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가진 SS급 문방구-5화 (5/202)

#005

코를 부여잡은 진하가 인상을 찌푸리며 냄새의 근원을 찾았다.

냄새를 따라가 보니 짙은 향을 내뱉고 있는 것은 바로 독약 병이었다.

병에서는 매우 독한 냄새들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맡기만 해도 죽을 것 같은 그런 냄새들이.

“어라? 혹시?”

순간 진하의 머리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진하가 재빠르게 병 하나를 들어 조심스레 냄새를 맡아 보았다.

맡기만 해도 녹아내릴 것 같은 냄새가 났다.

실존하는 냄새가 아니었다.

조심스레 바닥에 독을 부어 보았다.

쪼르륵.

치이이익!

거친 소리를 내며 녹아내리는 땅바닥.

그는 다급하게 다른 병을 들었다.

이번 냄새는 썩은 내가 가득 났다.

주머니에 있는 육포를 꺼내 살짝 부어 보았다.

또옥.

그러자 썩어 들어가는 육포.

분명했다.

냄새로 느껴지는 느낌 그대로 액체의 효과가 드러났다.

“으아아!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진하는 천장을 향해 소리쳤다.

이러면 말이 달라진다.

지능 따위 개나 줘 버려!

“이럴 때가 아니지.”

정신을 차린 진하가 하나씩 병을 집어 들었다.

버프의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그 시간 안에 내성 약을 찾아야 했다.

“이건 매운 냄새니까 패스. 우웩, 이건 독약이 확실하고. 이건 양말 냄새…….”

하나씩 하나씩 제외되는 물병들.

진하는 썩어 문드러질 것 같은 코를 부여잡으며 하나씩 병을 제외했다.

그리고 마침내 걸러진 액체 하나.

“이거야. 분명해.”

중간에 달콤한 냄새라든가 몇몇 애매한 냄새를 가진 액체들이 있긴 했지만 이게 분명했다.

왜냐면 오로지 이것에서만 안도감이 느껴지니까.

혹시나 해서 다시 한번 냄새를 맡아 보았지만, 무색무취. 하지만 묘한 안도감과 편안함을 주는 냄새 아닌 냄새가 났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우선 땅에 살짝 흘려 보았다. 하지만 이상은 없었다.

그다음은 육포, 멀쩡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살점.

똑.

“후우…….”

다행히도 멀쩡했다.

이제 남은 건 맛을 보는 것뿐.

헌터증을 꺼내 놓은 진하는 한 손으로 미리 조립한 키트를 허벅지에 가져다 댔다.

혹시나 잘못된 거라면 바로 찔러야 하니까.

찰랑.

병을 흔들자 투명한 액체가 흔들렸다.

“아주 조금…….”

이미 확신이 들었음에도 괜스레 몸이 떨렸다.

진하가 조심스레 병을 기울였다.

그리고 벌린 입 사이 혀로 떨어지는 액체 한 방울.

차가운 감촉이 혀끝에 느껴졌다.

“…….”

잠시 기다려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조심스레 병에 입을 대고 한 모금 마셔 보았다.

띠링!

<열기에 대한 내성이 일시적으로 극소량 증가합니다.>

“휴우…….”

정답이었다.

겨우 한숨 돌린 진하는 액체를 모조리 마셔 버렸다.

그러자 뜨는 알림창.

<열기에 대한 내성이 영구적으로 소량 증가합니다.>

“열기에 대한 내성이라…….”

이번 보스 몬스터가 화염 관련 몬스터인 듯싶었다.

역시 이런 함정은 구별이 힘들어도 이런 쪽으로 힌트를 준다는 점은 장점이었다.

‘C급 몬스터 중에 화염 관련된 몬스터가 뭐가 있었지?’

순식간에 촤르륵 지나가는 몬스터의 이름들.

그중에 최하급을 제외하곤 모두 머릿속에서 삭제했다.

그러자 머릿속으로 두 가지의 몬스터가 남았다.

“가장 공략하기 좋은 건 새끼 헬 하운드인데.”

B급 몬스터인 성체와는 달리 C급인 새끼 헬 하운드는 C급 중에서도 D급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약한 몬스터였다.

즉, 현재 진하가 상대하기에 가장 좋은 몬스터였다.

‘뭐 나머지 한 마리도 상대 못 할 정도는 아니지만.’

딱, 딱.

손가락을 튕기며 긴장을 푼 진하가 문 앞에 섰다.

“자, 해 보자고.”

끼이이익.

있는 힘껏 한쪽 문을 당겼다.

그에 맞춰 문이 아주 조금씩 소리를 내며 열리기 시작했다.

―개굴

그리고 문 너머 들리는 개구리 소리.

‘그놈이다!’

진하가 재빠르게 문에서 손을 뗐다.

촤롸락!

하지만 그의 행동보다 반 박자 빠르게 문밖으로 혀가 튀어나와 진하의 손목을 잡아챘다.

“이런 젠……!”

콰앙!

혀에 이끌려 공동 안쪽으로 끌려들어 간 진하가 이를 악물었다.

