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가진 SS급 문방구-13화 (13/202)

#013

던전 진입 전, 진하가 제일 먼저 고민한 것은 하나였다.

어떻게 하면 던전을 공략할 수 있을까?

단순히 진하 혼자 들어간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식량은 해결 가능했다.

하지만 그 이후를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수많은 언데드와 보스 몬스터는 겨우 사족오 길드 정도로는 어려웠다.

정확히는 화력이 부족했다.

우당탕탕!

그래서 진하는 가판대를 뒤집어엎었다.

가장 가능성을 높일 물건들을 찾아 많은 물품을 골랐고, 총 3가지를 구매했다.

첫 번째, 구슬 뭉치.

<어디서나 흔히 보이는 유리구슬. 묶음으로 판다. 색이 다르다는 것 외에는 쓸모가 없어 보인다. 구슬 안의 색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진하에게 가장 필요한 속성력을 주는 제품.

써 본 결과 C급 마법 정도의 파괴력이었다.

둘째, 영롱한 구슬

<매우 영롱한 구슬, 흔한 구슬과 달리 장인의 기운이 느껴진다. 비싼 만큼 색도 매우 진하고 예쁘다. 하지만 이걸 구매하는 사람이 있을까?>

개당 2천 포인트짜리 구슬.

구슬 뭉치의 상위 호환 제품이자, 부족한 딜을 채우기 위한 보험용 제품.

위력은 구슬의 대략 5배 이상.

마지막, 구슬 로봇.

<유명 구슬 만화 구슬 파이터의 로봇, 구슬을 장착하고 쏘아 낼 수 있다. 첫 발은 쏘기 전에 ‘비드 파이트!’라고 외쳐야 한다. 만화에선 바위도 가뿐히 부수던데 이 로봇도 가능할까?>

개당 1만 포인트짜리 제품, 이것도 보험용으로 샀다.

제품마다 다르지만 증폭량은 대략 1.5~2배, 영롱한 구슬과 함께 보스전 용으로 구매했다.

사족오 길드에 가장 강한 사람은 길드장, B급 최상위 한 명뿐이었으니까.

그렇게 던전 공략을 위해 총 4가지 제품을 구매했다.

“이거라면 시간 안에 모두 잡을 수 있어요.”

진하가 아티팩트 문구를 보여 주며 말했다.

문구를 읽은 길드장은 고민에 빠졌다.

속성력이 매우 강할 것 같은 구슬과 로봇.

분명 강력할 게 분명했다.

출력은 모르지만, 꽤 강한 파괴력을 내겠지.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였다.

“마석을 빠르게 부순다 해도 몬스터가 문제야”

“몬스터는 그 자리를 지킬 거예요.”

“뭐?”

“제가 생각한 게 맞다면 그거 수호 몬스터예요.”

“수호 몬스터?”

처음 들어 보는 단어였다.

“일단 그런 게 있다고만 아시면 돼요.”

“그럼 파괴력은 어느 정도지?”

“구슬만 비교하면 약 5배. 그리고 이것까지 사용하면 무조건 한 방이죠.”

진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왜냐하면, 그가 꺼내 든 것은 그냥 구슬 로봇이 아니었으니까.

<구슬 파이터의 로봇, 주인공이 사용한 파워 타입 로봇이다.

누군가 불법 개조를 한 뒤 되팔이를 한 제품.

기존 제품보다 몇 배나 강력하지만 몇 번 사용하면 부서질 것 같다.>

“믿어도 되나?”

길드장이 진하를 바라봤다.

그의 말대로 진짜 마석을 부수고 몬스터를 잡을 수 있을까?

진하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젠장, 나를 포함해서 8명 준비해.”

길드장이 재희에게 명령을 내렸다.

어차피 방법은 없었다.

진하가 말한 것을 믿는 방법뿐.

“진수, 후안, 필립, 연화, 지성 모여.”

재희가 길드원들을 모아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을 보며 길드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과연 믿어도 되는 걸까?

던전에 들어온 직후부터 계속해서 감에 모든 일을 맡기기 시작했다.

