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가진 SS급 문방구-10화 (10/202)

#010

“뭐?”

진하의 말을 들은 길드장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황당하다 못해 어이없기까지 한 진하의 말.

“이게 지금 장난……!”

툭.

“일단 이것부터 보고 얘기하죠?”

어느새 쫀드기를 꺼내 든 진하가 길드장에게 쫀드기를 내밀었다.

길드장은 진하가 내민 쫀드기를 바라봤다.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불량식품.

‘이게 뭐 어쨌다는 거지?’

“안 썩었죠?”

“!!”

진하의 말에 길드장이 눈을 크게 떴다.

확실히 쫀드기가 썩지 않았다.

아니, 썩으려는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일단 확인해 보세요.”

진하의 말에 저도 모르게 쫀드기를 붙잡는 길드장.

<쫀드기의 정보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어때요? 이제 들을 마음이 좀 나요?”

떠오르는 메시지창을 보고 놀라는 길드장을 향해 진하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하긴 누가 안 놀랄 수 있을까.

설마 쫀드기 따위에서 메시지창이 나타날 거라곤 상상도 못 했겠지.

“정보 확인.”

길드장의 눈이 빠르게 좌우로 움직였다.

그리고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이런 게 몇 개나 있지?”

“약 200장, 개당 하루, 7명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편해요.”

“14일 정도인가.”

“어때요, 나쁘지 않죠?”

현재 공략대의 숫자는 100명.

C급 대형 던전의 평균 공략일이 12일인 것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좋았다.

“조건은?”

“개당 천만 원.”

진하가 가볍게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

그 모습에 부길드장이 소리쳤다.

“너무 비쌉니다!”

말이 안 됐다.

저게 뭔지는 모르지만, 너무나도 비싼 가격이었다.

길드장의 반응을 보아하니 뭔가 특별하다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천만 원이라니, 비싸도 너무나 비쌌다.

200여 개면 약 20억 원, 이 던전을 공략한다 해도 손해나 다름없었다.

“지금 설마 이 상황에서 손익 계산하는 건 아니죠?”

진하의 말에 부길드장이 움찔했다.

“우리가 굳이 천만 원을 낼 필요가 있을까? 그냥 뺏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했나?”

길드장의 말에 진하가 코웃음을 쳤다.

“범죄는 협회에서 엄중하게 처벌한다는 거 알죠?”

던전은 공략돼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입구와 출구 양쪽에 포탈이 계속 생성되어 있을 뿐이다.

즉, 자신을 죽이더라도 나중에 협회에 걸리게 된다는 소리이다.

“우리 입장에선 너도 침입자다. 범죄자를 잡을 뿐이지.”

“할 수는 있고?”

길드장이 주변을 돌아보았다.

확실히 처리는 어렵지 않았다. 단 한마디면 길드원이 움직일 테니까.

상대의 급수는 모르지만 지금 방어구와 무기를 봐도 절대 B급 이상은 아니었다.

지금 이 전력이면 A급이라 해도 붙어 볼 만한 전력이었다.

다만 뭔가 찝찝했다.

‘어떤 걸 숨기고 있는지 모른다.’

이상한 물품을 가지고 있는 자였다.

심지어 묘하게 당당하기까지 한 자세.

그렇다는 건 무엇인가 살아날 수 있는 묘한 수를 숨기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선 굳이 분란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천만 원으로 하지. 저녁부터 분배를 부탁해도 되나?”

“오케이, 잘 부탁드려요. 참고로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건 서비스로 드리죠.”

진하가 빙긋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덥썩.

“잘 부탁하지. 부길드장!”

“네!”

“자리를 마련해 줘라. 그리고 팀장들 모두 집합한다. 공략 회의다.”

바로 돌아서는 길드장.

각 팀장들도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혼자 남은 부길드장이 진하에게 다가갔다.

그때, 하예진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재석 님, 얘는 제가 안내할게요.”

“예진 씨가?”

“네, 바쁘시잖아요. 제가 할게요.”

