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가진 SS급 문방구-144화 (144/202)

#144

적진으로 쳐들어가면서 진하가 적들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을 리 없었다.

‘가장 큰 힌트는 아레스지.’

단순한 코드명인지 아니면 진짜로 그런 몬스터인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확실히 로마 그리스 신화에 존재하는 신들의 이름을 따온 존재였다.

그랬기에 진하와 이기수, 레이나는 그들에 대해 조사했고 꽤 여러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대표적으론 아레스가 생각보단 전쟁광에 독불장군이라는 거지.’

여러 해석이 존재하는 신화였지만 대표적으로 아레스는 전쟁광으로 묘사되었고 항상 싸움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진하가 마주친 존재도 그와 똑 닮았었다.

“그럼 결국 최면술사도 신화에 나오는 신들 중 하나일 텐데 그런 신은 딱 하나밖에 없잖아?”

힙노스, 잠의 신이자 최면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된 존재. 그 존재가 그리스 신화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최면술사였다.

“아레스 그 자식이…….”

이를 갈며 아레스를 입에 담는 힙노스, 그 모습에 진하는 자신의 추측이 하나 더 맞았음을 깨달았다.

‘몬스터.’

힙노스에게 담긴 감정은 코드명에 맞게 배정된 동료를 향한 감정이라기엔 애매했다. 거기다가 신화에서처럼 콩가루 집안인 듯한 모습까지, 인간끼리 서로 코드명을 부여한 거라고 보긴 어려웠다.

“역시 너희들은 인간이 아니었네.”

“후…… 뭐, 괜찮아. 그럴 수 있어. 그런데 내 정체를 알아서 뭘 어쩔 거지?”

마음을 진정시킨 힙노스가 되물었다. 그들이 자신의 정체를 안 것까진 생각 외였지만 그리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았다.

“뭘 어떻게 해 제압하고 정보를 알아내야지.”

“고작 인간들 따위가?”

“고작 인간들 따위라…… 그러는 너네는 인간들이 무서워서 숨어 다니는 건가?”

진하의 말에 힙노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 뭘 믿고 이리도 자신감이 넘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가 숨어 있던 건 어디까지나 제우스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야. 원한다면 언제든지 인간들 따위 다 죽일 수 있어.”

“뭐, 그건 니들 생각이고 그래서 그 모습은 그대로 유지하게? 그러지말고 그 옆에 사람이나 좀 소개해주지?”

진하의 말에 옆에 서 있던 이사벨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힙노스를 향해 말했다.

“야, 이거 풀어. 어차피 들킨 거 굳이 계속할 필요 없잖아? 그리고 나 이 여자 얼굴 마음에 안 들어.”

“하아, 어떻게 된 게 죄다 왜 이리 멋대로인 건지.”

힙노스는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미하일과 이사벨의 모습을 하던 둘의 모습이 풀리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그쪽은 누구야?”

“나? 나를 몰라?”

“모르니까 물어보잖아.”

진하의 말에 이사벨로 변장했던 여자, 네메시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힙노스는 알면서 나를 모르다니 어리석네.”

“내가 굳이 다 알 필요는 없잖아? 근데 이렇게 쉽게 밝혀도 돼? 아레스는 아르테미스한테 엄청 혼나던데.”

진하의 말에 힙노스가 혀를 찼다. 도대체 어디까지 밝히고 다닌 건지 나중에 아레스를 만나면 따져야 될 듯싶었다.

“어차피 여기서 죽을 놈들이니까 상관없어.”

상대는 고작해야 S급 헌터였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복면인은 아마도 같은 팀원으로 데려온 S급 헌터 엘리사라는 헌터일 게 뻔했다. 교회 내에서 보이지 않았던 헌터는 그 둘이 다였으니까.

“무슨 자신감으로 직접 찾아왔는지 몰라도 그만 죽어라.”

따악!

그 말과 함께 힙노스와 네메시스가 동시에 손가락을 튕겼다. 애초에 그들의 정체를 알았다면 찾아와서는 안 됐다. 이곳은 그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공간이거늘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곳을 찾아온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하냐?”

진하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힙노스를 바라봤다. 그의 모습에 힙노스가 당황하며 다시 손가락을 튕겼지만 여전히 둘은 멀뚱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뭐가 잘 안돼?”

“너 뭐야? 왜 최면이 먹히지 않는 거지?”

그는 가장 먼저 이곳으로 내려와 힘을 100% 찾은 존재였다. 거기다가 이곳은 그의 본거지, 설사 SS급 헌터가 이 자리에 있더라도 이렇게 멀쩡하게 있을 순 없었다.

