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화
반격
루프스는 계속해서 드란의 촉수를 끊어내고, 드란은 그런 루프스를 향해 온 힘을 다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쉬이익-!
촉수는 정확히 루프스의 미간과 목 그리고 복부를 향해 날아들었고, 루프스는 공격을 피해내기 위해서 바닥을 뒹굴었다. 그렇게 바닥을 뒹구는 사이 루프스는 띄워둔 도끼들을 일제히 놈의 촉수를 향해 날렸다.
후웅- 후웅-
다섯개의 도끼중 세개가 촉수를 끊어내기 위해서 날아가고, 남은 두개는 드란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빙글빙글 돌면서 날아드는 도끼는 그의 의식을 흐트렸고, 그 사이 남은 세도끼는 성공적으로 촉수를 끊어냈다.
촉수가 끊어진 것을 감각으로 알아챈 드란은 괴성을 지르면서 다시 날아드는 도끼들을 무시하고 루프스를 향해 다려들었고, 같은 상황의 반복이 이어졌다.
///
드란을 루프스에게 맡겨둔 파인피는 다시 무리속으로 되돌아와서 고블린들을 지휘했다.
그리고 직접 달려드는 식귀들을 직접 대면한 팡니피는 그들에게서 이상한 부분을 눈치 챌 수 있었다. 실처럼 얇아서 쉽게 눈치채지는 못했지만, 놈들의 뒷목 부근을 파고든 무언가가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모습을 보니 파인피는 문득 떠오르는것이 있었다.
"그 촉수!"
바로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들의 족장과, 식귀들의 우두머리인 드란의 전투는 눈길만 흘긋 돌려도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드란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식귀들의 목덜미를 파고든 무언가가 어떤 것인지는 쉽게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놈들의 기세가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을 가장 먼저 파악한 것은 다름아닌 파인피였다.
그는 자신이 알아낸 사실을 프리트에게 전달했고, 그의 이야기를 들은 프리트는 고블린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전까지 고블린들이 식귀들을 상대하는 방식은 그저 맞붙는 것이었다. 서로 협력해서 덤빈다면 별다른 희생 없이 놈들을 잡을 수 있기에 이렇다 할 전략도 없이 덤벼든 것 뿐이었다.
식귀들의 힘이 갑자기 강력해지면서 수세에 몰리고 있었지만, 각자가 대응할뿐 중심을 잡고 단합해서 막아낸다고 말할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각기 따로놀던 고블린들의 움직임은 프리트의 지시를 받기 시작하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기본적으로 개개인이 움직이는게 보통 고블린들의 방식이지만, 루프스의 지시하에 마치 군대처럼 단합해서 움직일수 있도록 훈련을 해왔었다. 그리고 간혹 대규모의 적들을 대상으로 여러번 써먹기도 했으니 마치 한몸과 같이 움직이는건 무리더라도 지시에따라 적합하게 움직이는 방법은 잘 알고 있었다.
단순히 수세에 몰렸던걸 바꿔서, 온전히 방어에만 집중하도록 진을 바꾼 고블린들은 앞서보다도 안정적으로 식귀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니, 과연 프리트는 파인피의 말을 실감 할 수 있었다. 각개로 싸우고 있을때는 크게 느끼지 못한 사실이었지만, 다 함께 뭉쳐서 싸우니 적들의 전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어들어가는 것을 실감 할 수 있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식귀들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한걸음이라도 물러섰었더라면, 지금은 몸이 휘청일 지언정 제자리에서 버티는게 가능할정도였다.
'이렇게만 계속간다면...!'
프리트는 오로지 버티는데 집중하면서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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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들과 식귀들의 싸움이 고착화되어가고 있을 때, 루프스와 드란도 일종의 고착상태에 들어섰다.
"키이익... 키이익..."