계산적으로, 이성적으로 행동하자는 자신의 신념이 흔들렸다.

하지만…….

‘계산 밖의 사람이야.’

이미 진하는 계산 밖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상한 물건, 이상한 정보.

모든 게 그가 알고 있던 상식을 뒤집는 행동이었고 또 좋은 결과로 다가왔다.

마치 예전에 봤던 최상위 헌터들과 같은, 자신의 계산을 벗어난 존재들처럼.

피식.

‘이건 너무 갔나?’

그들과 진하를 비교하다니, 그건 말이 안 됐다.

“모두 준비됐습니다.”

잠깐 생각에 잠긴 사이 재희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길드장 앞에 섰다.

길드장은 주변에 모인 길드원을 보며 입을 열었다.

“목표는 전방 250m, 왼쪽 벽 상공에 위치한 몬스터와 마석, 제한 시간은 약 15분, 진하와 원거리 헌터들을 보호하며 간다. 죽어서라도 보호해라.”

짧게 브리핑을 마친 길드장이 팀원들을 바라봤다.

길드의 정예답게 아무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길드원들.

“처음은 내가 한다. 부길드장! 길 열어!”

“앞을 열어라!”

부길드장의 말에 맞춰 입구에서 언데드와 싸우던 헌터들이 길을 열었다.

공간은 사람 2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크기.

“흐읍!”

길드장이 벌어진 길 안쪽으로 쏘아져 나갔다.

―리미트 브레이크.

우득, 우드득.

그의 오른손이 벌겋게 물들었다.

그리고 쏘아지는 오른손.

콰앙!

굉음과 함께 언데드들이 부서졌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긴 2미터가량의 공간.

“출발해!”

그 틈을 이용해 8명의 공략팀이 튀어나왔다.

그들이 튀어나오고 다시 막히는 길드의 방어선.

이제 돌아갈 방법 따위 없었다.

8명은 순식간에 대형을 이루며 마석을 향해 돌진했다.

“멈추지 마라! 계속 나아가!”

멈추는 순간 고립된다.

가장 앞에 선 헌터가 이를 악물며 건틀렛을 휘둘렀다.

하지만 초반의 돌진력은 순식간에 사라지기 시작했다.

꾸준히 나아가고 있지만, 점차 느려지는 속도.

진하와 원거리 헌터들 역시 안쪽에서 그들을 보조했지만 큰 효과가 나진 않았다.

남은 거리―200m

이제는 완벽히 기어가는 수준까지 느려진 상황.

그로 인해 언데드들이 더욱 많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완전히 멈춰 선다.

“김진수!”

길드장이 소리쳤다.

그의 외침에 맨 앞에서 길을 뚫던 헌터, 김진수가 이를 악물었다.

―비스트 모드, 폭주

“크아악!”

순식간에 덩치가 커지는 진수.

그가 온몸으로 무기를 받으며 전방으로 미친 듯이 돌진했다.

그러자 다시 빨라지기 시작하는 속도.

남은 거리―130m

순식간에 70m를 돌파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맨 앞에선 김진수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교체해.”

속도가 떨어지는 걸 느낀 길드장이 명령을 내렸다.

지친 김진수와 오른쪽에 있던 헌터가 자리를 바꿨다.

전방에 서게 된 사람이 검을 치켜들었다.

―에어 소드, 윈드 커터.

파직.

금이 가는 소리와 함께 전방으로 쏟아지는 수많은 바람의 칼날.

그로 인해 언데드들이 난도질 되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다시 높아지는 속도.

일행은 그가 쏟아 내는 바람의 칼날을 따라 힘껏 앞으로 나아갔다.

남은 거리―80m

파직, 파지직, 챙그랑!

바람을 쏟아 내던 검이 부서졌다.

검이 부서지는 걸 확인한 헌터는 전방에 있는 좀비를 향해 있는 힘껏 검을 던졌다.

퍼억.

좀비의 머리에 박히는 조각난 검.

