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가진 SS급 문방구-152화 (152/202)

#152

“흐아앗!”

그 순간 누군가가 튀어나와 헤라클레스에게 달려들었다. 헤라클레스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사람 쪽은 보지도 않은 채 그대로 들고 있던 이기수를 던졌다.

콰직!

“크윽…….”

달려오던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뒤로 튕겨지는 사람, 가까스로 몸을 멈춰 세운 남자가 자신에게 안긴 이기수를 보며 물었다.

“괜찮아?”

“너…….”

품에 안긴 이기수가 상태를 묻는 남자, 휘젠을 보며 얼굴을 미미하게 찌푸렸다.

“여기…… 왜 왔어.”

“음…… 그냥?”

“미친 새끼…….”

전투가 벌어진지 5분, 그 짧은 시간 동안 죽은 유럽 내 헌터만 무려 20명이었다. 정상적인 헌터라면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고 레이나나 진하가 올 때까지 최대한 멀리 후퇴했어야 했다.

“흐음, 또 다른 희생양인가?”

헤라클레스가 휘젠을 보며 기껍다는 듯 말했다. 정말이지 멍청한 행동이었지만 이런 모습 때문에 헤라클레스는 인간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주변에 죽은 20명의 인간부터 이기수까지, 죽을 장소임을 알면서도 찾아드는 무모함, 그리고 꺾이지 않는 마음과 그걸 이뤄 내는 결과까지, 절대로 방심할 수 없는 종족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지.”

인간이 위험한 건 어디까지나 단체로 힘을 모으거나 특출난 한 명이 존재할 때뿐, 지금은 그런 특출난 존재도 없으며 단체인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너 또한 위험 분자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 죽이겠다.”

천천히 휘젠에게 다가서는 헤라클레스, 그의 모습에 휘젠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2분, 가능하겠어요?”

그 순간 한쪽 벽을 뚫고 튀어나오는 하준수, 그는 헤라클레스에게 달려들며 말했다.

“노력해 보지.”

콰직!

헤라클레스는 팔을 들어 기습하는 하준수의 주먹을 손쉽게 막았다. 그리고는 반대 손으로 가까이 다가온 하준수를 움켜잡았다.

피잉!

하지만 그의 뒤쪽에서 날아온 화살 하나가 헤라클레스의 손을 쳐내었다. 헤라클레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하준수의 뒤쪽을 바라봤다.

“1분 58초 남았어요.”

작게 숨을 내쉬며 말하는 재희, 그녀의 뒤쪽에 있던 엘리사가 재빠르게 휘젠에게 다가갔다.

“이건 좀 위험하겠군.”

헤라클레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가 대책을 생각하기도 전에 하준수가 다시금 그에게 달려들었다.

한편, 휘젠에게 달려간 엘리사는 이기수의 어깨를 재빠르게 터치했다.

―복제.

손에서 작은 빛이 일어나며 능력을 복제하기 시작하는 엘리사, 그사이 휘젠은 가까스로 몸을 추스르는 이기수에게 물었다.

“뭘 할진 알지? 이길 수 있겠어?”

자신의 팔찌를 들어 보이며 말하는 그에게 이기수가 고개를 저었다.

“몰라. 그러니까 그냥 나중을 노리지.”

이기수의 말에 작게 웃은 휘젠이 자신의 팔찌의 실 10개를 뜯으며 뒤로 물러났다. 신체 능력이 증폭된 것을 느낀 이기수는 능력 복제를 끝낸 엘리사를 보며 말했다.

“전에 연습했던 거 할 수 있지?”

“응.”

엘리사는 대답에 이기수가 전격을 내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옆에서 보조하는 엘리사, 이기수는 그런 엘리사에게 말했다.

“전투력 자체는 나와 아주 큰 차이가 있진 않아. 하지만 저 가죽옷이 문제야.”

그 어떠한 공격에도 뚫리지 않는 가죽이 문제였다. 실제로 초반에 그와 함께 전투를 벌였던 20명이 손쉽게 죽었던 이유가 저 가죽 때문이었다.

다른 속성 능력 없이 오로지 육체 능력에 올인한 전투력과 그걸 보조하는 가죽옷.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절대로 저 가죽옷을 맞춰선 안 돼. 무조건 피해서 육체를 꿰뚫어야 해.”

“알았어.”

