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가진 SS급 문방구-160화 (160/202)

#160

“인간들은?”

디오니소스가 희열에 찬 말을 내뱉을 때 가만히 있던 아프로디테가 입을 열었다.

이곳에 존재하는 인간들을 모조리 잡아먹은 이상 분명 인간들이 나설 것은 자명했다.

“걱정 마라, 설마 아무런 생각도 없이 움직였겠어?”

디오니소스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 역시 이런 일을 벌이면 협회 소속이라는 인간들이 찾아올 거라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온들 이미 늦은 거나 다름없었다. 비록 빈껍데기 같은 수준이지만 한 도시를 제물로 바쳐 제우스의 육체를 완성했으니까.

“아버지가 소환되는 대로 마석을 이용해 신력을 회복하실 거야.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곳으로 날아오는 인간들을 이용해 완전히 회복하면 돼.”

이 도시의 모든 인원들은 99% 이상이 그냥 일반인이었다. 그들이 스스로를 제물로 바친 이유는 모두 다 아프로디테의 사랑의 권능 때문일 뿐 그의 권능의 섞이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그의 권능에 취한 쎄오스 교단의 종속들은 전 세계 곳곳에서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는 중이었고, 그들은 오자마자 아버지의 힘 회복을 위한 재료가 될 것이다.

“이미 소환을 시작하기 전부터 출발했다고 보고를 받았으니 하루 안으로 오겠지.”

“그 협회라는 인간들이 막지 않을까?”

“그들이?”

디오니소스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그가 괜히 이곳을 소환 장소로 잡은 게 아니었다.

물론 소환에 들어가는 자원을 줄이기 위해 아버지의 전설이 깃든 장소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이 유럽 협회가 있는 북쪽의 독일과 거의 반대쪽에 위치한 남쪽의 그리스였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눈치채고 와도 그때쯤이면 이미 신도들은 거의 다 도착할 거야.”

인간의 이동수단인 비행기라는 건 이미 겪어 보았다. 여기까지 9시간이나 걸린 걸 생각하면 절대로 제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이곳은 대도시였다. 아무리 몇몇이 빨리 와서 막는다고 해도 모든 사람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아마 그들은 기뻐하며 오겠지.”

그의 술에 취한 신도들은 맹목적으로 그에게 와 자신의 육체와 영혼을 제우스에게 바칠 것이다.

“그러면 이제 우리는 뭘 하지?”

이미 모든 것을 끝낸 후라서 할 게 없었다. 아버지의 몸은 이제 겨우 무릎, 모두 생성되고 영혼이 안착되려면 적어도 약 3시간은 필요했다.

휘리릭!

아프로디테는 자신에게 날아온 무언가를 재빨리 받았다. 확인해 보니 작은 와인이었다.

“아버지가 완전히 소환될 때까지 잠시 쉬자고.”

이미 죽어 버린 땅에 올 존재들은 없었으니까.

* * *

“지금 상황은?”

전투를 빠르게 마무리 지은 진하가 정보 길드가 미리 준비해 놓은 헬기에 타며 물었다. 그러자 이세현이 미리 준비하고 있던 자료를 빠르게 넘겼다.

“현재 쎄오스 교단 소속이라 보이는 사이비 교원들이 아테네로 몰리고 있습니다. 다급히 협회와 정보 길드 인원을 투입해 막고는 있지만 워낙 넓어서 통제가 거의 되지 않고 있습니다.”

“신들의 모습은?”

“무인기와 드론을 올렸지만 올리는 족족 격추당했습니다. 그나마 건진 건 이겁니다.”

이세현이 사진 한 장을 넘겼다. 사진은 극도로 확대한 듯 모든 사물이 뭉개져 있었다.

“이 사진에서 양쪽으로 보이는 존재가 아마 신들인 듯싶습니다.”

사진 안에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두 명이 서 있었다. 여성체와 남성체 각 1명씩 총 두 명이 사진에 찍혔고 그걸로 보아 아테네가 빼돌린 아프로디테와 디오니소스인 듯싶었다.

‘제우스가 보이지 않아.’

다른 존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아직 제우스가 완전히 소환된 것은 아니란 소리였다.

“그리고 여기.”

이세현이 한 곳을 짚었다. 그곳에는 희끄무레한 무엇인가가 신들 사이에 놓여 있었다.

“자세히 파악되진 않지만 아마도 인간의 발이라고 측정됩니다. 주변 사물과 비교했을 때 높이는 약 20cm 정도로 추측됩니다.”

“제우스인가…….”

