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화
반격
루프스들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드란은 강력했다.
쿠웅-!
루프스는 옆으로 뛰면서 그를 향해 날아든 드란의 촉수를 피해냇다. 성에서 마주쳤던 식귀들이 그러했듯이, 그의 촉수에는 여러가지 특성들이 조합되어있는 듯 보였다.
루프스의 본체는 물론 그의 시야에 출현해있는 허상인 분신체들이 있는 장소 모두를 각각 단번에 때려부수는 분열력이라거나, 어지간한 금속 못지않은 강도와 날카로운 첨단등 그저 단순한 촉수로 볼 수 없는 것이 그의 촉수였다.
게다가 그의 무기는 촉수 뿐만이 아니었다.
쿵- 쿵- 쿵- 쿵-
묵직한 물체가 바닥을치는 소리와 함께 루프스의 주변으로 달려들었다. 정확히 그를 향해 달려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와 가장 가까이 있는 허상을 향해 놈은 달려들었다.
"으음..."
달려드는 놈으로부터 한걸음 물러난 루프스는 신음성을 내뱉어야 했다.
그는 처음에 몸을 재조립하듯이 나타난 드란을 보고 긴장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긴장이 아닌 자신감을 얻었다. 전체적인 스펙은 몸이 어느정도 회복되었기 때문인지 상승해 있었지만, 그 지능이 다른 식귀들과 유사해져 있었다.
"흡!"
루프스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촉수를 피하고는 놈의 주위를 빙빙 돌았다.
한번씩 가짜를 파악하고 다수를 향한 공격으로 그를 판별해내는 것을 보면 다른 놈들 보다는 좀 나아보였지만, 무작정 돌격하는것은 다른 놈들과 그리 다를것 없었다.
회피하고, 공격하고, 루프스가 만든 빈틈을 거리를 두고 떨어져있던 파인피가 공격하고의 반복이었다.
무식하다해도 좋을 방식의 공격은 드란이 왜 애초부터 지금과 같이 변이를 통한 급속치료를 하지 않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게다가 놈이 멀쩡하게 돌아올지도 모르니 놈으로서는 죽기 직전까지 시도하지 않은듯 싶었다.
그렇게 틀에 박힌 공방을 계속해서 주고받았다.
분명히 루프스에게도 지치는 일이었고, 파인피도 상당한 체력을 소모했다.
얼마나 전투를 이어갈수 있을지는 그도 이제 장담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반면에 적인 드란, 식귀는 여전히 그 체력이 무한한듯이 상처는 입고 있지만 그 움직임은 조금도 쇠하지 않고 있었다.
분명히 그와 파인피가 유리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것도 단 한번의 실수로 뒤집힐수 있었다. 게다가 체력적으로도 서로 큰 차이가 나다보니 이대로 있다가는 무난하게 패배하게될거라는 직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 떄 그의 눈에 들어오는 지점이 있었다. 다른 장소와 유난히 다른 색으로 빛나고 있는 명치 부근이었다.
'기분탓인가'
드란의 본래 가지고 있던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듯이, 피부와 다른 색을 지니고 있던 지점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듯 보였다. 잠시간의 관찰로 그게 기분탓이 아닌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임을 그는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본래라면 자잘하게 난 상처들도 이미 재생했어야 함에도 한참 전에 낸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을 보면, 드란의 상처가 아직 완전히 치유된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안 루프스는 무작정 기회에 따라 공격하던 방식을 바꾸었다. 그는 유심히 기회를 살피면서 점점 상처가 치유되는듯한 복부를 향해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퍼걱-!
그리고 제대로된 첫타격이 들어가면서 그게 틀린 방법이 아님이 드러났다. 루프스가 조종하는 도끼가 드란의 복부를 향해 날아들어 상처가 있던 부위를 강타했다. 그러자 복부의 상처를 매꿔주던 부근이 마치 돌에 금이가듯이 쩌적 금이가면서 그 틈으로 도끼가 파고들었다.
끄우우우우우-!
덤으로 드란은 괴로운듯이 괴성을 내질렀고, 더욱 루프스와 파인피를 향한 공격의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드란이 강력하게 촉수를 휘두르고 몸을 부딪쳐왔다. 전력을 다한 공격이었지만, 그만큼 드란에게도 제법 부담이 가는 방식이었으며, 빈틈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드러난 빈틈을 루프스와 파인피는 놓치지 않았다. 루프스의 도끼들이 드란의 주의를 분산시켰고, 그 틈에 파인피가 전력을 다해서 드란의 상처에 창을 꽂아넣었다.
