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가진 SS급 문방구-16화 (16/202)

#016

꽈드득!

파열음과 함께 진하의 오른쪽 어깨가 꿰뚫렸다.

“허억, 허억.”

가까스로 몸을 비틀어 머리가 뚫리는 걸 피한 진하가 숨을 몰아쉬었다.

콰직!

그의 온몸을 물어뜯는 좀비들.

진하는 느껴지는 통증을 무시한 채 좀비들을 털어 냈다.

그리고 재빠르게 망가진 오른손을 대신해 왼손으로 로봇을 넘긴 후 좀비 프린스를 향해 구슬을 쏘았다.

투둥!

퍼벅!

중간에 나온 좀비들이 구슬을 막아 냈다.

그사이 좀비 프린스가 진하를 향해 다시 한번 손을 내뻗었다.

촥!

짧은소리와 함께 덜렁거리던 진하의 오른팔이 떨어져 나갔다.

으득!

진하가 그대로 좀비 프린스를 껴안았다.

크엑?

갑작스러운 진하의 행동에 놀라는 좀비 프린스.

진하는 팔, 다리가 물어뜯기는 걸 느끼며 왼손을 좀비 프린스의 등에 밀착시켰다.

철컥, 퍼엉!

끼에엑!

등 쪽에서 커다란 소음과 함께 프린스가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동시에 진하를 밀치는 프린스.

진하는 뒤로 넘어지면서 로봇을 좀비 프린스에게 겨눴다.

콰직!

하지만 그가 구슬을 발사하기도 전에 옆에서 튀어나온 좀비 한 마리가 그의 팔목을 물어뜯었다.

그로 인해 진하의 손에서 로봇이 떨어졌다.

‘젠장!’

진하가 인상을 찌푸리며 앞으로 돌진했다

위협을 느낀 건지 좀비 프린스가 뒤로 물러나는 게 보였다.

퉷!

침을 뱉자 언제 넣었던 건지 입에서 튀어나오는 영롱한 구슬 하나.

진하가 뱉어 낸 구슬을 왼손으로 잡아챘다.

하지만 팔목이 물어뜯겨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건지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대로는 구슬을 깰 수 없었다.

퍼억!

진하가 제대로 말아지지도 않는 손을 프린스의 입 안에 틀어박았다.

순간 놀란 프린스가 아무 타격도 없자 눈웃음 짓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대로 다물어지는 프린스의 입.

꽈드득, 챙그랑!

쩌저저적!

키야약!

진하가 왼손을 잡아당기며 뒤로 물러났다.

“흐흐흐…… 맛이 어때?”

얼굴의 절반이 얼어붙은 채 뒹구는 좀비 프린스가 보였다.

진하는 그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이번 건 꽤 큰 타격이었다.

조종하던 좀비들의 움직임이 매우 굼떠진 게 증거였다.

이걸로 적어도 정신을 차리는 데 1~2분은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머리가 얼었으니 회복에 오래 걸리겠지.

퍼억!

다가오는 좀비를 밀어낸 진하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부터는 그가 살아날 궁리를 해야 했다.

느낌상으로 5분이 넘게 지났다.

좀비 프린스의 회복을 생각하면 이제 공격은 필요 없었다.

좀비 프린스가 회복하고 넘어가기 전에 스켈레톤 프린스가 죽을 테니까.

그래서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

‘버틸 수 있을까?’

오른팔은 잘렸고, 왼손은 물어뜯긴 채로 얼어붙은 상황.

구슬은 꺼내지도 못하니 다가오는 좀비를 죽이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가 행할 수 있는 건 오직 피하는 것뿐.

크악!

진하가 잠깐 생각에 잠긴 사이 얼어붙은 반쪽 얼굴을 뜯어낸 좀비 프린스가 비명을 질렀다.

그와 동시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좀비들.

그 모습에 혀를 차며 진하가 몸을 기민하게 움직였다.

회복보다 자신을 먼저 죽이는 걸 택한 듯했다.

휘리릭!

몸을 한 바퀴 굴리며 조여드는 포위망을 피한 진하.

그의 눈에 좀비 프린스로 향하는 아주 작은 틈이 보였다.

타다닥!

몸을 낮추며 프린스에게 돌진하는 진하.

그의 돌진에 아까의 사건이 기억난 건지 프린스가 좀비들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진하는 좀비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점차 프린스에게 가까워졌다.

어느새 코앞까지 가까워진 거리.

프린스가 다급히 옆에 있는 좀비들로 자신의 몸을 뒤덮었다.

‘병신.’

하지만 공격은 없었다.

대신 진하는 프린스를 뒤덮은 좀비를 밟으며 그대로 도약했다.

콰직, 콰직, 콰직.

신발 너머로 좀비들의 머리가 내려앉는 게 느껴졌다.

진하는 재빠르게 다음에 밟을 머리를 찾으며 발을 놀렸다.

그로 인해 목뼈가 어긋나며 비틀거리는 좀비들.

진하는 집중력을 높이며 계속해서 머리를 찾았다.

