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가진 SS급 문방구-2화 (2/202)

#002

쨍―!

“커억!”

강한 충격과 함께 진하가 멀리 날아갔다.

멍하니 그 모습을 쳐다보는 조원들, 팀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모두 방어 대형!”

그의 말에 본능적으로 모이며 방진을 짜는 조원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조원들이 튀어나온 것을 확인하며 경악했다.

“섀도우 울프!”

“말도 안 돼!”

검은색 늑대의 모습에 다들 침음을 흘렸다.

D급 던전에 B급 몬스터라니…….

“다들 방진을 짠다! 구조대를 불렀으니까 10분만 버텨!”

어느새 구조 신호를 보낸 팀장이 달려드는 몬스터를 향해 검을 치켜들었다.

한편, 날아간 진하는 가슴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다, 다행이다.’

가까스로 팀장을 밀치며 꺼낸 검으로 막은 덕분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비록 검이 부서지긴 했지만 섀도우 울프의 발톱에 의한 상처는 다행히도 없었다.

부스럭.

그때, 무엇인가가 그의 손에 잡혔다. 포장지가 찢어진 끈끈이였다.

아마도 날아가면서 주머니에서 튀어나온 듯했다.

띠링!

<끈끈이 정보를 확인하시겠습니까?>

그 순간, 그의 눈에 갑자기 나타나는 창 하나.

“이건……?”

아티팩트 문구였다.

문방구 끈끈이가 아티팩트라고?

이런 게 마법 아이템이라고?

<정보를 확인하시겠습니까?>

결정하라는 듯 깜박이는 창.

정신을 차린 진하가 다급하게 일행에게 시선을 던졌다.

“휴우…….”

다행히 다들 방진을 짠 채로 잘 방어하고 있었다.

그리고 더욱 다행히도 섀도우 울프는 일행만을 바라본 채 진하는 무시하고 있었다.

‘역시, 팀장을 구하길 잘했어.’

팀 내에 유일한 B급 헌터인 팀장이었다.

그가 이번에는 다치지 않았으니, 모두 죽었던 과거와는 달리 모든 것이 바뀔 게 분명했다.

과거보다는 나아진 상황.

안도의 한숨을 내쉰 진하는 메시지창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끈끈이 정보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정보 확인.”

<문방구에서 흔히 보이는 장난감. 접착력이 매우 좋아 한번 붙으면 손으로 직접 뗄 때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자주 사용하면 접착력이 떨어질 수 있다. 잦은 세척은 필수!>

‘이게 무슨 소리지?’

아티팩트가 원래 모호한 설명만 있는 물건이긴 했지만 이건 더욱 정도가 심했다.

그나마 설명만 보면 잘 붙는다는 거랑 물로 씻어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인 듯했다.

듣도 보도 못한 설명에 김진하는 머리가 핑 돌았다.

이런 아티팩트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크학!”

그때 비명이 울려 퍼졌다.

확인해 보니 섀도우 울프의 발톱에 베인 일행 한 명이 중상을 입은 채 쓰러지는 게 보였다.

사람들이 재빠르게 그를 안쪽으로 옮긴 뒤 치료제를 뿌렸다.

‘역시, 아무도 안 다칠 순 없나?’

과거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나 모두 멀쩡할 순 없었다.

애초에 팀장은 B급 최하위, 섀도우 울프는 보정을 받아 B급 중위 수준이었다.

‘젠장, 저 기동력만 방어하면 별거 아닌데.’

방어력이 좋은 몬스터는 아니었다.

D급인 일행의 공격이 먹혀들어 갈 정도였으니까.

다만 그만큼 스피드에 올인한 몬스터라는 게 문제였다.

그때 김진하의 눈에 끈끈이가 들어왔다.

<한번 붙으면 손으로 직접 뗄 때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정말 떨어지지 않을까? 만약 진짜 그렇다면…….’

진하가 몸을 일으켜 섀도우 울프에게 다가갔다.

섀도우 울프를 막고 있던 하예진과 팀장이 그런 진하를 보며 다급하게 고개를 저으며 멈추라는 제스처를 보냈지만 진하는 그들을 무시했다.

