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가진 SS급 문방구-136화 (136/202)

#136

일주일 뒤 협회장실, 진하는 방안에 모인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이기수부터 시작해 총 14명이 협회장실을 둘러앉고 있었다.

“이렇게 보니 꽤 많네.”

“적은 거지. 이걸로 어떻게 게이트를 공략할 수 있겠어.”

송하나의 말에 진하가 쓰게 웃었다. 확실히 이렇게 보면 많기는 했지만 공략을 한다는 측면으로 보면 적긴 했다. SS급 2명, S급 6명, A급 4명이 다였으니까.

‘그때는 대충 150명이었었지?’

회귀 전 드래곤을 잡기 위해 동원했던 헌터들은 S급 이상으로 150여 명. 그 당시 16층 게이트 보스에게 3분의 2가 죽었던 걸 생각한다면 지금 인원이 적다는 말은 당연하긴 했다.

“뭐,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잖아?”

“그렇지. 다들 우리 말만 믿고 모여 준 거니까.”

진하의 말에 이기수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리고 그런 둘의 모습에 송하나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진짜 이것들이…….’

그녀 역시 모인 사람들이 고맙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능성 없는 현실을 이야기한 것일 뿐. 애초에 저 둘은 이런 상황에서도 평소와 같이 해맑은 느낌이 드는 걸 보면 어떤 면에선 대단했다.

‘아니면 진짜로 나사가 하나 빠진 걸지도…….“

물론 그럴 리는 없었다. 오랫동안 헌터 업계를 구른 둘이 기본적으로 순진할 리 없으니까. 물론 이기수의 경우에는 그런 점이 아주 약간 남아있긴 했지만 나사가 빠질 정도로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애초에 저 자리에 오르기 전에 게이트 던전 어딘가에 쥐도 새도 모르게 묻혔을 테니까.

짝!

“자, 다들 모였고, 얘기도 좀 나눈 것 같으니 이제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송준하가 박수와 함께 주목을 모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다들 말하는 것을 멈추고 송준하에게 시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우선 당연하게도 왜 모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멸망한다는 게 믿기지도 않을 수 있어요. 그리고 죽을 수도 있어요. 상관없나요?”

송준하의 시선은 정확하게 하준수의 팀원이 위치한 곳을 향했다. 그들은 곧바로 송준하가 자신들에게 하는 말임을 깨달았다.

“뭐, 친구가 가면 나도 가야지.”

“나도…….”

제일 먼저 휘젠과 엘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뒤이어 다른 팀원들도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멸망은 모르겠고 돈을 준다면야 어디든 가지.”

“나야 뭐 팀장님한테 목숨을 빚졌으니까.”

각자 떠나지 않은 이유를 말하며 대답하는 팀원들, 그들의 모두가 동의하는 것을 확인한 송준하는 곧바로 다음 말을 꺼냈다.

“그럼, 다행이고요.”

“준하 씨,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어떻게 됐어요?”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우선 유럽과 미국 둘 다 연락해 봤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유럽은 허락, 미국은 불가입니다.”

“뭐…… 그건 예상했어요.”

“죄송합니다.”

송준하가 진하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그런 모습에 진하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애초에 미국은 약간 폐쇄적인 분위기를 내고 있었으니 그럴 거라고 예상했었다. 오히려 아무리 친한 사람이 있다지만 일주일 만에 유럽 게이트 공략권을 따낸 송준하의 능력을 치켜세워야 할 판이었다.

“어차피 유럽이 첫 목적지였잖아요? 미국은 우리가 유럽을 공략하면서 다시 한번 물밑 작업 좀 해 주세요.”

“네, 그럴게요.”

“그럼 출발은 언제부터 가능하죠?”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원하시면 지금도 출발 가능합니다.”

송준하의 말에 휘젠이 손을 들었다.

“근데 16층을 진짜 이렇게 공략할 거야? 유럽에서 지원을 받아도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데?”

“동감이야. 목숨을 내놓고 공략하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0%인 확률에 도전하는 건 싫거든.”

“그건 나도 동감.”

팀원들의 말에 하준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멸망을 막기 위해 행동하는 것과 그냥 돌덩이에 꼬라박는 건 다른 행위였다.

“그래서 당연히 방법은 있겠지?”

하준수가 진하를 보며 물었다. 지난 회의에서 그는 바로 공략하자는 의견에 반대하던 사람이었다. 적어도 공략할 거라면 1%로의 확률이라도 보여 달라고 말했고, 진하는 분명 그때 알았다고 대답했었다.

“그렇게 보지 않아도 말할 거야.”

하준수의 시선을 받은 진하는 들고 온 가방에서 물건을 하나, 둘씩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꺼낸 물건을 본 하준수의 팀원들은 모두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장난감?”