말을 마친 이기수가 온 힘을 다해 전격을 내뿜기 시작했다. 점차 모일수록 환하게 빛나기 시작하는 전격, 엘리사는 그런 전격을 조형하기 시작했다.

한편, 한껏 뒤로 물러나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휘젠은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후우, 괜한 생각은 하지 말자.’

힙노스가 잡힌 직후, 아레스보다 더 강한 신이 나타날 경우를 대비해 그가 고안하고 이기수와 엘리사에게 제안한 기술이었다.

휘젠의 아티팩트를 이용해 한껏 강화된 이기수가 최대한의 전격을 모으고 통제하는 것, 그리고 엘리사가 그 전격을 빚고 쏘아 내는 기술.

모두를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한 휘젠이 고안한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 아무것도 못 한다고 착잡해해서는 안 됐다.

파직, 파지직.

휘젠이 잠시 딴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모인 전격이 조금씩 형체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빛을 내는 아주 작은 창, 전격 특유의 소리가 아니었다면 그냥 빛으로 빚어진 창이라 해도 믿을만한 물체였다.

콰직!

창이 형체를 거의 이루었을 때 커다란 소리와 함께 바닥이 살짝 주저앉았다.

“후우……. 까다롭군.”

진땀을 흘린 헤라클레스의 아래에는 온몸이 쇠에 꿰뚫린 채 바닥에 고정된 하준수가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재희는 언제 당한 건지 한쪽 벽면에 틀어박힌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 뻔했군.”

헤라클레스는 하준수의 머리를 짓밟아 계속 터뜨리면서 전격을 모으고 있는 이기수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공격보다 위험해 보이는 공격, 아마도 저게 인간들이 준비한 한 수겠지.

“하지만 내가 이겼다.”

그 말과 함께 이기수를 향해 뛰어드는 헤라클레스, 그 모습에 엘리사는 하는 수 없이 미완성된 창을 그에게 쏘았다.

콰직! 지이익―

커다란 소리와 함께 헤라클레스를 찌르는 빛의 창, 그 공격을 네메아의 가죽으로 막은 그는 밀리는 몸을 느끼며 다급히 땅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콰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푹하고 꺼지는 땅바닥. 이기수는 먼지가 크게 일며 시야가 가려지자마자 입술을 저도 모르게 깨물었다.

‘피했어.’

찰나지만 먼지 속으로 그가 사라지기 전에 땅을 꺼뜨려 아래로 떨어져 공격을 비껴내는 걸 확인했다. 즉, 그들이 만든 창은 헤라클레스를 뚫지 못했다.

“그 기술이 완성됐었으면 꽤 위험했겠어.”

점프해 다시 올라온 헤라클레스가 말했다. 한숨을 내쉬는 그는 너덜너덜해진 네메아의 가죽을 만지작거렸다.

“처음이야. 네메아의 가죽을 이렇게 뚫는 공격은.”

“그걸 막아 낸 게 너고 말이야.”

“막았다기보단 피한 거지.”

만약 이곳이 건물이 아니었다면, 그가 네메아의 가죽을 가지고 인간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면 그는 분명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가장 위험하다고 평가한 레이나가 없음에도 이 정도라…… 위험하다곤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평가를 좀더 위로 수정해야겠어.”

짧게 평을 한 헤라클레스가 가장 뒤에 있는 휘젠을 바라보았다.

“너, 이름이 뭐지?”

“그걸 알아서 뭐에 쓰게.”

휘젠의 적의 어린 말에 잠깐 고민하던 헤라클레스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적에게 알려 줄 순 없겠지. 그나저나 축하해. 살아남은 걸.”

“뭐?”

“이 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간 나도 조금 위험할 것 같거든.”

알 수 없는 말을 한 헤라클레스는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바닥을 박차며 협회 밖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셋은 허탈한 표정으로 그가 사라진 자리를 보았다.

* * *

협회에서 차로 약 1시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작은 산, 그곳에 앉아있던 헤라클레스는 다가오는 헤르메스를 보며 몸을 일으켰다.

“목표는 이루셨어요?”

싱글벙글 웃으며 말하는 헤르메스를 가만히 바라보던 헤라클레스.

쿵!

헤르메스의 목을 붙잡아 나무에 꽂은 헤라클레스가 사나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뭘 꾸미는 거냐.”