‘지금!’

섀도우 울프가 착지하는 시점에 맞춰 날아가는 끈끈이.

휘익.

하지만 섀도우 울프는 가뿐히 공격을 피해 냈다.

그르릉.

그로 인해 섀도우 울프가 그를 인식하고 이빨을 드러냈다.

“하, 하…….”

반동으로 돌아온 끈끈이를 붙잡으며 진하가 침을 삼켰다.

스스로도 멍청한 짓이라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

분명 이대로만 있었어도 옛날보다 결과는 좋겠지.

하지만…….

으득.

더 이상 잃는 것은 사양이다.

또다시 과거가 반복된다면, 그럴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차라리 자신이 죽는 게 나았다.

“와 봐!”

진하는 한 손으로 반으로 부러진 검을 잡은 채 외쳤다.

“이 미친 자식아!”

지금 진하가 하는 짓은 개죽음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달려드는 모습을 보며 팀장은 기함을 터뜨렸다.

크앙!

섀도우 울프가 그를 향해 달려들며 발톱을 휘둘렀다.

“흡!”

진하가 가슴을 향해 검을 치켜세웠다.

콰지직, 콰앙!

발톱을 가로막은 검이 완전히 부서지며 진하의 몸이 벽면에 틀어박혔다.

“흐…… 흐…… 쿨럭!”

입으로 피를 쏟으며 진하가 웃었다.

그의 시선은 어느새 섀도우 울프와 연결된 끈끈이로 향해 있었다.

휘익.

다시 한번 몸을 날리려는 섀도우 울프.

진하가 재빨리 끈끈이를 당겼다.

패앵!

치이익.

순간 균형을 잃은 섀도우 울프가 휘청였다.

“어때, 쉽지 않지?”

애초에 던져서 맞출 생각 따위 없었다.

그게 가능할 리 없었으니까.

처음에 던진 행위는 그저 시선 끌기, 달려드는 그 순간이 노림수였다.

‘위협을 당하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공격을 하니까.’

방어력이 약하기 때문에 위협에 민감한 섀도우 울프의 특징이었다.

섀도우 울프의 가장 강한 공격은 도약과 동시에 휘두르는 발톱.

이 정도는 섀도우 울프의 점프력을 아는 헌터라면 누구나 숙지하고 있는 습성이었다.

다만, 미래의 지식이기에 지금은 오직 진하만 알고 있을 뿐.

이걸로 이제 섀도우 울프의 기동력은 제한되었다.

크릉!

지직, 지직.

끈끈이를 떼어 내기 위해 섀도우 울프가 몸을 비틀거나 뒤로 물러났지만 끈끈이는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공, 공격해!”

재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팀장이 외쳤다.

“죽어라!”

―매직 미사일!

“으아아!”

일행들이 섀도우 울프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진하로 인해 행동이 제한되었음에도 섀도우 울프는 노련하게 모든 공격을 피했다.

“젠…… 장!”

겨우겨우 끈을 붙잡은 채로 행동을 제한하던 진하가 이를 악물었다.

여전히 섀도우 울프는 너무 빨랐다.

이래서는 도박을 한 의미가 없었다.

설상가상 점차 손에 힘도 빠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리 와서 끈 잡아!”

진하가 크게 소리쳤다.

그의 말에 계속해서 공격하던 일행 중 3명이 재빠르게 진하에게 달려갔다.

그들이 끈끈이를 잡은 걸 확인한 진하가 외쳤다.

“당겨!”

패앵!

타이밍 좋게 점프를 하려던 섀도우 울프가 진하 쪽으로 당겨졌다.

뱅글뱅글.

“계속 당겨!”

진하가 끈을 팔에 휘감으며 말했다.

진하의 의도를 눈치챈 일행들이 있는 힘껏 끈을 잡아당겼다.

점차 가까워지는 섀도우 울프와 일행.

패앵! 패앵!