“흠, 그게 낫겠지. 그럼, 부탁하네. 자! 다른 사람들도 해산하도록!”

부길드장은 고개를 끄덕인 뒤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을 해산시켰다.

점차 흩어지는 사람들.

하예진은 진하를 재빠르게 캠프 구석으로 끌고 갔다.

“오, 놀랐…….”

“미쳤어!”

진하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터져 나오는 샤우팅.

진하는 손가락으로 귀를 막은 채 말했다.

“시끄러워. 소리 좀 줄여라.”

“지금 네가 저지른 일이 뭔지 알고나 하는 일이야?”

저 물품을 여기서 이렇게 쉽게 보여 줘선 안 됐다.

아티팩트였다, 무려 아티팩트!

하나를 얻기도 힘든 그 물품을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보여 주다니…….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던전을 나간 이후에 어떻게 될지 안 봐도 눈에 훤했다.

“그럼, 오지 말았어야 했어?”

“뭐?”

“네가 죽더라도 아티팩트를 숨기고 아등바등하면서 살아야 했냐고.”

진하의 말에 하예진은 할 말을 잃었다.

확실히 진하가 아니라면 높은 확률로 그녀는 이곳에서 뼈를 묻었을 것이다.

반대였다면 그녀 역시 진하를 위해 달려갔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포장해도 결국 짐이 되었다는 결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생각 없이 왔겠냐. 다 방법이 있단다.”

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방법은 이미 예전부터 마련해 둔 상태였다.

그리고 불완전하지만 던전 공략 방법 또한 있었다.

그저 돌발상황에 계획이 당겨졌을 뿐 아주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

그렇기에 걱정 말라는 뜻으로 진하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뭐가 그리 분한지 눈가가 촉촉해지는 하예진.

“죽여 버릴 거야.”

“네네, 많이 죽여 주세요.”

“너, 진짜 나가서 봐.”

그 말을 끝으로 씩씩거리며 멀어지는 하예진.

진하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그녀는 빚이 생겼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빚을 갚는 것에 불과했다.

과거 죽기 전까지 자신을 지탱해 줬던 그녀에게 받은 빚을 갚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친구들이 죽는 걸 보는 건 한 번으로 족하거든.”

* * *

던전 공략 4일 차 저녁.

지글지글.

캠프를 설치한 길드원들이 멍하니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서 자글자글하게 익는 쫀드기 하나.

꿀꺽!

누군가의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된 거 아냐?”

“아직이야.”

“아냐, 된 것 같은데?”

“너 어제 덜 익은 거 먹었다 턱 빠진 거 기억 안 나?”

“큭큭큭, 그때 더럽게 웃겼는데.”

“넌 닥쳐. 어제 너랑 같이 먹었던 얘들 말 들어보니까 넌 다 태워 먹었다며.”

“원래 태운 게 맛있는 거다.”

시시한 잡담을 나누는 길드원들.

이윽고 다 구워졌는지 쫀드기를 굽고 있던 길드원이 조심스레 쫀드기를 꺼냈다.

노릇하게 구워진 쫀드기.

그는 아주 세심하게 쫀드기를 7등분 하기 시작했다.

“야야, 왜 내 게 더 작냐.”

“로난 거가 2mm 더 큰 것 같은데?”

“둘 다 닥쳐!”

칼을 든 길드원이 인상을 찌푸렸다.

어째 다 큰 성인들이 고작 쫀드기에 싸우는 게 영 마음에 안 들었다.

“에휴…….”

그는 한숨을 쉬며 쫀드기를 마저 등분하기 시작했다.

티가 안 날 정도로 자신의 쫀드기가 약간 크게 되도록.

이와 같은 모습은 캠프 곳곳에서 흔하게 보였다.

쫀드기는 생으로 먹어야 한다는 생먹파부터, 바싹 굽는 바삭파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쫀드기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 길드원들이 저랬던가?”

길드장이 캠프 곳곳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첫날에는 조용히 잘 먹더니 어째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하하, 다들 아는 거죠. 저거 하나면 하루가 든든하다는 걸.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더 먹으려는 거고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

“무엇보다 유일한 식사 시간이니까요.”