급격히 지쳐간 루프스는 목을 긁듯이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다. 계속해서 드란의 촉수를 끊어내고 있고, 그게 효과를 보이고 있음은 열세였던 싸움이 고착되어 서로 밀고 밀리는 싸움을 벌이는 고블린과 식귀를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언뜻 보기에 희망적인 상황이었지만 루프스에게는 그리 녹록한 상황이 아니었다.
드란도 점점 지쳐가는듯 보이기는 했으나, 드란은 루프스에 비한다면 상당한 여력을 남기고 있었다.
게다가 루프스가 끊어놓은 촉수들도 어느 시점부터 점점 다시 자라나 다시 지면으로 기어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지치지 말라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루프스가 심어주는 환각이 점점 효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본체를 공격하는 것 보다도 엉뚱한 곳을 향해 공격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루프스가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을 수 있었다.
드란이 엉뚱한 곳을 공격하는 동안 꾸준히 그의 촉수를 끊어내면서 그는 체력의 회복을 꾀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회를 엿보았다. 지금까지는 촉수를 노렸지만 그것만으로는 드란을 이기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기껏해야 그의 힘을 조금이나마 꺽어낼 뿐일 것이다.
'그리고 식귀들의 힘도'
루프스는 한숨을 돌리면서 흘긋 고블린들이 전투를 벌이는 곳을 바라보니, 방어진을 펼쳐서 묵묵히 막아내는 그들이 점점 안정되고 여유를 되착아가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갑자기 힘을 얻은 식귀들의 힘이 떨어져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게 단순히 시간제한이 있는건지, 아니면 내 노력의 산물인지는 모르지만'
일정시점 이후로는 고블린들도 그의 싸움에 끼어 들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카드를 꺼내드는 드란을 보면 오히려 시간을 끌수록 그가 불리해지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그가 기다리면 필승을 확신하면서도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그렇기에 루프스는 단 일말의 가능성을 희망하면서 다시 드란을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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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루프스는 기회를 노리면서 꾸준히 촉수를 파괴했고, 고블린들은 점점 기세를 되찾아가면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반면 식귀들은 더해졌던 힘이 다시 줄어듬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무작정 고블린들을 향해 달려들며, 드란은 촉수가 끊어져도 계속해서 촉수를 만들어내 지면에 욱여넣으면서 그는 드란을 향해 공격을 이어갔다.
최초로 변화가 일어난 것은 루프스의 행동이었다.
꾸준히 드란의 공격을 회피하면서 공격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그 공격은 오로지 촉수만을 노리고 있었다. 무작정 달려들면서도 정확한 그의 위치를 파악한 듯 환각을 뚫고 들어오는 공격에 굳이 몸을 들이댈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촉수가 줄어들수록, 그리고 고블린들의 공격에 조금씩 식귀들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드란은 점점 환각에 잠식되어갔다.
엉뚱한 장소를 향해 돌진하며, 촉수를 휘둘러댄 것이다.
그 틈에 어느정도 체력을 회복한 루프스는 그런 드란을 향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단번에 발각되어 목숨이 경각에 달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 판단한 덕분이었다.
그의 생각이 틀리지 않은 듯 드란의 몸에 조금씩 상처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복부에 나있는 상처를 향한 공격만큼은 반드시 막아내고자 했지만, 그만큼 다른 곳에 피해를 입는 일이 늘어나고 있었다.
별다른 피해는 입히지 못했지만, 놈을 조금씩 도발하는데는 제격이었다. 상처가 늘수록 드란의 움직임은 점점 거칠어졌고, 그만큼 빈틈이 늘어나면서 루프스도 더욱 쉽게 놈을 향해 공격을 날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더욱 루프스를 향해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드란은 치명적인 약점을 바깥으로 드러냈고, 루프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를 향해 달려들어 주먹을 내질렀다.
퍼걱-
다른 부위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허약한 약점. 이미 여러번의 공격으로 약해질대로 약해진 그 부분이 루프스의 주먹질에 의해서 그 속살을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