“진하 씨가 꺼낸 걸 보면 아티팩트 같긴 한데…….”

“고작 그게 답은 아니겠지?”

하준수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확실히 아티팩트가 도움이 되는 건 맞았지만 그렇다고 게이트를 공략할 수 있을 정도로 획기적인 건 아니었으니까.

“인상 찌푸리기 전에 일단 확인부터 해. 각자의 물품에 이름표 달아 놨으니까 가져가고.”

진하의 말에 하준수가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놓여있는 물건 중 자신의 이름이 적힌 물품을 집어 들었다.

<긴고아: 만화영화에 나오는 손오공의 패션 아이템. 손오공을 손오공이게 해 준다.>

<고통 면역, 정도 이상의 본능을 억누른다. 정신이 끊기지 않는다. 신체 능력이 한 단계 강화.>

<제한: 없음.>

내용을 읽은 하준수의 눈이 커졌다. 마찬가지로 각자의 물건을 가져간 팀원들 모두 놀란 표정으로 물건을 살펴보았다.

“이건…….”

“꽤 괜찮지? 완전히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맞춤형으로 준비했어.”

최대한 각자의 단점을 보완하거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설정한 물품들이었다. 그리고 그걸위해 지난 일주일 간 진하는 온 지역과 인터넷을 뒤졌었고.

“적어도 랭크 기준 한 등급 위에 준하는 능력을 낼 수 있을 거야.”

기본적으로 모든 물품은 사용자의 랭크를 한 단계씩 끌어올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물론 스킬 각성은 아니라서 반쪽짜리였지만 그렇다 한들 거의 반 단계에서 한 단계가량 올리는 걸 생각하면 최소 국가급 아티팩트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물론 이렇게 해도 여전히 확률이 낮은 건 맞았다. 하지만 0%였던 아까와 달리 지금은 적어도 10% 정도로 승률이 올랐다.

‘이거면 어느 정도 납득하겠지.’

“확실히…… 이 정도라면 나쁘지 않아. 이런 걸 계속 뽑아낼 수 있나?”

하준수의 질문에 진하가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걸 마구잡이로 뽑아낼 수 있다면 애초에 걱정 따위를 할 리 없었다.

오직 몇 가지 물품들에 집중적으로 사념을 집어넣어 만든 물품이었다. 대량 생산은 불가능했다.

“몇 가지 더 만들 순 있지만 대량 생산은 불가능해. 솔직히 지금 당장 만들 수도 없고.”

이미 사념이란 사념은 바닥까지 끌어다 쓴 상태여서 최소 한 달간은 아무것도 부여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아쉬워하지 마. 그래도 일단 승률은 올랐잖아?”

“그렇긴 하지.”

“자, 그럼 제시했던 의문은 어느정도 해결한 것 같고, 다른 질문 있으신 분?”

진하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러자 재희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물었다.

“이런 국가급 아티팩트를 저희에게 그냥 준다고요?”

어떻게 구해 왔는지는 둘째치고 일반적인 아티팩트면 모를까 국가에서도 한두 개밖에 없을 정도의 아티팩트를 쉽게 제공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뭐, 무상이죠.”

“이걸 가지고 그냥 튈 거라곤 생각 안 해 봤어요?”

재희의 말에 한두 팀원들이 흠칫했다. 실제로 그들은 순간이지만 그런 생각을 잠깐 했었으니까.

“뭐, 튈 수 있으면 튀셔도 괜찮아요. 근데 안 그럴 거잖아요?”

“저희를 많이 믿으시네요.”

재희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물론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믿을 만한 사람인 건 맞았다. 기본적으론 단순히 하준수나 이기수, 진하의 말만 믿고 모인 사람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완벽하게 신뢰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재희는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기본적인 신뢰가 있는거지 그게 모든 이유가 아니었으니까.

“뭐, 믿기도 하고. 대책도 있죠.”

진하는 그 말과 함께 작은 삼각자 하나를 꺼냈다. 꺼내진 삼각자는 진하의 주위를 둥둥 떠다녔고 그는 그런 삼각자를 잡아채며 말했다.

“이거 다들 뭔 줄 아시죠?”

진하의 말에 팀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모를 리 없었다. 하예진이나 진하가 쓰는 아티팩트였으니까.

“근데 이걸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요?”

진하는 그 말과 함께 허공을 몇 번 두들겼다. 그 모습에 팀원들은 그가 시스템 창을 만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 보실래요?”

툭.

진하가 책상 위로 삼각자를 내려 놓았다. 그의 권유에 재희는 조심스럽게 책상 위에 놓인 삼각자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 창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티팩트가 아냐?”

