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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고블린-369화 (369/374)

369화

반격

루프스는 눈 앞의 드란을 보면서 입을 꾹 다물었다. 눈 앞에 있는 드란이 지금의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트레이가 그 불행한 끝을 보게 만든 것도 그였다. 그리고 그와 쿠알론을 맞붙게 만든것도 원인을 따지자면 결국 그가 쿠알론에게 수작을 부렸었기 때문이다.

그 또한 루프스의 아들인 점은 사실이었지만, 루프스의 속에서 그는 이미 그의 아들이 아니었다. 보다는 적으로서의 인식이 굳어져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드란을 향해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그의 무기로 그를 겨누고 있을 뿐이었다.

드란도 그런 루프스의 생각을 알아차렸다. 그로서는 애초부터 루프스에 대해서 아버지가 아닌 일시적인 보호자, 이후에 적이되는 이로 인식하고 있었던 만큼, 그가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던지 별 상관 없었다.

다만 그가 망설임을 가지고 있었다면 반드시 생로를 찾아낼 수 있었을거라는게 그에게있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드란은 루프스를 향해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 웃음은 그야말로 비웃음이란 이런것이다라고 표현하듯 표정 자체에 한껏 비아냥이 담겨 있었다.

드란의 웃음을 본 루프스는 저도 모르게 슬쩍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표정에 불쾌함도 있었지만, 어쩐지 꺼림칙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흐...흐흐흐..."

드란은 어디까지나 꺼림칙하게 루프스를 향해 비웃어보였다. 한번더 헤집어져 너덜너덜한 복부와 입과 코에서 피를 철철 흘리면서 웃는 모습은 괴기스러웠다.

루프스는 드란의 웃음에 놈을 경계했다. 그 웃음이 꺼림칙한것도 있었지만, 상황 자체가 그에게 불리하게 돌아감에도 저런 태도를 취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무기로 겨누면서도 동시에 그가 낼 수 있는 전력인 권역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의 주변으로 마치 안개가 퍼지듯이 희멀건한 연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란도 그에 대항하듯이 무색의 파동을 내뿜기 시작했다.

"으음..."

루프스는 본능적으로 그가 펼치고 있는 것이 권역임을 눈치챘다. 이미 루프스도 드란이 이 정도는 충분히 펼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게 현실로 나타나자 절로 침음성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루프스는 아직까지 권역과 권역이 부딪치면 어떻게 되는지에 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은 지금 해소되고 있었다.

"큽!"

드란이 권역을 발동함과 동시에 루프스는 강한 압박감을 느껴야했다.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가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정도로 강력한 압력처럼 느껴졌다.

동시에 드란도 루프스의 권역에 영향을 받았다. 온 몸의 감각이 뒤섞이려하고, 바로 앞에 있는 루프스도 둘에서 셋으로 그리고 넷으로 다섯으로 점점 늘어나는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상당히 약해진 상태라는 점이 더더욱 그를 혼란하게 만들기까지했으니 이들의 첫 충돌은 루프스가 우위를 점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벼운 잽과도 같이 서로 권역이 주는 영향력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맞붙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전투는 시종일관 드란의 열세로 이어졌다.

드란이 잎은 가장 큰 상처는 총 세가지였다. 그 중 완전히 빈 공간만 자리할 뿐인 안구와 내장을 훤히 드러내고 있는 복부의 상처는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눈에 띄는 상처들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곳. 발바닥을 지나서, 종아리 부근까지 그야말로 파여버렸다고 해도 좋은 부상이 있었다. 발바닥에 나있는 상처다보니 서있거나 앉아있으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고 루프스는 그 때문에 드란이 제 자리에서 사실 몸을 한발자국 옮기는것 조차 힘들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루프스는 신중했다. 드란이 거의 죽어가는 듯 보이지만, 그게 진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상처가 상처이니만큼 격렬하게 움직이는건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싸우지도 못하는 상태는 아닐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기에 루프스가 가장 먼저 드란에게 날린 공격은 권역이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레 그의 주변을 휘돌고 있는 도끼를 날려보내는 것이었다.

