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가진 SS급 문방구-103화 (103/202)

#103

“꺄악!”

순간 이신혜가 놀라며 몸을 틀었다. 하지만 급하게 피한 거라 그런지 모두 피하지 못한 윈드 커터가 그녀의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크윽…….”

마찬가지로 삼각자를 이용해 가까스로 스킬을 막아낸 진하는 빠르게 몸을 물렸다. 블라인드로 인해 순간적으로 시야가 가려졌던 경호원들이 다급히 움직이기는 했지만 두 명이 경호원을 막는 사이 다른 한 명이 빠르게 진하를 향해 달려들었다.

핑, 피빙!

진하가 재빨리 삼각자를 달려오는 남자를 향해 쏘아냈다. 남자는 날아오는 삼각자를 보며 잠시 눈가를 꿈틀거리더니 그대로 달려들었다.

푸욱!

급소만 피한 채 달려든 남자는 그대로 자신이 숨겨놓았던 단검을 꺼내 진하를 향해 내질렀다.

‘젠장!’

몸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진하는 이를 악물며 몸을 비틀었다. 어차피 한순간의 공격만 막으면 되는 거였다. 피할 수는 없으니 어깨를 희생시키기로한 진하는 어깨를 비틀어 단검 방향쪽으로 틀었다. 그 순간.

휘릭!

둘 사이로 이신혜가 끼어들었다. 그녀는 단검을 자신의 왼쪽 어깨로 받아냄과 동시에 다가오는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순간 남자가 뒤로 밀려났고, 그 틈을 이용해 진하가 나머지 삼각자를 이용해 그의 목을 베어냈다.

“후우…….”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난 진하는 재빠르게 이신혜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응, 괜찮아……. 근데 이게 무슨…….”

이신혜가 황당한 얼굴로 경호원과 싸우고 있는 동료들을 바라봤다. 병원 복도는 싸우는 경호원들과 동료로 위장했던 암살자들로 인해 난장판이었다.

‘설마 신혜한테까지 붙여 놨을 줄이야.’

진하는 충격받은 얼굴로 싸움을 지켜보는 이신혜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암살자들이 올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올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게이트에서 만났다는 걸 생각하면 게이트 폭주가 시작되는 그 전부터 이신혜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신혜야, 어깨 좀 봐 봐.”

제압되어가는 암살자들을 보며 진하는 단검에 꿰뚫린 이신혜의 어깨를 살펴보았다. 깊이 찔리기는 했지만 다행히 뼈나 신경은 다친 것 같진 않았다.

“난 괜찮아. 근데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혼란스러워하며 계속해서 같은 말을 반복하는 이신혜. 진하는 그런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아마 나 때문일 거야. 미안해.”

“너 때문이라고?”

“응, 아마도 암…….”

피잉―

순간 진하는 머리가 핑 도는 걸 느꼈다. 달달 떨리는 그의 몸에, 두근거리는 심장.

“진하야? 왜 그래?”

“아냐, 아무것도 그냐…….”

투욱.

* * *

“어떻게 됐어?”

“습격은 모두 무사히 방어해 냈습니다. 다만 습격자들이…….”

“됐어, 그건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야. 신원은?”

“협회에서 현상금을 내건 범죄자들이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애초에 뒤를 캘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렇게 대놓고 공격하는데 그 정도 방비조차 안 했다면 대기업들 사이에서 아직까지 살아 있을 리도 없었다.

“신후 그룹 자금의 흐름은?”

“일단 암중으로 움직이던 자금의 흐름은 모두 멈췄습니다. 아마 습격이 끝난 게 아닐지…….”

“양지쪽으로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사업이나 늘리는 사업 찾아봐. 이대로 끝낼 리 없으니까.”

보이지 않는 돈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돈은 숨기려 하면 얼마든지 숨길 수 있었다.

송하나가 아무리 정보 길드라 한들 100% 모든 걸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은발 헌터는?”

“하예진 헌터가 있던 호송 차량을 습격했으나 이기수가 온다는 첩보를 들은 건지 곧바로 후퇴했습니다.”

“그래?”