퍼거걱-
복부에 생겨난 균열은 더욱 커졌으며, 드란은 더더욱 고통에 겨워했다. 그리고 루프스는 그가 고통에 빠져 비틀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차 공격을 이어갔다.
퍽!
끼에에에에엑-!
다시 날아든 루프스의 도끼는 그대로 드란의 안구를 직격했다. 직격당한 안구는 마치 돌이 바스라지듯이 먼지가되어 휘날렸고, 그의 도끼도 거기에 따르듯이 연기가 되어 휘날리듯 사라졌다.
드러난 드란의 모습은 안구를 잃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뭉클뭉클 핏덩이가 솟아오르는 것이 상태도 안좋아보였다. 거기에 덤으로 계속해서 고통에 빠져있으니, 루프스와 파인피에게는 그야말로 좋은 먹잇감과 같았다.
점점 회복되어가던 위세가 무색하게도 단 몇번의 공방은 다시 기세를 루프스쪽으로 기울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루프스는 그에 호응하듯이 드란을 향한 공세를 더더욱 강하게 펼쳐나갔다.
위기감을 느꼈는지 괴성을 지르는 드란은 둘이 자신에게 닿지 못하게하기 위해서 촉수를 다뤄 둘을 밀어냈다.
드란의 행동에 루프스는 놈이 보는 환각의 수를 늘려서 촉수를 분산시켰다.
수가 줄어들자 자연스럽게 회피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계속해서 루프스는 드란이 틈을 드러내도록 이리저리 찔러보고, 그렇게 드러난 틈을 뒤쪽에서 대기하던 파인피가 일격을 찔러넣었다.
드란의 공세가 수세로 바뀌면서 공격에 성공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났다.
공격 한번에 겁을 집어먹었던 대가 치고는 너무도 비싸게 치른 것이다. 시간이 흘러 오히려 이전보다 더 피해를 입자 그 사실을 깨달은 드란은 다시 방식을 바꿔버렸다.
드드드드
지면이 솟아나듯이 드란을 감싸더니 그대로 그의 갑주가 되어주었다. 약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전처럼 단번에 공격을 먹이는게 불가능하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서 드란의 움직임도 저돌적으로 뒤바뀌었다.
마치 전차와 같이 루프스와 파인피를 향해 돌진하기까지 했다. 그나마 촉수가 걸림돌이 되어 피하지 못하는것은 아니었지만 멈춰섰을때는 그 촉수가 루프스와 파인피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 사이 몸을 다시 가눈 드란이 그들을 향해 다시 달려들었다.
결국 싸움은 다시 지루한 반복에 들어갔다. 어떻게든 타파하고자 다른 움직임을 보이면 드란 또한 그에 맞춰서 움직이니 루프스로서는 성가시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번에는 루프스와 파인피 쪽이 우세를 점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들이 노리던 드란의 약점을 계속해서 집요하게 노린 성과가 돌아온 것이다.
드란도 그에 대비해서 천연 갑주를 걸치고 있었지만 연달아서 같은 지점을 향한 공격을 무한히 버틸수는 없었던 덕분이기도 했다.
그렇게 반복의 끝에 마지막이 보이는듯 하던 그때, 다시 변화가 생겨났다.
주변에 널려있던 촉수들을 모두 거둬들이고 루프스들로부터 거리를 벌리더니 그대로 제자리에 뿌리를 내리듯이 지면에 발을 박아넣었다.
또 이게 무습 해괴한 짓인가 하면서도 긴장감을 지니고 있던 둘은 시간이 지나도 별다른 변화가 없자 의아하던 그 때였다.
변화는 바로 앞에있는 드란이 아닌 뒤쪽의 고블린들쪽에서 일어났다.
루프스와 파인피가 그 사실을 눈치챈 것은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뒤편이 소란스러워졌단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드란이 무슨짓을 벌인건가 싶어 그를 견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드란이 계속 얌전히 가만히있자 살짝 여유가 생기면서 의아함이 들었지만, 그제서야 둘은 뒤편을 확인할수 있었고, 무슨일이 일어난건지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