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가진 SS급 문방구-36화 (36/202)

#036

콰앙!

“지금 협박하시는 겁니까?”

이도현이 이기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협박? 협박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럼, 어째서 그런 말을 하십니까?”

“그럼, 이게 정상 같습니까?”

이기수가 이도현의 책상 위로 핸드폰을 던졌다.

“한 사람을 추적하고 감시하는 게 정상입니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건 그저 국가의 최대 전력을 보호하기 위해 취한 조치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대신 많은 혜택을 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도현의 말에 이기수가 코웃음을 쳤다.

보호? 말이 좋아 보호지, 그냥 이상한 짓 하지 못하게 감시하는 거였다.

S급 헌터가 타국으로 갈 게 두려워서, 자신들 모르게 무슨 짓을 할까 두려워서 그런 거다.

“보호요? 곧 SS급 랭크에 도달할 사람을 공격할 존재가 있나요?”

세계에 몇 없는 랭크가 SS급이었다.

아직 이기수가 SS급까지 도달하지 못했을 뿐이지 스킬을 각성한 이상 도달하는 건 금방이었다.

“…….”

“그럼, 알아들은 거로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혹시 저번에 얘기했던 비서, 지금도 되나요?”

이기수의 말에 이도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를 감시하기 위해 협회에서 마련했던 장치 중 하나였던 비서.

완강히 반대하기에 어쩔 수 없이 철회했던 계획이었다.

“물론이죠. 그럼 금방 협회에서 사람을…….”

“아, 비서는 제가 정하죠. 그 송준하라는 교육 헌터가 있던데 전 그분이 좋네요.”

이기수의 말에 이도현의 얼굴이 무참하게 구겨졌다.

자신들의 사람이 아닌 이상한 사람이라니…….

“후, 알겠습니다.”

그래도 아예 아무도 안 붙이는 것보다는 나았기에 이도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마지막으로 멘토 시스템에 한 명 더 추가하고 싶은데 가능하죠?”

“한 명 더요?”

“네, 하예진이라는 헌터인데 아마 모르실 거예요.”

모를 리 없었다.

능력 각성부터 A급이 확정된 인재를 협회에서 관리하지 않을 리 없었다.

거기다 희귀하다는 치유 능력자이기에 이도현도 눈여겨보고 있던 헌터였다.

“멘토, 멘티는 한 명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안 되나요?”

“아무래도 원칙이…….”

“대신 화염의 신전 제가 공략할게요. 물론 보스 전리품을 제외한 다른 건 다 협회에게 귀속되는 거로.”

이기수의 말에 이도현이 잠시 멈칫했다.

화염의 신전이라면 A급 최상위 던전이었다.

처음에는 A급 상위였다가, 그 윗 단계의 몬스터가 출현하여 포기한 던전.

그걸 이기수가 공략해 준다면 얘기가 조금 달랐다.

“보스를 제외한 모두 말인가요?”

“네.”

이도현이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현 등급이 A급 최상위일 뿐이지 아직 끝까지 도달하지 못한 던전이 화염의 신전이었다.

보스인 S급 몬스터를 제외한 모든 A등급의 몬스터에 대한 권리라면 나쁘지 않았다.

고작 멘토, 멘티 시스템이었다.

나중에 두 명인 것을 트집 잡아 시스템 등록을 해지하면 될 뿐인 것이었다.

‘거기다 S급일 수도 있어.’

희박한 확률이긴 하지만 S급 던전이라면 보스 룸 이전에 S급 몬스터가 출현한다.

나중에 A급이 될 헌터 한 명 대신 다수의 A급, 아니 S급까지의 몬스터의 마석과 시체라…….

저울이 확 기울어졌다.

“이번 딱 한 번뿐입니다. 그리고 이 이상의 편의를 봐드리기는 힘듭니다.”

이도현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허락했다.

이기수는 속이 뻔히 보이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걱정 마세요.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진하와 함께 짠 계획대로라면 1년 뒤에는 이도현이 이 자리에 있을 리 없을 테니까.

“그럼 저는 이만 가 보도록 할게요.”

이기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협회장님이 같이 점심 식사 어떠시냐는데요?”

“아뇨, 제가 일이 좀 있어서.”

‘같이 먹으면 토할 것 같거든.’

이기수는 속마음과 다르게 대답한 후 방을 나갔다.

그가 나간 후 혼자 남은 이도현은 잠시 이기수가 나간 곳을 바라보다가 인터폰을 눌렀다.

삑!

“이기수 헌터 잘 마중하고, A급 던전 화염의 신전 자료 모두 올려 보내.”

―네.

“아, 그리고 영입 리스트에 있는 헌터 중 하예진이라는 헌터에 대한 자료 모두 가져오고.”

삑!

인터폰이 꺼지고 얼마 되지 않아 그의 노트북으로 하예진과 화염의 신전에 대한 자료가 올라왔다.