좀비가 쓰러지는 그 틈을 이용해 헌터는 왼쪽의 헌터와 자리를 바꿨다.

메이스를 든 헌터는 자신의 차례가 오자 호흡을 깊게 들이마셨다.

―신체 강화, 풀 차지.

땅을 향해 강하게 내리쳐지는 메이스.

쿠르릉!

커다란 소리와 함께 땅에 부딪힌 메이스를 중심으로 땅이 흔들렸다.

그리고 메이스에서 뻗어 나가는 화염의 줄기.

콰직, 콰지직!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언데드들.

가까이에 있는 언데드들은 화염에 의해 부서졌다.

그로 인해 생긴 공터는 무려 30m.

메이스를 내려친 헌터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덥썩.

김진수가 쓰러지는 헌터를 붙잡았다.

그리고 전방의 빈자리를 후방에 있던 길드장이 채웠다.

힐끗.

진하가 쓰러진 헌터를 쳐다보았다.

자신과는 다른 충전형 신체 강화 능력자.

흔한 패시브 능력자인 자신과는 다른 희귀한 능력이었다.

비스트에 바람 능력자, 거기에 충전형 신체 강화까지.

소형 길드치곤 좋은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았다.

타다다닥!

잠깐 생각하는 사이 공터의 끝에 다다랐다.

남은 거리는 50m.

이제 그들의 육안으로도 스켈레톤과 마석이 보였다.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은 5분, 남은 시간은 10분.

“한 방에 뚫을 거니 준비해라.”

앞에 선 길드장이 말했다.

그리고 다시 붉어지기 시작하는 그의 오른손.

살구색에서 분홍으로, 다시 분홍에서 빨강으로.

이윽고 보라색이 된 그의 오른손이 앞으로 뻗어 나갔다.

―리미트 브레이크, 파괴.

꾸드드득!

몸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오른손이 허공을 때렸다.

파앙!

작게 울려 퍼지는 소리.

그리고 뒤늦게 퍼지는 충격파.

충격파는 직선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날려 버렸다.

진하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리미트 브레이크,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안 좋은 능력이었다.

말 그대로 신체의 한계를 푸는 능력, 그 대가는 부상이었다.

오래 싸울 수도, 능력을 올리기도 어려운 쓰레기 능력이었다.

그렇기에 90% 이상의 리미트 브레이커들의 등급은 D~C.

그에 반해 길드장은 B급.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한 놈도 안쪽으로 들이지 말아라!”

목표 위치에 도달한 길드장이 외쳤다.

그의 명령에 따라 각 근접 헌터들이 원거리 헌터들을 감쌌다.

기절했던 헌터도 어느새 일어나 빈자리를 채웠다.

남은 시간 9분.

진하를 포함한 원거리 헌터들이 목표를 바라봤다.

거미형 스켈레톤과 커다란 마석.

“몬스터를 노리지 말고 마석을 노리세요. 그럼 몬스터는 회피하지 않을 거예요.”

진하가 말했다.

예상하긴 했지만 더욱 상황이 좋았다.

수호 몬스터 중에 공격이 없는 완벽한 방어형 수호 몬스터였다.

즉, 그냥 때리기만 하면 됐다.

대신 방어력이 극도로 높긴 하겠지만 그건 상관없었다.

아티팩트가 있으니까.

피잉!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재희였다.

순식간에 마석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

사사삭!

진하의 예상대로 스켈레톤이 마석을 가리며 화살을 막았다.

그극!

툭.

인챈트된 화살이 스켈레톤의 등에 흠집을 내며 땅으로 떨어졌다.

재희가 그 모습에 혀를 차며 몇 번이고 화살을 날렸지만 소용없었다.

화르륵!

그리고 그사이 준비를 마친 나머지 헌터들이 마법을 쏘았다.

콰과광!

굉음과 함께 폭발을 일으키는 이 연발 마법.

마법의 폭연에 스켈레톤의 모습이 가려졌다.

헌터들은 모습을 확인하지 않은 채 바로 다시 주문을 외웠다.

이 정도로 깨질 몬스터도 마석도 아니었으니까.