콰직, 콰직.

끊임없이 밟히는 머리와 계속해서 새로운 머리를 밟아 가는 진하.

띠링!

<지속된 회피로 능력이 향상됩니다. 감각이 약간 예민해 집니다.>

때마침 능력이 올랐다.

하지만 진하는 떠오르는 메시지조차 무시한 채 더욱더 집중력을 높였다.

상승한 능력치 덕일까?

진하의 몸놀림이 점차 간결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좀비의 머리뿐만 아니라 그를 잡으려는 손등, 어깨까지 밟으며 회피를 하는 진하.

멀리서 보면 마치 고개를 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좀 더, 좀 더 빠르게!’

진하는 오로지 회피만 생각했다.

한 번이라도 잘못 밟으면 죽는다.

지금 상태로 아래에서 좀비들에게 둘러싸이면 그대로 끝이었다.

오로지 이 위에서 머리를 밟는 것, 그게 사는 길이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공격이 아니었다.

오로지 회피, 회피뿐이었다.

좀비의 머리는 검은 점, 빈 곳은 흰색 여백.

그리고 그를 잡으려는 좀비는 빨간색.

마치 리듬 게임을 하듯, 진하는 단순하게 보이는 좀비들을 밟아 갔다.

그럴수록 그의 움직임은 더욱 간결해져만 갔다.

‘전방? 아냐, 저긴 조금씩 빨갛게 변하고 있어. 2시 방향을 밟은 뒤에 백 텀블링해서 8시를 밟고 그다음에 바로 옆…….’

진하의 발놀림이 점차 빨라졌다.

아니, 이제 진하는 자신이 빨라지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검은 점을 밟는 생각만 할 뿐이었다.

‘더욱 빠르게, 빠르게!’

빨갛게 변해 가는 점은 점차 많아지고 빨라졌지만 진하의 발은 그보다 더욱 빨라졌다.

빨갛게 변해 가는 세상 속에서 진하는 계속해서 검은 점을 밟아 갔다.

키에엑!

한편, 어느새 좀비들을 치우고 일어난 좀비 프린스는 좀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더욱 빠르게 잡으라고.

다친 상처로 인한 능력 부족을 채우기 위해 손짓까지 하며 좀비 프린스는 더욱 거칠게 몰아붙였지만 소용없었다.

잡힐 듯 말 듯 절대 잡히지 않는 진하.

진하의 발걸음은 계속 한 발자국씩 좀비 프린스의 명령을 앞서 나갔다.

그 모습에 좀비 프린스는 완전히 회복하던 힘까지 포기하고 명령을 강화했지만 그런데도 진하는 잡히지 않았다.

크륵!

이대로는 언제까지나 그를 잡을 수 없다.

좀비 프린스는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결단을 내린 프린스가 손짓했다.

그러자 그의 명령을 받은 좀비들이 점차 멀어지기 시작했다.

잡을 수 없다면 발판을 없애면 되는 거였다.

그리 생각한 프린스에 의해 좀비들의 거리는 점차 멀어졌다.

이윽고 점프로 닿을 수 없을 만큼 좀비들의 거리가 벌어졌다.

타악.

더 이상 밟을 게 없어 땅으로 내려선 진하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멍했던 정신이 돌아왔다.

띠링!

<극한의 묘기에 가까운 움직임을 해냈습니다. 능력이 향상됩니다. 동체 시력과 민첩함이 크게 오릅니다.>

진하는 멍하니 그 창을 바라봤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회귀 전에도 겪어 보지 못한 능력치의 상승과 집중의 순간.

크학!

그 순간 프린스가 좀비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놈은 이미 지쳤다.

다시 올라가게만 하지 않으면 진하를 잡는 건 시간문제였다.

좀비들이 진하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그런 모습들이 진하는 매우 느리게 보였다.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좀비들 사이의 빈틈까지 보이는 상황.

이 정도라면 생각보다 쉽게 피할 수 있다.

진하는 그리 자신했다.

‘처음엔 왼쪽.’

보이는 공간을 향해 발을 내딛는 진하.

비틀, 풀썩.

그 순간 몸에 힘이 풀린 진하가 주저앉았다.

진하는 다급히 몸에 힘을 주었지만, 경련이라도 온 듯 몸은 부들부들 떨릴 뿐 전혀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사이 코앞까지 다가온 좀비 무리.

움찔!

그 순간 좀비 무리가 멈칫했다.

푸욱! 퍼엉!

그리고 맨 앞에 있던 좀비 머리가 터져 나갔다.

“우리가 좀 늦었죠?”

재빠르게 진하 곁에 다가온 재희가 웃으며 말했다.

그녀뿐만 아니었다.

장벽이 무너지고 하나둘 길드원들이 진하 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우리가 조금 늦었군.”

피투성이의 모습을 한 길드장이 진하에게 다가왔다.

“뭐, 아주 늦진 않았어요.”

진하는 그 모습에 웃으며 대답했다.

약속한 10분, 10분이 지났다.