“근데 왜 멀쩡한 거야! 너희들은 고작 S급이잖아!”

“일단은 우리가 S급이 아니라서?”

진하의 말에 뒤에 있던 복면인이 복면을 벗었다. 그리고 드러난 얼굴을 보며 힙노스가 경악하며 말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지?”

“뭐…… 그러게요.”

복면을 벗은 사람, 레이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러고는 진하에게 말했다.

“뭔가 좀 그렇네요. 이렇게 쉽게 밝혀도 돼요? 복면을 씌운 이유가 막 비장의 무기 그런 거 아니었나요?”

“아뇨, 초반에 속이려는 거지 뭔 비장의 무기에요. 무슨 만화라도 보셨어요?”

진하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애초에 복면을 씌운 이유는 혹시 모를 상대의 준비에 대응함과 동시에 이곳에 찾아온 진하를 얕보게 하려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상대가 딱히 뭘 준비한 게 없는데 굳이 답답하게 복면을 계속 쓸 필요는 없었다.

“그나저나 니들이 얼마나 인간들을 우습게 보는지 알겠다.”

너무나 어설픈 모략, 아니 모략이라고 말할 것도 아니었다. 그냥 아예 준비를 하지 않고 있었다.

아레스 때도 느꼈지만 역시나 이것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었다는 게 느껴졌다. 그나마 무시하지 않는 건 레이나 정도?

진하는 혀를 차며 당황하고 있는 힙노스를 무시하고 네메시스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너희들 이게 다 끝이야?”

“죽어!”

그 말과 동시에 진하의 뺨에 얕은 상처가 났다.

“고작 이거?”

진하는 어이없다는 듯 네메시스를 보았다. 피할 가치조차 없는 무형의 칼날, 이제보니 이 둘은 그냥 비전투계열인 듯싶었다.

느껴지는 기세에 비해 공격은 약하고 자신 있어 하는 건 정신계열인 것 같으니 아마 맞을 것이다. 심지어 아까부터 진하의 눈에 계속 보이는 상태창이 그걸 증명하고 있기도 했고.

<힙노스의 최면이 발동합니다. 동료를 적으로 인식합니다.>

<네메시스의 저주가 발동합니다. 동료에게 극심한 복수심을 느끼게 됩니다.>

<격이 높습니다. 최면과 저주가 거의 통하지 않습니다.>

<자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격이 낮은 저주와 최면이 자동으로 삭제됩니다.>

혹시나 하고 레이나를 힐끗 보았지만 그녀 역시 아무렇지 않게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기야 SSS급이니.’

통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저 둘은 아무리 봐도 S급 몬스터 수준, 한 단계도 아니고 두 단계나 차이가 나는데 통하면 그게 더 이상했다.

“자, 그러면 우리 이제 이야기 좀 해 볼까?”

진하가 씩 웃으며 둘을 쳐다보았다.

* * *

“부상자 없습니다.”

“남아 있는 적 없습니다.”

“교회 내 비밀 장부를 찾았습니다.”

레이나, 아니 레이나로 변장한 엘리사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협회원들의 보고를 받았다. 그리고 협회원이 넘겨준 장부를 이기수에게 곧바로 넘겼다.

촤라락!

엘리사에게 장부를 넘겨받은 이기수는 곧바로 장부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역시나 적당한 비리들만 나열되어 있을 뿐 신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역시 여기는 미끼네.”

처음 얘기를 나누고 결정을 내렸을 때 실제 본거지가 아니라고는 생각했는데 역시나 진짜 아니었다.

하기야 뭐라도 있으면 이렇게 쉽게 제압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여기에 존재하는 건 그래봤자 저급 각성자와 일반인뿐이었으니까.

“그럼 저쪽이 본거지라는 건데.”

진하와 레이나가 있는 쪽을 잠시 걱정스럽게 바라본 이기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누가 뭐라 해도 둘이었다.

진하가 만났다는 아레스라는 존재가 있더라도 위험해질 리는 없었다.

“근데 저쪽에 뭐 단서가 있으려나.”

저쪽에서도 찾지 못한다면 이번 습격은 완전히 말짱 꽝이었다. 그들이 가진 단서라고는 이게 다인데 여기서 뭘 건져내지 못하면 이제는 뭘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협회장님! 프랑스에 있는 협회가 습격받았습니다!”

그때 저 멀리서 유럽 연합 협회원 한 명이 달려오면서 외쳤다. 엘리사는 그 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피해가 심각한가요?”