도끼는 평소와 다름없는 속도로 별 다를 바 없는 힘으로 드란을 향해 날아들었다.

후웅- 후웅-

루프스의 도끼는 조금도 드란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드란의 상처를 향해 날아드는 도끼의 모습에 드란은 침착한 자세로 도끼를 막아냈다.

콱-

날아든 도끼는 그대로 그의 팔목에 틀어박혀 버렸다. 도끼는 그의 팔목을 거의 절단하듯이 틀어박히더니 금세 연기처럼 사라져갔다.

드란이 별 피해없이 공격을 막아내는 모습을 확인한 루프스는 연이어 몰아치듯이 그를 공격해 들어갔다.

새로운 도끼가 날아들고, 그 뒤를 이어서 곧바로 또 다른 도끼가 날아들었다.

과장을 보태서 그야말로 도끼의 비라고 부를 수 있을 공격이 연이어 들어갔지만, 도끼는 그의 숨통을 끊지 못했다.

흐으으-

드란은 역시나 거동이 힘들기 때문인지 제자리에 서서 루프스의 도끼를 막아낼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제서야 루프스도 그의 상태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동시에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던게 전혀 틀린게 아닌, 오히려 가장 정확한 추측이었단 사실을 루프스는 확신 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드란의 움직임이 저렇게 조잡 할 수 없으며, 한 장소에 못박힌듯 머물고 있는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기회를 인식한 루프스의 공세는 한층 더 거세어졌다. 그야말로 단번에 끝장을 내겠다는 각오가 들어간 듯이 정신없이 드란을 몰아쳤다.

그렇게 그의 힘을 얼마나 빠트렸는지, 그러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계속된 전투의 끝에 회피동작을 취하는 드란의 목덜미를 루프스는 정확하게 도끼를 휘둘러서 쳐내버렸다.

상당히, 그리고 예상 할 수 없을만큼 허무하게 전투가 끝나는듯 했다.

최종적인 적이라고 판단했던 드란의 목은 떨어졌다. 그가 없으니 식귀들은 이제 단순한 오합지졸로 떨어질 것이다.

어쩌면 이제 고블린의 모습을 취한 식귀들도 더 이상 나오지 않을수도 있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루프스는 데굴데굴 구르는 드란의 머리통을 보면서 온갖 잡생각이 떠나지를 않았다. 더욱이 어부지리로 이겼다는 생각이 더욱 그를 독촉하는듯 했다.

생각보다도 간단하게 끝이난 상황에 루프스는 드란의 시체를 등지고 다시 고블린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멈칫-

길목에 있는 한 고블린의 시체를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쿠알론"

잔뜩 짓이겨진 시체였지만 루프스는 본능적으로 시체가 누구의 시체인지 눈치챘더. 그와 더불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온전히 식귀로 전락했다 판단되었던 그가 시체를 남겨두었다. 시체가 사라지지 않았다는건 식귀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혹은 어쩌면 본래의 자신을 자각했던건지도 모른다.

트레이는 간신히 의식만 유지하는 수준이었기에 시체는 먼지로 화해버렸지만 그는 온전한 자신을 되찾아 시체를 남겨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루프스는 그를 향해 다가갔다. 그의 시체라도 되찾아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조...족장!"

파인피가 다급하게 부르지 않았다면 그랬을것이다.

구르르륵-

그의 다급한 외침에 루프스는 돌아보았고 거기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에 할말을 잊어버렸다.

그곳, 드란의 시체가 있던 장소는 살덩이로도 혹은 연기로도 혹은 돌덩이로도 보이는 무언가가 마치 살아있는 듯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꿈틀거리는 물질은 곧 드란의 몸통과 떨어져나간 머리를 집어삼키면서 폭발적으로 몸을 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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