너무 가까워지자 섀도우 울프가 멀어지려 몸을 힘껏 당겼지만 여전히 끈끈이는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공격을 하려 하면, 섀도우 울프를 향해 떨어지는 공격들로 인해 그마저도 실패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몇 번의 상황이 반복되자 진하 일행과 섀도우 울프의 거리가 매우 줄어들었다.

촤악!

더는 수가 없었는지 섀도우 울프가 날아오는 검을 맞으며 진하 쪽으로 발톱을 휘둘렀다.

콰앙!

“크윽…….”

끈을 잡던 일행 중 한 명이 가까스로 방패를 이용해 공격을 막았다.

‘지금이다!’

진하는 재빠르게 줄어든 만큼의 끈을 팔에 감았다.

이제 그들의 거리는 1미터도 안 됐다.

검을 휘두르지도 못할 정도로 딱 붙은 상황이었다.

“왼쪽!”

진하가 끈을 잡아당기며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 팀원들이 끈을 잡아 휘둘렀다.

외침에 맞춰 당겨지는 끈끈이.

휘익, 쾅!

“깨갱!”

그들이 휘두른 방향으로 섀도우 울프가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오른쪽!”

김진하의 외침에 따라 다시 한번 줄이 당겨졌다.

휘익, 쾅!

벽에 부딪힌 섀도우 울프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반대편 벽에 틀어박혔다.

“좌! 우! 위! 아래! 좌! 위! 아래! 위!”

조이스틱을 컨트롤하듯 쉴새 없이 외치는 김진하.

그에 맞춰 끈을 잡은 일행이 사방으로 끈을 휘둘렀다.

“마무리! 틀어박아!”

콰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섀도우 울프가 땅바닥에 처박혔다.

“헉헉!”

끈끈이를 휘두른 일행 모두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구멍이 파인 땅에는 섀도우 울프가 혀를 내민 채로 늘어져 있었다.

“주, 죽은 건가?”

끈을 잡은 사람 중 한 명이 말했다.

꿈틀.

그 순간 움직이는 섀도우 울프.

그 모습에 일행들이 흠칫했다.

푸욱!

“불길하게 부활 플래그 세우지 마.”

어느새 다가온 팀장이 늑대의 목에 칼을 틀어박은 채 말했다.

팀장은 칼을 그대로 그어 목을 분리했다.

툭, 투둑.

땅바닥을 뒹구는 늑대의 머리.

확실한 몬스터의 죽음에 끈을 잡은 일행부터, 곁에서 공격을 하던 일행까지 모두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사, 살았다!”

“으아아!”

“이겼다!”

가지각색으로 함성을 지르며 기쁨을 만끽하는 일행들.

“끝났다…….”

진하 또한 주저앉은 채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를 바꿨다.

그것도 한 명도 죽지 않게 과거를 바꿔 버렸다.

그 순간 묘한 기분이 김진하를 휩쓸었다.

“진하야, 괜찮아?”

어느새 다가온 하예진이 그의 몸을 살피며 물었다.

욱씬.

그 순간 온몸이 아려 왔다.

특히 오른손에 감각이 없었다.

하예진도 그걸 눈치챘는지, 재빠르게 끈끈이를 푼 뒤에 그의 옷을 찢었다.

새파랗다 못해 거무죽죽해진 팔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괘, 괜찮아? 치, 치료제가 어딨더라?”

그녀가 다급하게 치료제를 찾았다.

“당황하지 마, 감각이 아직 있어. 괴사는 아냐.”

진하는 호들갑 떠는 예진을 보며 피식 웃었다.

어릴 적부터 그가 다치면 항상 호들갑 떨던 그녀가 생각났다.

다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녀가 살아 있는 모습으로 그의 눈앞에 있었다.

묘한 기분이 완전한 기쁨으로 변해 차올랐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그녀를 지켰다.

“여기다!”

타다다닥!

그때 커다란 목소리와 함께 발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공동으로 들어서는 몇 명의 사람들.

구조대였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이거 뭐야, 섀도우 울프잖아?”

“이걸 잡은 거야?”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한 구조대가 혀를 내둘렀다.

“가만히 있지 말고 부상자들 치료해!”

