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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374화 (374/374)

374화

반격

최대의 정예 병력들을 모조리 잃어버린 플루왕국에게 남은 미래는 오로지 멸망뿐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왕국의 수뇌부들은 비탄에 잠겼다.

그리고 왕국은 결국 멸망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그들의 짐작과는 달리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벌어진 각종 내전들 때문이었다.

먼저 그들 왕국 바깥에 있는 왕국들은 그들을 향해 처들어올정도로 여력이 남아도는게 아니었으며, 뒤늦게 밝혀진바로는 그들도 식귀들에 의해서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에 수가 갑자기 줄어들면서 숨통이 트였지만, 그들에 의해서 벌어진 피해를 복구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과 인력, 물자를 소모해야만 했다. 그런 그들이 플루왕국을 향해 처들어와 점령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나 어느정도 정비가 되고는 서로 누가 이곳을 집어먹을지 눈치싸움을 하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되었고, 그 사이에 왕국은 회복하는게 아닌 다른 요인 때문에 멸망에 이르게 되었다.

가장 거대한 전력인 노인과, 그가 이끌던 병사들이 전멸에 이르면서 왕국은 공포에 빠져들어야만 했다. 그나마 수도만큼은 지켜낼수 있는 전력이 있었단게 그들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하지만 그게 그들의 멸망을 가속화시킬거라고는 그들 모두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수도의 안전이 위태롭지만 보장되자, 그곳을 향해 사람들이 몰려들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활동 영역이 줄어들면서 인구밀도가 상당한 수준으로 높아진 상황이었던 만큼 더더욱 안전한 곳을 찾아 이동 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숫자가 팍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식귀들이 돌아다녔던 만큼 더더욱 안전한 곳을 찾아 이동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수도라고 그 모든 사람들을 받아줄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며, 매일같이 식귀를 피해 옮겨다니다보니 농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식량도 점점 떨어져만 갔다. 거기에 외부에서 수입해오는 길도 막혀버렸으니 점점 굶주리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연히 수도로 들어서지 못하고,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하는 것은 그들에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당사자들에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에 납득하는 사람들은 적었다.

불만은 쌓이고 쌓였고, 그 불만은 조그마한 단초만으로 터져나오면서 내전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 내전은 결국 왕국을 멸망으로 내몰았으며, 내전의 끝에 살아남은 생존자들도 매우 극소수였다.

그 때는 외부에서도 조금 무리해서라도 처들어오려는 기미를 보이기도 했었지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부리나케 도망쳐야만 했다.

드란과의 전투로 부상을 치료하면서 전력을 재정비한 루프스와 고블린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자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결국 플루 왕국의 영토는 온전히 고블린들의 손에 들어갔으며 다른 왕국들과의 경계에는 각종 함정들과 독을 풀어놓음으로서 그들만의 영역을 온전히 구축해냈다. 만일 아무 생각없이 그들의 영역을 침입했다가는 끊임없는 괴롭힘으로 죽어가든, 아니면 함정에 꿰뚫리거나 독을 흡입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길 뿐일 정도여서 누구도 함부로 영역을 넘보기 힘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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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스는 두개의 무덤과 그 옆에 조그마한 하나의 무덤을 바라보았다.