이도현이 빠르게 자료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털썩.

찰칵, 찰칵, 치익!

“후, 알다가도 모르겠군.”

이도현이 의자에서 몸을 기댄 채로 담배를 뻐끔거렸다.

이기수는 왜 두 사람을 지키려 하는 걸까?

차라리 김진하뿐이라면 이해라도 할 수 있었다.

그만큼 김진하의 아티팩트는 매력적이니까.

더 이상 성장할 요소가 적은 존재에게 그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었다.

‘김진하가 부탁한 건가?’

하지만 겨우 무늬뿐인 보호제도인데?

이런 걸 한다고 김진하에게 못 다가가 가는 건 아니었다.

물론 어중이떠중이야 걸러지겠지만 정작 협회의 입장에선 귀찮은 정도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건 이기수의 행동.

SS급에 도달할 정도면 거의 무소불위의 권력이 있다고 생각해도 좋았다.

아티팩트? 이기수가 원한다면 김진하는 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런데도 쩔쩔맨다라…….”

그렇다는 건 이기수가 마음이 약한 바보이든가 아니면 이기수조차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아티팩트가 매우 좋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가 알기로 이기수는 절대 바보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정답은 후자라는 건데…….

삑!

“이봐, ‘SKS’ 장 국장한테 내가 보자고 좀 전해.”

아무래도 김진하의 가치에 대해 다시 평가를 해 봐야 할 듯싶었다.

그리고 그걸 확인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언론이었다.

* * *

“하암~”

긁적긁적.

환히 뜬 햇빛을 느끼며 진하가 기지개를 켰다.

“얼마나 잔 거지?”

해가 거의 중천에 떴다.

해의 위치만 봐서는 대략 대여섯 시간 정도 잔 듯싶었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진하는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다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띡!

“여보세요.”

―왜 이제 받아!

갑작스럽게 크게 터지는 소리에 진하는 핸드폰을 살짝 멀리 떨어뜨렸다.

안 그래도 하이톤인 하예진이 소리를 높여서 그런지 귀가 먹먹했다.

“아, 잠 좀 잤어. 왜 그러는데?”

―넌 잠을 이틀 내내 쳐 자냐!

하예진의 말에 진하가 귀에서 핸드폰을 떼 액정을 확인했다.

선명하게 보이는 날짜와 시간.

이미 하루라는 시간이 지나가 있었다.

“헐, 뭐냐?”

거의 서른 시간을 넘게 잤다니…….

―아무튼 지금 괜찮아?

“어? 뭐가?”

―기자들이 떼로 문방구로 몰려가던데 괜찮냐고.

하예진의 말에 진하가 고개를 갸웃했다.

“뭔 소리야?”

―아, 진짜…… 우선 실시간 순위부터 확인해라.

그녀의 말에 진하는 재빨리 인터넷에 접속 실시간 검색순위를 확인했다.

<1. 아티팩트>

<2. 김진하 아티팩트.>

<3. 아티팩트 양산화.>

“이게 뭐냐?”

―지금 난리도 아냐. 너 아티팩트 가진 거랑 이것저것 다 퍼졌어.

진하는 자신과 관련된 검색어 중 하나를 누르고 가장 상단에 위치한 뉴스를 하나 클릭했다.

<김진하, 그는 누구인가?>

부패의 미로에서 처음 보는 아티팩트를 썼던 김진하 헌터의 아티팩트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아티팩트의 양산화가 가능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게이트 밖에서의 귀환이 두 차례나 확인되어 게이트 탈출 아티팩트의 소지 여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는 현재, 일부 정치권에선 그 아티팩트를 국가에 귀속시켜야 된다는 의견이…….

“씨발?”

―뭐?

“아니, 그게 아니라. 야, 이거 왜 퍼진 거야?”

분명 부패의 미로 때도 살짝 수면 위로 떠오르긴 했지만 금방 묻혔던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 사실이 이렇게 화제가 된다고?

―그건 나도 모르지. 그나저나 괜찮아? 기자들이 막 쳐들어오지 않았어?

하예진의 말에 진하가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히 이러면 기자들이 쳐들어와도 벌써 쳐들어왔을 텐데 그런 낌새는 전혀 없었다.

“뭐지?”

진하가 작은 방문을 열어 보았다.

그리고 보이는 풍경 하나.

“여기 맞아? 아무것도 없잖아!”

“아니, 분명 주소는 여기 맞아요.”

“하 씨, 허위 주소 적는 거 불법 아냐? 협회에선 뭐래?”

“협회에선 분명 확인 마쳤다고…….”

“저기 어르신 말씀 좀 물을게요. 혹시 이렇게 생긴 사람 보셨어요?”

―야, 왜 말이 없어. 야, 야!

“어, 그러니까…….”

진하는 자신의 문방구 앞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을 보며 침음을 흘렸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일단은 안전하긴 하거든?”

―그래? 거기 기자들 안 갔어?