손목을 감은 붉은색의 기다란 혓바닥.

그것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예상대로 개구리 한 마리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염 개구리.’

진하가 재빠르게 단검으로 혓바닥을 찔렀다.

하지만 미처 단검의 끝이 닿기도 전에 혓바닥이 재빠르게 개구리의 입 안으로 돌아갔다.

진하는 그사이를 틈타 몸을 일으켜 개구리를 샅샅이 훑어보았다.

겉면에 붉은색 반점이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화염 개구리 중 특이종인 용암 개구리는 아니었다.

이 정도면 차악 정도였다.

―개굴

울음소리와 함께 다시 날아드는 혓바닥.

진하는 지그재그로 몸을 움직이며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촤악!

그와 동시에 개구리를 향해 날아가는 단검.

미끌.

“쯧!”

진하가 미끄러지는 단검을 보며 혀를 찼다.

역시나 보급품 단검이 피부 점액을 뚫고 박히는 건 너무 큰 기대인 건가?

그는 미끄러지는 단검을 보며 혀를 찼다.

콰앙!

쉴 틈 없이 날아오는 혓바닥.

진하는 몸을 굴리며 계속해서 혓바닥을 피했다.

그와 개구리의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져 갔다.

―개굴, 개굴, 개굴.

휘리릭.

쾅! 쾅! 쾅!

다시 한번 연속으로 그가 있던 바닥을 내려치는 혓바닥.

진하가 빠르게 단검들을 파우치에서 꺼내 던졌다.

파밧!

각각 반으로 나뉘어 위와 앞으로 뿌려지는 단검들.

그중 앞으로 쏘아진 단검들이 각각 급소인 눈과 입을 향해 날아갔다.

챙, 챙!

하지만 역시나 미처 닿기도 전에 혓바닥이 단검들을 쳐냈다.

다다닥!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해 달려가는 진하.

그 모습에 화염 개구리는 혀를 빠르게 입으로 회수했다.

“이봐, 위는 안 봐?”

입을 열려는 개구리의 눈 위로 진하가 던진 단검들이 떨어져 내렸다.

질끈, 미끄덩.

간발의 차로 눈을 감은 개구리의 눈 위로 단검들이 떨어졌다.

“눈을 감아서야 쓰나!”

어느새 몬스터의 코앞까지 달려온 진하가 떨어진 단검을 잡아 크게 내질렀다.

퍼억 소리와 함께 눈꺼풀 사이를 파고드는 단검.

―게에에엑!

개구리의 비명과 함께 혓바닥이 튀어나왔다.

콰앙!

혓바닥에 맞아 순식간에 벽에 틀어박힌 진하가 이를 악물었다.

‘열기!’

화아악!

재빠르게 팔로 얼굴을 가리자마자 덮쳐드는 화염.

진하는 타들어 가는 고통을 참으며 이를 악물었다.

언제 끝나지?

내성 약 효과 있는 거 맞아?

후욱…….

털썩.

그 순간 화염이 멎었다.

진하는 찌릿찌릿한 통증을 느끼며 개구리를 바라봤다.

한쪽 눈이 완전히 뭉개져 있었다.

―개굴.

‘온다.’

휘리릭.

진하가 왼팔을 들어 날아오는 혓바닥을 후려쳤다.

찰싹, 콰지직!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진하가 뒤로 날아갔다.

하지만 진하는 땅을 나뒹굴면서도 비릿하게 웃었다.

휘리릭!

공격을 마치고 돌아가는 개구리의 혀.

그리고 딸려 가는 김진하.

어느새 그의 왼손은 끈끈이를 잡고 있었다.

“뒤져!”

물컹.

촤아악!

―게에엑!

초록색 피와 함께 오른손에 뽑혀 나오는 눈알.

진하는 재빠르게 끈끈이를 놓으며 뒤로 물러났다.

콰앙! 쾅!

그 즉시 화염 개구리가 혓바닥을 휘두르며 날뛰기 시작했다.

“후욱! 후욱!”

진하는 숨을 몰아쉬며 개구리에게서 멀어졌다.

‘갈비뼈 두 대 날아갔고, 왼손은 골절, 전신 옅은 화상.’

다행히 화상에 의한 통증으로 정신은 빠릿빠릿했다.

그가 설계한 상황은 딱 여기까지였다.

―게엑! 게엑!

“역시, 눈 뽑혔다고 죽을 리 없지.”

혀에 손목이 잡힌 순간부터 바로 짠 작전이 이 정도나 통한 게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었다.

지금부터는 진짜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보급품 단검도 더 이상 파우치에 없었다.

거기다 상처도 생각보다 깊은 상태.

“후…… 그나마 버프가 있는 게 다행인가.”

이것마저도 없었으면 더욱 힘들었을 것 같았다.

띠링! 띠링! 띠링!

<지속시간이 다 되어 힘이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정력이…….>

<목소리가…….>

<후각…….>

“젠장.”

그럼 그렇지. 어쩐지 쉽게 가나 했다.

운도 지지리도 없었다.

거기다 어느새 흥분이 진정됐는지 화염 개구리도 발광을 멈췄다.

