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가진 SS급 문방구-89화 (89/202)

#089

둘 사이에서 일어난 작은 폭발, 진하는 재빠르게 몸을 뒤로 물렸지만 폭발에 집어삼켜졌다.

‘폭발력은 약해.’

고작해야 피부에 약하게 화상을 입은 정도였다. 다만 문제점이 있다면 독, 진하는 몸이 점차 저릿저릿해지는 걸 느꼈다.

까득!

‘과거의 후회.’

빠르게 스킬을 시전하는 진하, 그리고 그때 진하의 다리 아래쪽으로 수류탄들이 굴러들어 왔다.

쾅!

빠르게 진하를 덮치는 수류탄 파편들, 진하는 파편이 피부에 박히는 것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이것들이!’

고작 이 정도로 타격을 줄 생각을 한 것 자체가 우스웠다. 아무리 수류탄이 강하다지만 스킬까지 시전한 진하의 몸에는 그저 생채기 정도의 상처만 줄 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번쩍!

진하의 눈앞이 새하얗게 빛났다.

* * *

번쩍! 콰아앙!

커다란 폭음과 함께 레스토랑이 흔적도 없이 폭발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은 밖에 있던 조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준비해.”

한의 명령에 폭발의 후폭풍을 피하기 위해 미리 지하에 숨어 있던 조직원들이 레스토랑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이 정도에서 끝났으면 좋겠는데.’

레스토랑 안에 다이너마이트를 수백kg을 깔아 놨다. 미사일 급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파괴력이었다.

하지만 한은 이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아직 A급으로 되어 있지만 거의 S급 근처에 달하는 진하가 이 정도로 죽을 리 없었다.

피잉―

폭발한 장소로 가까이 다가가던 조직원 한 명이 푹 고꾸라졌다.

“겨우 이 정도야?”

폭발로 인해 무너진 레스토랑에서 진하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온몸에 피가 흐르고 화상으로 가득하긴 했지만 심각할 정도의 부상은 아니었다.

“쏴!”

투두두두!

진하의 모습을 본 조직원들이 다급히 들고 있던 총을 갈겼다. 하지만 날아오는 총알을 보면서도 진하는 피하지 않은 채 그대로 레스토랑을 걸어 나왔다.

툭, 투둑, 툭!

진하의 몸을 맞추고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총알들, 진하는 무표정하게 자신에게 총을 갈기는 조직원들을 바라보았다.

‘겨우 이 정도?’

A급만 되어도 총은 전혀 먹히지 않는 무기였다. 물론 그전에 폭발과 독이 있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

그런데 강화계 스킬을 가진 진하를 상대로 이 정도밖에 준비를 안 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뭘 노리는 거지?’

진하는 연신 총을 쏘아 대는 조직원들을 향해 삼각자를 날리며 생각했다. 신경독으로 몸까지 둔하게 만들고 이 정도까지 했다면 분명 다른 것도 준비했을 게 분명했다.

퍼억!

그 순간 진하의 몸이 크게 휘청했다. 진하는 비틀거리는 몸을 부여잡으며 총알이 날아온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한이 진하를 향해 장난감 총을 들고 있었다.

‘어째서?’

데저트 이글과 같이 특수한 이름이 있는 장난감 총이 아닌 일반적인 장난감 총은 문방구제 BB탄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그저 일반 총 정도의 위력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티팩트인 BB탄은 모조리 회수했으니 결국 특수한 총이 사용되었다는 거였다.

까득!

‘송하나!’

진하가 장난감 총을 피해 몸을 날렸다. 특수한 아티팩트는 분명 송하나가 직접 관리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유출되다니…….

피잉! 핑!

다시금 날아오는 BB탄을 피하며 진하가 바로 앞에 있는 조직원 한 명을 때려눕혔다. 그리고 그 순간.

펑! 피잉!

작은 소리와 함께 멈추는 진하, 그 틈을 노리고 다시 한번 BB탄이 진하의 어깨를 꿰뚫었다. 이번에는 새알탄이었다.

‘젠장!’

아티팩트로 공격당하는 진하가 이를 갈았다. 설마 자신이 사용해 왔던 아티팩트로 공격당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거기다가 한은 자신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진하가 아티팩트를 구매를 하기 위해 작은 제스처를 취하려는 순간마다 방해하듯 총을 쏴 댔다.