보통은 공략에 지장을 주는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기 위해 식사 시간을 이용한다.

책, 하모니카 등 공략에 문제가 되지 않게 처리한 물품을 이용하여 개인 정비를 하는 것.

다만 이번 일로 인해 식사 시간이 한 번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그게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 것뿐이었다.

길드장도 그걸 알지만 너무나 생소하기에 다시 묻는 것뿐.

“흐음, 어쩔 수 없군. 그나저나 저쪽은 아직도 저러나?”

길드장이 한 텐트를 바라봤다.

그들과 함께 공략을 나선 대기업 도련님이 있는 텐트였다.

마음에 들지 않긴 했지만 지켜야 하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비상 상황에서조차 비협조적인 한태성이 그는 답답하기만 했다.

“제가 갔을 땐 그대로던데요?”

옆에 있던 원거리 헌터 팀장 재희가 조각난 퍼즐을 맞추며 말했다.

“그냥 내버려 두죠. 저희는 할 만큼 했습니다. 무엇보다 배고프면 알아서 기어 나오겠죠.”

부길드장이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계약상으로 크게 위반되는 행위는 없었다. 심지어 기본적인 계약금은 이미 모두 받은 상황.

목숨이 걸린 이 상황에서 저런 투정까지 모두 다 받아 줄 여유는 없었다.

“후우, 그래 어쩔 수 없는 거긴 하지. 자, 어서 우리도 먹자고.”

길드장은 텐트에 신경 끄고 자신 몫의 쫀드기를 찢었다.

“길드장님, 너무 크게 찢었습니다.”

“…….”

* * *

“젠장, 젠장, 젠장!”

남자 한 명이 욕을 내뱉으며 왔다 갔다 텐트 안을 맴돌았다.

“이래서 서민 새끼들이 문제야.”

자신이 누구인가. 대한민국 20위에 속하는 대기업 회장의 장남이었다.

원하는 건 그게 어떤 것이든 가질 수 있었고, 심지어 능력까지 각성해 헌터가 되었다.

즉, 선택받은 자라는 거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뭐란 말인가?

오랜만에 유흥 겸 던전을 돌기 위해 나온 게 화근이었다.

갑자기 던전은 폐쇄되지 않나, 식량이라곤 이깟 더러운 쫀드기가 다였다.

뭐? 서민들하고 같이 겸상을 하고 나눠 먹으라고?

백번 양보해서 쫀드기를 먹어 줄 순 있었다. 맛 자체는 급에 안 맞지만 어쨌든 아티팩트라는 희귀한 거였으니까.

근데 감히 나눠 먹으라니, 이건 자신을 무시해도 한참 무시하는 행위였다.

하나를 통째로 줘도 모자랄 판에 이딴 대우라니.

“어떻게 됐어!”

곁에 서 있던 호위 중 한 명이 빠르게 대답했다.

“그, 그게…… 실패했습니다.”

“뭐?”

“저희가 다 산다고, 웃돈을 얹어 준다 했는데도 거절했습니다.”

“하!”

이젠 별 거지 같은 게 자신의 제안을 무시했다.

아마도 지금 이 상황을 이용해서 최대한 부풀려 받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안내해.”

“예?”

“그 아티팩트를 가진 놈한테 안내하라고!”

“네!”

호위가 다급히 텐트 입구를 열었다.

텐트 밖을 나오니 뭐가 그리도 신났는지 웃고 떠드는 모습이 보였다.

“쯧, 소형 길드는 택하는 게 아니었는데.”

수족으로 부려 먹기 가장 좋아 보이는 길드를 택했는데 역시 아랫놈들은 아래인 이유가 있었다.

호위는 혀를 차는 그를 모시고 캠프의 가운데로 향했다.

그곳에는 쫀드기를 질겅거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커다란 백팩을 메고 있는 남자 한 명.

그가 필시 아티팩트를 가진 사람이리라.