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구조대에게 명령을 내린 후 팀장에게 다가갔다.

“이걸 여러분이 잡은 겁니까?”

“네, 근데 뭔가 죄송하네요, 헛걸음하게 한 것 같아서.”

허탈하게 웃으며 말하는 팀장.

그 모습에 구조대 대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애초에 구조대 역할이 그런건데요. 뭐.”

“그래도 비싼 비상 신호기가…….”

팀장이 부서진 버튼을 보며 말끝을 흐렸다.

아티팩트는 아니지만 마법이 부여된 비싼 아이템이었다.

어쩌면 너무 쉽게 사용했다고 사유서를 쓸지도 몰랐다.

“B급 몬스터, 그것도 보스 몬스터로 추정되는 개체면 쓰는 게 당연한 겁니다. 사유서라면 저희 쪽에서 커버 칠게요. 그나저나 잡은 것 자체가 신기하군요. 어떻게 잡으신 겁니까?”

“아, 그게…….”

팀장의 시선이 김진하에게 향했다.

그에 맞춰 구조대 대장의 시선도 김진하에게 향했다.

예진에게 치료를 받던 김진하는 그들의 시선에 머리를 긁적였다.

이걸 어떻게 변명하지?

“그게 사실은 말이죠…….”

* * *

중앙 게이트 입구까지 나온 김진하는 저물어 가는 노을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모든 일이 끝났다.

마찬가지로 다른 일행들 또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길었던 하루가 드디어 끝났다.

퍽.

옆에 있던 하예진이 김진하의 어깨를 쳤다.

“야, 그게 아티팩트면 미리 말했어야지.”

“하하…… 너는 끈끈이가 아티팩트라고 말하면 믿을 거냐?”

“하긴…… 근데 너, 진짜 눈 좋다. 벽 틈 사이에 있는 걸 어떻게 본 거야?”

“그냥, 우연히?”

“뭐, 아무튼 덕분에 살았다. 난 거기서 죽는 줄 알았다니까. 진이 다 빠진다, 진짜.”

“그건 나도 동감.”

회귀며 끈끈이며 전투까지 너무나 피곤한 하루였다.

분명 게이트를 나오기 전에 상처를 모두 치료한 뒤였음에도 여전히 죽을 맛이었다.

“자, 다들 집중!”

게이트 관리소에 보고를 마친 팀장이 교육생들을 불렀다.

“다들, 오늘 큰일이 있었는데도 잘 대응해 주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졸업 시험은…… 모두 합격입니다. 헌터가 되신 걸 축하합니다.”

“우아아악!”

“예스!”

팀장의 말에 저마다 환호성을 내뱉었다.

“다만!”

그의 말에 순식간에 조용해지는 사람들.

“이번 일처럼 게이트와 던전은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조심, 또 조심하셔야 합니다, 알겠습니까?”

“네!”

“그럼 이만 해산!”

팀장의 말에 일행들이 잠시 뭉그적대다 흩어지기 시작했다.

김진하도 한숨을 내쉬며 걸음을 옮겼다.

그때 옆에 있던 예진이 물었다.

“야, 너도 올 거지?”

“어딜?”

“기억 안 나냐? 치료받을 때 우리 뒤풀이하기로 했잖아.”

“아…….”

확실히 그런 말을 하긴 했었다.

치료받을 때 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오늘 생존을 축하하며 다 같이 술을 마시자는 이야기가 있긴 했었다.

아마 모두 참석한다고 했었지?

‘확실히 미래가 바뀌긴 했구나.’

이런 일은 과거에 존재한 적이 없었다.

애초에 사고를 수습하고 하예진의 장례를 치르기도 바빴으니까.

“그때 너만 아무 말 안 했거든?”

“네가 대신 나도 간다고 말했잖아.”

“아무튼 이따 1시간 뒤에 역 앞 고깃집으로 오면 돼.”

“아, 난 좀 늦을 수도 있다?”

“왜!”

“당장 가 봐야 할 곳이 있거든.”

모든 혼란의 원인, 문방구에 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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