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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SS급 문방구-153화 (153/202)

#153

진하는 난장판이 되어 버린 공간을 둘러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미치겠네.”

그가 신들을 쫓기 위해 쓴 시간이 고작 몇 분이라고 그사이에 수많은 헌터들이 죽었다. 비록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나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고맙다.”

드러누워 있던 이기수가 진하를 보며 말했다. 그의 옆에서는 하예진과 팀원 중 한 명인 양지원이 쓰러져 있는 재희와 하준수를 치료하고 있었다.

“강했냐?”

“어.”

“얼마나 강했어?”

“SS급 끝 정도. 레이나보단 약하고. 다만 방어구가 너무 단단해.”

이기수의 말에 진하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헤르메스에게 들은 헤라클레스의 능력치는 원 능력의 고작 30%였다. 그런데도 SS급을 상회하는 능력치라니…….

“진짜 답이 없네.”

그 정도의 존재가 3명이나 더 존재한다. 그 사실에 진하는 절망했다. 기껏 강해졌다 생각했는데 그조차도 몬스터에게 못 미치다니…….

“그 3명이 특별한 거야 알잖아.”

“헤라클레스는 아니고.”

다른 3명이야 원본과 연결되어서 그렇다고 치지만 헤라클레스는 애초부터 미친 듯이 강했다는 소리였다.

S급과 SS급이 한국보다 많았던 유럽이 어째서 회귀 전에 게이트를 공략하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포기할 거야?”

“포기할 수는 있고?”

적들이 강하다고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신들이 서로 적대적이라는 것과 신들을 죽일수록 진하가 강해진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야, 저기 레이나 씨도 온다.”

이기수의 말에 진하가 건물 바깥을 바라보니 레이나가 사지가 잘린 아레스를 끌고 오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적들은 강대하고 그들이 가진 전력은 너무나 약했다. 진하가 아무리 신들을 죽여 육체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린다고 해도 100%로 인간 세상으로 나온 제우스를 이길까 말까 할 정도였다.

그것도 그들에게 아티팩트가 없다는 전제하에 나온 수치였다. 만약 이기수가 알려 준 헤라클레스처럼 것처럼 신화 속에 나오는 물품들을 가지고 나온다면 솔직히 말하면 진하의 필패였다.

“이래서 실낱같은 희망이라 한 건가.”

새삼 사서와 할머니가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됐다. 그리고 왜 사서가 고작 작은 희생에 연연하지 말라고 했는지도 이해가 됐다.

그나마 쉽다고 판단한 유럽에 왔는데 하는 거라곤 고작해야 이끌려 다니는 게 다였다.

“궁상맞은 혼잣말은 그만하고 대책이나 마련하자.”

보다 못한 이기수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지금 진하의 기분이 어떤지는 그도 잘 알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생각만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아예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야.”

불완전한 방법이었지만 이기수와 팀원들이 만든 창은 분명 헤라클레스를 꿰뚫었었다. 그렇다는 건 제대로 완성해 맞출 수만 있다면 죽이거나 커다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소리였다.

“다녀왔어요.”

때마침 굳은 표정의 레이나가 절반쯤 무너진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모습이었다.

“생포하라고 해서 했는데 이놈은 어쩔 거죠?”

레이나는 기절해있는 아레스를 가리켰다. 진하는 그녀의 물음에 엘리사를 가리켰다.

“기억을 읽어야죠. 그리고 죽여야죠.”

그래야 그를 발판으로 진하가 어느 정도 더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

“일단은 정리부터 하죠.”

다음의 승리를 위해서 패잔병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그것뿐이니까.

* * *

“아르테미스가 죽었군.”

눈을 감고 있던 제우스가 조용히 말했다. 그의 말에 옆에 있던 헤라가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리가요. 아레스면 모를까 그 애가 죽었을 리 없잖아요.”

아르테미스는 사냥의 여신이었다. 사냥은 본디 상대와 자신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재고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런데 아르테미스가 상대의 강함도 파악하지 못하고 죽었을 리 만무했다. 무엇보다 인간 세상에서 애초에 아르테미스가 주의할 만한 존재도 거의 없기도 했다.

“결국, 이렇게 나오는 건가.”

“네? 무슨 말을 하는 거죠?”

헤라의 물음에 제우스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아테나.”