“흠흠!”

“……?”

남자가 빤히 자신을 쳐다봤다.

역시 이놈도 예의가 없는 놈이었다.

“네가 그 아티팩트 소유주냐?”

“…….”

“그래, 내가 보낸 제안을 거절했다고? 그래서 얼마가 필요하냐.”

“필요 없는데?”

뻔뻔하게 말하는 남자.

역시나 돈을 올려 받으려는 같잖은 수작이었다.

“내가 인내심이 없어. 그러니까 그냥 좋은 말 할 때 원하는 금액 말해. 다 맞춰 줄 테니까.”

“필요 없다는 말 안 들려?”

“이놈이 좋게 말해도!”

“하아, 진짜 어딜 가나 이런 새끼들 있다니까. 좋은 말로 할 때 꺼져라.”

* * *

그를 처음 본 건 첫날 저녁이었다.

항암 그룹 장남, 한태성.

그가 누군지는 몰랐지만, 항암 그룹은 너무나도 잘 알았다.

게이트 1차 폭주 때 가장 먼저 한국을 튀었던 그룹 일가니까.

그래서 그냥 무시했다.

어차피 마주칠 일도 없었고, 던전 공략이 우선이었으니까.

그런데 3일째 되던 날 호위를 통해 같잖은 제안을 해 왔다.

자신에게 모든 아티팩트를 팔라는 병신 같은 제안.

진하는 당연하게 거절했다.

그걸로 끝난 줄 알았더니 오늘은 직접 찾아오기까지 했다.

“네가 그 아티팩트 소유주냐?”

역시 처음부터 반말, 예의 따위는 밥 말아 먹은 새끼였다.

“그래서 얼마가 필요하냐?”

“필요 없는데?”

“내가 인내심이 없어. 그러니까 그냥 좋은 말 할 때 원하는 금액 말해, 다 맞춰 줄 테니까.”

이 새끼가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로 보이나?

“필요 없다는 말 안 들려?”

“이놈이 좋게 말해도!”

“하아, 진짜 어딜 가나 이런 새끼들 있다니까. 좋은 말로 할 때 꺼져라.”

“뭐, 뭣!”

놈의 얼굴이 빨개지는 게 보였다.

하긴 이런 말을 밖에서 들어 봤을 리 없지.

진하는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

“후우…… 물건 팔 생각 없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너랑 협상할 일 없으니까 꺼지라고.”

그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과거 게이트 폭주 당시 저 혼자 살겠다고 튄 대기업 새끼들.

둘째는 폭주 중에도 이득 챙기려고 뒤통수친 블랙 길드들.

이 두 가지 중 저놈은 첫 번째에 해당했다.

하지만 아직 없는 일이라는 점, 그리고 원래 이 자식은 여기서 죽었을 거라는 점을 비춰 한 번 정도는 봐주기로 했다.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내가 누군 줄 알고 이러는 거야!”

“응, 알지, 너무 잘 알지.”

“그런데 그딴 개소리를 지껄여?”

긁적긁적.

“그럼 너는 생각 안 해 봤냐? 폐쇄된 게이트, 극악의 환경. 누구 하나 죽어도 책임 물을 사람이 없네?”

“이…… 이……! 길드장!”

한태성이 길드장을 불렀다.

하지만 그는 근처에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부길드장과 팀장급들도 보이지 않았다.

까득.

‘이것들이 단체로!’

그가 이 상황을 모를 리 없었다.

자신은 상관하지 않겠다는 제스처.

감히 건방진 생각을 하는 길드장이 짜증 나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그에게는 호위들이 있었으니까.

하나같이 C급 상위에 랭크된 5명.

“뭐 해! 저놈 무릎 꿇리지 않고!”

그의 말에 호위들이 진하를 둘러쌌다.

“원망은 하지 말아라.”

누군가 대표로 진하에게 말했다.

툭, 툭.

백팩을 벗고 바지를 털며 일어나는 진하.

그는 몸을 풀며 환도를 잡았다.

“흐음, 난 분명 기회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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