“뭘…… 말씀이시죠?”

“아버지와 하데스, 네가 뭔가 변했다는 건 나도 알아.”

다른 형제들은 모를지라도 그는 알았다. 어느 순간부터 3명의 기질이 변했고 하는 행동 또한 변했다는 걸.

“그럼에도 내가 가만히 있는 건 3명 모두 올림포스를 위해 활동한다는 걸 알아서야.”

그게 그가 뜻이 달라서 제우스와 하데스가 서로 싸울 때에도 침묵했던 이유고, 헤르메스가 마석을 빼돌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침묵했던 이유였다.

“하지만 배신이라면 말이 달라지지.”

오늘 그와 붙은 인간들 중에 분명 신력이 깃든 물건을 가지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그 물건에는 옅지만 헤르메스의 기운이 묻어 있었다. 또한 지금 이곳에는 형제 2명이 돌아오지 않았다.

“배신이라니 말씀이 너무 심하십니다.”

“그러면 배신이 아니라는 거냐?”

“아실 텐데요? 저는 어디까지나 전령이라는 걸.”

억울하다는 듯 말하는 헤르메스, 그 모습에 목을 분지르려던 헤라클레스는 이내 손에서 힘을 풀었다.

“정확히 설명해라.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뭐 그냥 집안싸움이죠.”

“지금 이 일을 하데스가 시켰다고 말하는 거야?”

헤르메스는 어깨를 으쓱이며 긍정했다. 그리고 그런 헤르메스의 모습에 헤라클레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너는 어째서 하데스를 돕는 거지?”

“저는 그분에게 소속되어 있으니까요?”

“개소리하지 마.”

헤르메스가 저승에 일부 속해 있는 건 맞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저승에 속박된 것은 아니었다. 형제들은 모르겠지만 저승의 명령을 어긴다고 해서 헤르메스가 타격을 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아무튼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저 명령을 따를 뿐이니까요.”

“그게 올림포스를 망하게 하는 일이라도?”

“에게? 고작 신 4명 죽은 걸로요?”

“그중에는 12 주신도 섞여 있지.”

“에이, 언제 적 얘기를 하세요.”

말이 12 주신이지.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였다. 12 주신은 어디까지나 예전에 인간에게 강한 영향력을 미쳤던 12명의 신일 뿐이었다.

현재에 와서는 3 주신의 제외하고는 12 주신이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예전만 못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냐.”

헤라클레스는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갈라서더라도, 기질이 변하더라도 모든 신들이 항상 올림포스를 위해 산다고 그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헤르메스를 포함해서 3명의 생각을 도저히 읽을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딱히 큰일이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이것도 올림포스를 위한 일입니다.”

“이게 올림포스를 위한 일이라고?”

“네, 2명의 주신이 싸우고, 신들이 죽은 것 그 무엇 하나도 올림포스를 위한 일이 아닌 게 없죠.”

헤르메스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긴 헤라클레스가 몸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올림포스와 너희 3명이 생각하는 올림포스의 정의가 다른 것 같군.”

“뭐 그럴 수도요? 그렇다 한들 어쩌시려고요?”

“나는 따로 활동한다.”

“아버지가 노하실 텐데요?”

“불만 있으면 직접 찾아오라고 해.”

그 말과 함께 헤라클레스가 자리에서 사라졌다. 헤르메스는 사라진 그를 보며 씨익 웃었다.

“역시 헤라클레스. 저를 못 죽이시네요.”

원본도 그렇고 헤라클레스는 맘이 너무 약한 게 문제였다. 그러니 자신의 어미를 강제로 취한 아버지를 끝내 미워하지 못하는 거겠지.

“당신은 이대로 올림포스를 위해 행동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의심하고 제우스와 하데스의 중간에서 조율을 하는 것, 그게 그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알리기 위해 그가 이렇게 행동한 것이고.

“자, 그나저나 앞으로 어떻게 일이 진행되려나.”

분노한 제우스가 더 빠르게 인간 세상으로 올라와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었고 하데스가 제우스를 죽이고 권력을 취할 수도 있었다. 그것도 아니면 헤라클레스가 그 둘 모두를 막아서든지.

어느 쪽이든 헤르메스의 입장에서는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그 모든 일들은 올림포스를 위한 것일 테니까.

“모든 것은 올림포스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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