보고를 받은 송하나는 뭔가 찜찜함을 느꼈다. 분명 계획된 습격이었고, 진하와 하예진을 지키던 협회와 정보 길드 역시 꽤나 피해를 받았다. 그들의 중요전력이라던 은발의 헌터 역시 출현했고, 그런데도 뭔가 찝찝했다.

‘너무 대놓고 움직여.’

물론 그들이 움직이는 걸 알아챈 건 정보 길드밖에 없을 정도로 은밀하게 움직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은밀하지는 않았다.

그들의 상대가 정보 길드인 것을 알면서 겨우 이 정도로만 준비해서 움직였다고 생각하기엔 신후 그룹의 명성과 힘이 울 지경이었다.

“흠…….”

툭, 툭, 툭, 툭.

탁자를 두드리며 생각에 잠기는 송하나, 그녀는 습격이 있던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모든 걸 다시 한번 짚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떠오르는 건 없었다. 습격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뭔가 더 숨겨져 있다기엔 딱히 드러나는 게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이신혜라는 여자는 어떻게 됐어?”

“치료 후 김진하 헌터를 옆에서 간호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뭔가 미심쩍은데…….”

그녀의 행적에서 특이사항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뭔가 미심쩍었다. 뭐랄까…… 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 여자하고 암살자들 게이트에서 만난 거 맞아?”

“네, 폭주 당시 우연히 만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조직원의 보고에 송하나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분명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는데 이상하게도 그 여자가 신경 쓰였다.

‘그냥 잘못된 생각인가?’

진하가 습격받았다는 사실에 어쩌면 그냥 신경이 날카로워진 걸지도 몰랐다. 그리고 자신과 달리 진하의 옆에 있다는 사실에 짜증이 난 것뿐일 수도 있고.

“그 여자 조사한 파일 가져와 봐.”

조직원이 재빠르게 송하나에게 파일을 넘겨주었다. 송하나는 그녀의 파일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름:이신혜

나이: 21세

능력: 신체 강화

특이사항: 아픈 동생 한 명이 있으며 현재 신후 그룹 산하 병원인 아성 병원에서 치료 중.>

“이거 말고, 추가로 조사하라고 시켰던 거 없어?”

“네?”

조직원의 되물음에 송하나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조직원을 바라봤다. 조직원은 송하나의 표정에 순간 움찔했다.

“내가 조사하라고 했잖아. 그 자료 어딨냐고.”

“죄송하지만 전달받은 사항이 없습니다.”

“뭐?”

순간 송하나는 그 일을 한에게 맡겼었다는 걸 생각해 냈었다. 조직원이 모른다면 아마 비밀리에 혼자서 정보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한 직속에서 일하던 조직원들은?”

“모조리 숙청했습니다.”

“하아…….”

송하나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 일이 꼬이려니 이런 식으로 꼬이다니…….

“걔들이 조사하던 자료 모조리 가져와. 그리고 이신혜에게 감시 붙이고.”

“예, 알겠습니다.”

송하나의 명령을 들은 조직원이 방을 나갔다. 송하나는 머리를 조여오는 두통을 느끼며 머리를 지압했다.

‘인력이 부족해.’

대기업에 길드, 그리고 블랙길드 통합까지 인원이 부족했다. 정확히는 그들을 통제하고 관리할 인원의 부재가 너무 컸다.

그렇다고 아무나 뽑을 수도 없는 게 저번처럼 그녀에게 반기를 드는 일이 또 생길 수도 있어 함부로 뽑기도 어려웠다.

쾅!

“보스! 큰일 났습니다.”

그때, 문이 벌컥 열리며 남자 한 명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뭔데?”

“블랙 길드들이 연합회를 구성했습니다.”

“그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잖아.”

“그런데 암중으로 연합하는 게 아니라 아예 길드 형식으로 사업체를 등록했습니다.”

“뭐?”

송하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조직원을 바라봤다. 연합하는 거야 당연히 예상했던 일이었다. 정보 길드에 하나, 둘씩 통합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합하지 않는다면 바보였으니까. 하지만 양지로 올라가다니…….

“협회에서 그걸 허락해 줬어?”

“일단은 보류하고 있습니다만 거절할 명분이 없다 합니다.”

“보스!”