“예.”

제우스의 부름에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아테나가 나타나 부복했다. 제우스는 부복한 그녀를 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

“일의 경과는 어떻게 되었지?”

“다방면으로 시도해 보았지만 하데스의 눈을 피해서 저승으로 입장하는 건 불가능할 듯싶습니다.”

“능구렁이 같은 자식.”

하데스와 싸워 이겨서 그를 저승으로 내쫓기는 하였으나 그걸로 끝이었다.

마음 같아선 저승까지 가서 없애 버리고 싶었지만 그곳은 제우스조차 자칫 잘못하다간 죽을 수도 있기에 함부로 가기도 애매했다.

“쯧, 맘처럼 되는 게 없군.”

원본과의 연결점인 헤르메스는 건들 수도 없고 협조적이었기에 그냥 내버려 두었더니 결국, 뒤통수를 쳐 버리고 말았다.

아니, 뒤통수를 칠 것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리고 빠르게 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애초에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능구렁이 같은 자식이니까.’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결국 각각 찢어진 삼파전 구도로 봐야 했다. 뭐, 헤르메스의 성격상 아마 한동안은 하데스와 연합은 하겠지만 그게 평생 유지될 리도 없으니 전력이 비대칭이 될 가능성은 없었다.

‘그럼 헤라클레스를 끌어들이는 게 제1 목표인가.’

지금 상태로는 완벽하게 두 신들을 모두 제압할 수 없었다. 그가 제일 강했지만 반대로 2명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진 않았으니까.

“강림을 서두른다. 저승으로 길을 뚫는 건 그만하고 올라갈 수 있는 모든 신들은 인간 세상으로 강림한다.”

“아버님, 하지만 그럼 인간 신도들이…….”

“인간은 많아. 올라가서 다시 채우면 된다. 제1 목표는 내가 올라갈 수 있게 마석을 빠르게 모으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헤라클레스에게 연락이 오면 바로 말하도록.”

“예.”

대답을 마친 아테나가 빠르게 사라졌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헤라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갑자기 일을 왜 이리 서두르는 거죠?”

“모르면 그냥 가만히 있어라.”

“그게 지금 아내…….”

콰앙!

제우스에게 화를 내려던 헤라는 자신 옆에 떨어진 벼락에 깜짝 놀라 멈칫했다. 그리고 벼락을 떨어뜨린 제우스를 잠시 쳐다보더니 이내 몸을 돌려 사라졌다.

“쯧, 덜떨어진 복제품 같으니라고.”

어떻게 된 게 이곳에는 제대로 된 신들이 거의 없었다. 분명 원본을 모방한 걸 텐데, 하나같이 대부분 덜떨어져서 도저히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그나마 만족스러운 건 헤라클레스 정도였고.

“도대체 무슨 생각이냐, 헤르메스…….”

그처럼 원본에 다가가려는 것 같지도 않았고, 하데스처럼 현재에 안주하지도 않는 녀석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만의 안위를 위하기만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랬으면 이런 식으로 판을 벌이지도 않았을 테니까.

다만 하나 확실한 게 있다면 하데스와 제우스, 그리고 헤르메스의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넘지 않았던 선을 헤르메스가 제일 먼저 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제우스가 해야 할 일은 하나였다. 그건 바로 헤르메스를 응징하는 것. 비록 죽일 수는 없더라도 적당한 응징은 해야 했다.

* * *

유럽 협회 내 훈련장.

이기수는 진하가 있는 훈련장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몸을 풀고 있던 진하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몸은 좀 어때?”

“그건 내가 해야 할 질문 아니냐?”

이기수의 질문에 진하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이기수는 그런 진하의 미소에 자신의 팔을 붕붕 돌려 멀쩡함을 과시했다.

“그래서 어떤데. 많이 올랐어?”

재차 묻는 이기수의 말에 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략적으론 SS급 중반 정도?”

“신을 4명 잡고 SS급 중반이라…… 이 정도면 스킬을 쓰면 SSS급 중위 정도 되겠네.”

“그건 아닐 거야.”