‘독을 푼 이유가 이것 때문인가?’

원래라면 한의 방해가 있다 하더라도 구매가 가능했어야 했다. 그런데 독이 진하의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로 인해 아티팩트를 구매하는 데 있어 한 템포씩 늦어져 제대로 살 수가 없었다.

“쯧.”

순식간에 줄어가는 조직원들을 보며 혀를 차는 한, 그가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스위치를 눌렀다.

콰과광!

그와 동시에 진하와 조직원들이 있던 자리에서 터지는 크레모아. 한은 곧바로 크레모아가 터진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

‘역시나 부족해.’

조직원들도 부족했고, 시간도 부족했다. 이대로는 송하나가 오기 전까지 결판을 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애초에 가진 아티팩트도 적었고, 장난감 총은 다루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이겨.’

지금 진하의 상태는 매우 안 좋은 편이었다. 아티팩트만 꺼낼 수 없게 계속해서 몰아붙이기만 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빠지직! 푸욱!

“폭탄 터뜨려 줘서 고맙다.”

폭발로 인한 먼지가 가라앉으며 드러나는 진하의 모습, 칼에 꿰뚫린 진하의 모습에 한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

진하의 몸은 피투성이였으며 그의 한쪽 눈은 쇠구슬이 박혀 터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담담하게 한을 쳐다보는 그의 한쪽 손에는 황색 플라스틱 조각이 쥐어져 있었다.

<돼지 저금통: 저금할 때 사용하는 국룰 저금통! 저금하기는 싫지만, 막상 배를 가를 때 느껴지는 두근거림이 마냥 싫지는 않다. 모은 돈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최대 저금 포인트: 10만 포인트.>

<효율: 원하는 것에 따라 효과가 달라짐.>

부서진 돼지 저금통을 쥔 진하가 씨익 미소 지었다. 한은 그를 공격하기 위해서 크레모아를 터뜨리지 말았어야 했다.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구매와 저금까지 모조리 끝내 버린 진하는 발로 한을 차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재생력으로 모두 전환.”

<저금 된 10만 포인트를 재생력으로 전환합니다.>

<10분간 재생력이 100배 증가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진하의 몸에서 피가 멎기 시작했다. 진하는 자신을 향해 다시 달려드는 한을 보며 말했다.

“끝났어.”

퍼억!

한의 공격을 피하며 카운터를 먹인 진하가 쓰러진 한을 보며 말했다. 이미 아티팩트를 산 시점에서 끝난 거나 다름없었다.

애초에 독에 당하고 중상을 당한 시점에서도 한과 진하의 실력은 비등비등했었다. 그런데 아티팩트로 재생력을 높여 상처를 없애고 독을 순식간에 없애 버렸다. 상대가 될 턱이 없었다.

“하나만 묻자. 송하나가 시켰나?”

진하가 쓰러져 있는 한을 보며 물었다. 이미 모든 게 끝났다는 걸 깨달은 한은 저항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보스와는 별개다. 오로지 그분과 나의 독단이지.”

“뭐, 그럴 것 같았어.”

푸욱!

어느새 새로 산 삼각자가 한의 목을 꿰뚫었다. 진하는 초점이 꺼져 가는 한을 바라보며 어느새 거의 다 나은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이런 식으로 내 전력평가를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이제는 스킬까지 사용한다는 전제하에 S급 턱걸이 정도는 될 것 같았다. 물론 오로지 신체 능력일 뿐이었지만.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진하는 저 멀리 보이는 차량의 라이트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런 외진 레스토랑이 폭발한 지 10분도 안 돼서 올 만한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으니까.

* * *

끼익!

차량이 멈추고 하예진과 송하나가 빠르게 내렸다. 그들은 폭발한 레스토랑과 시체들을 빠르게 훑다가 이내 근처에 털썩 주저앉아 있는 진하를 보고 그에게 다가갔다.

“진하야, 괜찮아?”

하예진이 피투성이인 진하에게 빠르게 다가가 스킬을 시전했다.

“상처 없으니까. 안 해도 괜찮아.”

걱정하는 하예진을 토닥인 진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가만히 서 있는 송하나를 바라보았다.

“저기 이 일은…….”

“알아. 너도 몰랐다는 거.”

아티팩트로 계약된 사이였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었다면 아티팩트가 발동했겠지.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네가 뭘 잘못했는지는 알겠지?”