“맞아요. 팀원들이 가진 아티팩트 역시 똑같아요. 제가 원하면 언제든지 아티팩트화를 풀 수 있죠.”

진하의 말에 팀원들이 작게 헛바람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재희가 넘겨주는 삼각자를 돌아가며 살펴보기 시작했다.

“믿는 게 아니었네요.”

재희의 말에 진하가 쓰게 웃었다. 그리고는 마지막 사람에게 삼각자를 돌려받은 다음 그대로 반으로 또각! 하고 분질렀다.

“물론 쓰고 싶진 않아요. 한번 기능을 잃은 아티팩트는 다시 되돌릴 수 없거든요.”

“어차피 한 번 쓰면 되돌릴 필요 없지 않나요?”

“그 사람만 보면 그렇지만 말했다시피 만들기 힘든겁니다. 당연히 사라지면 저에게도 피해가 있죠. 자, 다른 질문 있는 사람?”

진하가 팀원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하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유일하게 궁금했었던 문제들이 해결됐으니까

“자, 그럼 끝이고. 준하 씨 더 전해 줄 말 있나요?”

“없습니다. 애초에 출발 전 물건 전하는 거랑 일정 전달이 끝이었으니까요.”

이미 출발할 것을 기점으로 모두 준비해 오라고 통보까지 한 상태였다. 애초에 이렇게 모인 이유는 출발 전 한 번 더 각오를 확인하는 것과 진하가 요청때문이었다.

“자, 그럼 1시간 뒤에 출발하도록 하죠. 끝!”

진하의 말에도 팀원들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하나, 둘씩 협회장실을 나가기 시작했다. 진하 역시 나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고 송하나가 그런 진하를 붙잡았다.

“잠깐 얘기 좀 해”

“얘기?”

“조직 관련해서 할 말 있어.”

“알았어.”

진하의 승낙에 송하나는 모든 사람이 나가길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에 송준하가 머쓱해하며 일어났다.

“저도 나갈까요?”

“아뇨, 그냥 있으세요.”

그녀의 말에 송준하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나가고 협회장실 문이 모두 닫히고 나자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 무슨 생각이야?”

“뭐가?”

“왜 블러핑을 하냐고.”

삼각자를 직접 써 봤던 그녀이기에 모를 리 없었다. 삼각자는 허공에 떠 있을 때 아까 진하가 했던 것처럼 둥실둥실 떠다니지 않았다. 칼같이 움직였으면 움직였지 절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진 않았다.

“오, 바로 알아채네?”

“보험을 블러핑으로 하는 게 말이 돼? 그리고 그건 어떻게 한 거야?”

송하나의 물음에 진하가 주머니에서 요요 하나를 꺼내 보여 주었다.

<요요: 모습은 단순하지만 이거 하나만 있으면 멋있어질 수 있다.>

<기술에 따라 여러 효과가 발생. 모든 공격은 격에 맞게 설정되며 속성 데미지를 가진다.>

<제한: 없음.>

요요를 손에 쥔 진하는 곧바로 스냅을 주며 요요를 바닥을 향해 뿌렸다.

지잉―

그러자 슬립이 걸리며 줄의 끝에서 공회전을 하는 요요, 진하는 주머니에서 볼펜 하나를 꺼내 요요 끝을 툭 하고 쳤다.

둥실~

그러자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볼펜, 아까 삼각자와 똑같은 모습으로 허공을 떠다니는 걸 보며 송하나가 재빨리 볼펜을 잡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녀가 잡은 볼펜은 아무런 시스템 창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거…….”

“슬립이라는 기술이야. 원하는 시간 동안 물체를 공중에 떠오르게 할 수 있지.”

진하도 문방구의 아티팩트를 마음대로 풀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건 불가능했다. 다만 그렇다고 아무리 믿음을 준 상대라지만 그냥 아티팩트를 줄 수 없어 이런 식으로 블러핑을 한 것이었다.

“허…… 신기하군요.”

송준하는 속았다는 사실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송하나는 표정을 풀지 않은 채 말했다.

“배신자가 생기면 어떻게 할거야? 대책은 있는 거지?”

“진짜로 배신자가 생길거라고 생각해?”

사람은 쥔 것을 잘 놓지 않는 생물이다. 애초에 목숨을 걸고 온 사람들이 배신할 가능성도 적었고, 자신이 더 강해질 수 있는 물품을 버리면서까지 배신할 이유도 없었다.

“상대는 인간이 아니라 몬스터야. 절대 배신할 이유가 없지. 가장 중요한 목숨 부분도 확인했고. 근데 그거 얘기하려고 남으라 한 거야?”

“아니, 하나 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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