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가진 SS급 문방구-33화 (33/202)

#033

일주일 후.

완벽하게까지는 아니지만 거의 다 나은 진하는 하예진과 함께 택시에서 내렸다.

“으아아! 드디어 집이다!”

기지개를 켠 진하가 여전히 낡은 느낌을 내는 문방구를 바라봤다.

고작 2주인데 너무나도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게이트에서 겪은 일이 힘들기도 했고, 병원이 지루했단 소리였다.

“너도 들어갈 거지?”

진하가 하예진에게 물었다.

하지만 진하의 예상과는 달리 하예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도 이제 집에 돌아가야지.”

“왜?”

“몰라서 묻냐? 나도 헌터인데 훈련은 해야지. 너 간호하면서 훈련장 한 번도 못 갔거든?”

하예진의 말에 진하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니까 그냥 간호 안 해도 된다니까.”

“아앙? 잠깐 자리 비운 사이에 점심을 라면으로 때우려던 사람이 누구더라?”

“입 다물겠습니다.”

“아무튼, 갈 테니까 푹 쉬고, 밥 잘 챙겨 먹고, 또 패스트푸드 먹지 말고.”

“넵.”

진하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미심쩍은 표정으로 바라보던 하예진은 찝찝한 기분으로 집을 향해 걸어갔다.

진하는 그 모습을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봤다.

잠시 후 완전히 시야에서 하예진이 사라지고, 진하는 문방구의 문을 열며 전화기를 들었다.

“거기 홍콩반점이죠? 여기 차원 문방구로 짜장이랑 탕수육 하나요.”

곧바로 주문을 마친 진하는 짐을 들고 들어갔다.

문방구 안은 그가 나왔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피로 가득했던 작은 방이 깔끔하다는 것?

누가 치운 건지는 고민조차 할 필요도 없었다.

“좀 있다 가지.”

아마도 괜히 부끄러워서 갔을 게 분명했다.

작은 방에 짐을 푼 진하는 가방 안에 있던 것을 하나, 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이기수의 삥을 뜯어 산 치료제와 해독제, 홀리 포션까지 모조리 정리한 진하는 배달 온 음식을 먹으며 생각했다.

‘도대체 뭐가 뭔지.’

첫 번째, 진하의 스킬.

다른 사람들의 스킬과는 전혀 다른 이해할 수 없는 구조였다.

두 번째, 바뀐 미래.

이건 뭐 이해가 가긴 했지만 그렇다고 몬스터에 대한 정보까지 바뀌는 건 이상했다.

세 번째, 이기수의 말.

그의 말이 뭘 뜻하는지 모르지는 않지만 진하는 여전히 둘 중 아무것도 고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둘 다 이룰 수 있을 만큼 힘이 강한 건 또 아니었고.

“하아…… 미치겠다.”

어째 시간이 지날수록 알 수 없는 일들이 가득해져만 갔다.

“일단 다른 것부터 해결하자.”

식사를 마친 진하가 그릇을 대충 정리한 후 문방구 도움말을 켰다.

“문방구 아티팩트화.”

띠링!

<문방구들이 아티팩트화 됩니다.>

<다음 변경까지: 24시간.>

<스킬 각성을 확인하였습니다. 일부 기능이 해금됩니다.>

<원격 구매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잠금 된 물품이 해금되었습니다.>

<숨겨진 일부 물품이 드러납니다.>

<업적 기능이 활성화됐습니다.>

문방구를 활성화시키자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알람들.

진하의 눈에는 수많은 알람 중 딱 한 개만 눈에 들어왔다.

<잠금 된 물품이 해금되었습니다.>

진하는 곧바로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에 있는 우유 하나를 집어 들었다.

<우유: 먹으면 뼈가 매우 단단해진다.>

그 후에는 바로 옆에 있는 벽면의 물품을 잡았다.

꿀꺽.

간단한 확인을 마친 진하는 조심스레 카운터 옆에 있는 뽑기로 눈을 돌렸다.

뽑을 수 없었던 뽑기, 잠금 처리된 물품, 진하가 가장 뽑고 싶었던 것.

스륵.

진하는 조심스레 뽑기를 잡았다.

그러자 떠오르는 창 하나.

<뽑기를 진행하시겠습니까?>

“응.”

<뽑기 1회당 소요 포인트는 5만 포인트입니다.>

툭.

“하, 그럼 그렇지.”

진하는 허탈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나 부활이란 메리트가 있는 뽑기가 100포인트일 리 없었다.

5만 포인트.

지금 진하가 대부분의 마석을 팔아 가지고 있는 포인트가 약 11만 포인트.

딱 두 번만 사용 가능했다.