진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걸음을 옮겼다.

어찌 됐든 두 시야를 뺏었으면 됐다.

시각에 크게 의존하는 몬스터인 이상 이제는 크게 고생할 필요는 없었다.

툭.

콰앙!

발로 차 날아간 돌멩이를 향해 혓바닥이 꽂혔다.

그 모습을 확인한 진하가 조심스레 돌멩이를 여러 개 주워 들었다.

그리고는 하늘을 향해 힘껏 던졌다.

타다다다다!

―개굴!

순차적으로 돌멩이가 땅바닥을 향해 떨어지자 화염 개구리가 혼란스러워하는 게 보였다.

휘익, 휘익.

진하가 계속해서 돌멩이를 던지며 위치를 혼란스럽게 했다.

쾅!

혓바닥이 진하의 옆을 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진하는 묵묵히 돌을 주워 들어 주변으로 던졌다.

혓바닥이 가까이 다가왔다고 해서 당황해서는 안 됐다.

그랬다간 진짜 타격을 당할 여지가 있었다.

―개구르르.

개구리가 공격을 멈췄다.

‘칫.’

소리에 집중하는 놈이 보였다.

이제 돌멩이 정도로는 안 될 것 같았다.

이제 개구리와 남은 거리는 약 8미터.

‘더 이상은 못 다가가.’

진하가 앞에 떨어진 단검과 돌멩이를 조심스레 집어 들었다.

휘익.

그의 손짓에 따라 하늘 높이 올라가는 돌 조각.

따악!

돌멩이가 떨어지기 무섭게 진하가 대각선으로 몸을 날렸다.

휘리릭!

혓바닥이 정확하게 진하가 착지하는 곳으로 날아왔다.

‘상관없어.’

속을 거라고도 생각 안 했다.

잠시 멈칫하는 동안 둘 사이가 완벽하게 직선이 되도록 작은 틈이 필요했던 것뿐이었다.

진하가 다시 한번 왼손을 내밀었다.

콰지직!

왼손이 완전히 부서지는 게 느껴졌다.

‘됐다!’

개구리 혀가 붙은 끈끈이의 끝부분이 진하의 왼손에도 부착됐다.

휘익!

다시 한번 몸이 날아가는 걸 느꼈다.

진하는 단검을 다잡은 오른손을 뻗었다.

힘은 필요 없었다.

날아가는 속도가 부족한 힘을 보태줄 것이다.

푸우욱!

그의 단검이 뇌를 헤집는 게 느껴졌다.

죽는 건 확정이었다.

이제 뒤로 도망만 치면 됐다.

휘리릭!

그 순간 개구리가 온 힘을 다해 혀로 그를 묶었다.

“젠장!”

개구리의 몸이 부풀어 오르는 게 보였다.

진하가 재빨리 오른손으로 눈을 가렸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콰앙!

* * *

깜빡깜빡.

‘살아 있는 건가?’

진하가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개구리가 있던 자리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게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 개구리의 사체 대신 커다란 마석 하나가 놓여 있었다.

“끄응!”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엄청난 격통이 일어났다.

인상을 찌푸리며 파우치에 가까스로 손을 넣은 진하가 주사기 하나를 꺼냈다.

피슉!

허벅지에 꽂자 자동으로 주입되는 주사기.

“하아…….”

순식간에 잦아드는 통증을 느끼며 진하가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키자마자 진하가 한 것은 몸 상태 체크. 몸이 완전 걸레였다.

왼손의 뼈는 완전히 조각조각 난 것 같았고, 온몸에는 물집이 가득 잡혔거나 새까맣게 타 버렸다.

‘쯧, 각오는 했지만.’

자폭이야 이미 알고 있었고, 최악의 경우 폭발을 맞을 것도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코앞에서 직격으로 맞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면 병원에 장기 입원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다음부터는 혼자 하지 말아야지.”

너무 성급하게 움직여 버렸다.

물론 성공 여부를 따진 후에 움직이긴 했지만 계속되는 계산 밖의 상황으로 입지 않아도 되는 깊은 상처를 입어 버렸다.

가슴이 차가워지면서 들뜬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나는 지금 일개 D급 헌터일 뿐이야.’

경험이 많아도, 과거로 돌아온 지금은 D급 헌터일 뿐이었다.

조금 더 조심히 움직이지 않으면 정말 위험할 수도 있다.

아니, 잘못하면 과거를 바꾸기도 전에 훅 가 버릴 수도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니 자만은 버리자.

최하급 C급, 아니, D급이라도 이제는 위험하다고 생각하자.

처음부터 다시 쌓는다고 생각하자.

“자, 이걸로 자기반성 끝!”

이번 공략의 실수를 돌아본 진하가 몸을 일으켰다.

자기반성까지 모든 걸 끝냈으니 이제 마석을 챙기고 끝에 있는 포탈로 들어서기만 하면 된다.

띠링!

<오랫동안 문방구가 열린 채로 비어 있습니다.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그 순간, 알림음과 함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페널티?”

이게 무슨 개소리지?

<3>

<2>

<1>

<페널티가 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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