“그게…… 다행히 다들 퇴근한지라 피해는 없었는데 보관하고 있던 마정석이 사라졌습니다.”

“마정석이요? 후, 일단 알겠습니다. 이곳 정리하세요. 저는 먼저 가 볼 테니.”

“네.”

엘리사는 말에 협회원이 대답하고 자리를 떴다. 협회원이 떠나자 엘리사는 곧바로 이기수를 바라봤다.

“어떻게 해?”

“뭐, 일단 진하한테 가자.”

여기서 할 건 더 이상 없었다. 어차피 보고도 해야 하니 진하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제일 나을 듯했다.

* * *

“흠, 생각보다 독하네?”

진하가 피 묻은 손을 닦으며 말했다. 그런 그의 눈앞에는 넝마가 된 힙노스가 앉아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레이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습격했지만 그들이 얻은 거라곤 상대가 인간이 아니라는 확증 외에는 얻은 게 없었다.

“일단은 이놈들이 어떻게 이곳으로 나왔는지 확인해 봐야죠.”

단순히 게이트를 뚫고 들어왔을 것 같진 않았다. 그랬다면 고작 이런 조무래기들만 여기에 있을 리 없을 테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놈들의 몸은 아무리 봐도 인간이었으니 분명 사람들을 이용해 뭔가를 저지른 게 분명했다.

치익!

[거기 어떻게 됐어?]

마침 이기수에게 연락이 왔다. 진하는 곧바로 송신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대충 끝났어. 아, 혹시 지금 엘리사랑 같이 있어?”

[어. 그리고 지금 저택 앞이야.]

그 말에 진하는 문밖으로 나가 로비를 바라봤다. 그러자 엘리사와 이기수가 저택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그쪽은 뭐 건진 거 있어?”

“아니, 네 쪽은?”

“여긴 아직 진행 중. 그리고…… 엘리사의 도움이 필요해.”

진하의 말에 엘리사가 그가 있는 위층으로 빠르게 조로록 올라갔다. 이기수는 그 모습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쟤는 진하가 뭐 그리 좋은 건지.”

그렇게 자주 보지도 않고 심지어 지난 1년간은 본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엘리사는 오랜만에 본 진하를 무척이나 잘 따랐다.

“엘리사, 혹시 아티팩트를 사용하고 무리가 왔니?”

올라온 엘리사를 보며 진하가 물었다. 그러자 엘리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럼 혹시 몇 번 더 사용할 수 있겠어?”

“한 번.”

엘리사의 말에 진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한숨에는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불편함 또한 가득 담고 있었다.

“혹시 무리가 안 된다면 미안하지만 한 번 더 사용해 줄 수 있어?”

진하의 물음에 엘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하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리고 거의 반 죽어있는 힙노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놈 기억을 읽어 주겠니?”

“응.”

진하의 말에 엘리사가 손거울 하나를 꺼내 힙노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거울로 그의 얼굴을 비춤과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로 그의 어깨를 짚었다.

―리딩.

<리딩이 시전되었습니다. 손에 접촉한 대상의 기억을 일부 읽습니다.>

<아티팩트 손거울의 영향으로 스킬의 효과가 증폭되어 기억 전체를 읽습니다.>

진하는 은은하게 빛나는 손거울을 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제발 조용히 넘어가라…….’

그가 준 아티팩트이고 그가 시킨 일이었지만 그대로 실행하는 엘리사를 보는 진하의 마음은 조금 무거웠다.

<손거울: 단정한 외모를 위한 필수품! 언제나 가지고 다닐 수 있게 작게 나왔다. 이거면 당신도 인기 만점!>

<사용자의 스킬을 한 단계 증폭시킨다. 스킬: 복사 사용 가능, 자가 수복>

<복사: 대상의 외형 또는 스킬 한 가지를 복사한다. 복사 대상에 따라 몸에 무리가 온다.>

이미 레이나를 베끼면서 꽤 무리가 왔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엘리사에게 기억을 읽으라고 부탁하는 건 솔직히 좋은 행동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리딩은 대상의 동의가 없이 강제로 읽으면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확률로 타격을 받으니까.

가뜩이나 치료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복사로 무리시켰는데 거기다가 아티팩트에 의해 증폭된 타격을 받으면 아마 진짜 며칠은 누워있어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해야 했다. 아직 어린 엘리사를 부려 먹고 혹사시키는 것 같아서 미안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녀가 필요했다.

“됐나?”

진하가 착잡한 마음을 추스르는 사이 스킬의 시전이 끝난 건지 빛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멀쩡한 엘리사의 모습에 진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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