“이 물체는 10분 후 찍었을 때 수치상 약 10cm 정도 높아졌습니다.”

이세현의 말에 진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보통 전설에서 거구로 표현되는 제우스이니 적어도 180cm는 넘을 것이다. 그렇다면 약 150cm, 즉 앞으로 150분이라는 시간 뒤에 제우스가 부활한다는 소리였다.

“여기서 아테네까지 가장 빠르게 가면 얼마나 걸리지?”

“아테네까지 약 2,200km이고 초음속 비행기를 이용한다면 공항까지 약 1시간 반 안에 도착 가능합니다.”

1시간 반, 거기다가 아테네까지 들어가는 걸 생각하면 아슬아슬했다.

‘아직은 괜찮아.’

완전히 소환된 것도, 소환되고 모든 힘을 회복한 것도 아니었다. 분명 소환돼도 힘을 회복될 시간이 필요할 테니 제우스가 도망가지 못하게 곧바로 공격하기만 하면 가능했다.

“당장 비행기 준비시켜.”

“송하나 님의 명령으로 이미 준비 완료했습니다. 함부르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출발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미 예상했다는 듯 답하는 이세현, 그 모습에 진하는 한시름 놓았으나 동시에 걱정이 들었다.

‘이 전력으로 괜찮을까…….’

급하게 오느라 전투를 수습할 헌터들은 제외한 진하, 레이나 그리고 이기수를 비롯한 하준수의 팀원 중 S급만 데리고 출발했다.

물론 적도 겨우 3명인 걸 생각하면 부족하진 않겠지만 이미 전투를 치렀다는 사실과 제우스가 얼마나 강할지 미지수라는 점에서 불안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소 SSS급 이상이야.’

30%의 헤라클레스가 SS급이었던 걸 생각하면 아무리 생각해도 최소 SSS급의 끄트머리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SSS급의 끝이 어디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나마 아티팩트를 가져오지 못할 거란 게 다행인가.’

아티팩트 역시 소환에는 마석이 필요하다고 했으니 아마도 맨몸일 것이다. 그럼에도 솔직히 말하면 승산이 애매했다.

까득!

“레이나 씨.”

“네.”

진하의 부름에 옆에서 듣고만 있던 레이나가 답했다.

“지금 당장 협회를 통해 각 국가에 연락해서 아테네에 있는 신전으로 계속해서 미사일을 쏘라고 하세요.”

“그러도록 하죠.”

“야!”

무덤덤하게 대답한 레이나와 그런 둘을 보며 진하에게 소리치는 이기수, 진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우스가 힘을 회복할 수단을 최대한 줄여야 해.”

“미사일 범위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분명 아테네에는 그곳으로 가는 완전히 미친 쎄오스 교단원도 있을 테지만 그저 신에게 속아 넘어가는 일반인들도 있을 게 분명했다.

거기다가 아테네의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는 건 추측, 일반인이 살아있을지도 몰랐다.

“기수야. 잘 생각해. 제우스가 혹여라도 모두 회복하면 인간은 멸망이나 다름없어.”

그러니 조금이라도 제우스가 소환되고 회복하는 것을 방해해야 했다. 미사일을 써서 소환을 조금이라도 방해하면 좋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제물이 될 인간들을 조금이라도 차단할 수만 있음 됐다.

“그러면 거기에 있는 사람들은? 아니, 사람들을 막고 있는 협회원이나 정보 길드원은?”

“철수 명령 내릴 거야.”

“그 소리가 아니잖아.”

아무리 철수 명령을 내려도 안전한 건 아니었다.

이미 아테네에 도착했거나 가고 있는 협회원과 정보 길드원 중에는 미각성자들도 있을 것이고, 도시 전체를 포격하는 만큼 아무리 멀어지더라도 그들이 위험할 수 있었다.

“기수야. 잘 생각해. 이번을 못 넘기면 사람들을 지킬 수 없어.”

“아냐…… 그래도 이 방법은 아냐.”

이기수의 모습에 진하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마음은 알지만 대처할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애초에 진하에게 있어서 그들은 남이었다.

진하가 지키자 하는 건 친구들이었지 남이 아니었다. 물론 이기수 입장에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겠지만 방법이 없었다.

“젠장!”

이기수가 분한 목소리를 냈다. 이기수의 신념은 사람을 지키는 것.

대를 위한 소의 희생과 소까지 지키다가 대까지 모두 잃을 수 있는 이 상황은 그에게 있어서 딜레마와 같았다.

‘미안하다.’