“아니, 오긴 왔어.”

다만 인식이 안 돼서 못 들어오는 것뿐이지.

“이거 쓸만한데?”

―뭐가?

“그런 게 있어. 암튼 이따 전화한다?”

진하가 전화를 끊고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곳에는 여전히 기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이 총각? 봤지. 문방구 청년이잖어.”

“그럼 이 문방구가 어딨어요?”

“어딨냐니, 당연히…… 어딨지?”

“야, 무슨 능력으로 숨긴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공간이 없잖아요. 집 옆에 바로 집인데.”

“분명 여기 근처인 건 확실한데 도대체 어디인 거야!”

여러 소리를 치며 문방구를 찾는 기자들을 보며 진하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인식 불가가 이런 거인가?”

진하가 문 위에 올린 종을 쳐 봤다.

딸랑!

하지만 아무도 듣지 못했는지 여전히 기자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숙덕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흠…….”

진하가 조심스럽게 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다.

따악!

“누구야!”

뒤통수를 맞은 기자가 진하 쪽을 뒤돌아보았다.

“선배, 왜 그래요?”

“누가 내 뒤통수를 때렸는데?”

“뒤에는 벽밖에 없는데요?”

선배가 조심스레 진하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진하가 다급히 문을 닫은 채로 그를 바라봤다.

문방구 문을 만지작거리는 선배.

“뭐지?”

선배라는 사람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거 대박이다.’

인식 불가 모드가 이렇게 좋은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

투명화가 되는 거라고만 생각해서 이제껏 그냥 아티팩트 화만 시켰는데 아예 진짜 인식을 없애 버리는 능력이었다니.

공격에 대한 건 아직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감을 숨길 수 있다는 사실 자체로도 쓸모가 많았다.

“좋아, 이건 잘 기억해 둬야지.”

나중에 블랙 길드에게 습격받을 때 대피소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맘 같아서는 아예 인식 불가 모드 상태로 유지하고 싶긴 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일단은 계속 유지하면 의심하는 사람도 늘어날 테고, 이런 무기는 숨기는 게 더욱 효과적이었다.

아까 옆집 아저씨의 말을 들어 보니 위치도 쓰는 순간 잊어버리는 것 같으니 숨겨 뒀다가 필요할 때 쓰는 게 더 나을 듯했다.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나가야 한다.”

협회가 가장 먼저 나설 건 예상했지만 이렇게 음지가 아니라 양지를 통해 공격할 줄은 몰랐다.

아니, 어쩌면 이게 협회 입장에서 가장 유리하긴 했다.

이미지와 실속을 모두 챙기는 방법이니까.

띠리리리! 띠리리리!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하예진인가 싶어 확인해 보니 이기수였다.

“여보세요?”

―야, 괜찮냐?

“그럭저럭?”

―미안하다. 내가 그거까진 신경 못 썼다.

“아냐, 이 정도는 예상했어.”

어차피 공격받을 건 예상했고 이기수가 모두 막아 주지 못할 것도 생각했던 부분이었다.

―일단 협회에 이야기해서 너 주소랑 전화번호는 모두 보안 처리했어.

“아, 그러냐?”

어쩐지 핸드폰이 멀쩡하다 싶었다.

기자들 특성상 전화기에 불이 나야 했는데 너무 조용하더라니, 이기수가 뒤에서 손을 쓴 것 같았다.

뭐 주소는 털린 것 같았지만.

―일단 사그라들 때까지만 참아, 한 달 정도만 참으면 묻힐 거야.

“아니, 그럼 늦어.”

시간을 질질 끌수록 불리한 건 진하였다.

루머는 시간이 지나면 진실로 둔갑해 버린다.

그리고 묻으려 해도 잘 묻히지 않을뿐더러 이렇게 계속 두면 협회 입장에서는 언제든지 공격할 거리를 만들어 두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야, 그건 걱정 말고 부탁 하나만 하자.”

―부탁?

“마석 좀 구해 줘. 이왕이면 C급 이상으로.”

D등급은 이제 거의 포인트를 얻기 힘들었다.

포인트를 모으려면 이제 적어도 C급 이상이 필요했다.

―으음…… 구할 수 있는 만큼 구해 볼게. 근데 마석은 왜?

“좀 필요해서. 아무튼, 부탁할게.”

통화를 마친 진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널브러져 이곳저곳에 흩뿌려져 있는 물품들.

진하는 그 물품들을 하나하나씩 정리하면서 자신의 생각도 정리해 나갔다.

‘지금 필요한 건 협회를 공격할 칼과 방패.’

이 순간을 타개할 방패와 칼이 필요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패가.

“쯧.”

패를 하나하나 검토하던 진하가 혀를 찼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은 하나로 귀결됐다.

“아, 젠장.”

진하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결국 인정해야 했다.

이기수가 진하에게 했던 말 중 단 하나는 맞았다는 걸.

펄럭.

진하가 샤프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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