그때 또 다른 조직원이 빠르게 들어왔다. 송하나는 들어온 조직원을 확인해 보았다. 대기업 쪽 정보를 맡고 있는 간부 중 하나였다.

“뭔 일이야.”

“대기업을 감시하고 있던 정보원들이 하나, 둘씩 암살당하고 있습니다.”

“범인은?”

“암살 시기에 맞춰 다른 대기업들의 암중 자금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게 포착됐습니다.”

“협회에 연락해서 그쪽에 압박 넣으라고 해.”

“네.”

송하나에게 명령을 받은 조직원이 나가고, 송하나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이번에 사업체 등록한 놈들 관련 자료 가져와. 길드 발대식은 언제야?”

“바로 내일입니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페이퍼 컴퍼니 중에 길드도 있지?”

“네.”

“자료를 바탕으로 걔들에게 당한 피해자들 찾아. 모두 길드에 소속시키고, 갈등을 조장해. 양지로 나왔다면 그에 맞게 길드 간의 분쟁으로 보이게 하면 돼.”

“하지만 그놈들도 바보는 아닐 텐데요? 분명 알고 있을 거고, 법적으로 공격이 들어올 겁니다.”

조직원의 말에 송하나는 고개를 저었다. 알든 말든 상관없었다. 애초에 음지에서 쫓기고 있다고 양지로 올라간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어차피 우리 뒤에는 협회가 버티고 있어. 지들이 살겠다고 양지로 올라가면 우리도 올라가서 죽이면 돼. 걸리는 부분은 모두 협회에서 처리해 줄 거니까, 걱정 말고 진행해.”

“네.”

마지막 남은 조직원도 나가고 혼자남은 송하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지? 왜 이리 갑작스럽게 일이 터지는 거지?’

게이트 폭주 때는 조용하게 있다가 갑작스럽게 동시다발적으로 일이 터졌다. 대기업이나 길드들은 이해가 됐다. 어찌 됐든 그들의 생계가 걸린 일이어서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블랙 길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송하나가 견제하고 통합하는 중이었다지만 그들이 원했더라면 게이트 폭주 당시 움직였을 게 분명했다.

‘분명 진하가 겪었던 미래에선 블랙 길드가 게이트 폭주 때 움직였었어.’

실제로 그와 관련에 움직임이 보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까고 보니 실제로 움직인 건 게이트 폭주 뒤, 미래가 바뀌었다고 생각해도 뭔가 미심쩍었다.

‘연합한 건가?’

송하나가 송준하와 연합해 예전 협회를 무너뜨렸듯 연합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실제로 지금 하는 방식도 그녀가 했던 방식과 매우 유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걸리는 게 많았다.

‘무력도 없고, 의외성도 없어.’

가장 중요한 이기수 헌터와 같은 무력도 없고, 진하와 같은 아티팩트를 활용한 변수 창조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같은 상황이라…….

‘뭐지? 뭐를 놓치고 있는 거지?’

분명 뭔가 노리는 게 있으니까 일을 진행하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그저 발악으로만 보이는 무의미한 행동을 하진 않을 것이다.

“보스, 자료 가져왔습니다.”

조직원이 문을 열고 들어와 정리된 자료들을 쌓기 시작했다. 송하나가 명령했던 자료들이었다. 그녀는 조직원이 자료를 쌓는 족족 빠르게 자료를 훑기 시작했다.

‘뭐지? 뭘 놓친 거지?’

적들에게는 유리하고 우리에게는 약점이 될만한 것, 적들이 노리는 것을 찾아야 했다.

한참이 넘게 자료를 뒤적거리던 송하나는 이내 몇몇 자료들을 빼 들었다. 그리고는 자료들을 겹쳐 하나하나 대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면 앞뒤가 맞아. 하지만 왜 굳이? 아니, 그 전에 방법이 있을 리가 없는데?”

“보스! 자료 가져왔습니다.”

방으로 들어온 조직원이 그녀의 책상의 빈 곳에 자료를 올려놓았다. 송하나는 그가 내려놓은 자료를 잠시 뒤적거리더니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나갈 준비해. 송실 병원으로 간다.”

송하나는 빠르게 자신의 재킷을 챙긴 뒤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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