른 상황을 해결하기조차 벅찬 진하에게는 모든 것을 세세하게 따질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그런 진하를 따라 주는 든든한 아군도 있었고.

“애초에 몬스터가 그런 말 하는 건 이상하지 않아? 그리고 그냥 보내 달라고 했을 때 보내 줬으면 됐잖아.”

“미친놈, 그렇다고 폭격을 날리다니 넌 정상이 아냐.”

리처드는 진하를 미친놈 보듯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이곳에 폭격을 날린단 말인가.

심지어 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폭격을 했냐는 것이다. 아무리 폭격이 빨라도 십분 이상은 무조건 걸린다.

그가 협회에 들어와서 그와 얘기를 나누기까지 고작 20여 분, 연락할 시간도 존재하지 않았는데 폭격이 떨어졌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 궁금하냐?”

리처드의 궁금증을 눈치챈 진하가 웃으며 물어보았다.

“말해 줄거냐?”

“미쳤냐?”

순간 리처드의 앞에 있던 진하가 사라졌다.

서걱!

리처드가 대비할 틈도 없이 뒤에 나타난 진하는 그대로 리처드의 목을 베었다. 목이 베인 리처드의 몸은 피를 뿜어내더니 이내 녹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본체는 무슨, 개소리네.”

진하는 황당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목만 남은 리처드를 보며 말했다. 본체였다면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는 놈들의 기척이 상당수 없어졌을 텐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우리 하나하나가 본체다. 우리를 적으로 돌리고도…….”

퍼억!

“말이 많아.”

발을 휘둘러 머리를 터뜨린 진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된 게 그가 가는 곳마다 이렇게 적이 생기는 건지…….

“관리자라는 새끼도 대충이네.”

인간이 밉다면서 어떻게 지 관리하에 있는 몬스터들 하나조차 제대로 관리 안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뭐, 지금까지 해 온 걸 보면 안 하는게 아니라 못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말이다.

“자, 그럼 이제 어찌한다.”

이렇게 된 이상 배후에 적을 남겨 두기도 애매하니 이쪽 역시 처리하고 가는 게 나았다. 다만 처리할 방법이 너무 막막했다.

‘분명 핵이 되는 존재가 있을 텐데.’

모두가 본체라는 말은 거짓일 게 뻔했다. 그런 허울 좋은 말이 진실이었으면 하나로 통일되자는 말도 안 했을 거고, 주 자아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일단은 도망가야겠군.”

진하는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헌터들을 보며 혀를 찼다. 뭐가 됐든 일단 몸을 숨기고 계획을 세울 공간이 필요했다.

“모태빠.”

끼아악!

진하의 소환에 문을 열고 튀어나오는 모태빠. 진하는 재빨리 모태빠의 등위로 올라탔다.

“가자.”

끼악!

“알았어. 이름은 나중에 바꿔 준다니까.”

잠시 진하에게 투정을 부린 모태빠는 이내 날갯짓을 하며 높이 날아올랐다.

* * *

“왜 연락이 없지?”

송하나는 초조하게 자신의 책상을 바라보았다. 책상 위에는 작은 편지 하나가 펼쳐져 있었다.

<미국 헌터 협회 도착, 30분 안쪽으로 폭격되게 해.>

갑작스레 날아온 편지, 밑도 끝도 없이 날아온 메시지에 일단 바로 송준하에게 연락해 폭격을 가하긴 했는데 도대체가 연락이 없었다.

진하가 고작 그런 폭격에 죽을 리 없을 테니 연락을 못 하는 이유는 분명 다른 이유일 게 뻔한데…….

“설마 아직 포위망을 못 빠져나온 건가?”

단순히 1대1이라면 진하가 폭격을 요청할 리 없었다. 진하 정도 되는 수준이면 이미 폭격은 거의 의미가 없어지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렇다는 건 엄청난 물량에 의해 포위되었기에 폭격을 요청했다고 추측을 할 수 있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아직까지 진하가 연락이 없다는 거였다.

단순히 숫자가 문제여서 폭격을 시킨 거였다면 벌써 연락이 와야 했는데 오질 않고 있었다.

“설마 폭격이 부족했나?”

딱 미국 협회 근처만 가루로 만들 수 있게 그나마 범위가 좁은 놈으로 보낸 건데…….

띠리리!

그때 송하나의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왔다. 확인해 보니 송준하였다.

[진하 씨에게는 연락이 없나요?]

“없어요. 기다리면 오겠죠.”

[저기, 지금 온갖 나라에서 해명을 하라고 난리가 나고 있는데…….]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아니, 이유를 저도 모르니까 알아야 해명이라도 하죠.]

“하아, 유사시에 진하에게 도움이 되려고 정부에게 받은 미사일 통제권 아니었어요? 좀 며칠만 틀어막아 봐요.”