‘가격이랑 포인트랑 같을 리 없지…….’

지금껏 시세와 포인트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아폴로도 그렇고 장난감까지 현실 가격과 비슷했으니까.

그래서 과거 자신이 죽은 것도 고작 200포인트로 인해 죽었다고 생각했다.

근데 전혀 아니었다.

5만 포인트라니. 이건 뽑으면 무조건 죽으라는 소리였다.

“뭐, 그래도 아예 못 사는 건 아니니까.”

아쉽기는 했지만 살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후, 일단 오늘 할 일은 정해졌네.”

진하는 벽면에 놓여진 물품을 주르륵 훑어보았다.

언제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몰랐다.

그러니 모든 물품과 기능을 미리미리 확인해 두어야 했다.

* * *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모든 것을 대략적으로 확인한 진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와, 너무 다 애매해.”

모든 걸 살펴본 결과 진하가 내린 판단이었다.

기능이 풀리고 업그레이드 된 것은 좋았지만 새로 생긴 기능들과 물품들은 모두 애매했다.

새로 풀린 물품은 모두 천 포인트 이상으로 매우 비쌌고 원격 기능이라는 것도 멀리서 살 수 있는 대신 물품 가격이 더 비싸졌다.

아니, 솔직히 여기까지면 진하도 나쁘지 않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삐약!

숨겨진 물품이랍시고 나온 소라게와 병아리.

심지어 한 마리 빼고 모두 죽어 있는 개떡 같은 물품.

“지금 생각해도 짜증 나네”

저 작은 병아리가 무려 8만 포인트였다.

숨겨진 물품이라는 표시에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생명체.

결국, 진하는 울며 겨자 먹기로 병아리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삐약!

“그래, 맛있냐?”

진하는 빵 쪼가리를 쪼아 먹는 병아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노란 병아리: 건강 상태가 매우 걱정되는 판매용 병아리. 과연 무사히 키울 수 있을까? 지금까지 아무도 키우지 못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다 커지면 어떤 모습일까?>

소환수인 건 분명한데 어떤 장점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겉으로만 봐선 그냥 노랑 삐약이라는 점에서 더욱 빡치기도 했다.

무려 8만 포인트짜리 상품이니까.

거기다 남은 3만 포인트도 어쩌면 다 쓸지도 몰랐다.

바로 눈앞에 한 시스템 창과 물품 때문에.

<업적: 특정한 성취를 이루면 그 성취에 맞게 포인트가 부여된다.>

정말 애매한 설명.

포인트를 준다는 건 좋은데 전혀 방법이 감이 오지 않았다.

거기다 모든 문방구 물품을 통틀어 유일한 업적 물품 생수 세 개.

<생수: 맑고 투명하다. 마시면 모든 게 정화될 것 같다. 모든 고민 또한 사라질지도?―업적 달성.>

업적이란 게 뭘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아티팩트 물 하나를 마신다고 업적 달성이라니, 기준이 서질 않았다.

이건 뭐 게임 확장팩이 나왔는데 설명이 달랑 한 줄인 격이었다.

“하아…….”

결국, 이 모든 요소 때문에 진하는 절로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살까?”

어쩌면 생수를 사면 업적의 기준을 알 수 있을지도 몰랐다.

덤으로 업적도 얻을 수 있고.

근데 문제는 포인트가 2만 포인트였다.

설명만 봐서는 그냥 치유제거나 해독 포션인 것 같은데 고작 업적 포인트를 알자고 쓸모없는 걸 마시자니 너무나 아까웠다.

업적으로 포인트를 준다 하더라도 백 퍼센트 손해였다.

“하아…… 오케이.”

한참의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 진하.

“마시자.”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미리 모든 걸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했다.

던전을 공략할 때도 가장 중요한 게 정보이듯.

<생수가 구매되었습니다. 2만 포인트가 차감됩니다.>

이제는 낙장불입이었다.

진하는 괜히 후회하기 전에 빠르게 생수 뚜껑을 딴 후 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모든 생수가 사라지자.

<정화가 시작됩니다.>

‘정화?’

속으로 의문을 표하기 무섭게 진하의 시야가 훅 꺼졌다.

그리고 보이는 창.

<현재 신체와 정신 각각 하나의 문제가 발견되었습니다.>

<문제 중 정신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강합니다. 정신의 정화를 시작합니다.>

쿠웅!

커다란 소리와 함께 밝아지는 세상.

“이건 뭐지?”

진하는 갑작스럽게 이동된 공간을 보며 눈을 깜빡였다.

생수를 마시자마자 정화라는 단어가 뜨고, 거기다 강제로 공간이동까지 되다니.