지금까지 진하가 해 온 대부분의 일들이 항상 이기수와 대립했었다. 진하는 주변만 지킬 수 있다면 나머지를 버려도 된다는 식이었고, 이기수는 주변을 포함, 모두를 지켜야 된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진하의 입장에선 다른 건 양보해도 이건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니까.

* * *

콰앙! 쾅! 쾅!

“아, 진짜 짜증 나게.”

아프로디테가 손을 휘저어 날아오는 미사일들을 모조리 요격했다.

“오…… 신이시여.”

“저희를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그런 그녀의 뒤로 수많은 인간들이 무릎을 꿇은 채 기도를 하고 있었다.

‘성가셔.’

고작 저런 제물들을 지키기 위해 그녀가 힘을 쓴다는 사실이 짜증 났지만 뭘 어쩔 수도 없었다. 저 미물들은 제우스의 회복을 위한 제물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더욱이 짜증 나는 건 그녀를 향해 날아오는 이상한 철 덩어리였다.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날아오기 시작한 철 덩어리들은 그녀를 연신 몰아붙이고 있었다.

비록 그녀가 몸을 거의 회복하지 못했다 한들 그 힘만으로도 충분히 재해를 일으킬 정도인데 고작 이런 철 덩어리에 밀리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굴욕적이었다.

‘젠장.’

아프로디테는 화끈해지는 손바닥을 느끼며 혀를 찼다. 비록 미약한 충격일 뿐이지만 한참 동안이나 막고 있었더니 몸체에 충격이 누적되고 말았다.

자존심이 상하긴 했지만 이대로 더 막았다간 충격을 넘어서서 피해가 올 것 같으므로 아무래도 위치를 바꿔야 될 듯싶었다.

“디오니소스! 바꿔!”

“조금만 더 버텨 봐!”

“뭐? 도대체 아까부터 뭘 하고 있는 거야?”

처음부터 미사일은 막지 않고 신도들을 이용해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는 디오니소스, 처음에는 중요한 걸 해야 한다고 했기에 그러려니 했는데 그게 벌써 1시간이 넘어갔다.

그 순간 쏟아지던 미사일이 멈췄다. 그녀는 뭐지 싶어 하늘을 쳐다보았지만 방금 전 일은 거짓말이라도 된 듯 비처럼 쏟아지던 철 덩어리는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뭔지는 몰라도 좋은 상황이었기에 아프로디테는 이참에 고개를 돌려 디오니소스가 뭘 하고 있던 건지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확인한 디오니소스의 모습에 소리를 빽 질렀다.

“뭐 하고 있는 거야!”

중요한 일이라더니 디오니소스가 하고 있던 일은 살아남은 신도들을 이용해서 자신의 술을 쌓고 있는 거였다.

그녀는 고생하고 있는데 그가 하는 일이 고작 술 쌓기라니…….

“뭘 좀 모르면 조용히 좀 해. 내가 노는 거 같냐? 아버지의 소환을 좀 더 빠르게 하고 있는 거야.”

아프로디테의 질책에 바로 반박하는 디오니소스. 그도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최대한 소환을 빠르게 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거였다.

기본적으로 디오니소스의 술들은 그의 신력을 조금씩 담아 만든다. 물론 그래봐야 티끌만큼이었지만 어찌 됐든 그래도 신력이었다.

예상과 달리 인간들이 만든 이상한 공격 무기들이 쏟아지는 시점에서 또 다른 뭐가 나타날지 그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제우스를 소환시켜야 했다.

“됐다!”

신도들이 가져온 술을 모두 제우스 주변으로 배치한 디오니소스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혹여나 쌓는 동안 또 다른 변수가 생길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닌 듯싶었다.

“디오니소스 전방에!”

순간 무언가를 외치는 아프로디테, 디오니소스가 쳐다보니 저 멀리서 여러 명의 인간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제우스가 주의하라고 했던 레이나가 포함되어 있었다.

* * *

“됐다!”

신전을 향해 달려가는 진하는 환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에 보이는 제우스는 목까지만 형성된 상태, 미사일을 이용해 방해를 하고 최대한 빠르게 온 보람이 있는 듯했다.

“아직 긴장을 늦추지 마요.”

옆에서 달리던 그녀가 말했다. 비록 신전 주변에 살아있는 사람도 적고 소환도 완료되지 않은 듯했지만 방심해서는 안 됐다.

모든 신들을 미끼로 삼아 만든 판이었다. 아무리 신들이 인간에 대해 모르더라도 변수를 예상하지 않았을 리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생각이 맞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신전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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