진하 역시 처음에는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기존에만 해도 S급 초반의 신체 능력이 뻥튀기되어 반쪽짜리 SSS급 정도 됐었으니 당연히 그 정도는 될 거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3단계를 쓰는 것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적어도 1시간 가까이 유지할 수 있었고 단순하게 주먹질만 하는 게 아닌 타격을 줄 수 있는 적당한 공격 수단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레이나와 붙었을 때 이긴다는 상상은 들지 않았다.

‘더 강해졌어.’

비등하거나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처음 만났던 그때라면 분명 이길 수 있다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지금의 레이나에게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그가 이제 겨우 온전한 SSS급 초반에 들어섰거나 그녀가 SSS급의 끄트머리에 다가서고 있다는 소리였다.

‘우리 편이 강한 건 좋은데 말이야…….’

도대체 어떤 신념을 가졌길래 이리도 빠르게 강해지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같은 각오라도 재능에 따라 올라가는 속도가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걸 감안해도 그녀가 성장하는 속도는 너무 빨랐다.

“이제는 완전히 도움이 되지도 못하겠네.”

갑작스런 이기수의 말에 진하가 상념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보이는 이기수의 씁쓸한 모습, 그 모습에 진하가 말했다.

“무슨 소리야 너만큼 도움이 되는 사람이 어딨다고 그래.”

누가 뭐라 해도 그는 현재 8명밖에 없는 SS급 헌터였다. 그들이 상대하는 놈들이 비상식적인 것뿐이지 그가 약한 게 아니었다.

“위로는 됐고 이거나 받아라.”

진하는 이기수가 던지는 물품을 받았다. 받아 확인해 보니 진하가 주었던 딱딱이였다.

“이거 왜 주냐?”

“너 저번에 우리가 상대한 헤라클레스가 고작 30%라고 했지?”

“응.”

“그럼 3명이 힘을 합쳐도 겨우 30%짜리 한 놈을 죽이기도 힘들었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그거 제한 좀 걸어 줘.”

그제서야 진하는 이기수가 아티팩트를 넘긴 이유를 깨달았다. 지금 이기수는 아티팩트의 강화를 원하고 있는 거였다.

“지금 아티팩트도 제대로 못 다루면서 무슨 강화야. 거기다가 못 되돌린다는 거 알고 있잖아.”

진하가 설정한 아티팩트는 최대한 제한과 신체에 부담이 없게 설정한 아티팩트였다. 그런데 여기서 제한을 걸어 버린다는 것은 결국 능력은 늘어날지라도 신체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게 되어 버린다.

무엇보다 어떻게 늘어날지도 미지수였고 제한을 붙이는 건 가능해도 다시 없애는 건 불가능했다.

“상관없으니까 해 줘. 감당은 내가 할 테니까.”

이기수의 말에 진하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그 말은 진하에게 이기수의 몸을 망쳐 달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냥 이거 써. 무엇보다 아직 이 기능 다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한번 출력에 이기수의 최대 출력, 두 번에 두 배, 그리고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플러스되는 구조였다.

당연하게도 증폭되는 것에 제한은 없었다. 그저 이기수의 몸이 버티지 못하고 제어하지 못해서 한 번 이상은 되도록 누르지 않는 것뿐이고.

“그래서 바꿔 달라는 거야. 내 거만 없잖아. 신체 강화 기능.”

이기수의 아티팩트는 출력을 미친 듯이 늘릴 수 있는 구조지만 다른 아티팩트와는 달리 신체를 강화시키는 부분은 없었다.

어찌 보면 나눠 준 아티팩트 중에서는 그리 좋지 않은 편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그걸 지적하고 있었다.

“네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야. 오히려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어.”

진하가 원한다고 마음대로 능력치 설정이 됐으면 애초에 미리 만들었을 것이다. 신체 강화가 걸려 그가 더 강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출력만 늘어 쓸 때마다 그의 몸을 갉아먹게 될 수도 있었다.

“그게 상관없다는 거야. 앞으로 상대할 존재들 최소 헤라클레스 급일 텐데. 지금으로는 택도 없어.”

지금의 진하보다 강력한 존재가 4명이나 존재했다. 그리고 앞으로 미국에 건너가서 또 그런 존재가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의 옆에 서서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레이나를 제외하고는 현시점에서 이기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언제 각성할지 모르는 스킬을 기다리느니 부담이 되더라도 아티팩트를 업그레이드 하는 게 나았다.

“그러니까 해 줘. 아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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