“아, 느낌이 안 좋은데.”

정화라고 하는 걸 보면 해독제인 것 같은데 공간이동이라.

느낌이 싸했다.

<정신세계에 입장했습니다.>

<트라우마: 후회를 발견하였습니다.>

<트라우마의 정화를 시작합니다.>

<트라우마의 정화가 끝날 때까지 정신세계에서 탈출할 수 없습니다.>

순식간에 쏟아지는 메시지.

그리고 정신세계는 진하가 메시지의 뜻을 이해하기도 전에 변화하기 시작했다.

“던전?”

변화한 세계의 모습은 던전이었다.

“자, 이제 보스 룸을 공략하자. 김진하! 정신 안 차려?”

갑작스런 호통에 진하가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곳에는 팀장과 팀원들이 존재했다.

“당신이 여기 왜 있어?”

진하가 눈앞에 보이는 사람을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너 헌터 자격시험 떨어지고 싶어?”

“하하, 팀장님 죄송해요. 진하가 아직 기절했던 충격을 다 떨치지 못했나 봐요.”

하예진이 팀장과 진하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예진이 넌 또 여기 왜?”

“즈용히 흐라, 너 미츳어?”

하예진이 진하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진하는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분명 여기는 D급 그림자 던전이었다.

진하가 헌터 시험을 봤던 그 장소.

거기다 시험을 봤던 헌터들까지 다 같은 사람이었다.

‘회귀?’

순간 든 생각이었다.

생수가 회귀 효과가 있는 거였나?

진하는 곧바로 그 생각을 부정했다.

회귀가 그렇게 쉽게 일어날 리 없었다.

뽑기조차 5만 포인트인데 회귀가 고작 2만 포인트짜리 생수에서 일어날 리 없었다.

‘정신세계.’

분명 메시지에 그렇게 적혀 있었었다.

그렇다면 이건 다 환상이라는 소리였다.

“자, 들어간다.”

끼익―

팀장이 문을 열어젖혔다.

“안……!”

휘익!

콰지직.

진하가 미처 끼어들 새도 없이 열린 문틈에서 섀도우 울프가 뛰쳐나왔다.

그와 동시에 저 멀리 날아가는 팀장.

“꺄아악!”

날아가는 팀장을 보며 누군가가 소리쳤다.

진하가 재빨리 팀장에게 다가갔다.

역시나 팀장은 목이 절반 이상 날아간 채로 죽어 있었다.

“크헉!”

진하가 팀장을 확인한 사이 또 다른 팀원 한 명이 섀도우 울프에게 물어뜯겨 죽었다.

“모두 방어 대형으로!”

하예진이 침착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에 반응하는 섀도우 울프.

진하는 다급하게 단검을 섀도우 울프에게 던졌다.

“너 미쳤어?!”

그 모습에 하예진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됐어.’

비록 두 명이 죽긴 했지만 괜찮았다.

과거가 아니라 정신세계라면 섀도우 울프쯤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다.

“과거의 후회.”

진하가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하지만 그의 몸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과거의 후회!”

“사, 살려 줘!”

그사이 또 한 명이 죽었다.

‘이게 뭐야?’

진하는 발동되지 않는 스킬에 당황했다.

입술을 깨문 진하는 하는 수 없이 섀도우 울프에게 그대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모든 몸 상태가 초기화된 상태였다.

휘익!

너무나 쉽게 피하는 섀도우 울프.

섀도우 울프는 진하를 무시한 채로 다른 팀원들에게 달려들었다.

“여길 봐!”

진하가 다급하게 단검을 계속 던지며 섀도우 울프의 어그로를 끌었지만 섀도우 울프는 진하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며 팀원들을 공격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예진을 제외한 모든 팀원들이 땅바닥에 쓰려졌다.

“숙여!”

하예진에게 달려드는 섀도우 울프를 보며 진하가 소리쳤다.

콰득!

피하지 못한 하예진의 목이 뜯겨져 나가는 게 보였다.

툭, 데구르르.

진하의 앞으로 떨어지는 하예진의 머리.

“으아아!”

진하는 그대로 섀도우 울프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를 가만히 보는 섀도우 울프.

“죽어!”

진하가 그대로 단검을 내리꽂았다.

휘청.

섀도우 울프가 사라지며 단검이 허공을 가르고 지나갔다.

“푸하하! 너 뭐 하냐?”

갑작스럽게 들린 목소리에 진하가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풍경은 또다시 바뀌어 있었다.

이번에 보인 풍경은 정글.

이곳도 진하가 잘 알고 있는 곳이었다.

“뭘 그리 멍하니 서 있어? 단검은 왜 들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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