키릭!

역시나 그들의 예상대로 스켈레톤은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 모습에 헌터 둘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을음뿐이라니.

“효과가 있어요!”

그때, 마석 공격 대신 근접 헌터들을 엄호하던 재희가 외쳤다.

보통 사람에게는 안 보이지만 그녀의 천리안에는 보였다.

스켈레톤에 새겨진 미세한 금이.

까득!

그녀의 말에 마법사들이 더욱 빠르게 주문을 외웠다.

화력이 약간 부족하다면 더욱 많이 날리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뭐 하고 있어!”

달려드는 좀비를 밀쳐 낸 길드장이 진하에게 외쳤다.

호언장담했던 진하가 다른 헌터들과 달리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잠깐만! 나도 급한 건 알고 있다고!”

진하가 계속 떠오르는 메시지창을 보며 소리쳤다.

<제대로 조립되지 않았습니다.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조립률 20%>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불법 개조 때문인지 아티팩트가 작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발사할 공간도, 버튼도 다 있는데 뭔 조립이란 말인가!

‘젠장! 일반 로봇은 안 이랬잖아!’

심지어 완구 주제에 뭐가 이리도 어려운지 떠오른 도면에 따라 조립하는데도 계속해서 부품이 헛돌았다.

아주 조금만 각도가 틀어져도 잘 들어가지 않는 아티팩트.

진하의 속이 점차 타들어 갔다.

달그락, 달그락.

진하의 손놀림이 점차 다급해졌다.

마법사들은 계속해서 마법을 쏘고 있고, 근접 헌터들은 무기를 맞아 가며 계속 언데드를 밀어내고 있었다.

오직 진하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발 돼라, 제발!’

진행도는 너무나 더디게 올라갔다.

설상가상 애초에 계획했던 시간까지 겨우 5분만 남았다.

“비켜요!”

지켜보고 있던 재희가 그를 밀쳐 냈다.

그러곤 로봇을 붙잡았다.

휘리릭, 달칵!

순식간에 헛돌던 부품 하나가 조립됐다.

그 모습에 밀쳐진 진하가 그녀를 얼떨떨하게 바라봤다.

“가만히 있지 말고 엄호해요!”

그녀의 호통에 진하가 다급히 일어나 근접 헌터들을 엄호했다.

달그락, 달칵!

빠르게 조립되는 로봇.

천리안까지 사용하며 미세한 부분을 맞추는 그녀는 신속 그 자체였다.

‘쉬워.’

그녀에게 조립은 너무나도 쉬웠다.

일반 장난감보다는 까다로웠지만, 그녀가 취미로 맞추는 프라모델에 비하면 껌이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맞춘 프라모델만 수백 개, 이 정도는 눈 감고도 맞출 수 있었다.

“자요.”

2분 만에 모든 조립을 마친 그녀가 진하에게 로봇을 넘겼다.

진하는 그 모습에 순간 갈등했다.

원거리 헌터인 그녀가 쏘는 게 낫지 않을까?

“저는 못 사용해요.”

그녀가 진하의 고민을 아는지 고개를 저었다.

<진정한 모습을 찾은 로봇. 불법 개조되어 아무나 다룰 수 없다. 잘못 사용하면 온몸의 뼈가 부서질 것 같다.>

문구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신체의 내구성이 강하지 않은 그녀가 사용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

결국 사용 가능한 건 근접 헌터들인데 그중에서 가장 멀쩡한 건 진하밖에 없었다.

“고마워요.”

진하가 고마움을 표하며 로봇을 받았다.

그녀가 조립한 로봇은 처음과는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기다란 포대에 조준기까지, 아까의 로봇이 왜 미완성이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달칵!

영롱한 구슬 하나가 로봇으로 들어갔다.

조준기 너머로 목표가 보였다.

‘마석만 노리면 된다.’

그럼 어차피 그보다 더 작은 몬스터는 알아서 따라오게 돼 있었다.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았다.

진하가 호흡을 길게 들이켰다.

“비드 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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