전투는 그의 승리로 끝을 맺었으며, 식귀들이 일부 살아남았지만 이제 그들에게 위협이 될 정도로 강력한 놈들은 남아있지 않았다. 특히나 무수히 나타났던 고블린의 몸을 지니고 있던 식귀들은 고블린의 아이를 거의 대량생산하다시피 만들어내고 있던 번식지를 완전히 무너뜨려서 더 이상 나타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보이는 모든 번식지를 처치했으니 기껏해야 일부가 남았겠지만, 그에 대한 걱정은 없는 편이었다. 무엇보다도 고블린들을 식귀로 바꾸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거라 짐작되는 드란이 루프스의 손에 의해서 죽었으니 만일 번식지가 남아있다해도 그들은 고블린으로서 크지 않을까하는게 그의 짐작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문득 루프스는 전투의 마지막이 떠올랐다. 계속해서 반복하듯이 비슷한 상황이 연속되는 전투였다. 루프스가 그걸 타파하려고해도, 드란이 어떻게든 돌파구를 만듦으로서 다시 상황의 반복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둘 모두 지칠대로 지칠무렵 루프스는 도박을 시도하는 마음으로 드란이 빈틈을 드러내도록 공격했다. 그렇게 드러난 빈틈, 치명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약점, 그가 전투시작부터 지니고 있던 상처부위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의 주먹은 단번에 그의 복부를 보호, 치료해주던 부위를 단번에 꿰뚫었고, 그대로 주먹이 그의 복부를 온전히 관통했었다.

그 충격에 드란은 격한 반응을 보이면서 고통스러워했고, 지금까지 공격하는 것 밖에 모르는것 같던것과 달리 도주하려 시도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루프스는 그를 막아섰고, 계속된 공격은 드란이 더 이상 땅 위에 발 딛고 서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이제 더 이상 발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촉수의 다발이라 부르는게 어울리는 것이 그를 지탱해줄 수 있는 힘이 완전히 떨어져버린 것이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그는 끝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러야만 했다.

드란의 몸이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모습을 보면서 루프스는 만감이 교차했지만, 온전히 사라진 드란을 확인하고는 곧장 고블린들을 돕기위해 움직일 뿐이었다.

공동 내부에 있던 식귀들을 대부분 해치운 그들은 왔던길을 되돌아가서, 따로 남겨두었던 스콘드와 합류하고는 식귀들의 본거지인 제라임 성을 돌아다니면서 잔당 청소를 시작했었다.

이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줄어든 전력을 다시 복구시키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루프스와 그의 측근들을 비롯한 간부진들이 전력의 상승을 위해 고민했다면, 그 외의 고블린들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일상을 구가하던 고블린들은 단 한번 크게 움직이는 일이 있었다.

보다 안락한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서, 다시는 최초의 동굴과 같은 어둡고 좁은곳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서 였다.

일상으로 돌아오면서도 루프스는 인간들의 영역을 감시했다.

언제 무슨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만일에 대비했던 것이다.

그 덕분에 그는 그의 부족이 자리잡은곳인 플루왕국이 거의 몰락했음을 알 수 있었다.

허무하게도 몰락의 원인이 아직 소수나마 남아있는 식귀들도, 그들과 적대하는 다른 적들도 아닌 저들끼리의 다툼이 그 원인이었다.

허나 루프스에게 그런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계속해서 싸워야만하는 군락지에서 사는것 보다, 지속적으로 그들을 위협하는 적들을 이웃에 두는것보다 저들만의 영역을 구축해 함부로 쳐들어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최종적인 목표였다.

몰락에 가까운 왕국이 최소가 중급 몬스터인 고블린들의 정예를 당해낼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것도 정면대결이 아닌 숨어서 기습하거나, 독을 풀어내는 놈들을 상대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결국 그들의 왕국은 루프스의 손아귀에 떨어졌고, 고블린들과 엘프들의 손에 개조되었다.

정해진 길을 이용하지 못한다면 죽음에 이르도록, 그들의 적이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해 숲으로 만들어진 미로를, 거대한 덫을 만들어냈다.

그러고 나서야 그와 고블린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얼마간의 안식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안식은 오래가면서 영원하지는 못할것이다. 세계는 갈수록 팽창하고, 그들 주위에 있는 인간들은 갈수록 보다 광활한 영토를 원할 것이다.

그리고 위협이 사라지도록 만들려 할테니 온전한 영역도 영원하진 못할것이다. 그렇기에 루프스는 그리고 그의 자손들은 계속해서 힘을키워갈 것이다.

그들의 안식처를 지켜내기 위한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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