“알아…….”

진하가 싸늘하게 송하나를 바라봤다. 그녀는 한 조직의 수장이었다. 그런 그녀가 조직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이인자의 독단이라…… 수장 자격조차 없네.”

한을 믿는 건 당연할 수 있었다. 그녀를 어릴 때부터 지켜 왔던 충신이니까. 하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였다. 그녀가 직접 관리하는 부분까지 한이 건드렸다는 건 수장으로서 제대로 행동하지 못했다는 소리였다.

“명령이다. 앞으로 나에게 직접적으로 접근을 금지한다. 그리고 공적인 일을 제외하곤 연락을 금지한다.”

진하의 말과 함께 둘의 손에 끼워져 있던 반지가 작게 빛났다.

“잠깐만…… 크윽!”

진하에게 다급히 말을 걸려던 송하나의 입이 저절로 다물어졌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는 관련 없이 점차 멀어지는 그녀, 진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잘못된 방법이었나?’

그녀가 유해진 변화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을 겪고 보니 아닌 듯했다. 이딴 식으로 행동한다면 분명 제2의, 제3의 사건이 또 일어날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내칠 수도 없고…….’

문제는 안 좋더라도 그런 그녀를 안고 가야 된다는 거였다. 믿을 만한 사람도 없었고, 실제로 그녀의 수완이 나쁜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아티팩트를 사용했다. 그동안은 아티팩트로 그녀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어도 따로 명령이나 이런 것을 내리지 않았는데 저번에 이기수에 대한 독단도 그렇고, 이런 식으로는 미래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가자.”

진하는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는 송하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그대로 하예진을 이끌고 자리를 벗어났다.

* * *

한 달 후, 남아 있는 문방구의 물건들을 모조리 정리한 진하가 문방구를 주욱 살펴봤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

이제는 눈에 띄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로 물품이 적게 남았다. 하지만 새로 채워 넣을 방법이 없는 이상 뭘 하기에도 애매했다.

딸랑!

“어서 오세요!”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던 진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오랜만이네요.”

사서라 불리는 사내가 진하를 보며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진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뭐, 길게 있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빠르게 말하고 가도록 하죠.”

사서는 그 말과 함께 진하에게 다가갔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못 하고 끝날 것 같더군요.”

“네?”

“마음에는 안 들지만 일단은 작은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진하의 이마를 톡 건드는 사서. 진하는 천천히 움직임에도 전혀 피할 수 없는 그의 손놀림에 긴장했다.

“모든 걸 의심하십시오. 그래야 제대로 된 자격을 얻을 테니까요.”

“그게 무슨…….”

“아, 그리고 아무리 이슬라를 안 죽여도 게이트 폭주는 일어납니다.”

그 말과 함께 자신의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는 사서.

“흠, 이제 곧 터지겠네요. 아무튼 제가 관리자에게 티가 안 나게 도와줄 수 있는 건 이 정도뿐입니다.”

그 말과 함께 사서가 몸을 돌려 왔던 방향으로 나갔다. 그 모습에 진하는 다급히 그를 불렀다.

“잠시만요!”

진하의 외침에 사서가 잠시 발걸음을 멈춘 채 진하를 돌아봤다.

“뭘 도와줬는지 모르지만 절 왜 도와주는 거죠? 저를 죽이시려 하지 않았나요?”

“맞아요. 지금도 당신이 마음에 안 들고 죽이는 게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도와주는 거죠?”

“그럼에도 당신이 죽은 뒤보다는 지금 당신이 제대로 살아 있는 게 나으니까요. 아, 충고 하나 하죠. 이번에 게이트에 내려갈 때 혼자 행동하세요.”

“네?”

“작은 씨앗 상태라 지금 상태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을 거예요. 이왕이면 한동안 혼자 행동하는 게 나을 거에요.”

“잠깐만요! 아직 더 물어볼 게 있어요!”

“때가 되면 알 겁니다.”

그 말을 마치고 문방구를 나가는 사서. 진하가 뒤늦게 따라 나가 봤지만, 그 어디에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웅! 우웅!

그때, 진하의 핸드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진하가 천천히 핸드폰을 열어 통화버튼을 눌렀다.

―진하 씨! 터졌습니다!

한국 게이트 폭주의 시작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