* * *

키에……!

푸욱!

단말마와 함께 좀비 프린스의 머리에 검이 꽂혔다.

그러자 하나, 둘 무너지는 좀비들.

쓰러진 좀비들은 빠르게 썩어 들어가며 땅 아래로 사라져 갔다.

이윽고 모든 좀비가 사라지고…….

“이, 이겼다!”

“야호!”

“끝났다!”

모든 게 끝났음을 확인한 길드원들이 소리 질렀다.

그러고는 하나, 둘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드디어 끝이군.”

한 번 더 좀비 프린스의 머리를 내리쳐 확인 사살을 마친 길드장 또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지옥 같은 던전이 끝났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그 또한 긴장이 풀리는 걸 느꼈다.

“주저앉으면 안 되죠.”

하예진의 부축을 받으며 길드장에게 다가간 진하가 말을 했다.

“안 주저앉는다. 길드장이 주저앉는 건 언제나 마지막이야.”

“그럼 다행이고요. 그나저나 스켈레톤 프린스, 생각보다 빠르게 잡으셨네요.”

말이 10분이지, 그 안에 잡기 힘들 거로 생각했다.

“네 덕분이다. 네가 준 로봇 덕분에 겨우 시간을 맞출 수 있었어.”

길드장이 파우치에서 비어 있는 홀리 포션을 흔들었다.

아마도 로봇을 사용하고 나서 마신 듯했다.

“당신한테 주길 잘했네요.”

역시 길드장을 믿길 잘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잡는 데 더욱 오래 걸렸겠지.

그리고 늘어난 시간은 진하를 죽음으로 몰았을 게 분명했다.

“대신 로봇이 부서졌다.”

“괜찮아요.”

사실은 안 괜찮지만, 어차피 부서질 물건이었다.

던전이 끝났는데 뭐가 대수랴.

“그나저나 너는 괜찮나?”

길드장이 진하의 몸을 살피며 물었다.

오른쪽 팔이 잘리고, 왼손이 물어뜯겼으며, 그것 외에도 온몸에 난 수십 개의 이빨 자국들이 진하의 몸에 가득했다.

중상 중의 중상이었다.

“예진이 치료랑 홀리 포션 덕에 죽진 않을 것 같네요.”

“팔과 손은?”

“다행히도 둘 다 접합 가능할 것 같아요.”

전체적인 상처는 홀리 포션으로 나았고, 기력도 운신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되었다.

사실 기운이 없긴 했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았다.

잘리거나 뜯긴 신체 또한 생각보다 부위가 온전하여 접합이 가능할 것 같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죠.”

진하가 공동 끝에서 점차 열리는 포탈을 보며 말했다.

던전이 끝났다는 완벽한 증거 포탈, 이제 저길 넘어가기만 하면 진짜 끝이었다.

“그래, 집에 가야지. 부길드장, 피해는?”

어느새 피해 집계를 끝낸 채 그의 곁에 서 있던 부길드장이 입을 열었다

“사망 35명에 중상 20명, 경상자 10명입니다. 중상자들의 응급 치료는 모두 끝냈습니다.”

“100명 중 65명이나 죽었구나.”

입맛이 썼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죽었다.

모두 죽지 않은 게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그렇다 하여도 잃은 건 잃은 것이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게 길드장인 자신의 책임이었다.

“길드는 해체겠죠?”

그런 길드장을 보며 부길드장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이번 던전에 거의 80%에 달하는 길드원이 투입되었다.

그리고 그중 35명 정도만이 무사했으니 거의 궤멸이나 다름없었다.

무엇보다 이번 던전행에서 얻은 건 오히려 손해뿐이었다.

“일단 최대한 노력해야지. 그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해체해야 하고.”

“아쉽네요. 열심히 노력해서 키운 길드인데.”

“지금은 그저 살았다는 거에 감사해야지. 죽은 길드원들의 시신은 잘 수습했나?”

“네, 모두 수습했습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가? 그래도 앞선 이들처럼 불태울 일은 없으니까.”

“살았다면 더 나았을 텐데 말이에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짝!

길드장이 손뼉을 쳐 모두의 이목을 모았다.

“자! 다들 일어나라!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의 말에 하나, 둘 일어나는 길드원들.

“난 돌아가면 김치찌개를 배 터지게 먹을 거야. 쫀드기는 이제 질렸어.”

“난 마누라한테 미친 듯이 뽀뽀해 줘야지.”

“언제는 징그럽다며.”

“죽었다 살아나 봐라, 천사로 보인다.”

실없는 농담을 하며 일어나는 사람들.

진하는 그 속에서 휘젠을 발견하고 피식 웃었다.

죽지 않길 바랐는데 다행히 살아 있었다.

저벅, 저벅.

그때 길드원 중 한 명이 그에게 다가왔다.

‘누구였지?’

얼굴은 익숙하지만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리 친하게 지냈던 헌터는 아닌 것 같은데.

왜 오는지는 몰라도 수고했다고는 말해야겠지?

“고생했…….”

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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