[아니, 아무리 저라고 해도 아무런 이유 없이는…….]

뚝!

송하나는 바로 통화를 종료했다. 안 그래도 연락 안 되서 짜증 나는 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인데 도대체 협회장이라는 사람이 왜 이리 징징거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아…… 미치겠네.”

추가로 보냈던 인원들에게서는 연락이 또 끊겼지, 그렇다고 그녀가 가서 뭘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요즘 들어 너무 답답했다.

차라리 유럽이었을 때는 나았다. 그곳은 적어도 그녀의 정보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어서 진하의 상황을 알 수도 있었고 작지만 도움이라도 줬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똑똑!

“들어와.”

송하나의 허락에 조직원 한 명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곧바로 입을 열었다.

“이기수 헌터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곧바로 미국으로 가겠답니다.”

“막아. 보류시켜.”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기수를 미국으로 보내는 건 악수였다. 미국으로 가겠다는 걸 보아하니 기존의 무력을 회복한 것 같긴 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아, 내가 찾으라는 건 어떻게 됐어?”

“찾긴 찾았습니다.”

“찾긴 찾았다?”

“소유주가 일본 정치인입니다.”

“그래서 뭐?”

“아무래도 건들기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자료나 가져와.”

“네.”

보고를 마친 조직원이 빠르게 문을 나섰다. 조직원이 나가고 홀로 남은 송하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그녀가 찾고자 하는 걸 찾았다. 적어도 이걸 손에 넣는다면 어느 정도 진하에게 도움이 되겠지.

“조금만 더 힘내자.”

송하나는 이를 악물며 자신을 다독였다.

* * *

쾅!

“아니, 왜 못 가는데!”

이기수가 눈앞에 있는 송하나의 조직원을 보며 화를 냈다. 도대체 그가 왜 못 가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보스의 명령입니다. 그리고 이미 설명은 드렸습니다.”

조직원은 이기수의 모습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아까 했던 말을 똑같이 반복했다. 애초에 그가 전달받은 것은 설명을 하는 게 다였기에 이기수가 화를 낸다고 해서 그가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만하죠.”

보다 못한 레이나가 이기수를 말렸다. 지금 이기수의 마음이 어떤지는 그녀 역시 알았다. 하지만 안 되는 걸로 남을 핍박해서는 안 됐다.

“하아…….”

레이나의 만류에 이기수는 하는 수 없이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기껏 힘을 얻어 왔는데 할 수 없다는 게 없다니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었다.

“지금 한국 상황이 말이 아니에요. 미국을 향해 선전포고한 거나 마찬가지죠.”

“그러니까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무슨 일로 미국에 진하가 미사일을 쏘라고 했는지는 몰라도 결국 어느 정도 도움이 필요하다는 건 맞았다.

그렇다면 그 역시 가야 하는 하는 게 맞는 상황인데 대기나 하라니…….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이기수 씨가 한국으로 갔으면 해요.”

“예?”

“지금은 지탄이지만 합당한 이유가 없으면 한국은 각국에 공격을 받을지도 몰라요.”

대재앙 이후 모든 국가가 맺은 상호 침략 금지 조약을 정면으로 어긴 게 한국의 현 상황이었다.

진하를 돕는 것 역시 필요한 일인 건 맞았지만 이기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한국 역시 고립될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저도 협회를 움직여서 적극적으로 비호하겠지만 얼마 못 갈 거예요.”

“그러니까 진하를 도와서……!”

“아뇨, 당신이 그때까지 전쟁을 억제하는 존재가 돼야 해요.”

이기수라는 존재 한 명이 있는 것만으로도 전쟁을 억제하는 것이 가능했다. SS급 아니, 이제는 SSS급에 오른 이기수를 건드리려는 국가는 쉽게 없을 테니까.

레이나가 움직이지 않는 이상 각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비난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진하 씨가 미사일을 폭격하라고 했죠?”

“예, 전해 들은 말로는 그렇죠.”

“그럼 진짜 전쟁을 준비해야 할지도 몰라요.”

그녀가 아는 진하는 아무런 생각 없이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미사일을, 그것도 미국 협회로 날리라고 했다는 건 미국 협회, 아니 미국 전체를 적으로 봐야 하는 할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그들이 해야 할 것은 주변 상황을 안정화시키고 그들을 설득해 언제든지 전쟁을 벌일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하아, 도대체 무슨 일인 건지…….”

유럽은 아직 신들과 게이트에 의해 받은 피해를 복구하지 못한 상황인데 또다시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만약 그녀의 생각대로 정말 미국이 적이라면 그녀 역시 진하를 도와야 했다. 유럽 이후에는 그녀가 도울 일도 없고 도울 생각도 없었는데…….

이제는 그녀 역시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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